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자 밀리언셀러 클럽 137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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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미 여사의 '화차'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화차'가 의문의 한 여자를 찾아가는 여정에 따라가는 구조라서 그럴 것이다.

 

주인공 여자의 술집이 '라오'인데,

담뱃대의 대통과 빨부리 사이의 대나무 관이다.

 

대통하고 입 대는 곳을 잇는 대나무,

즉 커뮤니케이션의 다리라는 말이야.(82)

 

고바야시 료코는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소망했나보다.

 

괴로우니가 도망친다고 생각하겠지만,

도망치니까 괴로워지는 거야.(121)

 

그렇게 보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화자다.

 

변호사가 항상 신경을 쓰는 것은

상대가 무엇을 말했는지 보다는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다.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뉘앙스를 바꾼다.(156)

 

추측을 쓰면 사실이 추측에 끌려 간다.(211)

 

경마를 하고 있으면

졌을 때는 데이터적인 필연이었고,

이겼을 때는 뭔가 우연이 작용한 듯한 느낌이 들어.

그게 기분이 좋은 거지.(311)

 

가족이란 당연하게 가족으로 있을 수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강하지 않으면 흩어져 버려.(683)

 

부분부분

날카로운 지적도 많다.

다만, 이야기가 지루하게 전개되고,

건설 분야와 조직폭력의 사이에서

스토리가 분산되는 느낌이어서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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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7-10-1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시가 정말 멋지네요.^^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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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이 등장하는 영화로도 제목을 본 책.

학교도서관이나  지역 도서관에서도 이 책이 너무 낡아서 봐지지 않았는데,

읽고 보니 사람들이 왜 그리 보았나 이해가 간다.

 

잔인한 캐릭터의 등장과

뜻밖의 반전.

 

보험 살인과 연관된 소설인데,

마지막 부분의 추적 씬이 압권.

 

주인공 신지는 곤충학자다.

여친 메구미는 심리학자인데,

곤충에 대한 비유가 소설을 감싼다.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혀 다른

복잡하기 짝이 없는 우주(210)

 

그렇다.

요즘 어금니 아빠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 딸에 대해서,

인천 초등생 살인의 청소년들에 대해서 기사들이 많지만,

그들을 일반화하려는, 그래서 어린 나이라도 강력범죄는 강력대응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만, 모든 사건의 범인은 모두 다르다.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다루려는 섬세한 복지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사건은 더 심화될 뿐.

 

문제 아이들의 부모와 아이를 케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박주민, 송채경화의 <법 발의>라는 팟캐스트에서도 지적하듯,

선진국은 투자를 한다. 욕하기 이전에...

 

환경 오염도 사이코 패스의 급증과 일치(250)

이런 말도 재미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이코 패스란 개념이 유행한 것도 비슷한 시기일 수 있다.

 

보험에 연관된 사회파 소설인데,

박진감이 기대 밖이었다.

기시 유스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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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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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たまもえ는

 '다마(시)'(영혼)와 '모에'(타올라라)라는 말이다.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적어두는 것은 폭력이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무기력이다... 라고 번역 책에서 본 일이 있다.

 

패티김의 '초우'라는 노래에,

가슴 깊이 파고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란 가사가 있다.

'초우'는 '풀에 내리는 비' 같은 뜻도 있으나,

산소를 만들고 그날 지내는 제례의 의미가 있다.

3일째 지내면 삼우가 되고...

아마도,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가 죽고 나면,

고독에 몸부림칠 때도 있을 게다.

 

이 책은 나이든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사별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세밀한 심리를 쓴다.

잔잔한데 재미있다.

아웃!을 쓴 작가인데, 이 책이 더 흥미롭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나이를 먹으면 순하고 투박해질 줄 알았는데

예순 살을 눈앞에 둔 자신의 마음은 젊었을 때보다 더 섬세하다.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충동도 생겼다.

감정의 양이 젊었을 적보다 늘어난 기분.(422)

 

부인만이 망측한 꼴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다 추잡한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저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수치를 겪으면서 그래도 또 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 수치도 겪지 않고서는 의미있는 인생도 없습니다.(465)

 

나는 다카유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의 어디가 불만이라 아키코와 연애를 한 거냐고.

그러나 대답은 알고 있었다.

불만은 없었다.

불만이 없어도 저쪽에서 찾아오는 운명을 거역할 수 없을 때도 있다.(502)

 

산다는 건 그렇다.

불만이 없어도~ 운명처럼 찾아오는 사랑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세상은 더욱 차가워질 것.(83)

 

자포자기는 좋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뛰어넘은 철책 너머는 지옥(126)

 

'나이'라는 뜻의 '도시코 年子'를 통해 작가는 나이듦의 쓸쓸함과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떠넘긴 것 중에 가장 무거운 것은

살아간다는 것.

 

사별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인이 혼자 산다는 것은

자신감 상실과의 싸움(201)

 

'인생에는 함정이 숨어있는 법'이란 말처럼,

'인생 극장'이란 말처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다.

 

이제 곧 환갑이고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은 의외로 젊고 체력도 있어.

어중간한 시기라니까.(259)

 

용모만이 아니라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격도 변하는 거라면,

노화는 정말 잔혹한 일(266)

 

노인의 삶과

사별 이후의 삶이 많지만,

배우자를 <마음을 받아주는 항아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혼이여 타올라라~!

이런 제목도 멋지지만,

노인도 힘을 내자~ 이런 응원의 소설로 읽을 수 있다.

 

노후의 삶을 고민한다면 읽어볼 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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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문학 에디션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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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건 좀 불독처럼 생겼으나 ㅋ

그 이름만으로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아름답다.

윤동주 '별헤는 밤'에서 만나 더 그런 게다.

 

나무 한 그루 저기 솟아올랐다. 오 순수한 상승!

오 오르페우스가 노래한다! 오 귓속에 높은 나무!(68)

 

이런 소네트를 읽으면서 마음의 상승을 경험한다.

정현종의 육필 원고를 곁들인 쪽지글들도 아름답다.

시를 읽으면서 어느 부분에 집중하지 못했다가도,

정현종의 글을 통해 다시 그 부분을 읽게 되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마치 화원에 있는 화분들을 일별할 때면 눈에 띄지 않던 것들도

집에 하나 가져다 두면 매일 친숙해 지는 것처럼.

 

참된 노래는 다른 숨결이다, 무를 둘러싸는,

신 속의 돌풍, 한 바람.(84)

 

노래와 숨결과 돌풍.

좋은 시는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릴케에게 시는 노래는, 그대로 세계였다.

 

노래만이 온 땅을

드높이고 치유한다(114)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그러했듯,

 

그의 묘비명도 아름답다.

그리하여 그의 무덤가엔 늘 장미가 핀다 한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닌 즐거움이여.

 

장미 꽃잎을 수많은 눈꺼풀처럼 본 것도 재미있고,

그리하여 잠이 든 세계가

향기롭고 즐거울 것이라는 모순의 묘비명.

 

그가 죽은 것이 내 나이였다.

시공을 초월하여 한 영혼의 울림을 듣는 일은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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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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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상대 학생은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입니다.

물론, 따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 말해 애정싸움이지요.

그런 일 때문에 두 젊은이의 장래를 망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따님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힐지도 모릅니다.(31)

 

권투선수 남자아이와 처음 만난 딸아이가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항의도 못하고 만다.

성폭행 가해자측에서 하는 저런 말은 참 지긋지긋하다. 앞날이 창창하다니...

우연히 만나게 된 박순신이라는 재일조선인 청년에게서 싸움 기술을 배우는데...

 

어쨌든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오래된 근육을 파괴해야해.

무너진 것을 다시 세워서 새롭게 하는 거야.

그걸 수도 없이 반복하는 거지.(110)

 

어쨌든 해피엔딩인데, 재미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매일 운동을 통해 나아져 가는 모습을 읽는 일.

마치 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우리는 시험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쭉정이 취급을 당해요.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죠.

간단히 시험을 쳐서

그 결과로 인간을 분류하고 레테르를 붙이고

알기 쉽게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려는...(118)

 

학교에 대한 평가도 시니컬하다.

틀린 말 없다.

 

그래. 오래된 근육을 파괴해야 새살이 돋는다.

그 반복을 통해 세상은 조금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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