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김제동은 개그맨이 아니다.

그는 사회자(스스로 좀 높여 사회사라 부르란다.)인데,

좀 웃기지만, 소탈하고 유쾌하고 예리하고 지적이고 노력하는 사람임이 금세 보이는 사회사다.

 

그러던 그가,

현직 대통령의 취임식 사회를 맡을 때만 해도 방송에서 아주 잘 나가던 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고 나서, 방송에서 퇴출된다.

잘 된 일이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의 사회자들이 걷는 길에 놓인 돈에는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있다.

절~대로 정치적 발언에는 가까이가지 않는 것.

그것이 불문율이다.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제가 너무 정치적이라구요?

아니요, 사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같은 사회자들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은 동의의 강한 표현일 수도 있으므로.

그가 사회를 본 대통령의 시대 덕분에 그는 어쩌다 보니 '정치적인 것'의 쪽에 서게 되었다.

그 '정치적인 것'은 프랑스 정치철학자 랑시에르의 용어인데,

구체제가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치안)과

저항세력이 들여다보려는 것(정치) 사이의 갈등에서 불거지는 것이다.

명확히 김제동이 선 자리는 그 경계선, 갈등의 발화 지점, '정치적인 것'의 위치인 것이다.

 

앞의 책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났다.

 

(유명인) 이외수, 김용택, 홍명보, 엄홍길, 정재승, 고현정, 강우석, 김C, 양준혁, 설경구, 조정래, 황정민, 정호승, 수영, 최일구, 나영석

(정치적 인물) 정연주, 박원순, 이정희, 남경필, 안희정, 유인촌, 문용식, 신영복

(무명인) 해녀

 

유명인 중 정치적 인물은 정치가가 아니라, 어쩌다 정치 쪽에서 억압자나 억압당하는 자도 몇 넣었다.

이번 책의 <어깨동무>는 유사한 기준으로 나누면 이렇다.

 

(유명인) 조용필, 이효리, 조수미, 손예진, 하정우

(정치적 인물) 한홍구 서해성, 백낙청, 안철수 박경철, 문재인, 법륜, 곽노현, 윤도현, 공지영, 김어준, 김제동

(무명인) 알바 대학생 2명

 

이 모든 것은 가카의 하해와 같은 성은의 덕인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을 '정치적인 것'에 관심갖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정치적인 것'의 지점에서 들여다보기에 관심을 갖도록 한 2011년의 현상, 나는 꼼수다의 역할 또한 지대하다.

저기서 5년 전같으면 그냥 유명인에 들어갈 사람들이 안-박, 곽노현, 윤도현, 공지영, 김제동 등이었을 게다. ㅋ

다 가카의 은혜다.

 

노무현 관장사 파문으로 노무현 신드롬의 바닥을 보게 한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부터,

대선 주자로 일컬어지는 안-박 커플과 문재인,

나꼼수 대표 김어준과 묻어가기 공지영

민주화 시기의 대부 백낙청

김어준 저리가라는 직설 상담의 대가 법륜스님

서울시장 선거 비리 물타기용으로 휘몰아친 곽노현 파동...

그리고 대학 등록금 문제로 싸우는 두 대학생까지...

정치적인 것들 투성이인 현실에서 그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좋은 의사소통은 내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풀 것인지 묻기를 잘 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제동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풀어내는 방식을 취해서 듣기 편하다.

 

쇼가 나쁜게 아니에요. 진실을 감추기 위한 쇼도 있겠지만

진실을 더욱 확장하기 위한 쇼는 얼마든지 해야죠.

우리가 정주영 회장의 쇼를 계승하지 못하는 게 문제죠. (서해성)

 

나쁜 쇼가 판치는 세상이어서 이런 말도 단물같다.

 

내가 매번 학기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이 있어요.

공통적인 것을 묶어보면 우선은 첫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또 하나는, 실수는 당연하다는 점이에요.

강물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아는 방법은 뛰어드는 수밖에 없어요.

계획이 아니라 가슴이 따라가는 대로 하면 그게 다 이어지고,

실패 경험조차도 자신의 인생을 지탱하게 만들어준다고 봐요.(안철수)

 

안철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진다.

깊은 사람이어서 그럴 게다.

 

군인들이 총 들고 나와서 개발을 밀어붙이고,

학생들이 피 흘려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투표를 잘 해야 해요.

지연, 학연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하고,

정치인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을 보고 누구를 투표할지 고민이 있어야죠.(법륜)

 

시대를 잘 읽어주는 분이다.

이런 분들이 토크 콘서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장을 만드는 일은 유익하다.

문제는... 그 토크 콘서트장에는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간다는 것이다.

그런 콘서트를 케이블 방송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방송국이 그렇게 많아도, 모두 <친정부> 방송국이란 문제가 있다.

<반정부> 했다가는 빨갱이가 되어버릴 것이니... 못 하는 거겠지만.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누구나 어떤 결핍과 아픔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의 마음 속엔 365각형 마음이 있다잖아요.

전 어릴 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거나 어떤 일을 겪은 뒤에,

밤에 자리에 누워서는 '내가 왜 그 상황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지?' 이러면서 밤을 새는 거예요.

또 그런 마음을 들키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렇다고 내 마음을 남에게 내려놓을 수도 없고... (손예진)

 

이런 말을 이끌어내서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결핍과 아픔에 대해, 들키기 싫은 마음에 대해 말하기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누구나 살면서 그렇잖아요.

그런 사람 만나고 싶은 거죠.

딱 보고 그냥 네 맘 안다.

아주 단순하지 않습니까?

'네 맘 안다.'는 사람.

앞에 어떤 수식어 붙이지 않아도 딱 보면 아는 사람 만나고 싶은 게 누구나의 꿈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장난처럼 이 책의 인세는 결혼자금이라고 들먹였고,

사람들마다 장가가라는 투로 말을 걸지만...

눈이 높아도 너무 높다. ^^

이렇게 알 거 다 알면, 결혼은 할 수 있겠니?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네, 이 사람아. ㅎㅎㅎ

 

 

--------------------- 어색한 표현 한 군데

 

221.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관조하는 입장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조'는 좋은 뜻이다. 세상을 바라보면서(관) 마음에 대응되는(조) 어떤 생각을 얻게 된다는 건데... '관망' 정도로 바꿨으면 좋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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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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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결혼한 황민웅-정애정 부부...

그러나 화학 약품에 중독되어 백혈병에 걸린 황민웅은 죽고 만다.

정애정은 삼성이란 괴물과 싸운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 졸라 훌륭한 법관님들의 2009. 5. 15일 판결.

 

황민웅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인정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은 일관성이 있으시다. 무조건 삼성 편이니깐.

 

법원 : 증인은 가스가 나오는 걸 직접 보셨나요?

증인 : 저... 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요.

법원 : 그런 상황이면 방독면을 왜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증인 : 그게... 현장이... 왕따 당하게요? ㅎㅎ

 

참 저질 공장이다.

그런데, 저질 인간들이 들어앉아서,

인간에게서 떨어질 먼지나 걱정하고 있다.

 

인간하나 죽든말들... 법원이 감싸주니 지들은 무죄다.

 

이 만화에선 전문 용어가 너무 많이 등장하여 이해를 방해한다.

좀 얇게 정리되더라도 반도체 생산 공정을 꼭 필요한 용어와 기술만 정리해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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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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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모든 걸 가졌다.

돈도, 땅도... 그리고 권력과 그 시녀들도...

그러나, 삼성이 가지지 못한 것 하나, 바로 사람 냄새.

 

삼성 반도체에서 새파란 청춘들이 백혈병으로 쓰러져 죽어갔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아이들이

그 팔팔한 피가 식어가는 동안,

삼성이 한 일은... 사기와 회유, 회피와 협박... 이런 더러운 짓이었다.

돈을 준다고 하고 사표를 종용한 후, 돈을 안 준다. 치사한 새끼들.

산재 처리 해달라고 하면, 개인적 질병이라고 안 해준다. 더러운 새끼들.

 

이 책에선 백혈병으로 죽어간 유미의 아버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닌 기록과,

삼성이 어찌하여 최고의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노조를 억압하여 왔던지를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난다.

그 젊은이들의 아픔에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난다.

이런 꼬락서니의 나라에서 그 기업에 뽑혀가는 것을 최고의 출세로 여기는 세태에 속이 뒤집어진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 죽음의 공장 앞에 이력서는 끝모르게 높이 쌓여만 간다.

이력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업의 이윤도 쌓여 가고...

 

반올림(SHARPs) 이란 단체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밝혀 산업 노동자의 노동건강권을 확대하자는 목표로 모인 사회, 인권 단체들의 연대체라고 한다.

Solidarity(연대), Help(지원), action(직접행동), Research(연구), Public relation(더 많은 홍보를 위한 선전)의 약자다.

 

이 젊음들의 죽음에 답해야 하는 것은,

꼭 삼성만은 아니다.

삼성의 독주를 알면서도 방기한 정치권 뿐만 아니라,

그런 사회를 만들어 놓은 모든 어른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답하라고 캐물어야 한다.

 

왜 투표하러 오지 않느냐고 꾸짖을 것이 아니라,

제발 좀 찍고 싶은 놈들이 정치를 하라고 꾸짖어야 한다.

또다시 진보세력 물어뜯기가 이전투구의 뉴스를 흘리고 있다.

똑같이 더러운 놈들이라고 묻어가려는 소행임이 안 봐도 비디오다.

 

가진자들을 위하여 온갖 연대, 지원, 행동, 연구, 홍보를 아끼지 않는 <삼성>과 <정부>에 맞서,

많이도 말고, 반음만 올려서 인간답게 살자는 반올림(#) 운동이 질 수밖에 없는 다윗의 싸움인 것도 뻔하지만,

결국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것은 다윗들의 의지다. 다윗들의 연대이고, 다윗들의 관심이다.

 

세상은 우연성에 의하여 촉발된 일들 투성이지만,

부정부패에 맞서 싸운 이들이 전진을 위하여 십보 후퇴 일보 전진하여온 것들이 역사의 기록들이지만,

다윗들의 연대는 늘 전진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도록 일깨워주는 좋은 책이다.

 

어차피 더러운 세상, 이러고 관심을 접으려는 이들이 한번쯤 고민하며 읽으면 좋은 책.

그래서 총선은 기권했어도, 대선은 꼭 찍으러 가겠다는 맘을 들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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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6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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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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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쾌하고 상쾌하다.

또한 이 책은... 슬프다.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글들은,

언어 유희의 극을 달린다.

개그 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아이디어 회의하기 전에 이 책을 숙독해야 할 것이다.

언어를 자음, 모음이 달라지면서 어우러지는 화음으로 읽어낼 줄 아는 사람은 드문데,

그는 아주 귀한 귀를 가졌다.

 

요즘 농담삼아,

귀가 둘인 이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는 세대라는데...

그의 두 귀는 세상의 언어들을 자음과 모음으로,

글자와 글자를 띄워 읽고 붙여 읽어서...

언어의 재미를 잡아 낸다.

 

국어사전을 펼치면... 대통령보다, 권력보다, 국민이 앞선다...든가,

대한민국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서... 4999만명 앞에선 평등하지 않다는...

대한민국 헌법은 낡았단다. 헌 법이어서... 대한민국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를... 서민으로 바꾸란다.

 

부산갈매기를 갑자기 응원해서... 왜? 이러고 있었더니...

나쁜 정치를 부추기는 나쁜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 응원하는 정신이 가상하다나?

 

이 사람 글을 읽고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톡톡 튀어나온다.

 

면봉으로 내 아이의 귀를 후벼보세요.

솜에 묻어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공부해, 일등해, 넌 도대체 누굴 닮았니, 답답한 놈~!

 

이런 소리가 잔뜩 묻어나온다면 당장 의사를 찾으세요.

아이의 귀를 치료해줄 의사가 아니라, 당신의 입을 치료해줄 의사를...

 

거친 소리를 가득 담고 있기엔, 아이의 귀는 너무 작고 여리답니다.

아이의 귓속은 아름답고 따뜻한 소리로 가득해야 합니다.(282, 아이의 귀를 후벼 보세요)

 

재미있는 표현을 적자면 한도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 사이사이로,

노란 포스트 잇처럼, 노랑 딱지가 가득하다.

심지어 노란 표지에, 노란 페이지까지 가득하다.

마음이 젖어든다.

눈물도 훌쩍거리고 난다.

 

그렇지만, 울고 나면 힘이 난다.

울고 싶을 때, 옆구리를 쿡, 찔러주는 책.

정치의 무풍지대에 웃음의 바람으로 세상을 밝히려는 무모한 도전으로 가득한 책.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힘을 내도록 부추기는, 위험한 책.

 

----------------------

 

표지부터 이 책에서 댓 번 정도 나오는 '아니오'는 표준어가 아니다.

<아니요>가 올바른 표현이다. 이것이 <예>의 상대어인 말이다.

'나는 도둑놈이 아니오.' 처럼 말할 때, '아니오'가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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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4-2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아름다운 봄이예요~~~~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아 예쁘다. 제 귀를 후비면 어떤 소리가 날까요? ㅎ

글샘 2012-04-27 07:4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름다운 봄이예요~~~ 를 읽는데 왜 귀에 앙드레 김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요? ㅋㅋ
아름다운 밤이에요~~~ 해서 그런가?

빛나는 꿈의 계절은 맞는데,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은 맘에 안 드네.
눈부셔서 눈물이 어렸다면 봐줄게요. ㅎㅎ

귀에서 토익 리스닝 소리 좀 나오지 않을까?
잘 지내시죠?

세실 2012-04-27 10:46   좋아요 0 | URL
난 장미희 생각하고 한건데요? ㅎ
눈부셔서 눈물이 어렸을껄요? 아마?

요즘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저흰 휴강했답니다. 모처럼 휴일같은 한주 보내고 있어요~~~
이렇게 맘이 편안할 수가...ㅋ

글샘 2012-04-27 14:48   좋아요 0 | URL
아, 장미흰가보다. 앙선생님도 좀 비슷한데... ^^
 
파지아 쿠피 - 폭력의 역사를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인
파지아 쿠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아프간의 현대사는 한국의 그것보다 더 폭력적인 것으로 점철되어 왔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탈레반의 폭력은 극에 달했다.

이 폭력을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성 정치가 파지아 쿠피의 이야기이다.

 

죽음의 문턱을 네 번이나 넘나들면서도 아직도 아프간의 미래에 희망을 가진 정치가.

그는 아프간 사람들의 사랑을 가득 받는 살아있는 희망이다.

그들의 현대사는 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역사였다.

그것을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받아들이기 힘들다.

상실감이 너무나 크고 부재가 남긴 구멍이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고통이 늘 충치처럼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 고통을 완화시켜 줄 진통제는 없다.

 

나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인사도 없이 떠나보내는 것이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왜냐고 물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게 우리 삶의 방식이었을 뿐이다.

 

이런 구절을 읽는 일은 가슴아픈 일이다.

이것이 삶일까? 과연 이런 곳에서 사는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 하나야.

집을 잃는 것도 끔찍한 일이야.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바로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일 거야.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리고 꿈을 잃는 것은 가장 슬픈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두 딸에게 주는 편지에서)

 

상실만을 요구하는 국가에서, 자신을 잃는 일이 가장 슬프다는 언술 자체가 슬프다.

 

어느 가난한 마을에서 7년 새 다섯 아이와 여섯째를 임신한 병든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에게 병원에 갈 것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날 병원에 데려가려면 염소나 양을 팔아서 치료비를 마련해야 해요.

남편이 가겠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우리가 거기까지 어떻게 걸어서 가겠어요.

우린 나귀나 말이 없기때문에 사흘이나 걸어야 해요.

 

내가 죽으면 남편은 다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어요.

가족은 염소젖과 양고기를 먹을 수 있고요.

하지만 염소나 양이 없어지면 이 가족을 무엇으로 먹여 살리겠어요?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하겠어요?

 

비유적으로 '희생'적 삶이 아니라, 이 여인의 삶은 날것 그대로 '희생'이 아닌가?

 

후진적 아프간 족벌 정치 시스템을 비꼬는 말이 있다.

 

"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 사촌/조카/집안의 오랜 친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누구겠어?"

뭐, 우리 나라랑 비슷하다. ㅎㅎ

 

파지아 쿠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과 안정'이 밝은 미래를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오늘도 죽음을 무릅쓰고 정치에 뛰어든단다.

김구 선생이 죽음을 염두에 두고 두 아들에게 '백범 일지'를 남겼듯이,

그도 늘 죽음이 함께 하는 삶을 살기에, 이 책을 남긴다고 하니, 참 삶과 죽음이 맞붙는 아이러니를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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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12-04-1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파지아 쿠피는 아프간 여성 중에서는 축복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말이나 차를 이용해서 피난을 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요. 제가 알고 있는 아프간에 대한 지식이 단편적이긴 하지만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서 본 아프간 여성들의 비참함에 오금이 저릴 정도였거든요.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글샘 2012-04-15 14: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
탈레반 집권 이후, 여성들의 인권은 땅에 떨어졌다더군요.
휴 =3=3 저런 상대적 비교를 통해서나... 감사해야 하는 나라지만... 정말 끔찍한 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