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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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눈도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동계 올림픽이라니...

거기다 정치권의 이권 침탈로 동계스포츠운영 자체가 재판을 받고 있는 판국에...

새로운 정권의 발목을 잡으려 난리인 인종들도 득시글거리고,

언론은 상처내기에 발벗고 나선 형국인데...

큰일이다.

동계올림픽을 치를 기본 시설이나 있나 모르겠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관전기다.

일본은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많은 종목에 출전하여 두루 관심을 기울이며 본 모양이다.

 

우리도 국가대표란 영화를 통해서 스키점프를 관심있게 보기도 했지만,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이외에는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정도만 출전하고 관심을 갖는다.

 

동계 스포츠에는 자연의 영향을 받는 경기가 많고,

미끄러진다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승부하기때문에

사고도 일어나기 쉽고,

스피드도 제어해야 하고,

그러니 단 한사람에게만 기대를 건다는 건 애당초 난센스.(198)

 

일본의 저변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히가시노게이고는 한국의 선전에 빗대어 애써 일본의 저변을 위안으로 삼는다.

적어도 일본은 메달권 가까이에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어서다.

맞다.

한국은 메달은 제법 딸지 몰라도,

엘리트 스포츠라는 명목하에, 오로지 스포츠에만 올인하는 특이한 풍조가 있음을 세계가 다 안다.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종목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필요하고,

국가가 썩어 빠져서는 안 된다.

 

요즘

이명박의 빚잔치 이야기를 듣노라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 자가 자신의 뒤를 봐줄 정부를 조작하느라

박희태와 짜고서 선관위 서버를 점거한 일인지... 참 징그런 노릇이다.

 

'더 플랜'이라는 영화를 유튜브에서 보고 소름이 끼쳤다.

1.5라는 숫자는 충분히 유의미하다.

그냥은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숫자, 1.5

 

일반인들은 메달, 메달 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건 훨씬 대단해.

간단한 일이 아니야.

그 점을 이해한 후 성적을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아.(150)

 

추리작가에게 토리노 올림픽 관전평을 맡기는 사람들도 재미있지만,

그걸 고양이에게 빙의시켜 이야기로 꾸미는 작가도 재미있다.

 

이제 적어도 봅슬레이와 스켈레톤과 루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겠다.

 

암튼, 이 복잡한 나라의 앞날에 희망이 비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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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7-05-30 08:0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쓸데없이 개최만 하겠다 해서
환경은 환경대로 파헤쳐지고,
시설은 어차피 쓸모없이 버려지기 십상인 강원도에서...
참 큰일입니다. 1년도 안 남았는데,
똥을 싼 것들은 발목잡기 바쁘니 말입니다...

2017-05-30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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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렌시아에 있을 때

소는 말할 수 없이 강해져서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헤밍웨이)(15)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17)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24)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35)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 길과 무너뜨린 과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41)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불리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64)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없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상처 잆지 않는 영혼은 없다.

신은 자신의 피조물들에 대해 웃지 않는다.

피조물들과 '함께' 웃는다.(93)

 

여행은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자주 그 장소에 가슴을 

갖다 대었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하며,

그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신비가 너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103)

 

테러리스트가 되지 말고 테라피스트가 되어야 한다.

공격과 치유는 둘 다 공명현상이다.

어떤 에너지를 보내는가에 따라 메아리쳐  동일한 에너지가 돌아온다.

세상은 산이다.

당신이 말하는 것마다 당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나는 멋지게 노래했는데

산이 괴상한 목소리로 메아리쳤다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불가능하다.(132)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거나 도망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기 안에서 스스로에게 쏘는 화살은 피할 길이 없다.(139)

 

즐겁고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는 교리들은 잘못 베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정의와 도그마를 넘어 두려움없이

지금 이 순간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면

언제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살아있는 경전이다.

인생은 필사본이 아니라, 각자 써나가는 책이다.

우리는 ㅇㅖ술가이며 예술 그 자체이다.

독신 수도자가 발견한 잘못 베낀 슬픈 사례... ㅋ

원문에는 '즐겁게 살라 Celebrate'였지, '독신으로 살라 Celibate'가 아니었어...(149)

 

우리 마음에는 두 마리  늑대가 싸운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

그것은 분노이고 질투이고 탐욕이다.

거만함, 거짓, 우월감이다.

다른 한 마리는 선한 늑대.

친절이고 겸허함이고 공감.

기쁨이고 평화, 사랑이다.

어느 쪽 늑대가 이기느냐는,

네가 먹이를 주느냐에 달린 것.(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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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사색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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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에게는

자신의 몸이 각질로 화해서 고립되는

번데기의 과정이 가장 고통스럽지요.

그러나 번데기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시형 곤충들은

날개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벼룩이나 빈대...

그들은 다른 동물들이 힘들게 마련한 먹이를 훔치거나

약한 동물을 집단 공격하거나

기생해서 살아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67)

 

내일 드디어 선거일이다.

구세대를 밀어낼 수 있을지,

또다시 구세대의 부패에 당할지는 내일 개표함을 열고도 계속 싸워야 결과를 볼 수 있다.

 

훔치고, 공격하고, 기생하는 자들이 집권하는 한,

이 나라는 날아오를 수 없다.

그 날아오름이 제국주의에 편승해서

개도국을 짓밟은 것이 아닌 문화 민족으로서의 비상임을 이미 김구선생이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종파에 대해 하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어라.

각기 자신의 모습대로 나를 향해 오고 있느니라.(202)

 

종교에 대한 생각도 해볼 만 하다.

 

진실로 예술이 기대하는 바는 동정이 아니라 감동이다.

진정성이 내포되어 있다면 노동도, 예술도 아름답다.(193)

 

예술이 노동으로 전락됨을 우려하는 비판에 대한 항의다.

세상엔 참 노동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이 많다.

 

노동자를 근로자라 부르는 어불성설...

아이들도 안다.

노동자는 주체적이고, 근로자는 말 잘 듣는 대상에 불과한 것을...

 

이외수 글은 간혹 읽으면서

머리를 식힐 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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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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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머릿속은 온통 코끼리 뿐이라 한다.

 

안철수가 스스로 '엠비 아바타, 아닙니다.', '박지원 상왕, 아닙니다.', '갑철수, 아닙니다.' 했다는데 ㅋ

코끼리는 계속 생각나고, 1+1도 생각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헤닝만켈이 암에 걸려 1년 10개월 투병하다 사망했다.

20개월 남짓되는 동안, 머릿속에는 얼마나 코끼리가 가득했을까.

그렇지만, 그는 쓰고 읽는 노력을 통해 코끼리를 몰아내기도 했다.

멋진 사람이다.

 

암에 걸려 산다는 것은

아무런 보장없이 산다는 걸 의미한다.

밤에 캄캄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목적지를 알 수 없듯이,

암세포 역시 조명이 어두운 길을 돌아다닌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지만,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을 우리는 끊임없이 수정해야만 한다.(401)

 

나는 본능적으로 '덧없음'이란 낱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뭔가 불분명한, 죽음을 죽음이란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었다.(423)

 

하염없이 떠올랐을 암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픈 사람을 곁에 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황망함에 공감하는 일이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그의 회상은 일상과, 사회 역사 모두를 넘나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뒤를 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여러 방식으로 경험한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과 마찬가지.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암에걸린 이후, 뭔가 예상치 않았던 것을

점점 더 자주 발견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271)

 

힘들겠지만 꼿꼿하게 자기 상념의 줄기를 기록하는 그의 의기에 존경심을 보낸다.

 

우리는 항상 희망을 절망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희망이 없으면 사실 생존도 없다.

암환자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마찬가지.(119)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원고 투고를 하고 출판 승낙 엽서를 받았던 순간의 느낌은 정말 생생하다.

 

옷도 안 입은 채 편지투입구 앞에 서 있었고

맨발 아래 바닥이 차갑게 느껴졌었던 게 기억난다.

따뜻한 물줄기처럼 내 몸을 적시던 큰 안도감이 기억난다.(255)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

이것이 감각으로 형상화되니 참 생생하다.

 

암이 걸린 지금은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된다.

나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로 속에 있다.

중병에 걸렸다는 것은, 자기 몸에서 더이상 스스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265)

 

어린 시절 지름길을 찾다 길을 잃은 느낌을 이야기하다

암에 거린 지금으로 시간이 펄쩍 뛴다.

 

영원과 영원의 순환은 어디에나 있다.(109)

 

화장터의 연기 분자들이 뒤섞일 것을 상상하면, 글쎄, 마음이 쎄하다.

 

몇 년 후에는 나도 완전히 잊힌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끔은 신경이 쓰인다.(122)

하지만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으로 예정된 원시 암반 안에서는

아무것도 녹슬거나 풍화하지 않을 것이다.(124)

 

죽음에 대한 상념 사이에서,

핵폐기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문제를 제기한다.

 

식민주의의 알려지지 않은 무기는 거짓말이었다.

19세기,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진행된 모든 침략과정에서만큼 많이,

그리고 체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경우고 과연 또 있을까.(365)

 

그의 소설들에서 전개되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잔인한 흉계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가족은 무한하다.

설사 눈 깜짝할 정도로 짧은 순간에

우리를 스쳐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가 더이상 알지 못한다 해도.(453)

 

암에 대해 취할 태도를 찾는 것은

여러 구간의 전선에서 한꺼번에 진행되는 전투와 같다.

너무 많은 힘을 거기에 낭비해버리지 않는 것.

의미없는 환상들과 치고받으며 힘을 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침입해 들어온 적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데 나의 모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림자의 모습을 한 풍차에 대항하여 싸우는 데 온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다.(173)

 

삶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른 그가

돈 키호테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책도 읽히지 않는다는 고뇌를 털어 놓으며,

그만의 비법을 알려준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더 책이 필요한 이때 나를 버렸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펼치자 단어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내가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었다.(188)

 

암과 싸우면서도 정신을 올곧게 간직하려 노력한 사람으로서,

사람으로 산다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간절하게 필사한 책도 드물 것 같다.

글자를 읽기보다는

유언을 만나러 매주 그를 만나러 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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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 -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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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은 매혹적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보통 줄거리를 따라가기 쉽지 첫 문장에 집착하지 않는데,

김정선의 이 책 덕택에

소설 첫문장을 찾아읽는 법을 배운다.

 

바람이 분다. 순간 깨닫는다.

바람은 부는 순간 이미 떠나고 없다는 것을.

정체를 알 수 없을 때까지만 내 곁에 머물 뿐.

, 바람이구나 하고 느낄 때면 이미 바람은 내 곁을 떠나고 없다.

그래서, 바람이다.(65)

 

이렇게 재미있는 감상도 들어 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김훈, 칼의 노래)

 

이 첫 문장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이방인의 첫 문장처럼 인상적이다.

버려진 섬도 아련하고, 그 섬들이 여럿이어서,

섬마다라는 말도 애잔했는데,

사람이 다 죽어 버려진 섬에 꽃이 피었다니

이 한 문장으로 시가 되었다.

 

덧붙인 이야기도 예쁘다.

이 책을 도란도란 읽는 사람들이라니...

 

-꼬노 나가이 톤네루오 누케루토 소꼬와 유키구니닷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눈의 나라였다.

 

일본어 연수를 받는데, 유키구니의 첫구절을 가르쳐 주었다.

문학은 번역할 수 없다.

저 일본어 발음을 도막도막 내뱉을 때,

또는 '나가이 톤네루오 누케루또,'의 쉼표 지점에서,

기대감과 기다림,

그런 것을 헤치고 나온

소꼬와 유키구니 닷다...는 벅차다.

 

언어를 배우는 만큼,

많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말을 알겠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최인훈, 광장)

각자 따로 놀면서도 쉼표를 통해 묘하게 이어지기도 하는...

 

광장에서 이런 멋진 구절을 읽어내지 못한 나도 참 무심하지만,

그걸 읽어내는 작가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쉼표를 통해 묘하게 이어지는, 구절들.

 

그일에 대해 나는 굳이 알고자 하진 않았지만 결국 알게 되었다.(하비에르 마리아스, 새하얀 마음)

, 이러면 안 되는데...(다케우치 마코토, 도서관에서)

    

이런 구절들을 만나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겠다.

 

모든 건 잠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프레데리크 베그베데, 9,900)

      

모든 게 달라질 거야.(카타리나 하커, 빈털터리들)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에 일요일 오후는 나쁜 시간이다.(프란세스코 미랄레스, 일요일의 카페)

    

시작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을 골랐을지,

그 호흡을 생각하게 하는 책.

 

하늘나라도 나라는 나라일 테니 나는 다시 국민이 되는 것이리라.

죽고 나서도 또 그 지긋지긋한 국민으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감옥이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감옥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신선할 것도 같고.(49)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게가공선)

아저씨 감옥에서 나왔죠.(나비잠)

 

사는 일은 지옥이고, 감옥이면서, 벗어나기를 꿈꾸지만,

그 벗어난 곳의 언어 또한 '천국'이거나 '하느님 나라'라면,

재미없다.

 

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지만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는 법이었다.(편혜영, 재와 빨강)

 

삶은 유한하고

일회적이어서

늘 당황스럽고 주저하게 된다.

 

인간은 늘 부족하고 엉성하다.

어쩌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쩌다 부모가 되고, 어쩌다 어른이 된다.

 

소설은 그 엉성함에 대한 변명이자 실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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