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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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인생인 거지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날들을

매일매일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것.(가족끼리 왜 이래, 대사 중)

 

연속극의 한 구절인데,

유시민의 '현대사'를 읽으면서 든 느낌도 그런 것이었다.

 

요즘 한창 이슈 몰이중인 '불량 완구'에 얽힌 문제 역시,

부정 축재, 부동산 투기와 군대 기피, 권력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매일매일에 속한 삶들이었으므로,

총리가 되고 아니고를 떠나, 그 사람의 인생에 그만큼 부정적 요소가 작용해서 지금을 만든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표지에 스스로를 '프티 부르주아 리버럴'이라고 칭하며, 내용은 '위험한 현대사'라고 하였다.

그래. 유시민 정도 되면 중산층이라 일컬을 만도 하고, 자유주의자라는 말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위험한 현대사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아서 동의하기 어렵다.

 

하긴, 한국의 현대사는 <위험>하다.

그래서 이명박이 대통령기간에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없애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다.

 

유시민이 태어난 1959년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일들의 '의미'를 짚어보는 책이 이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 '통사'라기보다는

현대사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비교사'의 입장이 더 강하다.

 

전쟁 이후 정말 못입고 못먹던 1950년대와 배부른 소리로 일관하는 현대의 비교.

1970년대 산업 역군으로서 가난하면서도 '너희는 산업 역군이야, 잘 살아 보세' 하던 허위의식의 시대와

2000년대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이면서도 또한 청소년 불행지수 최상위인 시대의 비교.

세월호의 원혼이 잠들기도 전에 '어묵' 비하 같은 인종과 같이 살아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이유 등에 대한 고찰.

이런 것들이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록되고 있다.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많은 글자보다 정확한 사료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그와 비하면, 유시민의 이 책은 그 사료들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리고 한때 정치의 일선에서 의료와 복지 계통관련 공부도 했던 사람이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제언 역시 의미 있다.

 

역사가 중요하다고 떠드는 넘들은 한결같이 수구꼴통들이다.

그러면서 그넘들은 역사를 중립적이거나 진보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객관적이라는 미명하에 날조하고 획책하려 든다.

자기들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해놓고 열심히 주입하려는 넘들이다.

 

그러기에 이런 역사 인식에 대한 책들은 역사 객관에 대한 책들보다 유의미하다.

한국에서 객관적 역사책도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사료들을 읽는다 해도 의미를 찾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행동을

경제학 전문용어로 도덕적 해이라 한다.(157)

 

한국 경제의 딜레마인 재벌 조직의 문제점을 잘 짚고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면서 전문용어도 배울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다.

 

지구촌 문명국가들 가운데 우리와 같은 주민등록제도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주민등록번호는 대한민국의 진화과정에 병영국가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화석이라 할 수 있다.(320)

 

이런 날카로운 지적들이 지식인이 할 일이다.

이제 오십이 훨씬 넘은 그가 돌아본 인생,

한국의 현대사는 그야말로 '질곡(수갑과 족쇄)'의 종합선물세트였다.

그가 돌아보며

"그래, 그게 인생인 거지..."

한 마디 한 것이 이 책이다.

그가 더 행복한 기분으로 이런 책을 십 년 뒤에 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면, <뒤돌아 보며>나 <강철 군화>처럼 상상 소설을 써주는 일도 좋겠다.

 

 

이런 유의미한 책이지만 몇 가지 불만이 있어 토를 달고자 한다.

 

우선, 경제 지표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1인당국민소득'과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이 뒤섞여 쓰인다.

'1인당국민소득'을 GDP라고 쓰기도 하고(46쪽), 명목소득, 국민총생산 등과 기준없이 쓰는 경향이 있다.

소득의 증가 비율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명색이 경제학 전공이라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둘째, '욕망'과 '욕구'를 뒤섞어 쓰는 것도 잘못이다.

매슬로의 이론은 '욕구 이론'이다.

굳이 라깡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슬로의 '욕구 위계설'을 '욕망'으로 치환하는 것은 곤란하다.

 

라캉은 욕구, 요구, 욕망을 설명하면서,

욕구(need)생물학적 욕구

요구(demand)사랑의 요구,

욕망(desire)타자의 욕망으로 규정한다. 

 

그가 객관적 서술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책 전반에서 읽을 수 있으나,

다음 구절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권위와 힘을 가진 지배층이 존재하지 않는 '그라운드 제로' 사회였다.(60)

 

이 말은 한편 옳고 상당히 그르다.

한편 옳다는 것은 이전의 '왕조'와 '양반'의 봉건 사회가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면에서 그렇다.

상당히 그른 것은, 이전의 양반과 친일 부역자들의 힘이 그대로,

하나도 삭감되지 않고(이것을 제로라고 한다면 그러하다.) 유지된 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다.

그라운드 제로였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이고,

잘 사는 사람들은 부지런했고 창의성이 있었다는 긍정적 표현이다.

이것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여기는 뉴라이트의 주장에 근접하다.

 

헌법 전문에 분명히 밝힌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그라운드 제로' 운운은

해방 이전과 분단 이전의 분투에 대하여 부정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승만을 지칭할 때 '박사'라는 호칭을 뒤섞어 쓴다. 이것은 지독한 편파다.

이명박이야말로 이름과 걸맞는 지독한 '명(예) 박(사)' 아니던가?

그냥 이승만이거나,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한다. 박사는 개나 물어가야 할 호칭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담배도 많이 피웠을 것이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마음이 저려 잠 못이룬 밤도 많을 것이고,

책을 쓴다는 일에 회의를 느껴 흐느낀 밤도 숱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소중하다.

한국 현대사에 소중한 작업 하나를 더 얹어주어 고맙다.

그는 이렇게 대중 작가, 인기 작가로 더 어울린다.

또 세상이 흐르면 정치판에 흘러들는지도 모르지만,

차근차근 공력을 쌓아 더 좋은 책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직까지 그의 최고의 책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아닐까?

 

한홍구 같은 이에게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맡겨두고,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같은 작업일랑은 강준만에게 맡겨두고,

그는 그야말로 <역사 노변 정담> 같은 이야기들을 엮어 들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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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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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주호영)

나는 이들이 판단력이 모자라 저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고 뱉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저들은 '사고란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박민규, 58)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지만,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로

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 하에 발생하는 일이며, 범죄나 역사적인 일 등이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을 이처럼 명백히 '사건'화 한 문장은 못만났다.

그만 덮자고... 유족이 무슨 벼슬이냐고...

그래... 도와달라고 눈물을 짜던 것들은 짜증을 낸다.

어떤 종교집단의 우두머리인 교황이란 이방인만도 못하다.

그 이방인은 그저 애처로워서... 그들을 안아 주었을 수 있다. 그래. 그에게는 '사건'이 아니었으니.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중)

 

이 사회는 4.16 이후 변화했어야 했다.

그러나, 결코 변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확인했을 뿐, 변화는 없다.

아니, 공안 통치와 철권 통치로 국민을 짓밟으려는 자세만 더 단호해졌을 따름이다.

 

안티고네는,

국가의 반역자로 낙인찍혀 장례가 불허된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 위에

흙과 제주를 뿌리고 그에 대한 형벌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녀는 오빠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장례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 마땅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자신의 윤리적 임무라 생각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것은 배신이라고 말하는 안티고네와는 달리,

그 동생 이스메네는

'더 강한 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일들과 더 쓰라린 일에 있어서도 복종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스메네는 '지나친 행동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또 이 상황에서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며

통치자들에게 복종할 것을 권한다.(김서영, 181)

 

'안티'의 대명사 '안티고네'와 '예스'의 대명사 '이스메네...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 '장그래'... 임은 참 서글프다.

장~~그래...는 늘~~ 예스맨이어야 하는 상사맨의 슬픈 처지가 드러나 있어 보이기도 한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와 함께 그의 딸 '안티고네' 이야기 여기 유명하다.

아, 세상은 얼마나 이스메네의 이름을 사랑하는지...

이스메네의 말처럼 반드르르한 말들 속에 숨은 자들은 그 얼마나 많은지...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는 <사건, 진실, 응답>의 구조를 갖는다.(맺는말, 신형철, 229)

 

국회에서 숱한 파행을 겪다가,

특별법이란 이름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결국 이 나라는 '국민'이 주권을 가진 국가가 아니었음이 만천하에 보여지고 있을 따름이다.

특별 조사위원이라 자들이... 유신 시대의 법관이라 한다.

세월호는 처음부터 이제까지 모두 <진실을 덮기 위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건이었다.

진실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모든 정황이 보여준다.

 

선장을 감추어두었던 해경 아파트에서부터,

눈물을 흘리려 30초를 깜박이지 않았던 여자의 눈물까지...

그 사건은...

요즈음 정윤회라든지 박지만이라든지... 이런 이름들과 얽힌 쑥구렁 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과연 이 '눈먼자들의 국가'가 어디로 흘러갈는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캄캄하도 또 캄캄하다.

 

유신 시대에는 종교가, 대학이, 노동자, 농민들이 '안티'가 되어 서슬퍼렇게 살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들 '예스'들만 그득한 눈먼자들의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나 아닌지...

그 고속 질주의 종국은 어디일는지...

결말의 비극이 두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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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2-1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서워요~~ㅠ
 
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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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많은 여자들이 '마녀'라는 이유로 화형, 물고문 등을 당하여 죽어갔다.

그 마녀들은 왜 죽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마녀 사냥은 현대에 어떤 프레임으로 재현되는가?

 

이 책은 그닥 친절하지는 않다. 별로 재미도 없다.

그렇지만, '마녀 사냥'이라는 현상을 바탕으로,

특정한 <프레임>이 작용했던 것을 밝히고,

우리 사회에서도 그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그래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음을 해석하고 있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인간)라는 개념을 통하여,

아우슈비츠에서의 희생자들에게서 얻어낸 의미를 인간세상 모두로 확장한다.

즉, 20세기 모든 인간은 잠재적 아우슈비츠의 '호모 사케르'라는 것.

 

요즘 살기 힘들다고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아파트 경비원이 모욕을 견디지 못해 분신했다.

1970년 11월 13일의 전태일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했던 현실은,

도시 빈민에서 세계 빈민으로... 국제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발명된다.

어떤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누군가가 주범자로 지목돼 단두대에 오른다.

사건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건의 출현이 핵심이다.

마녀라고 규정하는 정확한 방식도 없다.

그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법칙이 있을 뿐.

그 법칙이 바로 마녀 프레임이다.

프레임 이론을 응용하여 개념화한 것으로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중세에 행했던 마녀 사냥의 시대적 이데올로기부터

현재 우리 사회의 호모 사케르 현상까지

마녀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뒤표지)

 

2010년의 천안함과 2014년의 세월호는 판박이다.

바로 이 마녀 프레임으로 세상을 덮으려는 조직의 조작된 사건이다.

천안함은 '인간 어뢰'를 필두로 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그것이고,

세월호는 '유병언'과 '이준석'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건을 둘러싼 해결책은

대체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귀책자로 설정하고 책임을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누가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사건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유혹적인 스펙터클을 조장하는 것이다.(92)

 

용산 사건이 터졌을 때,

의도적으로 조작 보도한 강호순 사건을 보면 그러하다.

 

누구나 “역사의 종말”이니 “우리는 잠재적으로 아우슈비츠에 있는 것이다”느니 “인간의 역사는 끝났고 이미 종말이 찾아왔으며 이제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현실’에 대한, ‘현재’에 대한 굴종을 선전하며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이게 뭘까요?  … 왜 할리우드 영화에서든 뭐에서든 세계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걸까요? 세계의 명운이나 멸망을 건 싸움을 해야 끓어오를 수 있다면, 그건 그냥 불감증이 아닐까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는 계속됩니다. 세계는 넓습니다. 그 세계는 더욱 넓습니다. 세계는 계속됩니다. 그 세계는 더욱 오래 계속됩니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세계는 변합니다. 우리 시대야말로 새로운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가소롭기 짝이 없는 잡담이 되는 미래가 옵니다. 단지 이정도의 것도 견딜 수 없는 걸까요?

 

ㅡ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자음과 모음, 159,163쪽 

 

아감벤의 비관적 세계관을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절망의 어둠은 짙게 드리우지만,

공포의 정치는 불감의 시대를 강요하지만, 상호 소통하는 사람들은 함께 분노하고 진실을 추구하기도 한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물론 우매한 국민은 개명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우린 껍질 쓴 달팽이처럼 엉금엉금 가는게

계집들은 모조리 앞서 갔구나.

악마의 집을 찾아갈 때면

계집들이 천 걸음이나 앞서 가니까.(괴테, 파우스트)

 

이런 공포가 만연해 있었다면, 마녀 프레임이 드러날 만도 하다.

동화 속 마녀들은 '모기 뒷 다리, 뱀 껍질...' 등등을 재료로 물약을 만들고,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그들의 '화학적, 의학적 참여'가 지배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만큼 세력이 커졌던 시대를 반영할지도...

 

마녀는 중세가 배출한 산물이라기보다

근대가 낳은 부수물.

아감벤이 말하는 '날것의 생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존재의 존재.

법적인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인 권위를 위해 실제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사이의 존재.(154)

 

한국에서는 아직도 마녀를 만들고 있다.

손석희도 노리는 대상이고, 다이빙벨도 사냥감이다.

날것의 생명들이 수백 명 바닷속에서 스러져 갔어도,

반성하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굴종의 삶이 비참하다.

각개약진으로 버텨야 함이 슬프고 서럽다.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서 경제활동이 흔들리는 판국에,

부자를 위해서 정규직 비율을 더 낮추겠다는 정부를 가진 '날것의 세상'에 서서,

흐린 하늘을 보며 한숨이 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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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6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 세월호의 진실에 관한 공식적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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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지났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는 고통스러운 시간에 불과했다.

 

슬펐고, 비참했다.

추석이 지나면서

대형포털의 첫화면에 겨우 붙어있던 '세월호 뉴스'도 사라졌다.

 

그렇게 빡빡 철수세미로 문때서 지워버리고 싶은 흔적인 모양이다.

 

이 책은 진실을 담고 있으나,

이 책이 밝힐 수 있는 진실은 너무도 미약하다.

 

세월호의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나,

현행 수사체계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171)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분명이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의 7시간 운운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짱이다.

일개 뱃놈이 어떻게 국정원에 직통전화로 보고를 한단말인가?

참으로 한심하다.

 

천안함 일개 수병은 왜 해군참모총장에게 전화하지 않았을까?

 

왜 민간 여객선 사고에 대하여

cctv나 vts 등의 기초자료조차도...

아니, 선장을 해경 아파트에 조용히 불러 조사하는 음모 속에서 어떤 자료도 제출될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소유주라는 사람의 증발과

코웃음치게 만드는 그의 유골이라는 대발견까지...

 

이 책이 가리키는 것은 아주 작지만,

끈질기게 싸워야 민주주의는 아주 느리게

아주 조금씩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점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런 대형 참사 앞에서, 눈물만 흘릴 뿐,

어떻게도 대응할 수 없는 조직적인 통제사회 앞에서

개인은 무기력할 뿐이다.

 

결국 남는 것은 기록이다.

적는 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적자생존.

 

6개월이다.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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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4-10-13 14:07   좋아요 0 | URL
`-이다`는 `서술격 조사`라고 하는 국어학자들이 있습니다.
원래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가 있었는데요.
이명박 시절에 교육과정 흐트러뜨리면서(그 과정에서 친일파 욕하는 근현대사 교과서 없앴답니다. ㅠㅜ)
`독서와 문법`이란 이상한 과목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문법이 나오구요.
고등학교 `독서와 문법` 과목에서도 배웁니다.
다만, 체계가 없이 두서없이 나와서 애들이 힘들어 하긴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다`는 동사죠. 비동사 같은 조동사로 취급해야하지 싶습니다.
국어학자라면 누구나 `-이다`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것이므로... ㅋㅋ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잖을까요?

마립간 2014-10-13 14:40   좋아요 0 | URL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국어 문법 책을 (친구에게 빌려서) 통독한 적이 있는데, 그 책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책에서 종결사?를 본 것 같아서요. 제 고등학교 학생 시절에도 책 내용과 그 당시 문법과 맞지 않는 것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저의 국문법에 대한 이해의 기둥을 세워 준 책입니다.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저는 선행학습은 아니고, 호기심의 해소라고 주장하지만,^^) 국어 문법에 관해 물어오는 것을 옛날 기억을 더듬어서 답변해 주는 것이, 틀린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글샘 2014-10-13 15:25   좋아요 0 | URL
요즘엔 어지간한 것은
인터넷에 물어보면 다 나오기 때문에 곤란할 것도 없답니다.
다만 물어볼 노력도 안하는 게 문제죠. ㅋ
 
지금이 나는 더 행복하다 - 스물넷에 장애인이 된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노들야학의 뜨거운 희망 메시지
박경석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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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장애인이 참 적다.

그 이유는 장애인들이 '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학급 학생을 맡으면서 특수교육 공부를 조금 했는데,

한국의 '장애인 출현율'은 선진국의 반도 안 된단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 책은 노들야학 박경석 교장의 가감없는 이야기이다.

행글라이딩으로 사고를 입어 하반신 마비가 된 그가 '투사'가 된 이야기이다.

재미있게 쓰고 있지만, 그 속에 입은 상처가 얼마나 딱지투성이였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병신이라고 욕해도 당당한 병신으로 살아 봅시다.(115)

 

손가락이나 발가락만 조금 상처를 입어도 종일 신경이 쏠린다.

그런데 중증 장애인들은 삶이 한 걸음, 밥 먹는 행동 하나까지 도움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들에게 일반인과 똑같은 배려를 해서는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차별과 멸시는 그들이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왔기 때문이고,

그러한 격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런 상황이 되게 만든 것은 이동의 부자유였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야만적인 구조가 사라진다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몰이해, 편견과 멸시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131)

 

우리학교에도 올해 휠체어를 타는 아이가 한 명 입학했다.

주차장에서 교실까지 휠체어 길이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어 아이들이 돕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4층 강당에서 매주 하는 강연회에 참석하는 경우나,

매일 야간에 5층 정독실에서 자습을 하는 일에 이 아이가 이동하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다.

치마를 입은 여학생을 남학생들이 휠체어에 앉혀서 번쩍 들고 오르내리는 일은

위험하기도 하고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애초에 학교 시설 자체가 덧대고 덧대어 지은 건물이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지만,

장애인 친구 한 명에게 들여야 할 에너지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게 장애인 친구들이 함께 하기엔 학교의 문턱조차도 무척 높다.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권리에 대한 당연한 행정.(136)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부자 정권이 들어서고 나면 이런 복지쪽 예산이 턱도없이 줄어든다는 것은 슬프다.

부자 정권이 아니라 몰염치한 정권인 게 들통났지만,

문제는 선거때 거짓말을 하면 또 찍어주는 멍청한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는 공산주의다~ 이런 말을 지껄이는 인물들을 보면... 아직 멀었다.

 

전두환 시절에 '장애인의 날'을 제정했지만,

장애인과 걸인은 '단속과 보호의 대상'이 되어 '사회복지법인'들이 단속해 수용하게 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수용되어,

부산의 형제복지원 같은 경우 12년간 513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도가니'로 유명해진 장애인 시설의 문제 제기는 쉽사리 해결될 선물은 아니다.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투쟁하여야 반걸음, 한걸음 전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만 쳐다보며 사는 세상의 속도는 너무 빠르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포개려는 그 속도는 점점 느려져 간다.

이 땅의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 앞에서 제발 발길 멈춰주길 바란다.

그 발길 멈추고 내 삶만이 아닌 세상을 함께 바라볼 때,

함께 살 수 있는 그 방법의 첫 시작이 되지 않을까?(276)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의 속도에만 눈길을 돌렸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삶은 속도가 아닌 것을...

속도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사는 곳에서 나 역시 앞만 보고 걸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말로만 '장애우'라고 부른다고 누구 하나 좋아하지 않는단다.

오히려, 너를 친구로 삼는 영광을 누리게 해줄게~ 이런 느낌이어서 싫단다.

장애인으로 태어났거나, 어쩔 수 없이 살아가게 된 사람들에게도,

나는 지금 행복해~ 이런 기분을 하루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수정할 부분......

14. 1983년 8월 7일 일요일,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미그 21기를 몰고 우리나라 휴전선을 넘던 그날,... 그는 중국 조종사가 아니라 북한이 조종사 이웅평 대위였다. 그의 기사를 보면... 불행하게 살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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