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철학적인 하루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강주헌 옮김 / 소학사(사피엔티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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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프랑스의 고등학생은 철학을 배우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치자. 그럴 수 있을까? 글쎄. 이런 책도 이해 못하는 프랑스 고등학생이 바까로레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불. 가. 능. 우리 나라 대학 신입생이 면접 고사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이런 문제를 질문 받았다고 치자. 어느 한 놈, 대답할 수 있는 놈이 있을까. 있다면, 그 놈은 떨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 아마도 없을 거다. 필 이라는 놈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어떤 녀석인지, 존재론적 질문을 떠올린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대학 시절. 최루탄 가득한 학교 정문을 지나다가, 실루엣으로 비친 삼봉산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진실은 뒤에 감춰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 그러나 그 당시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고,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정답으로 일컬어지능 한 무리의 집단이 있었기에. 철학이란, 과연 정답이란 있는 것일까? 하고 자꾸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철학에 무지한가. 아주 무식한 질문. 너는 누구인가. 에 답할 수 있는 누가 있는가. 다들 자기가 잘났다고 고집만 부리는 어리석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씨- 익 웃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따름인 것을... 정말 인간이 싫을 때가 있다. 인간의 냄새가 싫으 ㄹ때가 있다. 그러나 그 인간들은 그 독한 냄새를 풍기면서, 같은 종족임을 확인하러 자꾸 가까이 다가 선다. 독한 인간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고 질문할 날이 언제나 올까. 우리 아이들은 영원히 병신처럼, 멍청하게, 주는 밥도 못 처먹는 정답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 나라는 언제나 아이들이 정말 공부하는 놈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될가. 비극적인 상황만 떠올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은... 철... 학.. 이 야 기. 우리 아이들에게 철학은 너무 비참한 이야기이므로.

왜냐. 사치를 모르는 상놈들에겐 사치란, 별천지의 천국 이야기이므로, 듣는 것 만으로도 우리 세상의 비극을 지옥 스러움을 처절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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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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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 때는 독후감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서론을 읽으면서부터 뭔가 잘못 접어 든 길에서 당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환갑을 넘긴 일본인의 독서 편력과 책에 대한 집착을 바라보면서, 정말 대단한 책벌레이구나,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이라는 일본의 독서 환경을 부럽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 텔레비전에 나오는 책을 읽읍시다 라든지, 도서관을 세웁시다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우리 독서 문화의 후진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일본에 수십년 뒤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느니, 업다느니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도서관이 없고, 책 읽는 사람이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면 어두운 건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서점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어린 아이들을 보라.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가? 절망의 미래가 보인다. 전부 귀신 이야기에 머리 쳐박고 몰두한다. 그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아이들은 훨씬 나은 편이다.

그의 독서 지도는 독특하다. 일단 돈을 아끼지 않고 책을 산다는 점은 부럽다. 나는 이사다닐 게 두려워서 책을 못 사고 있는데... 그리고 그의 책을 읽는 게 재미있다는 삶이 부럽다. 나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책을 잡지 못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든다.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은 요즘. 피아노를 바이엘부터 치기 시작했다. 한 달만에 바이엘 상권을 떼고 이제 하권으로 들어간다. 숨쉬기 운동도 하면서 소화가 훨씬 가볍게 된 것을 느낀다. 그리고 책을 종일 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찬물에 발 담그고 책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내가 '나'임을 느낄 수 있다. Ich bin Ich.

내가 나라고 느낄 수 없는 시간도 많다.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수업 시간. 쓰잘데기 없이 인간들이 모여서 지껄여대는 회의시간(나는 직원 회의, 전체 조례 이런 것을 선천적으로 증오한다), 별 일도 아닌데 모여서 마셔야 하는 술자리(많은 사람들은 술 자리에 꾸준히 참석 하는 것이 인간성과 비례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술의 후유증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비인간적 상태, 지독한 잡무와 쓰잘데 없는 연구 등등..., 속썩이는 학생들과 아무 교감없는 지도로 신경을 상할 때..., 운전대 잡고 앞차 꽁무니나 쳐다 볼 때(시간이라도 느긋하면 틈틈이 호흡 연습이라도 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면 정신 나간 운전수가 된다)

느긋하게 책을 잡고 있는 즐거움. 책 속에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시공을 초월한 선배들을 만나면, 반갑고, 설레이고, 고맙고, 눈물이 나려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 편력을 보며, 나의 빈약하던 어린 시절을 안타까워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도서실에 간 건 '공산당의 잔인함, 남북의 다른 생활' 조사하러 한 번 갔었다. 그 당시 도서실에는 엄청난 분량의 반공 도서가 즐비했다. 또 한 번 가서는 닐스와 기러기? 라는 책을 한 권 보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성서 이야기 보다가 포기했고, 안데르센 동화집(글씨가 8포인트 정도 되는) 2학년 때 읽었고, 서유기 4학년, 셜록 홈즈 5학년, 장발장 6학년 이게 거의 다 인 것 같다. 아, 누나가 보던 공상 과학 소설도 몇 권 읽었다.

중고교 시절에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분량(한국 단편은 거의 섭렵했지만, 국어 교사인 지금도 그걸 읽은 게 무슨 도움이 된 것인지 아무 느낌이 없다.) 갈수록 도서 환경이 열악해 지는 비쥬얼 시대의 후세들에게 속히 독서 풍토를 물려주려는 운동이 일었으면 한다. 아파트 도서실 운영 등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지역 도서실 활성화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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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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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음에 가장 감사하는 것은 옮긴이 김화영 님께이다. 가브리엘 루아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살뜰히도 우리 말로 옮겨 주신 님의 낱말들을 읽으면서 숨이 멎을 듯 했다. 김화영 님의 번역은 번역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창작에 가깝다고 느꼈을 정도다. 전에 님의 걷기 예찬 이란 책을 읽었을 때도 참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처음엔 깜짝 놀랐다. 이 책이 텔레비전에서 워낙 유명해서 캐나다 소설이래서 당연히 영어로 된 책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김화영 님의 이름을 보고 아 퀘벡 지방의 이야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지의 마을에서 순박한 아이들을 그리고 고통받는 마음들을 읽어내고 형상화해 준 대가 다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천사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러시아의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 주눅 들었지만, 글씨 잘 쓰는 재능을 보이는 아이, 집 보는 아이에서 의자 위로 올라가는 동생... 이런 것들을 관찰해 내고 창조하는 그이는 대단한 분이다. 텔레비전에서 워낙 선전을 해 대서 별 거 아닌 작품이려니 했는데, 처음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여선생이 찬물 속에서 송어를 만질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별 여섯 개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뒤의 낭만적 경향이 짙은 사랑 이야기는 결국 별 두 개를 깎아 먹고 말았다.

요 어린 학생이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는 성탄절의 아이라든지, 나이든 교사들을 보면서 그렇게 낡아갈 나를 생각하는 순수한 교사의 모습 모두 내 피를 맑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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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청목 스테디북스 58
에리히 프롬 지음, 설상태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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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구체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한 번이라도 그 목소리를 더 듣고 싶고, 잠시라도 더 오래 있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 책은 사랑을 추상화하여 인간의 성숙도에 상관 없이 쉽사리 충족되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책이다. 각자의 인성을 최고도로 개발하여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끈 다음에 소용있는 것이지, 그렇지 안히으념 사랑에 대한 온갖 노력도 소용이 없으며,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참된 겸손, 수양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상당히 동양적인 사고이다. 서양 사고는 추상적인 것도 구체적인 수치로, 화학 물질의 반응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이 책은 구체적인 사랑이란 형태를 세계의 양식과 병행하여 추상화한 추상 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주장은 결국, 사랑이란 쉽사리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끝없는 명상과 진실에 대한 추구가 필요할 것이란 거다. 동양의 좌선, 요가, 명상, 호흡법 등이 진실을 파악하기에 적당한 길임을 용케도 찾아낸 걸 보면, 우리 옆에 늘 있는 진실의 길을 우리는 에둘러서 알게 됨을 안타까이 생각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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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 교수의 숨쉬는 이야기 - 단침과 열기
임경택 / 명상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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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이란 사람이 맨 뒤에 보니깐, 삼풍백화점 붕괴 시, 생존자가 있다고 제보한 사람이란다. 기를 느꼈다는 불가사의한 진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안다고 느낄 뿐이다. 한의학에서 삼초니, 단전이니 하는 것을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을 보면서 수련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작게는 내 몸이라는 그릇을 닦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널리 보면 남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남을 그르치지는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한 우물을 수십년 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결같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나도 호흡법을 통해서 마음과 정신과 몸의 그릇을 깨끗이 닦아 보고 싶다. 욕심을 없애고, 집착을 놓아 버리고, 마음에 단내가 향기가 돌기를 바라면서... 뱃속에 가슴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늙어도 노인 냄새 아닌 향기가 나고, 뱃속 가득히 열기를 갖고 우렁찬 목소리로 산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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