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의 파라다이스 - 불의에 저항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이란 어머니들을 위하여 다른만화 시리즈 5
아미르 지음, 김한청 옮김, 칼릴 그림 / 다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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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테헤란 거리는 부정선거에 분노한 청년들의 절규로 듫끓었다.

 

"내 투표용지는 어디로?"

"아마디네자드 사기꾼"

 

이 와중에 소년 하나가 사라지고,

어머니 자라와 형(자라의 파라다이스 블로거 운영자)이 동생을 찾아 나선다.

결국 동생은 시신으로 만나게 되지만,

그 방황의 과정에서 이란의 복잡한 속사정을 우회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종.

실종자가 발생하는 국가 제도는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가.

그러나, 또한 실종자를 양산하는 그 국가 제도는 얼마나 공고하고 타협하지 않는가.

 

지난날의 한국을 보는 듯하여 답답한 가슴으로 만화를 읽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몇 장 가득 메운 사망자 명단은...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속을 콱 막히게 한다.

 

타인의 고통에 눈감지 않는 사회,

그런 감정의 이입에 익숙한 사회라야 비극적인 일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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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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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 소년같은 주진우.

그는 천상 소음인이다.

소음인의 특징.

말하기 즐기지 않는다.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고집이 엄청... 세다.

 

그런데, 그 고집은, 주진우처럼 승화되면, 부정에 대한 저항으로 타오른다.

그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나는 꼼수다에도 몇 번 나가려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집이 끝장을 보게 한다.

모두 가카 덕이다.

 

그는 자신의 성장기와 기자 생활을 '정통 시사 활극'이라고 이름붙였고,

늘상 자신을 소개하듯,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 IN'의 주진우라고 하지만,

그는 더러운 넘들이 뻐기고 사는 꼴을 보지 못하는 쪽으로 이미 고집이 굳어져 버렸다.

이런 멋진 소음인이 있어서, 그리고 그 소음인이 음지에서 혼자서 불평불만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빠큐~를 날릴 수 있어서 다행인 것이다.

 

스스로를 '나는 열일곱살 주진우'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열정이 열일곱의 그것이라는 선언이자,

더러운 세상과 결탁하지 않는 순수함을 지키겠다는 고집이다.

아름답다.

소년의 그것은...

 

근데, 그런 소년의 옆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

강정마을 함세웅 신부님에게 소년이 묻는다.

"왜 우리는 맨날 지는 싸움만 하느냐, 왜 맨날 져야 하느냐?"

함 신부님 왈,

"주변 사람이, 동지들이 당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사람들한테 부끄러우면 안 되잖아."

신부님은 신념이라고 하지 않으셨다.

"다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우리만 편하자고 그쪽으로 가면 안 되잖아."

"신부님, 그래도 너무 자주 져요."

신념도 아닌, 그래서 너무도 자주 지는,

그렇지만 나만 편하자고 살 수 없는, 남들이 다 당하는 쪽에 서있어야 하는 소년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다.

 

이 책에 '나꼼수'의 그림자는 일부분이다.

주진우의 삶과 투쟁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의 투쟁은 더러운 것들, 가진 자들의 오만과의 싸움이었다.

그곳엔 삼성도, 부자를 위한 교회도, 검사도, 언론사도, 박근혜도 모두 있었다.

그들은 주기자 하면 쫄 것이다.

주기자, 용감하고 무쌍하고, 무식하게 싸운다.

원래 무식하면 적이 없다.

주기자가 있어, 그나마 한국 언론은 다행이다.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란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하면서,

친일파 문제를 거론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들추면, 감자 넝쿨 걸려나오듯, 칡넝쿨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듯,

비리와 문제가 리좀을 이루며 끝없이 뿌리를 이어 나오게 되어있다.

주기자는 그 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노라면,

그가 기자 생활을 통하여 느꼈던 짠~한 순간들도 많이 등장한다.

장자연이나 최진실 사건을 접하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많이 겪게 된다.

그 사이에서 옳지 않은 인간들을 대하면서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듯 적기도 하지만,

열일곱 소년같은 치기로 적은 품이 귀엽기도 하다.

 

모든 책은,

수선화가 연못물을 내려다보듯,

나르시시즘에 젖어 씌어진 것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그게 인간인가? 거울이지.

거울 조차도, 백설공주 계모처럼, 누가 이쁘냐? 제대로 말하면 깨부술겨~ 이러고 보는 게 인간인 바에야...

 

이 책 역시 주진우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거울의 프레임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주진우의 프레임 속에는 금전과 권력을 향한 솟구침에 대한 갈망이 없어... 아름답다.

 

노무현을 인간적으로 끌어안는 주기자.

그렇지만 노무현 시절의 실정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깐다.

그게 정론이니까.

특히 대추리의 진실...

애초 수용 예정 면적은 25만평에 불과.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부가 285만평이라며 모두 나가야 한다고...

아직도 진행중인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와 해군 기지...

아직도 감옥에서 가해자로 죗값을 치러야 하는 용산 피해자들...

 

제법 멋있어 보이게,

정통 시사 활극... 운운하며 글을 썼지만,

주기자는 알고 있다.

 

지금은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명히 깨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346)

 

추잡하고 비굴한 세상이라도,

이런 소년들이 있는 한,

세상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리하여...

선거를 통한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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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들의 영웅 - 차별에 맞선 위대한 혁명가 빔 암베드카르 다른만화 시리즈 6
스리비드야 나타라잔, S. 아난드 지음, 정성원 옮김, 두르가바이 브얌, 수바시 브얌 그림 / 다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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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역사가 깊다.

문제는 아직도 그 카스트 제도의 굴레에 묶여 사는 사람들 중에 불가촉 천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불가촉 천민이라는 이유로,

물을 마실 수도 없고,

마차를 탈 수도 없다.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 역시 고통을 받기 때문에 도와줄 수도 없다.

암베드카르는 그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인도 헌법에 평등의 원칙을 제시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힌두 사람들의 폭정, 억압, 부당함은

불가촉 천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사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하는데,

이 책에서는,

설마 현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여 죽은 이야기,

숙소에서조차 쫓겨나거나 훨씬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이야기,

도끼에 맞아 죽고 화상입어 죽은 이야기,

강간과 폭행, 살해가 일상으로 일어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불가촉 천민의 이야기를,

독특한 구성과 그림으로 형상화 하였다.

 

이 만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말풍선이다.

희망적인 이야기는 새모양으로 형상화하였고,

가시돋친 말은 전갈모양에 넣었다.

말조차도 전갈처럼 사람의 마음에 독을 품어 죽일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당연한 권리조차도

특정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요원한 것으로 보이는,

세상의 다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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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4 : 중국 2 현대 편 먼나라 이웃나라 14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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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합작과 기회주의적 쑨원의 행보

공산당의 모택동과 주은래

홍군의 혁명과 개혁 개방까지

 

중국의 현대사가 숨가쁘게 그려져 있다.

 

중국의 현대사에서는 군벌과 국민당, 홍군의 대립이 치열하게 이뤄진다.

결국 홍군이 승리하게 되는 데는 모택동의 영도력과 방향성이 큰 역할을 한다.

주은래(저우언라이)가 옆에서 협조하는 모습은 역사에 길이 남을 부분이다.

이십 여년을 집권에 대한 욕심없이 보조하였다니 말이다.

 

올림픽과 엑스포를 거치면서 중국은 세계대국으로 약진을 꿈꾼다.

물론 소수민족 문제, 공산주의의 소통 부재 문제 등을 안고는 있지만,

올림픽과 엑스포를 통한 의식 고양도 중국에 힘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의 현대사는 복잡다단한 사건들의 연속인데,

지나치게 사건 해설에 치우친 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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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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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족보가 있다.

나는 ‘경주 정씨’ ‘00공파’ ‘00대손’임을 외우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집 족보가 가짜임을 나는 알고 있다.


조선은 망했지만, 조선인이 살고 있는 나라, 그게 한국인들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이란 사회의 권위주의, 남성우월주의, 남성중심 성문화, 가족중심주의는 조선조 유교적 질서가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아직도 '상놈의 자식', '근본이 없는 집 자식'이 욕일 수 있는 사회다.


박에스더는 그 남성적 질서가 가장 강한 방송국 기자 생활을 하면서 온갖 물음표를 달고 살아왔다.

그래서 그 물음표의 시원이 어딘지를 처절하게 묻고 있다.


이 책의 꼭지들을 읽으면서 수십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의 역사 공부가 좀더 깊었더라면,

그래서 박노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사태들을 낳았을 원인들을 좀더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내고,

강제했던 역사적 배경에 조선의 ‘성리학적 종법 사회 질서’가 있었음을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도 거기서 연유할 수 있고,

자기 아이를 위하여 가장 많은 학원 시간을 투입하고, 심지어 인생을 다 거는 엄마와,

결혼 하고도 자식을 위하여 집을 사주는 등의 투자를 하는 이상한 부모가 사는 나라.

그래서 남의 식구를 입양하는 일은 생각하기도 힘든 나라.


그 근원이 어디 있는지 밝히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당신의 집안이 ‘양반 가문’이었음을 자랑하지 말라.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입으로 ‘근본 있는 집안’, ‘뼈대 있는 집안’의 무의미함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삼종지도’와 ‘현모양처’의 멍청한 여인상을 배척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신사임당은 한량 남편 지도에 실패하고,

첫째 아들 역시 한량 스탈이라 실패하고,

차남 율곡의 교육에 올인하여 5만원권 초상으로 등극하시었다.

어찌보면 21세기 강남 엄마의 표본이시니 5만원권 초상으로 적합할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슬픈 일이다.


역사적으로 부패한 왕조가

식민지 경험과 동서 냉전의 경험 속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광장과 밀실’이 발달한 두 나라로 쪼개져 버린 역사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했지만,

그래서 가장 급격한 기울기로 마음의 울렁증이 생겨버린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양극단에서 느껴지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불안감.

국가는 국민을 팽개치고 각개 약진만으로 버티어지는 국가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한국의 어떤 세대는 조선왕조부터 식민지, 전쟁, 독재기를 거치며 살아온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의 피조물인 것이다.

그 역사 속에서 '거짓 날조된 역사'는 가르쳐졌지만,

아직도 권력에 앉은 자는 '한국 근,현대사' 폐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는 낮은 수준의 역사 인식을 가진 가엾은 나라다.

(결국 뉴라이트 정권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하여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폐지하고 '동아시아사'라는 애매한 과목을 신설했다.)


그 역사의 추체험들이 날줄과 씨줄로 얼키고 설켜 만든 것이 대한민국 사람들이란 모습의 단편들일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다른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것은 박에스더의 치기어린 용기였을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자리는 많지 않다.

박에스더의 문제제기와 함께 살고 싶은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이 숨쉬는 함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로서의 한국의 도래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근본없는 자식, 상놈의 자식임을 드러내놓고 자임하는 것이다.

 

 

시인 이영광은 이 주옥같은(? 빨리읽기) 대한민국을 이렇게 시로 썼다.

통,쾌,하,게,도...

 

대(大)

 

대한민국이여, 대가리에 쓴 그 대(大)자는

음경확대수술 후유증 앓는 곪은 귀두 같구나

커질 수만 있다면 문드러져도 좋아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

반쯤 얼어터진 봄이 다 가도록

사람 죽여 원혼 만들고

전쟁과는 전쟁할 줄 모르는 공포의

대한민국이여, 함께는 사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절망이겠지

무수히 적을 물리쳐도 예부터

전쟁을 무찌른 용사는 없었는데

대한민국이여, 겨우겨우 키운 좆 움켜쥐고

사창가로 쳐들어가는 취한 수컷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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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0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마지막 줄이 멋지군요.ㅋ
신사임당에 대한 해석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어요.
저는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를 샀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글샘님처럼 리뷰를 쓰고 싶은 충동이 확 일어나는군요. ㅋ

글샘 2012-03-07 01:07   좋아요 0 | URL
저처럼... 리뷰를 쓰다뇨? ㅋㅋ
기대하겠습니다. ㅍㅎㅎㅎ

saint236 2012-03-06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앤 파커스에서 저런 책도 나오는군요. 전 자기계발서만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글샘 2012-03-07 01: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계발서인줄 알았는데, 뜻밖의 사회비판서더라구요.
박에스더의 문장은 가파른 건조체인데, 마음은 뜨거운 용광로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