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변한다
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이당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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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색의 주제들(화두)을 다이어리 형식으로 정리해 둔 책이다. 화장실에 꽂아두고 날마다 묵상 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간혹 좀 무거운 주제도 만나지만(전쟁과 평화 같은) 가볍게 내 마음의 평화를 갈구하는 날이면 가벼운 책장을 만날 수도 있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날은 바람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을 만날 수도 있었다.

달라이 라마의 관심사가 그렇게도 넓은 데 놀랐다. 처음엔 이 책을 가벼운 수필이나 잠언 모음으로 생각하고 책을 샀는데, 읽다 보니 어떤 글은 좀 재미 없고, 진부하고 그랬다. 그런데 아침마다 몇 장씩 찬찬히 살펴보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삶이란 게 정말 소중하고, 한 순간도 가치없이 보낼 수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몸을 돌고 있는 수많은 피톨들에 감사해야 하고, 그 피톨들이 날라주는 산소에게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내 안의 우주를 늘 바라보면서 침잠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겠다. 늘 빨리 움직이기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좀 더 느리게 걷고, 차 없이 자주 걸어야 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느리게 사는 것의 소중함을 미리 깨달은 선배들을 닮으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빨리 움직을 필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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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연습 워크북 -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위한, 개정판
고영인 엮음 / 문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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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상담 이론을 서술해 놓은 책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상담 이론을 책으로 공부할 때 어려운 것은 사례만 읽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담의 이론만으로는 실제 학생들이나 상담자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담의 기법을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워크북이 있어야 한다. 연습용 책으로는 탁월한 작품이다. 故 고영인 님께서 상담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고민해 왔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책이다. 결정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있는 귀한 책이고, 자료이다. 상담의 이론을 공부한 다음, 여기 나온 다양한 자료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상담실의 학생들이 훤히 상상된다. 부디 상담 공부하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접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이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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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마음
조향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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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은 호박같이 생기지 않았다. 호박처럼 펑퍼짐하면서도 넓적한 호박잎 사이로 떡벌어진 엉덩짝을 푸짐하게 깔고 앉은 노점상 아줌마같이 생기지 않았고, 뾰족한 뾰중새 닮았다. 난 그 선생님과 10년 전에 한 번 수능 시험 감독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선생님은 전혀 모르겠지만... 조선생님의 시에는 투명한 따사로움이 묻어있다. 파스텔 톤의 봄 햇살이 나뭇가지와 재재대는 참새 소리 사이로 아스라히 비추이는 교정이 있고, 그 옆에 참새보다 더 재재거리는 지지배들이 있고, 낡은 교실과 국기 게양대에서 펄럭이며 그 모습을 저만치서 바라보는 태극기가 있다.

님의 침묵을 가르치면서 절망의 시대에 희망의 정수박이로 슬픔을 쏟아 붓던 그의 희망론을 읽어 내기도 하고, 봄비에 새싹 돋는 소리도 들을 줄 아는 섬세한 귀가 있다. 그러나 선생님의 시에는 상실의 아픔이 담담히 잠겨 있다. 돌출되지 않았을 뿐, 잠겨있지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아픔의 빛. 아픔의 내음새. 그리고 선생님의 글에서는 우리가 살아야 할 길이 길가에 피어있는 잡초와 풀꽃데미와 함께, 논과 밭 사이로 넌출지게 흐드러진 호박넝쿨처럼 헝클어져 열려 있다. 헝클어졌지만 어지럽지 않고 오히려 정겨운 길이다.

그 밭두둑엔 넓적한 호박이 툭 소리 내며 날 좀 보란 듯이 버티고 앉았다. 변명따윈 필요 없었다. 호박이 익어 있는 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저절로 그러한 것이었으니까. 길을 돌이켜 보면,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저 머얼리 학교 그림자 비추이고, 하늘엔 멀리서 초저녁 부지런한 별 한 녀석 반짝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하늘은 하늘색이었다가, 점차 보랏빛으로 물들며 저녁놀을 맘껏 풀어 놓을 수도 있으리라. 그것도 지치면 남보랏빛으로 붉은 자줏빛으로 검보랏빛으로 바뀌는 하늘을 지붕삼아 펑퍼짐한 엉덩이로 대지를 깔고 앉아 하늘을 맘껏 누리는 새와도 같이, 가슴 활짝 열어 놓고 누운 호박같이 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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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이레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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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법정 스님의 글을 참 좋아한다. 산이 좋아 산으로 가신 산사람. 법정 스님. 수행자의 근본은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생각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는 무소유의 역리를 실천하신 그는, 진리 탐구의 참 자세를 어렵지 않은 언어로 보여주신다. 이 책은 그간의 단상들을 계절별로 묶어 엮은 책이다. 류시화의 감성과 법정 스님의 이성이 결합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도라지 한 송이가 하얀 색에서 흙의 정기를 받아 보랏빛으로 살아남을 관조하는 이 시대의 '뜬 눈'의 글을 읽노라면, 삶이 그다지 팍팍하고 재미 없는 것만은 아니란 위안이 가슴을 쓸어 안기도 하고, '너는 누구냐', '너는 어디서 와서,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는 일갈이 들리는 듯도 하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시간이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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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툰
정헌재 지음 / 청하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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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지 않은 사람은 이 만화시를 읽고 '좋다'고 할 거다. 앓아 본 사람은 이 만화시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눈가가 시큰거리기도 하고, 멍하니 한 페이지를 바라보면서 책장 넘기기를 잊기도 한다. 가슴이 뻥 뚫린 마음. 그리고 너는 내 곁에 없는데, 나는 네가 그리워 어쩔줄 모르는 마음을... 아는 사람은 차마 이 책에 대한 비평을 가할 수 없다. 그저 동감할 뿐. 앓은 사람뿐 아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다.

나의 한 마디가 그이를 얼마나 마음 아프게 했을까. 내가 상처준 며칠간이 그이에게는 얼마나 기나긴 어둠의 터널이었을까. 부서진 사진기 속에 짓눌린 이미지로 남아 있는 기억의 터널 속을 헤매이는 담배 연기같은 'loveholic'의 진한 추억을 가슴 한켠에 오롯이 심어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만화시로서 충분히 서정적인 감동을 주고, 만화로서의 재미도 준다. 문학적으로 가치롭다기 보다는, 시의 독백 형식의 외로움을 초월하기 위해서,새로운 방법의 의사 소통 방식을 찾아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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