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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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그는 참으로 위트가 넘치는 작가다. 그 사진들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걸 보면.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하고 서평을 랜덤으로 읽어 보았다. 사람들은 대략, 아주 웃기고 재미있어서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는 편과, 이런 책을 만들고 사는 것은 정말 가치없는 일이라는 편도 소수지만 있었다.

난 이 책을 만든 작가는 뭔가를 안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람들이 책 읽기 싫어한다는 걸 안다. 둘째, 사람들은 동물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셋째, 사람들은 누구나 우울하다는 걸 안다. 이런 것을 알면 다음 단계의 작업은, 동물과 간단한 읽기 재료를 활용해서 재미난 책을 쓴다는 일만 남았는데, 이 글의 작가는 그걸 해냈을 뿐이다.

동물들이 정말 우울하고, 피곤하고, 지루하고,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을 지었을 뿐이겠지. 그러나 그것이 작가의 위트로 생명력을 얻은 것이다. 우리 삶은 자연 속의 일부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할 일이다. 자연은 재밌거나 쾌활할 수 만은 없다. 그저 스스로 있을 뿐인 것이 自然 아니던가.

이런 얘기가 있다. 제주도 신혼여행 간 경상도 부부가 서울 부부를 봤다.
서울 부부 : '저기, 저 달 참 밝지?'하고 신부가 하자 신랑이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포근히 감싸 준다.
경상도 부부 : 똑같이 했더니, 신랑 왈, '와, 저 달이 니보고 머라 카드나?'

자연스럼을 자연으로 보지 못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지나치게 설치면, 神의 꾸짖음이 들릴 것이다. 인간만 살려고 강을 막고, 길을 뚫고, 불을 밝히고 하다가 멸망하게 되면, 들릴 법한 신의 일갈. '와, 인간들아, 내가 느그보고 머라 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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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의 세상보기, 개정증보판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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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글은 재미가 있다. 우선 동물의 세계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99% 이상의 침팬지 계열의 동물로서 역사를 살아 왔고, 아직도 동물만도 못한 인간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를 보는 눈도 날카롭다. 그런데, 이 책의 단점은, 제목에서 이야기 한 대로, 이야기가 너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도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국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사회 현상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는데, 정치도 흔들흔들, 경제도 비틀비틀, 사회는 뒤죽박죽, 문화는 난장판인 경우를 엄청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보면서 최교수는 동물만도 못하다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사실 생물계의 원리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일 수 밖에 없다. 인간도 생물계의 아주 작은 터럭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리 나라의 아무 생각 없는 환경부는 대충 대통령이 아는 여자들로 메꿔주지 않던가. 아니면 환경단체는 무조건 '반대'하는 이상한 집단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그러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만경, 동진강 하구의 갯벌 새만금 간척지를 '콩코드 오류'(콩코드 여객기를 개발하던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어느 시점에선가 사업을 계속하면 반드시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계산을 손에 쥐고서도 이미 투자한 자본이 아까워 멈추지 못한 사례에서 따온 이론)를 범하고 있는 어리숙한 정부를 무얼 믿고 살 것인가. 우리가 조금만 걸어 봐도 흙냄새 풀나무 향기 가득한 산야를 파헤치고 조금 더 일찍 달려 보겠다고 고속철도를 놓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하겠다는 속셈인까.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에서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 인간이 무엇이길래 감히 자연 앞에 건방지게 설 수 있겠는가. 그 말 또한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놓고 보는 이원론이 아닌가. '드디어 적을 찾았다. 그런데 그는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라는 표현처럼 겸허한 자세로 자연 속에 다시 서야 할 때임을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책으로 내기엔 너무 칼럼 냄새가 짙은 것은 옥의 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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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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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쓰고, 혹은 벗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던 이스트 섬의 석상들을 마흔통의 필름을 망치고 찍어 냈다. 이상하게도 모아이 석상들을 찍으면 사진기의 고장이 잦다는 것을 믿고 싶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석을 다듬어 거석 문화의 꽃을 피운 모아이들은 라파누이라 불리는 주민들과 어울려 남태평양 뜨거운 바닷가운데 아직도 느린 시간을 살고 있었다. 나머지 마흔 통의 사진들도 얼마나 푸르른 빛이었으랴먄, 지금 남은 사진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화면 가득 넘칠듯 흐르는 빛나는 쪽빛 바다와 황금빛 하늘의 저녁놀, 라파누이들의 구릿빛 피부에 각인된 새 문양, 물고기 문양들... 우리의 태초 원시적 생명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섬에 마음은 달려가고 싶지만, 그 곳이 뭍에서 멀게 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의 쌍스런 '쿵따리 샤바라'가 그 섬에 울려 퍼지고, '단란주점'간판이 내걸리면서 라파누이 아가씨가 도우미로 나온다면, 그 섬은 이미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아스라히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넓은 바다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모아이 석상의 무위한 표정은 인간의 속됨을 꾸짖는듯, 인간의 무상함을 비웃는듯 오늘도 맑은 하늘 아래서 의연히 버티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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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 세계사에서 숨은그림 찾기
정다영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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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사태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이슬람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란 낯선 이름도 듣게 되었고, 성전 '지하드'라든지, 비행기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에 묻게 된 깊은 한과 철저한 준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등학생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 요르단 - 터키 - 이집트를 방문하고 나름대로 깊숙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보고서이다.

좀 아쉽다면 전문가이 글이 아닌 만큼 자료 화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재동 화백의 실크로드 기행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인상에 남은 것을 선 몇 개의 스케치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깊은 한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피부로 느낀 요르단의 후쎄인 왕가의 중립 정책, 과거 투르크 민족의 영광이 남아 있는 터키, 인류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다양한 신전, 유물들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깊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이런 수준의 글을 만들어 낼 정도라면, 정말 기특한 일이다. 아니, 존경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우선은 아버지거나 주변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일 것이고, 쉽지 않은 이슬람 관련 서적들을 소화해 낸 다영이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나도 막연히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을 든 무지막지하고 무식한 그리고 무식해서 용감한 이슬람 교도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헐리우드에서 만든 잔혹한 인디언 이야기의 다른 에디션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일부 다처제는 불공평한 제도가 아니라, 십자군 전쟁 이후 부족한 남자들을 대신하여 여러 가족을 책임지던 제도라는 것과, 차도르를 입고, 히자브를 써야 하는 여인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고 여성 차별을 생각했는데, 사실 벗으면 벗을수록 인간은 차별받게 된다는 깊은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의 두루뭉술한 한복은 얼마나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가. 날씬한 허리를 드러 내고, 배꼽에 피어싱 하고, 허벅다리를 다 내 놓고 다니니깐, 못생긴 수많은 정상인들이 극소수 이상하게 생긴 돌연변이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네루의 세계사 편력의 한 구절...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은 정복 전쟁에 나선다.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경험하며, 전쟁과 학살 등 모든 행위를 혐오하게 된다. 아소카 왕은 승리를 거둔 뒤에 전쟁을 포기한 역사상 유일한 군주다. 그의 말. '참되고 유일한 정복이란, 자아의 극복이며, 다르마(진리, 법, 의무, 덕 등)로 인간의 마음을 정복하는 것이다.'

세계는 아직도 전쟁의 포화로 얼룩져 있는데... 이 단순한 진리는 어디에 파묻힌 것일까. 다영이 덕택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돌린 계기가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이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을까 해서 부탁 한 마디. 인터넷 소설을 썼던데... 귀여니처럼 재주가 승하면 이름을 더럽힐 수 있단다. 이 좋은 종합적 사고력의 재주를 그런 곳으로 흐트리지 않도록 적당한 절필이 필요할 것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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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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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책을 직접 읽어 보세요. 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답니다. 말미에서 주인공이 '근엄하게' 남긴 명언이니까요. 비극적 상황을 넉넉하게 살아가는 희극적 발언의 극치!!!

오랜만에 픽션다운 픽션을 한 편 읽었다. 문학의 서사 장르는 삶의 진실한 모습을 전하는 이야기 형식이란 특징을 갖지만, 언제나 일정정도의 허구를 담기 마련이고, 결국은 사회의 구조적 총체적 모순에서 연유하는 인간사의 문제들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동안 문학을 특히 소설을 의도적으로 멀리 해 왔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상당한 아이러니를 담은 중국 소설이다.우선 그의 고난의 삶의 축에는 허옥란이란 아내와 일락, 이락, 삼락이란 아들들이 있다. 모두 좋은 이름들이다. 옥과 난초는 보배로운 것들이고, 자식은 즐거움(樂)을 주는 존재들이가. 그러나 그의 '매혈'이란 고난은 모두 이 가족들을 지탱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현대사와 적절히 짜인 비극과 아이러니의 소설로 탄생한다. 비극이 슬프기만 하면 좌절하게 되지만, 오히려 해학적 인물 허삼관의 언동은 우리를 생동하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선 이범선의 <오발탄>이 떠올랐다. 혼란스런 해방 정국에서 월남한 가족의 가장인 철호가 치매에 걸린 노모, 산고로 죽는 아내, 양심을 어기고 잘 살아 보려다 경찰서 신세를 진 동생 영호, 양공주 여동생 명숙의 환경에 둘러싸여 결국 이를 두 개 뽑고 택시에서 쓰러진 우리 시대의 오발탄 이야기.

그러나 허삼관은 철호보다 어느 정도 낫다. 해피 엔딩으로 옥란이 맘껏 먹고 싶은 것을 사 주면서 더 이상 매혈이 불가능한 정도로 늙은 허삼관을 위로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행복의 가치를 역설하는 박재삼의 '흥부부부상'이란 시와도 일맥 상통하는 긍정적 가치의 발현이다. 오발탄에는 긍정적 미래는 어디에도 없이 표류하는 철호가 쓰러질 뿐...

허삼관의 둘째 이락이가 일락이를 감싸안고 돌아오는 대목은 <화수분>의 눈 내리는 고갯마루에서 아기를 감싸안고 얼어 죽은 부부를 상상케 하고, 연속되는 매혈에도 우스갯소리를 떠벌이는 허삼관은 해학의 절창 <흥부>의 매품파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문화 대혁명기'의 비판적 분위기를 제외하고는 사람 사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리라. 가난한 어느 곳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인간의 고난.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남는 질문은, 그 모진 고난 속에서도 왜 유독 우리 민족은 악착같은 속성을 갖게 되었나 하는 것이다. 중국처럼 대범하게 허허롭지 못하고... 그들은 분명히 우리와 다르지만 우리보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무언가를 핏줄 속에 유전자 속에 품고 있었다. 우리 유전자 속에 각인된 우리 사회의 척박함을 어떻게 하면 개량할 수 있단 말인가. 이 화두로 더운 여름을 식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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