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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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절대 믿으면 안 된다. ^^

요즘 인기 좋다는 책 중에,

수능 영어 9등급인데 통역사가 됐다는 친구 책이 있는데,

사서 아들 읽어보라고 주긴 했지만,

글쎄다.

누구나 영어를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일단은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으로 가지 않고,

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아이가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백 번 듣고 말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깎여 나가게 마련인데,

책 한 권 외우면 된다,

영화 백번 보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영어 울렁증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책들이 황당한 것만도 아닌 것이,

어떤 책이든 기본서가 있어야 하는 것도 맞고,

늘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말도 맞다.

 

요즘 아이들은 외국에 나갈 기회가 흔하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를 하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 먼저지,

영어 의욕이 먼저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겠다.

 

딱 한 권만 넘으면 영어 울렁증이 사라진다...는 말은,

영어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저자의 사례일지언정,

일반인 한국인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여...처럼

영어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은 별로 위안이 안 된다.

 

상황을 잘 이해하면 암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좋다.

요즘엔 유익한 앱도 많고,

조금만 결제하면 유료 동영상을 많이 볼 수 있는 앱이나 페이지도 많다.

 

울렁증 문제야 대인 관계니 차치하고라도,

일단 듣기가 안되는 나라면,

자꾸 듣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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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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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명령에 따르는

책임감과 감각적인 세계에 대한 배려를 동시에 보여주는 데 있어

존버거만큼 성공한 작가는 없다.(스전 손택, 229)

 

올해 1월2일 존버거가 타계했다.

그의 책을 읽어야지...만 하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미루게된 것이 이 부패한 나라에서 사는 일이 안 그래도 힘든데,

저항의 책을 읽을 염이 도무지 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다.

 

아직도 치사한 것들은 멋진 대통령의 행보에 흠집을 내려고 안간 힘을 써대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긴 한 듯 싶다.

국회의원 같지도 않은 저급한 인간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까지 내몬 전례를 보면,

아직 2년이 넘게 남은 국회의원 선거까지 그들이 할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난다.

 

이 책은 감옥에서 '이중 종신형'을 받은 수형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다.

답장은 없고,

다만 사비에르라는 남자의 끼적임만이 편지 뒤편에 적혀있다는 점이 더 안타깝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수감되었는지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 소설은 모든 억압받는 양심수, 정치범의 대유로 보아도 무난하리라.

 

옮긴이의 말에 <인간의 진정한 적은 일반화>라는 폴란드 시인 체슬라브 밀로즈의 말이 있다.

문학은 우리가 <일반화>하여 무시하기 쉬운 감정을

우리 가슴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힘을 가진다.

 

연인들의 편지를 통해서,

죽어도 풀려나지 못하는 이중종신형이라는 인생의 형극을 앞두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것은,

삶이라는 고해를 건너나가는 힘겨운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92)

 

아이다는 약제사로 사람들의 아픔을 돌보고,

둘만의 추억과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 감옥 속의 연인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탱고는 삶의 파편들, 우연한 기회로 살아남은 토막들로 이루어져요.

토막이나 조각들이 한데 모여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다리가 되고,

점점 흐르는 피에 순응하며, 갈라졌다 다시 만나죠.(102)

 

무미건조할 감옥 안에 탱고의 강렬함을 보여준다.

강렬할수록 안타깝게 만드는 연인의 마음을 편지는 다 전할 수 없어 더 슬프고 진하다.

 

하늘은 결코 승자들에게 협력하지 않는다.

하늘은 쫒기는 자들 편이다.(123)

 

얼마나 갑갑할까.

운동장에 나갈 때부터, 하늘을 우러르며 하늘은 우리 편이라는 암시를 건다.

 

지옥은 돈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고안한 것이고,

그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관심을 도리게 하기 위함이다.

우선 그들의 처지가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반복함으로써,

그리고 약속을 통해 말을 잘 듣고 충직하게 지내면,

다른 삶에서는 부 이상의 것까지 즐길 수 있다는 약속을 통해서.

지옥을 들먹이지 않았다면,

교회의 과시적인 부와 무자비한 권력에 대한 의문이 더욱 공개적으로 제기되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복음의 가르침에 명백히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옥은 축적된 부를 일종의 성스러운 대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늘날의 시련은 너무나 깊다.

 

이젠 사후의 지옥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아웃사이더들의 지옥이 지금 이곳에 세워지고 있으며, 똑같은 경고를 전한다.

우직 부만이 살아있는 것을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경고를.(139)

 

존버거의 날카로운 관점이 돋보인다.

종교는 언제나 부의 편에서 기능한다는 것.

갈수록 그것은 명백하다는 것.

 

세계사의 민주주의 항목에 한 획을 그을 <촛불혁명>이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시점에도,

김진표같은 수구 꼴통은 종교세 부과를 연기한다고 병신 육갑을 떨고 있다.

이전 정부가 일을 안한 것이라면, 그 사정을 세세히 설명하고,

앞으로 일정이 이리저리 되어서 언제부터 거둔다고 명백히 해야할 일인데,

그저 2년 연기론이 언론에 터지도록 하는 것은 한심스런 작태다.

 

오직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역사는 상승하는 움직임이었고,

그들의 오늘은 항상 최고의 정점이었다.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돌아보거나 미리 내다봤을 때만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이었고,

그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멕시코 지도자 마르코스, 153)

 

천국만이 아니다.

돈과 권력과 행복의 역사는 가진 자들의 것이었다.

하층민들에게 역사란, 희망을 가져도 좋을까? 희망을 가지자~!는 의지에나 쓰일 법한 것이었다.

촛불 앞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가진자들의 사고가 아닐까?

한줌도 안 되는 지지율을 가진 저것들은,

바로 가진자들의 앞잡이로 쓰일 날을 기다리며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미얀마의 화가 흐테인 린이라는 화가의 그림에,

각각의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각은 알아보기 어려운데

모두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그림 안에 여남은 개의 서로 다른 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서로 화해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그 그림 덕분에 작가가 감옥 생활을 겪어본 사람임에 틀임없다는 것을 알아보았다.(203)

 

한국의 군대는 감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무실의 군기와 얼차려, 자유롭지 못함과 월급 없음이 그렇다.

군대 안에서 끊임없이 부조리가 반복되는 것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업 군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수형자처럼, 화해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인 것이다.

 

월급을 조금 올리고...(하루 24시간, 한달 30일 감옥처럼 갇혀있는데, 월급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른다고 인상이라니...)

복무기간을 조금 줄이고...(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인들... 어차피 가장 힘든 것은 쫄병 시절이거늘... 병장 생활 석달 줄이나 마나 아닐까?)

이렇게 생색내서는 근본적으로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다.

 

장군을 위해서 필요한 사병이라면,

(장군이 부사관 여성들을 술자리에서 불렀다는 말만 들어도... 이 군대는 육사를 위한 군대이지 싶다.)

존재 이유를 잘 캐물어야 할 터이다.

질문이 잘못되면 정답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니...

 

지금도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명숙 전 총리가 올여름 만기를 채우고 나와야 할 것인지도 걱정이고...

정치권 밖에서 나꼼수의 영향으로 선거권도 없는 정봉주도 사면복권이 될지도 걱정이고...

가진자들 중심의 엘리트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와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위장 전입 등의 문제는 아직도 이 나라가 나갈 길이 캄캄하단 방증이다.

 

존 버거의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볼 때가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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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부딪친 순간 행복이 시작되었다 - 영혼이 치유되는 담담한 사랑 이야기
무무 지음, 최인애 옮김, 황중환 그림 / 문학세계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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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라는 베일에 가려진  작가가 모은 이야기들.

옛날 '샘터'나 '좋은 생각' 같은 책에 실렸을 법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가족이나 친구, 부모자식 간의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

엇갈린 사랑과 인생의 변곡점에서 만나는 사람들.

인생은 결코 얕은 개울물이 아니란 걸 보여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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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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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

하자쿠라노 기세츠니 기미오 오모우토이우 고토

벚꽃지고 잎이나는 시절에

너를 생각한다는 것... 이런 제목이다.

 

이 소설은 독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트릭으로 가득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강매하고,

보험을 들게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을 뱃속에 넣고...

상상할 수 있는 추한 모습들을 비판적으로 쓰는 것으로 보아

사회파 소설이라 볼 수도 있지만,

핑크빛 연애담에 가까운 감정들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범죄를 캐나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제목을 생각해 보면,

벚꽃이 지고, 새잎이 나는 계절에... 너를 생각한다는 일...

 

벚꽃은 일주일도 될까말까한 개화기가 절정이다.

아직 불긋한 봉우리를 내밀 때도 볼품이 없고,

바람불어 벚꽃이 절반 너머 떨어지고 나도 볼품이 없다.

일년 삼백 예순 날 하냥 우옵내다, 던 영랑의 모란처럼,

일주일을 벚꽃의 삶이라 보면 착오라는 의미이리라... 싶다.

 

벚꽃이 떨어지고,

벚나무 잎이 돋는 시절... 이것이 '하자쿠라'다.

하자쿠라의 시절...은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자쿠라 시절의 '너'

누구나 젊음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런저런 채무만이 삶에 덕지덕지 붙었을 때,

그때의 '너'를 생각하는 일... 에 대한 소설이다.

 

제목은 마치 낭만적인 연애소설처럼 붙였지만,

원제목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면,

무르익어 나이든다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하는 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

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린위탕) (510)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책에도

나이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마흔아홉 살인데, 때로 자신이 노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산다는 것에 흥미가 없어지고, 체력과 기력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런 위기 감을 느끼지 못한다.
평균수명이 될 때까지 산다고 치면, 나와 미에코에게는 아직 지겹도록 긴 인생이 남아 있는데.(23)

 

나도 나이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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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 개정판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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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는다는 건

그 옛 나날들을 두 번 다시 살아볼 수 없다는 거야.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버리는 것처럼.(22)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죽음은 일상이지만,

8년 전 노 대통령의 죽음,

용산의 죽음과 쌍차의 죽음들...

그리고 세월호...

 

나와 상관없는 죽음들이라 여기려 해도,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코 나와 상관없을 수 없었던...

 

너의 옆은 정말 마음이 편했다. 고맙다.(126)

 

이 이야기는

재회의 판타지이고,

조선시대에도 금오신화에 숱하게 등장하던 패턴이지만,

옆에 유지라는 아이가 있어 슬픔보단 경쾌함을 더해준다.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러 올 거야.(62)

 

확인하러 올 수 없는 죽음.

그렇지만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죽은 미오가 살아올 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지만,

몸이 온전하지 않은 다쿠미(닷쿤)와 유지에게는

미오 없는 세상은 무의미한 세상이므로

미오는 죽었지만 늘 함께 했을 것이다.

 

정말 마음이 편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고마워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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