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중 간첩의 혐의를 쓰고 죽은 여인, 마타 하리...

 

여자라는 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더 큰 죄로,

대중 앞에서 옷을 벗었다는 막중한 죄로,

자기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위험한 죄로,

당신은 부당하게 희생되었습니다.(197)

 

며칠 전,

국민당의 어떤 듣보잡 여자가

대통령 아들 취업 부정 자료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남자들...은

한 여인을 감옥에 가두었다.

 

시간은 흐르지만,

세태는 바뀌지 않는다.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 소설은, 좀 재미없다.

마타하리의 구명에 애를 썼을 뿐이어서,

소설로서의 흥미는 덜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전집 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그의 책을 반쯤 읽다 말았다.

이탈리 칼비노는 파시즘의 이태리에서 성장하고,

징집을 피해 공산당 빨치산으로 활동한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통일이 늦게된 후발국이어서

각 지방의 언어가 특색있는 모양이다.

그걸 번역해서 읽게 되니,

동화처럼 읽게 되는 점이 아쉽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표준어로 읽는 느낌이나 비슷할 것이고,

지리산 빨치산의 비극을 모르고 읽는 겉돎과도 유사할 것이다.

 

주인공 핀의 돌발적 행동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특징적인 점 등은 이 책을 동화처럼 읽게 한다.

 

레지스탕스 문학은 그 역사를 공부해야 하고,

그 지역을 공부해야 하고,

언어를 공부해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과 이태리를 읽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프랑코, 무솔리니, 히틀러와 그 시대...

 

문학은 번역이 힘든 것이지만,

글자만으로는 도저히 다가서기 힘든 세계가 있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에 어떤 매력을 느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교무실 앞 안내문에 '50세 이상 노인 조심'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해 내가 우리 나이로 50이어서 헐~ 했던 기억이 난다.

 

히로세유코의 글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 같다.

고요한 속에서 재바르게 움직이는 손짓이 느껴지는 듯한

음률들이 일정한 레가토로 이어지는 뉴에이지 음악처럼

고요한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햇살 속에 눈을 감고

햇볕의 입자를 느끼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나이.

조금 무리하면 바로 신호가 오는 나이.

어딘가 아파도 그걸 만하다고 여기는 나이.

 

그렇지만 편안한 구석도 있다.

이제 퇴직을 십년 정도 남긴 나이.

나만의 삶의 리듬이 생기는 나이.

당황할 일보다 익숙한 일이 많은 나이.

럭비공처럼 튀는 아이들을 봐도 웃어넘길 수 있는 나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기하게도 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끝이 있는 시간인 까닭에

더욱 충만한 순간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9)

 

이 말이 좋다.

더욱 충만한 순간을 살고 싶다...

 

이제 남보다 잘하는 것은 아무 자랑도 아닌 나이가 되었다.

다만, 충만한 삶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좋을 듯 싶다.

악기를 배우고, 새 언어를 배우고...

한창 때보다 진도는 느릴지라도, 그럴 여유가 있다.

 

때로는 온화하고 때로는 거친 파도에 실려 다행히도 50살이 되었습니다.

네, 진주 목걸이와 같은 나이입니다.(41)

 

진주의 아름다움은 고통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후에야 온다.

 

음식, 수면, 걷기, 호흡, 신뢰...(101)

 

나도 일이 좀 적을 때는 음식을 줄이고,

걷기와 호흡을 조절하는 기간을 가지고 싶다.

직장 생활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지만, 몸을 쉬게 만들고 비우는 일이 필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노는 데서 활력이 생기지만,

아무래도 이젠 쉬는 데서 얻을 수 있는 듯 싶다.

 

언젠가 손톱에 세로줄이 생긴 것을 보았습니다.

나이 탓이었습니다.(125)

 

나이들면 손톱 발톱도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런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

그곳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야기를 한다면 좋은 일, 즐거운 일을,

화제로 삼고 있는 사람의 귀에 들어가도 좋을 이야기만을 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거울이듯,

상대방도 나를 거울로 생각합니다.(199)

 

풍요롭게 나이드는 일은,

치열하게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 시대는 가고 있지만,

다음 시대가 온다.

 

다음 세대를 위해 광장에 서야할 일이 있으면 나가는 것도 나이든 이의 몫이다.

우리 시대에 책임이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나카이는 독립하여 사장님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결국 오사카 스타일의 가네코에게서 한수 배우는 셈인데,

그것은 갑질이다. 씁쓸하다.

 

되든 안 되든 나누면 됩니다.

곤란할 때는 말이죠.

간사이의 단팥죽처럼 투가 누군지 모르는 게 좋소.

책임감이나 자존심은 양날의 검이오.(121)

 

이렇게 떵떵거리며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여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것.(119)

 

세상 일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옳은 판단을 하려 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요즘 골머리를 앓는 것들이 산적해 있을 게다.

 

도쿄 사람들은 꼭 삼나무 같다니께.

딱딱하고 곧은.

겉보기에는 좋지만 유연성이 없어요.

비싸다 싶으면 깎으면 그만이잖소,

사장 일이란 버드나무처럼 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말이오.(87)

 

간토 지방과 간사이 지방의 차이이기도 하고,

개인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곧은 것도 필요하고 유연성도 필요하다.

 

오쿠다 히데오는 아무래도 유연성 쪽에 한표를 던지는 듯.

 

아무리 글로벌화가 진행됐다고 해도

인간을 움직이는 건 정이라오.

자존심 같은 거 버려요.(107)

 

높은 자리에 갈수록 자존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존심을 버리면 추해지는 것도 쉬울 터이니.

 

회사원은 이러니저러니해도

꼬박꼬박 일정한 급료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오너가 되어 급료를 주는 입장이 돼 봐야 더 절실할 게다.

 

세상은 놓인 처지에 따라

자기가 선 입장에 따라

시선에 따라 달라 보이는 법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담화도 그의 세계관을 보게하는 좋은 이야기다.

배우나 극작가의 측면과 나누는 대화에서도

유연함을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24시 서점이라... 참 매력적이다. 첫부분은 판타지로서 훌륭한데 컴퓨터와 접목되는 부분부터는 너무 구글스럽게 흘러가 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