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아라비안 나이트 1
리처드 F. 버턴 지음, 허순봉 옮김, 박정욱 그림 / 알라딘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낯설어하는 아랍의 이야기, 천일과 또 하루의 이야기를 여느 아이들의 동화나 만화처럼 간결하고 유명한 이야기(알라딘과 요술 램프나, 사십인의 도적같은) 위주로 그리지 않고, 차근차근 천일 야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그린 책이다. 박정욱 씨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그림에 나타나는 섬세한 여성미와는 다른, 뭔가 아랍권의 문화에 맞는 필체로 보이는 익살과 재치의 선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혀야 한다면, 이왕이면 이 책이나 가나 출판사 간행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만화라도 원전에 충실하게 그려 줬으면 한다. 오랜만에 만화를 보면서도 뿌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구로야나기 테츠고의 '창가의 토토'를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속편인가 하고 서점에서 펼쳐 보았다가, 서가 옆에 쪼그리고 앉아 두 시간을 꼬박 읽었다. 우리가 툭하면 들르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막상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른다는 엄청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눈물조차 말라붙은 아이들이 '행복하세요'라며 감동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고, 전쟁과 폭력, 쇠붙이에 시들어가는 전 세계의 어린 생명들이 떠올라 가슴 아렸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 떠오른 건 왜일까. 동구의 시린 겨울 소련제 총알 수발이 부다페스트 소녀의 두부를 삼십보 상공으로 날렸던 57년 겨울, 김춘수는 7년 전 한국 전쟁의 한강의 모래알을 쥐고 죽어갔던 한강의 소녀를 떠올렸다. 나는 1년 전, 미제의 탱크 캐터필러에 짓눌렸던 조선의 효순이 미선이와 부시 일당의 총칼에 난자당한 이라크의 순박한 아이들의 눈빛이 가슴을 찌르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우린 촛불 하나 켜 놓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지 않은가. 이 세계에는 아직도 수천만의 아이들이 피가 모자라고, 밥이 모자라서 죽어가고 있는데, 우린 먹는 데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는 돼지로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부모님이 변해갔듯이... 개성없는 가오나시들이 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행복한 단어와 상황에서는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을 보여주다가, 악마와 수돗물에서는 검은 빛의 물이 결정을 이루지 못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보인다. 만약 이 의견을 - 물이 의식을 갖고 있다? 물은 인간 문제의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전적으로 믿는다면 신기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의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게 되면, 별볼일 없는 장난처럼도 여겨진다.

사진으로 증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음악을 듣고 파동을 이루는 물의 생명력을 우리가 이해하기엔 우리의 인지가 너무 짧지 않은가. 하긴, 우리가 생물이라고 하는 존재와 무생물이라고 하는 존재의 사이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을지 우리 작은 인간 존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전에 나무도 모차르트를 들으면 행복해 하고, 비명 소리를 들으면 전율한다던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하기야 우리 조상들의 애니미즘과 토테미즘이 바로 정령신앙이 아니던가. 인간이 최고의 지성이라는 자만을 버리고, 겸손으로 자연에 복종했던 우리 선조들. 물이 모든 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겸손하기엔 너무도 과학이 내 맘을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사는 세상이 너무 팍팍해 보이고, 칼로 자른듯 말쑥한 걸 높게 쳐주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리숙하고 까치집 머리를 한 우리 자신들을 섬세한 터치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가 심승현 작가입니다. 다음 그림판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읽게 되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이 책을 몇 장씩 넘기다 보면, 얼마 남지 않아서 안타까워지는 그런 책입니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것 처럼 보이는 냉혹한 세상도 때론 낭만적으로 느끼게 해 줄 그런 책입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슬픈 때에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봐줄 것 같은 누군가를 갈구하지만 결국 나 혼자임을 되씹을 때도 힘이 되는 책입니다. 그림만이 아니라, 읽는 이의 마음에도 아름다움을 전염시키는 전염력이 아주 강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놈은 멋있었다 - 전2권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고3 아이가 쓴 소설이래서 뭔가 시시할 거라 생각하고 읽었다. 인터넷 소설이 한계가 뻔한 거 아닌가. 역시 읽다보니 줄거리도 뻔하고 애들 노는 세계가 너무 좁은 게, 우연성 투성이고, 시시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학교 담 넘다가 키스하게 될 확률을 따진다면, 내가 대통령이 되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야, 이 아이가 소설 쓰는 법을 제법 아네 싶었다. 주인공 지은성과 한예원 이야기는 유치찬란, 눈꼴 신 그대로 였지만, 숨어있는 친구들의 사랑 이야긴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엇갈려가는 사람들의 시린 가슴을 열아홉 소녀가 이렇게도 절묘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사실은 지은성과 한예원은 마지막 사랑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김한성이 예원아, 회사 다녀 올게. 하면서 집을 나서는 대목은 정말 쇼킹했다.

고등학생 주제에 이렇게 잘 써도 되나, 세상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어도 되나 싶었고, 귀여니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업 하다가 여학생들에게 물어 보니 늑대의 유혹인가 하는 책은 더 재밌단다. 아무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만 했다. 그리고 조만간 다른 책들도 읽어 볼 계획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가 수련을 쌓기를... 건투를 바란다. 지금 많은 작품을 써서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 쉬는 것도 좋은 일일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