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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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시끌벅적

이구동성 중구난방...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이야기가 많은 소설.

 

마네키네코의 모델은

수컷 삼색 털고양이...

 

일본의 서점에는 고양이 코너가 있는 곳도 많다 한다.

갓파 같은 괴물, 요물 코너 역시 있단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문화에 뿌리를 내린 이 일은

일본 고유의 고양이 모양을 한 행운의 신이 지닌

키치한 매력을 이야기하자면...

그 조형성 하며 얽힌 일화들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163)

 

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네키네코를 둘러싼 살인 사건과 흥미로운 추리들 속에서

일본인들에게 정겨운 마네키네코에 대한 속설들이 가득 들어있다.

 

요즘 에릭 셰프가 나오는 삼시세끼...에도

고양이 두 마리가 예쁘게 등장하던데,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찾아 읽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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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선집 -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마쓰오 바쇼 지음,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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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의 하이쿠를 소개하고 설명한 책.

 

하이쿠 한 수를 번역하고,

그 아래 독음까지 붙여서 친절하게 설명을 달았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듯 싶다.

 

하이쿠의 재미는

아무래도 독음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계절감과 아련한 애잔함(아와레)가 끼쳐오는 분위기 같은 것인데,

가끔 그림도 예쁘게 곁들였다.

 

시즈카사야

이와니 시미이루

세미노코에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어느나라 말이든, 정감이 느껴지는 발음이 있게 마련인데,

일본어에서는 '시구레'(겨울비)라든가, '아와레' 같은 말이 여운을 준다.

 

하츠시구레

끼루모 고미노오

호시게나리

 

쳣 겨울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싶은 듯

 

와가야도와

카노치이사끼오

치소-카나

 

나의 집에서

대접할 만한 것은

모기가 작다는 것

 

얼마나 자랑할 게 없는 집인지...

그렇지만 또 그 마음의 풍요로움이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사미다레야

카이고와즈라후

쿠와노하타

 

여름 장맛비

누에는 뽕나무 밭에서

병이 들었다

 

동물들도 가냘픈 곤충 같은 것이 많이 등장하고,

날씨도 달밤이나

겨울비, 장맛비 같은 예를 많이 쓴다.

 

조금씩 오래 읽었다.

 

하이쿠 책 중에서 일본어 독음을 붙여둔 책이 드물다.

그런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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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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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참 비루하기 짝이 없다.
무당과 호빠출신, 피트니스 강사... 이런 사람들에 권한을 준 것은 아닌데,
박근혜와 그 도당은 그들을 썼다.
 
그 사건이 밝혀지게 된 나비효과는 참 희한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그를 이용했다.
 
결국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허리를 분지른 셈인 것이다.
영어로 그걸 'Last straw'라고 한단다.
Last straw, the straw that breaks the camel's back.(142)
 
기시 유스케의 '죄와 벌'의 일본판이라고 불리는 소설이라 한다.
 
누가보나 죽어 마땅한 인간을 소년은 죽인다.
슈이치가 그를 죽일 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지푸라기'효과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기독교적인 강박관념이나 슬라브적인 우울함을 
자신의 처지처럼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인이 얼마나 될까?(22)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비판이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없는 힘은 폭력이다.(132)
 
이 책은 이런 멋진 구절들이 제법 있다.
제목 역시 멋지다.
 
범죄에 대한 계획 과정도 재미있지만,
소년 슈이치의 감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독자를 하염없이 아쉽게 한다.
 
좋은 작가다.
 
국어 수업 중,
아쓰시의 '산월기' 이야기와 소세키의 '마음'이 나오는데,
이런 콜라보도 멋지다.
 
산월기는 인간과 동물의 사이..
인간의 마음과 동물의 마음 사이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당신은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지,
아니면 동물인 것이나 아닌지...
 
요즘 티비에서 만나는 그들은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지, 동물인지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산월기를 읽고 싶다.
 
179. '산월기'의 작가는 나카지마 아쓰시다. (다카시라고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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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6-10-28 16:22   좋아요 1 | URL
분노할 일이 지금 9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쇠고기 사태 - 용산과 쌍용자동차의 죽음... - 종편 미디어법 개정과 방송사 사장 껍데기로 교체

세월호와 사대강과 국정교과서, 그리고 한일협약과 사드까지...

메르스 사태와 간첩조작, 선거 부정 고발했는데 아직도 재판안하는 선관위...

이참에 밝혀서 죄를 물을 사람을 제발 좀 벌주고 혼낼 수 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가 싸우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네요...

국회에서도 싸우겠지만, 결코 거저 내놓지 않을 종자들인것은 당연지사이니...

테레사 2016-10-2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저 어제 산월기 주문하고 받았습니다..주말, 이 어지러운 국가 아닌 국가의 한 귀퉁이에서 토요일 읽으려고요..ㅠ

글샘 2016-10-28 16:25   좋아요 0 | URL
네 산월기... 재미있기보다는... 환상적인데...

판타지 속에서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으로 기억납니다.
 
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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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문학이 뒤로갈수록 흡인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이 소설 역시 뒷부분에서 좀 용두사미가 된듯 싶다.

 

카프카라는 소년을 이끌게 된 시코쿠의 도서관과

그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예언,

산에서 기절했던 소년이 노인이 된 부분이 절묘하게 결합되는 순간을 기대했는데,

그런 순간은 없었다.

 

호시노가 만난 샌더스 노인.

그리고 미녀와의 세 판...

생뚱맞게 튀어나온 앙리 베르그송...

 

순수한 현재라는 건

미래를 먹어가는,

과거의 붙잡기 어려운 진행이다.

사실은,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81)

 

소설 속 이런 구절은 작품을 망친다.

녹아있지 않아서다.

 

모든 물체는 이동 중에 있네.

지구도 시간도 개념도 사랑도 생명도 신념도 정의도 악도,

모든 사물은 액상적이고 과도적인 것일세.

한 장소에 하나의 형태로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네.(105)

신이라는 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네.(104)

 

이런 구절이라든가,

체호프의 '필연성'을 설명한 구절은 과도한 표출이다.

 

필연성이라는 것은 자립적인 개념일세.

그것은 논리나 모럴이나 의미성과는 다르게 구성된 것일세.

어디까지나 역할로서의 기능이 집약된 것이지.

역할로서 필연이 아닌 것은 거기에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반면 역할로서 필연인 것은 거기에 있어야 하네.

논리나 도덕이나 의미는 그것 자체가 아니라

관련성 속에서 생겨나네.(106)

 

체호프가 '만일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온가면 그것은 발사되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곡 작법'에 관한 것이지,

이 복잡다기한 세상과는 관계가 적다.

 

작품 속에서는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이며 전화위복이고 인지상정으로 마치지만,

세계는 뒤죽박죽이고 엉망진창이며 이전투구이고 토사구팽이기 십상이어서다.

 

메타포를 통해

저와 사에키 씨 사이에 있는 것을 꽤 많이 생략해 갈 수 있습니다.(117)

 

좋은 작품은 좋은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글쎄다.

 

작품 속에 많은 음악들이 등장하지만,

하루키가 선호하는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쪽보다는 격정적인 음악인 듯 싶다.

 

조용하지만

소년과 같은 유연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리고 중심을 향해 가까이 가려는 구심적이면서도 집요한 정신(178)

 

'대공트리오'라는 음악을 통해 이런 구절을 읊조리는 것 역시,

호시노라는 청녕의 입에서 나올 법하지는 않다.

자의식이 지나치게 돌출된 것 아닌가.

 

경험을 경찰에게 말해주면

"이 미친놈아, 장난치는 거냐?" 하고 얻어맞기 십상이다.

녀석들은 국가에서 봉급을 타먹는 깡패같은 놈들이니가.(319)

 

아, 요즘 한국 경찰이 이렇다.

이런 것이 훌륭한 메타포다.

 

글자를 읽기는커녕 나카타씨가 최후에 한 일은 글자를 불태우는 일(320)

 

이 작품의 시기에 한국에서 등장한 소설들 역시,

글자를 불태워버리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이 포스트모던 시대의 경향이었던 듯...

 

만나러 와줘서 고맙습니다.(370)

나를 기억해주는 것, 다무라 군만 나를 기억해 준다면,

다른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잊어도 괜찮아.(371)

 

판타지 속에 다양한 철학적 시도를 녹여보려 했으나,

초반을 이끌던 포석이 중반에 좀 늘어지는가 싶더니,

종반에는 맥없이 풀려버리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125. 파엘라...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스페인 어로는 '빠에야'가 더 가깝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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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물고기 2016-10-2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때 적지않게 꽤나 신경쓰며 읽었는데 다시금 읽고 싶어져요

글샘 2016-10-22 18:30   좋아요 0 | URL
하루키 초기 소설이 좀 환상적이죠. ^^
 
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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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판타지 문학...

 

어떤 종류의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는 실현할 수 없다.(200)

 

슈베르트 음악을 배경으로 나누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다양한 모티프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얼개는,

상상력이고, 그 상상력은 환상에 의지한다.

 

집을 떠나는 소년 다무라.

담임의 생리혈을 주워갔다가 폭행을 당하고 깨어나지 않던, 그러나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나카타.

애인을 잃은 도서관의 사에키씨와 성정체성의 혼란 오시마씨 등.

 

그들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작품의 모티프들이 동원되었다.

다무라에게는 오이디푸스의 예언과 카프카(체코 어로 까마귀란 뜻)의 변신.

그리고 나는 자유~라는 조르바의 방황이 시코쿠섬으로 그를 이끈다.

나카타에게는 소세키의 고양이가 반영되었고,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는 등의 백년의 고독이 마르케스와 함께 비친다.

 

환상적 리얼리즘은 메타포이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삶은 변하지 않는다.

무의식와 인간의 원형에서 그다지 벗어날 수도 없다.

그래서 메타포를 마구 쏟아붓는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반복이기도 하다.

그는 축적이라고 우기지만.

 

인간은 체온이 없으면 금세 냄새를 풍기는 시체가 되고 만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억' 속에서 뿐이다. 기억이 없다면 그것은 부재다.

 

다무라의 기절과 혈흔, 그 시간에 살해당하는 아버지.

꿈 속에서 책임이 시작된다(361)는 예이츠의 시와,

거리 같은 것에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363)는 까마귀 소년의 말.

결국 상상이 만드는 환상의 힘을 의미한다.

 

내 주위에서 잇따라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요.

그 중의 어떤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어떤 것은 전혀 선택하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 두 가지를 잘 구별할 수 없게 됐어요.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한 일도, 실제로는 내가 그 일을 선택하지 건에 이미 일어나기로 정해졌던 것처럼...

나는 다만 누군가가 미리 어딘가에서 정한 것을, 그냥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아무리 스스로 생각하고 아무리 애써 보았자 그런 것은 전부 헛일이라고...

아니,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점점 더 내가 아니게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조차...(352)

 

그래서 그는 읽고 썼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 물리적 거리같은 것과 시대배경에 상관없이 기시감을 느끼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

그러나 또 선택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

 

그가 '상실의 시대'에서 말한 것처럼 초콜릿 통 속에는 달콤한 것과 씁쓸한 것이 반반 들었을 뿐인지...

 

어떤 깃발을 내걸든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아.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공허한 사람들이야.(323)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각기 조금 다른 면에서 개선하려 주장을 만든다.

그 깃발의 색은 달라보이지만, 사실 견디기 힘든 것은 주장이나 깃발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아이히만을 예로 들었듯이,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속에서 시작된다.

 

상상력이 없는 곳에서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235)

 

썩어빠진 정치가들은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하게도 되는 대목이다.

그들에게는 상상이 없다.

현실만이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암살'의 이정재가 '그때는 독립될 줄 몰랐지.'라고 상상하지 못함을 변명하듯.

 

불완전함이 축적되고, 상상에 의해 완전을 추구하듯,

인간은 묘한 존재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201)

 

이것이 하루키가 이 소설을 구상한 이유일 것이다.

세상은 지루하다.

지옥같아 보이고, 참혹하고, 날마다 처참한 사고의 연속이다.

그러나 <상상의 힘>이 있다면, 불완전함도 견딜 수 있다.

싫증나지는 않는다고 하루키는 말한다.

이런 것이 하루키의 힘이리라.

밥 딜런보다 현실감각은 떨어지지만,

지겨운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견디는 힘을 주는 환상의 추구가...

 

이 전쟁에서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사망했습니다.(121)

 

여교사의 젊은 남편은 전쟁에 나가 죽는다.

이런 의식이 보편적인 일본인의 수준이리라.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 세계대전... 그리고 피폭의 피해의식...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

하루키의 상상력이 조금 발전해서 가해자임을 인지한다면... 하고 바라는 것 역시 상상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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