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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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책을 많이 읽었다.

주로 삶의 국면에서 만나게 되는 사태들에 대한 질문과 대답, 즉문즉설들이었다.

 

근데, 오연호가 조국 다음에 취재한 대상이 법륜 스님이었을 때, 이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멘토로 생각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내가 알던 법륜 스님의 이미지완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멘토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다.

 

법륜 스님의 생각은 막힘이 없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법륜 스님이 추구하는 몇 가지 이상 중의 하나가 <통일>이다.

환경도 중요하고,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흥하는 이 시점이 <통일>에 대하여 강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때라는 말에는 공감 200%다.

 

통일에 대한 남,북 정치가, 인민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는지,

통일을 위해 우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통일 일꾼을 어떻게 뽑고, 어떻게 만들어가야할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이미 좌아악 그려져 있다.

 

물론, 이 그림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려진 것들이다.

한국 정치판은 <소승적 차원>에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욕심쟁이들의 이전투구판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또 어떤 몽니가 정치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처럼 쉬운 일이라면... 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아, 가장 최근의 두 대통령이 고인이 되셨구나... 모두 이명박 탓이다. 검찰 탓이다. 나중이라도 그 죄는 캐물어야 한다.)

어떻게든 통일의 못을 하나하나 박아나갔을 것이다.

한방에 그 못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통일 논의는 그닥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통일을 논의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올해의 정치판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한다.

 

통일 논의가 평화 논의로 변질되는 과정도 정확히 꿰뚫고 계시고,

한국 정치판의 엉망인 것을 다 떠안고 가야하는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깔끔하다.

역시 멘토가 될 만 한 인물이다.

 

의병의 자세로 통일일꾼이 되고자 하신다.

 

"명예와 이익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좋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무리수를 두면서 수구꼴통을 안고가지 못한 남-남갈등은 해소해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남한은 자본주의 사회이니 그 핵심인 경제력이 세습되는 것이고,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이니 제일 중요한 정치 권력이 세습되는 거죠.

양쪽 다 체제의 핵심 권력이 세습되고 있습니다. 남한의 것이 합법적인 차이가 있고...(181)

 

스님은 결코 한쪽을 일방으로 비판하는 일이 없다.

늘 균형을 갖춰서 양쪽을 모두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진다.

 

통일을 앞두고 북한과 소통해야 하는데, 스님은 그 소통의 일선에서 일하신 지 20년이 되었다.

안철수 대통령이 나오면, 통일부 장관이라도 해 주셔야 하는데 ㅎㅎㅎ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구심점으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정말 발돋움이 아니라 날개를 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유신 공주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쇼를 벌였는 모양인데,

왜 빨간 색을 싫어하던 넘들이 빨간 색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어 자못 흥분되기도 했다.

 

돈만 많은 양아치의 나라가 아니라,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는 '니들만의 천국'이자 '생지옥'인 나라가 아니라,

식민지와 분단, 전쟁의 지난 100년의 상처를 완전히 청산하고나서,

완전히 새로운 100년을 향한 설계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가진자의 정치는 파이를 키우는 것만 이야기한다. 파이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이 파이를 키우라고 하지 않았다. 마음이 뚱뚱한 자는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지나가길 바라라고 했다.

오병이어로 수천명이 먹어도 그릇그릇 산더미같이 남는 세상은, 파이를 나누는 일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적어도... 만족할 수 있음의 이야기다. 많아서 배터지게 먹는 이야긴 아닌 것이다.

 

통일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양극화 해소는 파이를 잘 나눠갖는 것이지요.

키워지지 않는 파이 안에서 분배의 균형점을 잡아나가려고 하면 심한 갈등을 불러오겠죠.

통일이야말로 그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죠. 통일과 복지는 함께 가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가 내부 질서의 조절이라면, 통일은 외부 환경 조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외가 맞물려 있어서 이 둘 중 하나만 갖고는 어느 것도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267)

 

넓게 보고 멀리 보면, 해법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남남 갈등의 구도를 대승적 차원에서 뛰어 넘는다면,

그러기 위해 통합적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다면,

부족한 그대로 껴안기에 성공한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혐오감을 느끼는 이라면,

희망이 저주스럽게도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갇혀있음을 아쉬워하는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읽고 나서, 통일 일꾼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스님 역시... 부디 건강하시어 통일을 위한 <모탕 : 도끼질을 위하여 받치는 나무>이 되어주시길...

 

 

 

----------- 시빗거리 하나...

100족 홍익인간의 설명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다. 일본어 '인간'이 들어오기 전까지, 고전에서 '인간'은 '세인지간' 곧 '세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인간을 '이주민' 등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하늘나라에서 온 환웅이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홍익인간에 가깝다. 재세이화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있으면서 (하늘의) 이치를 이룬다... 그러니, 인간을 '세상'으로 옮기는 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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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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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가 '헌법', '법조계', '교회'를 툭툭 건드리다가, 이번엔 '욕망'을 건드린다.

'인권'에 대한 것은 인권위원회와 관련된 것이니 좀 다른 분야고...

한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것들을 건드리고 다니지만,

그의 말처럼, 참 소심하게 건드려서 별로 시원치도 않은 책이다. 갈수록 맥이 빠지는 책들이다.

 

욕망해도 괜찮다니... 욕망한다... 이런 말은 없다.

욕망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람... 은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뜻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국어사전의 풀이다. 철학적 개념은 미진하다.

인간의 욕망이 늘 문제다.

 

라캉은 수식처럼 이 문제를 제시한다.

     욕 망   =    요 구  -  욕구

     desire = demand - want

 

인간의 삶에서 '가지거나 누리고자 함'의 범위를 요구라고 한다면, 욕구는 성취 가능한 것을 가리키는 말일 수 있고,

결국 '욕망'은 영원히 성취 가능하지 않은 것이고,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죽어서야 해결되는 영원히 해결불가능한 대상이란 거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저자가 분명히 한국 사회의 거품같은 <욕망>의 문제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서전 비슷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책을 썼을 때는,

본인 개인의 욕망에 우리는 관심이 없다.

어이하여 한국 사회가 이렇게 성매매 산업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부킹 등으로 바람난 남녀들이 그렇게 많아지게 되었는지를 밝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지 많이 남는 책이다.

 

세상에 한국처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기는 커녕,

술 마시고 차가 들썩거릴 정도로 그 좁은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나라는 없다.

주말 고속도로엔 그런 버스들이 흔들흔들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속버스 댄스는 '휴가 없음'의 나라, 가장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의 민중들이,

휴일날 여행과 여흥을 모두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욕망의 임시 방편>이 굳어져버린 것일텐데...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일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고속도로는 아직도 흔들리고 들썩인다.

 

조선은 지독한 <계>의 나라였다. 아니, 양반들은 <색>과 <풍류>를 즐겼지만,

성리학이라는 정치 이념은 군신을, 반상을, 남녀를, 장유를... 수직 질서로 <계>의 세상으로 묶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조선>의 마인드를 떨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수립된 나라다.

아직도 그 <계>는 유효하다. 당연히 <색>에 대하여 지독하게 폐쇄적인 사회인데,

국가는 모든 음주가무에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한다.

참으로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이런 사회 구조적 모순성을 밝히지 않고, 개인의 과거사를 시시콜콜하게 듣는 일은 지루했다.

그런 이야기를 쌈박하게 보여주기론, 영화 친구, 써니~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좀 제대로 왜 한국인은 제 <욕망>에 그렇게 위선적인지...

왜 한국인은 <계율>에 가장 철저한 바른생활 인간인 것처럼 꾸미면서도,

<색>의 세계에서는 세계 수위를 놓치면 아쉬울 정도로 환락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것인지를... 밝히지 못한 건 몹시 아쉽다.

 

저자가 인용한 르네 지라르의 말처럼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라서 그런 것일까?

 

답답한데, 본인은 정작 혼자서 즐기는 법을 알아 나간다고 하니... 더 답답해진다.

 

---------

창비는 외래어 표기법을 개무시하는 독특한 스템을 갖고 있는데...

그거야 뭐, 현지어에 가까울 수 있으니 인정한다 쳐도...

100. 댓가... 대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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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6-2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그냥 살짝 보고만 가려다가 댓글 남겨요.
김두식, 이라는 이름의 명성에 실망을 안기는 책이군요. 게다가 '창비'의 명성까지...
안 그래도 이 책에 관심 갖고 있었는데...ㅋ참고사항이네요.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 ..." - 잘 잡아내셔서 빵 터져요.
저도 그날의 휴가에 피서 많이 다녔고, 교통체증으로 불만이었어요.ㅋ이땐 숙박요금도 바가지 씌우기 수준이에요.

2012-06-21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6-22 10:37   좋아요 0 | URL
김두식 교수 글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서술'과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거든요.
어렵진 않은데,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가... 좀 그렇더군요.
교수가 청바지 입는 거 정도를 가지고 욕망...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한국 사회의 욕망...의 정도를 너무 얕잡아 본 거... 본인에 빗대어... 아닌가 싶은 실망감.

다락방 2012-06-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요, 이 책의 리뷰들을 보노라면 좀 아쉽다는 말들이 많은것 같아요. 아직 읽기전이라 저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개인사'로 풀어놓는 쪽이 훨씬 더 와닿을것 같기는 하거든요. 흐음.

글샘 2012-06-22 10:39   좋아요 0 | URL
개인사를 더 찐하게 풀었어야죠. 개인이 그렇게 찐하게 욕망하지 않았으면, 영화를 들이밀든지...
하긴, 개인의 욕망을 다 드러내면... ㅋ
한국 사회에선 살기 힘들겠죠.
다락방 님 욕망은 대문 사진에서 드러나잖아요. ㅎㅎ
 
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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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인간이 있는 곳엔 어디든지 따라 가야 하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인간보다 더 앞선 '이념'들이 판친 최근세사를 갖고 있는 불행한 나라여서,

미국의 인디언, 흑인 노예보다 더 심한 인권 침해를 밥먹듯 자행하는 나라다.

 

그 인권의 침해 현장을 법학자 김두식이 영화와 함께 찾는다.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하는 인권의 현장도 무지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오히려 일부분인 셈이다.

 

1. 청소년 인권 : 난 매일 고3들과 씨름한다. 서울에 빠리처럼 정신과가 많다면... 아마 고3 교실은 텅텅 빌지 모른다. 고3치고 정신병 아닌 아이는 하나도 없다. 아니, 그 부모들부터 격리병동에 입원시켜야 할까?

 

2. 성소수자 인권 :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짙다. 성소수자의 개념조차 흐리다.

 

3. 여성과 폭력 : 이 한 꼭지로 <여성과 사랑, 결혼, 이혼 이후> 이런 책을 썼으면 좋겠다. 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곽금주의 <도대체, 사랑>은 한참 미달이고,

    보통과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는 <여성과 사랑, 결혼, 이혼 이후>를 다루긴 하지만... 철저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책에선 폭력에 주로 초점을 둔다.

 

4. 장애인 인권 : 장애인 출현율이 4%밖에 안되는 나라. 나머지 6% 정도는 어디 숨어있을까? 어둡다.

 

5.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 노조가 사라지고 있다. 아니, 증발하고 있다. 노동자가 없어지고 있다. 용역만 판칠 뿐... 두렵다.

 

6.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 군대 안 간 새끼들(온갖 면제자들)에게 나도 이가 갈린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거부하는 녀석들에겐 더 치가 떨린다.

 

7. 영화 검열 : 멀어도 한참 멀었다.

 

8. 인종 차별 : 섬나라여서 백인에 대한 흠모만 있었는데, 이제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하다.

 

9. 제노싸이드 : 한국 전쟁이 제노싸이드였고, 제주도 4.3, 광주가 제노싸이드의 현장이었다.

   한국인의 <소름> 유전자 안에는 아직도 제노싸이드에 대한 공포가 생생하다.

 

한국은 왜? 이상한 교회가 판을 치는가?

한국은 왜? 이상한 학교가 돌아 가는가?

한국은 왜? 이상한 결혼 생활이 지속 되는가?

한국은 왜? 온갖 약자들이 더 탄압받는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가진 자들은 논리적으로,

가진자들의 논리적으로... 못가진 약자들을 억누른다.

그들을 도와주는 포퓰리즘의 복지로는 국가가 약해진다고... 가진자의 논리를 들이댄다.

 

싸우지 않으면, 가진자의 논리에 투항하는 셈이 될 뿐이다.

초등학생이 저녁 8시까지 12교시 수업을 한다고 한다.

미쳤다. 모두 미쳐돌아간다.

그래.

그러니 아이들이 서로 괴롭히다 자살하게 만들고,

선생 뒤통수를 발로 걷어차고... 그러는 거지.

 

자살한 아이들을 괴롭힌 아이에게 돌을 던질 자, 누구냐?

교사를 걷어차는 아이들, 그 부모들에게 돌을 던질 자, 누구냐?

 

관심갖지 않는 그늘에서, 가진자들이 웃는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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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6-0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는데...
청소년, 여성, 성적소수자, 노동자, 장애자 등등 힘없는 약자들이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어찌 된 일인지 점점 모난 돌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에요.

가카 덕분에 국격은 하늘을 뚫을 기세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의 인격과 인권은 끝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거 같아요.

사람냄새 4행시 시도만 하다가 포기했는데 ㅋㅋ
아무래도 시립도서관에서 빌려보긴 틀린것 같고 사야겠네요^^

글샘 2012-06-08 13:10   좋아요 0 | URL
모난 돌이 되어야지요. 그래서 찍고 싶은 놈을 찍어버려야죠. ㅋ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 손석춘.김기석의 대화
김기석.손석춘 지음 / 꽃자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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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다시 읽어야겠다.

성경 속에는 '예수'의 삶이 들어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은 어쩔 수없이 노정된 것이라 하여도, 그 안에서 자정의 노력도 있을 것인데,

워낙 알려지지 않고 문제점들만 불거지다보니, 교회에 대한 염증만 커 갔다.

이러다간 같은 괴물이 되어버릴 성 싶다.

 

청파교회 김기석 담임 목사와 언론인 손석춘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우선, 편지글들이 얼마나 가지런하고 단정한지...

마치 예전 선비들이 마주하면서 옷깃을 여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가을, 남은 볕으로 아름답게 무르익으시기를 기도합니다.

 

김기석 목사님의 편지다.

글에서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지만, 목사님은 알고 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한국 교회가 머리와 입으로 사랑이 넘치는 곳임을...

 

권정생 선생님은 이라크 전쟁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밤이면 맥박 수가 120회까지 오르고,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한다.

세상의 아픔 때문에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 것.

그 시각, 미국 증권가 월 스트리트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쟁 특수로 군수산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악마가 된 문명의 얼굴을 본다.

 

한국 교회는 '해답'을 잘 내 놓는다. 거기 '질문'은 없어 보인다.

 

질문은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키지만,

해답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게 마련입니다.

질문을 받기도 전에 대답을 내놓는 이들처럼 위험한 사람이 없습니다.

 

윤똑똑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지옥이 멀지 않다.

 

왜 나는 없지 않고 있는가?

왜 우리는 없지 않고 있는가?

 

이런 실존에 대한 질문을 해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내놓은 답은 하나다.

 

요즘은요,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어요.

죽어서 천국가는 겁니다. 교회 열심히 나가고 있어요.

 

세상을 그렇게 읽는다.

교회가 준 답이 이것 뿐이라면, 교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나?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지 않으면 죽어서도 그 나라 백성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 이런 쉬운 원리를 왜 모를까?

이 책에서 두고두고 반복되는 이야기가 '주 기도문'의 '죄의 용서'가 '빚의 탕감'을 오역한 것이란 건데...

나도, '주기도문'이란 것을 외워 봤지만, '

그 부분이 엉키던 것인데, 저렇게 본다면 훨씬 이해가 명확해 진다.

원래 채무자는 잊고 사는 걸, 채권자는 잊지 않는 법이다.

마음에 가장 강한 집착 중 하나가 채권자의 마음일 것.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그랬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져 하나님 나라로 이름을 거룩하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밥을 주시고, 우리에게 빚진 사람을 우리가 탕감해 주듯이 우리 빚을 탕감해주소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맛은 우리를 얽어매지만, 맛없음은 우리를 풀어주는 것.(프랑수아 줄리앙)

 

신앙에는 분명이 일상적 삶의 체험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매혹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삶에서 중요한 시간은 '맛없음'의 시간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은 하느님을 대적하고 있는 셈.

 

에릭 메택시스의 <디트리히 본회퍼>는 시간이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게 부추기는 책이다.

 

심상정과 함께나오는 이소선 어머니 이야기는 마음 아프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사자와 어린이가 뛰어노는, 참 사랑의 세상'을 간절히 바랐던 바보 전태일...

그 바보들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한없이 편안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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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재발견 - 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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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의 추억

옛날 기와집 내지 슬레이트 집의 지붕에선 비올때 늘 같은 자리에서 물줄기가 떨어졌다.

그 낙숫물 듣는 소리가 주룩주룩, 또는 뚝, 뚝, 들릴 때,

마음이 차분해 졌다.

 

낙수...의 기억

대학신문에 낙수(落穗)라는 칸이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이삭줍기란 뜻이었다.

그 칸에는 잡다한 소식들이 실려있었던 거 같다.

 

다산 정약용에 대하여 천착하던 정민 선생이 다산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전국을 뛰어다닌 흔적이다.

다산의 연구 방법을 '지식경영법'이란 책으로 묶어냈는데,

미진하거나 새로운 자료들을 만나면 온갖 인맥과 방법을 동원하여 자료를 찾아간다.

그야말로 낙수치고는 치밀한 빗질(combing)이다.

 

다산의 강진 시절을 사의재 시기, 보은산방 시기, 이학래가 시기, 다산초당 시기로 나누고 있다.

 

다산의 교학 방식에서 기억해둘 만 한 것은, 그의 다양한 단계이다.

 

단계별, 전공별, 맞춤형, 실전형, 토론형, 집체형 교육.

 

지금도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절에 따라 돌려가며 유행시키는 것이 교육 정책이라고 내세우지만,

소수 정예 교육이었기에 가능하였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자료들을 읽는 점은, 디테일한 점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정으로 가늠해서 마땅히 자주 와 보아야만 한다.

그런데 몸을 정할 계책을 보면 내 편지를 보고서도 여태 미황사에 눌러앉아 있으니

절집의 술과 국수는 중하고 이 늙은이의 편지는 가벼운 게로구나.

지나면서 들르지도 않고, 편지를 보내도 답장도 없으며, ...

네 마음대로 하거라. (77)

 

제대로 삐쳤다. ㅋ

조선 시대, 기록이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자료들이 편지로, 문집으로 채록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들을 제대로 분석해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정민은 젊으면서도 이런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는 훌륭한 학자이다. 고마운 일이다.

 

이상적 주거에 대한 생각과

지기의 역할을 하는 고사운승(高士韻僧)이 있어야 한다고 한 부분도 재미있다.

 

사방 수십 리에 고사와 운승 대여섯 사람과 맺어 벗으로 삼고,

매번 꽃 필 때면 서로 초대하여 운자를 내어 시를 짓는다.(351)

 

가난한 생활과 그 속에서도 불쌍한 이를 돕는 구휼의 정신과 근검의 태도가 잘 드러나

비로소 '청복(淸福)'이 완성되는 경지를 추구하는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산이 추사에게 보낸 편지, 초의와 나눈 대화 등이 실린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을 수 있었음은

오히려 소통의 수단이 부족하였던 시대를 살았음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소통의 수단이 다양하고 풍부한 시대가 지나면,

오히려 역사의 미시사 부분을 밝힐 수 있는 기록들은 적어지는 역설도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벼파면 팔수록 다양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는 해설집이다.

 

정민 선생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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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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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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