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학교 1부 세트 - 전5권 - 1부 세트 고양이 학교 1부
김진경 지음,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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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상 소설(판타지?)이 유행이다. 우선 해리포터가 그 선발이고, 그 외에도 제왕의 반지 류의 소설들이 옛날의 무협지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들 만화에도 환상 계열의 만화도 많다. 그러나, 무협지가 읽을 때는 즐겁지만 읽고 나서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던 내 독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판타지 소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언제나 유한자인 인간이 무한성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귀신, 마법, 유령 등의 환영을 만들어 내왔지만, 역시 그런 만큼 형상화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선, 새로운 용어를 알아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 '무슨무슨 -종족'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듯이,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개발해 내어야 하고, 독자들에게 그 용어들이 쉽사리 전이되어야 한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용어들은 여간해서는 자동화되어 전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해리포터 소설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이 소설에도 물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머글(마법사 아닌 사람), 호그와트 마법학교, 공중을 날면서 벌이는 게임인 퀴디치 등등... 이 소설의 매니어가 아니면 어디에도 없는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쉽게 9와 3/4 승강장으로 빠져든다. 그것이 해리포터의 형상화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양이 학교는 우선 고양이들의 묘사에 실패하고 있다. 버들이와 러브레터, 민준이와 세나가 벌이는 기묘한 복잡구성은 처음에는 좀 먹혀 드는 듯 하더니,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면서는 평면적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역동감이 없어졌다.

아들 녀석이 다섯 권 중 두 권까지는 잘 읽더니, 3,4권에 가서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사준 지 일년이 넘은 지금도 5권을 읽지 않고 있다고 해서, 잔소리를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읽어 보니, 아들 녀석의 정확한 독서에 감탄하게 되었다. 3권부터 정확히 평면적인 구성에 지겨워지고 있었고, 4권은 읽으면서 하도 졸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도 5권은 아직 열어보지 않고 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더라도, 개성적이고 날카로운 캐릭터를 창조할 수는 없을까. '학교 괴담?'인가 하는 만화영화에 보면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두 눈중에 한 눈은 노란색인 그 고양이는 악마의 혼이 들어간 고양이다. 그런데, 우리의 버들이와 메산이와 러브레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흐릿한 독서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역시 판타지 소설의 형상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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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의 여행
제임스 럼포드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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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4세기 모로코 탕헤르의 전통 이슬람 명문가에서 태어난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기행문이 얼마전 정수일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슬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세계가 그랬을 것이다.) 그 기행문을 읽기에는 너무 두꺼운 책이라서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던 참에 그림책이 있길래, 아이에게도 읽힐 겸 해서 비싼 그림책(원가 만 이천원)을 샀다. 신문과 알라딘 서평에도 괜찮은 책으로 소개가 되어 있었다.

아뿔싸. 그러나 이 책을 넘기면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었다. 이 책을 가정에서 살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러 사람의 칭찬의 글이 얄미워졌다. 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임금님이 멋진 옷을 입은 것으로 보였을까. 나만 무식하고 단순해서 이 책이 시시해 보이나? 하고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역시 실망만 더 커질 뿐이었다. 화가 났다. 이런 책을 비싼 돈 주고 산 나 에 대해서.

그러나, 이 책이 가치 없다는 힐난은 아니다. 이 책이 필요한 곳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이다. 선생님이 이슬람 문화나, 실크로드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면, 또는 부모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넘겨 가면서, 옛날에는 세계가 둥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든지, 지구본을 보면서 이븐바투타가 태어난 모로코에서 인도 중국까지의 여정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이야기책으로는 함량미달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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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길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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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길러 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뱃속에서 부터 잘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아픈 배를 움켜 쥐고 건강한 아기를 낳으면서 모든 고통 잊어 버리고, 아기를 기르면서 부터는 개인이 사라지고, 공동의 엄마(이런 걸로 보면 우리 말의 우리 엄마는 합리적이다)가 되어 버린다. 엄마는 개인적인 볼일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자식은 왕이다.이 그림의 새끼 짐승들을 보라. 그 자신감 넘치는 왕의 표정을... 결국 버림받게 되는 엄마의 삶. 혼자 남는 어머니의 삶.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본질이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자식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결국 잘되든 못되든 돌봐줄 수 밖에 없는 삶의 뿌리. 어머니.

나는 얼마나 나밖에 모르는 아들이었나. 어머니에게 받은 것 적은 것만 불만이었고, 그 많이 받은 사랑은 다 잊어 버린 철부지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자식은 자식인 모양이다. 내일은 꼭 연락이라도 드리고, 소고기 한 근이라도 사 들고 찾아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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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aning of Life - 험난한 세상, 산다는 건 뭘까?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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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데이 북 시리즈의 한 편이다. 인생은 뭘까? 처음부터 이 책에선 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사랑은 삶은 풍요롭게 하지만, 사랑이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삶은 가치있게 살아가려는 몸짓의 모임이 삶의 본질을 이룬다. 결국 산다는 것은 순간 순간의 즐거움이 모여 나날을 이루고, 나날들이 모자이크 된 것이 삶을 이룬다.

이 책은 블루데이 북이 처음 나왔을 때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재치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우린 이 책을 넘기면서 어떤 형식인지를 알고 있다. 물론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은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끝도 없는 여정인데, 이런 책으로 재치있게 결론 내리기엔 애초에 무거운 주제였다. 돈벌이에 재미를 붙인 브래들리의 책들을 보면서, 책을 사는 사람은 적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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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10
쥘 베른 지음 / 삼성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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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4학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책이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읽어 보았는데, 내가 어렸을 때 사정이 나빠서 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느꼈다. 얼마나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영국인의 시각인가. 얼마 전 제인 구달의 글을 읽고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리라.

영국 런던에 사는 필리어스 포그라는 돈 많은 백수는 편집증적으로 정확함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카드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세계 일주에 80일 걸린다는 획기적인 뉴스를 듣고, 실천에 옮긴다. 배를 타고, 유럽 대륙을 기차고 건너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산을 넘어 코끼리를 타고 다시 중국의 상하이, 일본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미대륙 횡단, 대서양 횡단, 영국 도착에 시간이 늦었으나, 알고 보니 그는 동쪽으로만 계속 가서 80일을 시간을 소모했지만, 영국에서는 79일 밖에 지나지않았다는 이야기다.

백수 건달이 끝도 없이 돈을 써 대는 허풍노릇에 우선 질릴 지경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음을 보여 주는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와 홍콩은 그야말로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괴물들의 지옥으로 묘사된다. 일본의 우스꽝스런 묘사도 마찬가지다. 역시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곳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밖에 없는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던 시절에 쓴 소설이라는 걸 염두에 두는 나같은 독자에겐 그닥 해악을 끼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제3세계에 가까운 우리 나라가 의식만 제국주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지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는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랍권에서는 상당히 견제를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권하기 전에 어른들이 꼭 먼저 읽어 볼 일이다. 정말 평화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책들이 얼마나지천으로 깔렸는데, 이런 제국주의 시대의 망령이 활개치는 파렴치한 모험담, 허풍선이 영국인의 이야기를 아직도 읽히는 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몇 안 될 것이다. 혹시 모른다. 영국과 한국 두 나라일지...

이 글을 읽고 미국과 손 잡고 이라크 전쟁에 설쳐대는 '악의 축' 영국을(사실은 미국이 축이고 영국은 별로 축도 못 되는 게 현실 아닌가) 정확한 신사의 나라, 돈 많고 인심 좋은 나라, 세계를 주름잡는 세계의 중심, 동양의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구세주로 인식하는 충실한 독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발 다음부텀은 권장도서에서 꼭 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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