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경험 - 김형경 독서 성장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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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이... 시나 소설이 아닌 노래로 돌아갔다.

가장 놀랍기도 하고 자못 당황스럽기도 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과학 부문은 늘 새로운 것의 발견에 상이 돌아가는 것을 본다면

그리고 구술의 시대에서 문자의 시대로 넘어왔다가 다시 구술성 문학의 시대로 변화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밥딜런의 치유적이고 저항적인 영에이지의 가사들이 하루키보다 세계적이고 품격있는 것임에 고개를 주억일 수 있다.

 

참 책 읽는 사람이 없다.

주변에도 잘 없고, 알라딘도 북플로 개편되고 나서는 페이퍼를 쓰는 사람들의 사교장소처럼 변한 느낌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나의 직위를 이용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독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타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생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힘을 내야 한다.(164)

 

이 책은 독서모임을 운영한 기록이고, 독서모임을 운영한 노하우를 정리한 책인데,

일반 독서가 아니라 정신분석, 자아성찰에 대한 독서모임이자 치유모임 중심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자기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노라면,

현상의 문제점과, 거기 끼인 자신의 상처와,

사회의 문제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아픈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나만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를 타인에게서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독서 모임은 필요하다.

 

중년기 이후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종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220)

 

융의 말이다.

그만큼 세계는 해결불가능한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그 시점이 중년 이후라는 것.

반드시 종교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종교적 태도'는 중요한 말 같다.

종교는 혼자서 수도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이야기나누는 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것을 독서모임이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아가 그 근거없는 감정이 본래부터 실체가 없는 것임을,

실체없는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있으면 마침내 파도처럼 스러진다는 사실을,

그러면 삶의 에너지를 창의적인 일에 쏟을 수 있다는 것을.(142)

 

이런 것을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무의식의 의식화, 내면아이 돌보기, 회광반조...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줄 아는 것.(107)

 

이런 것을 독서를 통해, 모임을 통해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단언컨대,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이란 없다.

누구나 속살은 피를 철철 흘리고,

환상이 많은 이들은 시기심을 일으키고,

타인의 좌절 인내, 노력은 볼줄 모르고 겉으로 드러나는 좋은 면만 부러워한다.(100)

 

이런 것이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자기애가 강하고, 상처받기 싫다.

그렇지만, 사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돈많고 처음만난 남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귀결되었을 확률은 아주 낮다.

그 남자는 다른 '잠자는 공주'를 찾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블로그 운영자들 중에도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봐' 류의 사람들이 제법 있다.

씩씩하게 자존을 밀고 나가는 이도 있는가 하면, 이상함을 전혀 모르는 이도 있다.

거기서 만난 전혀 무관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큰 위안을 삼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다들 외로운 것이다.

피흘리고 있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상황을 나누고 인식하는 공부는 큰 공부가 될 것 같다.

 

혼자만 말하려는 사람,

자기를 특별한 사람으로 대해주기를,

자기 입장을 하염없이 늘어놓는이도 있다.

엄마가 전폭적으로 돌봐주고 지켜봐주고 들어주는 경험이 부족했던 이들이다.(46)

 

한국 현대사에서 질곡에 얽매인 엄마들은 전폭적인 지지에 약했다.

그렇다 보니, 자기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인격들이 많은 모양이다.

 

독서는 무의식적 심리 치유 작업을 돕는다.(30)

 

올해의 입시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내년의 새 일을 구상하게 해 준 책.

 

독서지도나 독서치료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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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처럼 2016-10-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적 태도와 독서모임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대목에서 왠지 모를 지지를 얻은 것 같아 힘이 되네요. 읽어봐야겠어요.
 
아이야, 천천히 오렴 - 아이와 엄마의 처음들의 기록
룽잉타이 지음, 이지희 옮김 / 양철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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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블로그가 있는 시대에, 디카나 폰카가 있는 시대에 아이를 길렀다면,

나도 아이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겼을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의사 표현을 하고 -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하거나, 긴장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태어나서 아무 것도 못하던 아이가 금세 엎드리고

아랫니가 나고 기어다니다가 침대를 짚고 서고, 걸음마를 하는 그런 과정을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돌이 지나면서 말을 배우고, 심지어 금세 농담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룽잉타이는 독일인과 결혼한 대만인이다.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 독일어를, 어머니를 통해 중국어(꽝뚱어)를 배우고,

독일 유치원을 다니면서 스위스어를 배우다가 다시 대만으로 오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상황을 겪는다.

이런 경험을 재미있게 쓴 책이다.

 

아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아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도,

아이를 기를 예정인 사람도 읽어봄 직하다.

 

어떤 경험은 ...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거든.(54)

 

아이를 기르면서 여성은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 기회 비용은 한국처럼 남녀평등지수가 밑바닥인 사회에서는 그 결핍감이 더 크다.

그렇지만, 아이를 길러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남자의 과거는 엄마인 나의 것이지만,

지금의 그는 온전히 아내인 너의 것이니, 자, 가거라.(57)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과거에 자신의 아이였던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잉타이의 시어머니는 남편의 어릴 적 앨범을 주지 않는다.

 

독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하는 건 단 한가지,

노는 것뿐이었거든요. 놀고 놀고 또 놀고...

그런데 마침 아이들을 나란히 줄을 세워 데리고 나온다.(88)

 

대만이나 한국이나 거기서 거기일 듯.

어린이집 폭력 교사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유아교육과>가 있는 국립대학에도 부설 유치원이 없다.

어린이집은 있다.

글자를 가르치고, 경쟁을 시키고, 영어를 가르친다. 미쳤다.

 

신화, 미신, 신앙...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엄마 자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97)

 

어른이 되어 아이의 눈으로 읽는 동화들은 공포스럽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잔혹한 이야기투성이고,

신화와 신앙은 권력자의 편이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엄마는 만날 나한테 생쥐 두 마리나 세 마리를 받으라고 하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잖아.

가끔은 생쥐 한 마리만 받아도 되잖아.

나한테는 생쥐 한 마리만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쥐 딱 한 마리만...(127)

 

그렇다.

아이들은 권리가 있다.

경쟁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비교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생쥐는 별 스티커 같은 것)

그런 안드레아(안안)에게 동생이 태어난다.

그 동생에게 선물을 사오는 사람의 배려. 인상깊다.

 

오늘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러 왔단다.

하지만 안안이 첫째니까 안안이 더 중요하지.

에리카가 너한테 선물을 준 다음 동생을 보러 가려는데, 그래도 될까?(152)

 

지혜란 이런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첫째의 상실감을 배려해주는 마음.

 

재미도 있고

배울 것도 많은 육아 경험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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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엎어라 - 드라마틱한 역전의 승부사 이세돌의 반상 이야기
이세돌 지음 / 살림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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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 조훈현 - 이창호...

이런 걸출한 인물들 뒤에 나타난 이세돌.

그는 구글 알파고와의 대전에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바둑 수업을 하고, 대전을 하면서 느낀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가르침에서 얻을 것이 많다.

 

스스로 터득하도록 배려했다.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고 나를 지켜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연구한 것이다.

지금도 난 스승님을 잘 만나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38)

 

특히 남자아이들을 가르칠 때 관심을 표명할수록 더 엇나가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그도 그런 경우였다.

 

그의 마인드 콘트롤 원칙.

 

1. 평소에도 안정된 마인드 콘트롤을 위해 노력한다.

2. 동요가 생기면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놓아둔다.

3.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끈기를 가진다.(84)

 

당연한 일이지만, 어려운 것이 마인드 콘트롤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에 담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고군분투해왔다는 사실을...(95)

 

아이들이 속마음과 다르게 삐뚜름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들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일 게다.

물론 이세돌은 잘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성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최고에게는 분명 남들과 다른 점, 특별한 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점이 잘 드러나고, 어떤 사람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98)

 

공부가 쉬워보이는 아이도 있고,

참 힘들게 힘들게 보이는 아이도 있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성장을 믿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다.

 

다른 사람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빨리 깨우치고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런데 자존심이 센 사람은 덤덤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위험부담을 고려해 나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신 것 같다.(159)

 

남의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더 필요한 사람도 있음을...

 

아이디어란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거듭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머리를 비우고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 갑자기 스위치가 탁 켜지며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생각이 머릿속 바둑판으로 확 몰린다.

물론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다.(180)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

이 하나만 가지고도 이세돌의 책에서 배운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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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공 - 공놀이는 어떻게 인류를 진화시켰나 세계사 가로지르기 19
김은식 지음 / 다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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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 얽힌 세계사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른 출판사의 <세상을 바꾼~~> 시리즈는 세계사의 다양한 문화사를 테마의 역사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대상으로 재미있는 독서 기회를 줄 수 있는 책. 특히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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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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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을 긍정적인 말로 '완경'이라 하듯,

이혼을 좋은 표현으로 '졸혼'이라 한단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굳이 책으로 낼만 했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 두 사람이 만나

그것도 글쓰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걷겠다는데,

책 한 권 쯤 내도 좋지 않겠나 싶었다.

 

제목은 좋다. 조심하며 걷자.

그래야 졸혼을 하든 파뿌리까지 해로하든 할 것이고,

슬프지 않을 것이다.

 

잠깐 고개를 드니 작은 구름 두 덩이가 사라졌다.

구름 있었던 자리가 깨끗하다.(39)

 

이렇게 살면 좋겠다.

그 자리가 깨끗하게 졸혼을...

 

두 사람이 정말 <걸어본다>에 맞게,

'시드니'의 포장도로뿐 아니라, 호주의 아웃백을 걸어보면서,

호주의 슬픈 역사와 아직 인간의 문명이 미치지 못한 아웃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는 정말 두 사람의 걷기를 극찬했을 터인데, 뭐, 내가 편집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느림이란 곧,

초들이 줄지어 나타나 마치 바위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까지 시간과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것.

이같은 시간의 늘어남은 공간을 깊이 파고든다.(127)

 

멋진 말들이 참 많다. 장석주편에...

그런데, 그건 다 각주가 붙은 인용이다. 아쉽다.

 

시드니 도심에는 왕립 식물원 등 공원이 많다.

공원에 깃든 고요함, 초목들, 쬐는 햇볕, 한가로움이 좋다.(165)

 

호주 대륙에 비하면 이런 부분이 아쉬운 것도 있다.

제주도 기행에서 '4.3'이 빠지면 그건 가짜이듯,

호주를 '걸어본다'고 했다면, 도시만 걸어서 가짜 느낌이 나서...

 

'숲평선'이라는 말을 보았다.

좋았다.

다만, 그 숲평선을 그저 베란다에서 바라보았음에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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