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역시 예상을 뒤엎지 않았다.

 

나구라가 왕따를 당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튀기도 튀지만 비싼 선수복을 입는 일은

부원들의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나구라는 그런 눈치가 전혀 없었다.(24)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눈치가 없는 점도 작용을 할 것이다.

보통 방송에서 왕따 문제를

인간성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보면서 요즘 아이들은 쯧쯧... 하고 말면 해결은 없다.

 

뭔가 부족한 아이들 역시

청소년기에 친구들의 무리에 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거기 남녀의 미묘한 감정까지 끼어들면, 심각하다.

 

캠프를 망쳐버린 장본인이니 동정의 여지는 없었다.

약속을 깨고 고자질을 했다.(179)

 

이런 행위는 더더군다나 미움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후배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1학년 후배에게 기절놀이를 강요해.

다들 울컥해서 나구라를 에워싸고 등을 꼬집었다.(279)

 

테니스 부원들에

후배 부원들에

여자 아이들까지 나구라를 꼬집는다.

 

나구라는 멋지게 점프하는 친구들을 동경하며 몸을 날리고...

결국은 추락사의 결과로...

 

왕따 문제는

장본인의 문제도 있고,

부모와 가정의 문제도 있다.

학급과 학교, 사회의 문제도 있다.

 

결국 경쟁 중심이거나

청소년들의 미묘한 사이에서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른들이 그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성장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부족하게 마련이다.

 

누군가 지지해주고

누군가 상담해준다면

그 고비를 넘길 수도 있으리라.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유이치는 스스로 그룹에 뛰어들었다.

다른 친구들이 성가셔해도 그들을 졸졸 쫓아다녔다.

아마 사카이의 그룹에서 꽃겨나면 다른 그룹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는 가혹하다.(260)

 

중학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이치.

사체에서는 오랜 기간 꼬집힌 자국이 발견되고,

집단 괴롭힘을 준 아이들은 14세가 겨우 넘은 2명과 아직 넘지도 않은 2명.

 

중학생이란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혼자보다는 친구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229)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는지...

뒤표지에는 <첫장의 예측이 무엇이든지, 마지막 장에서는 배신당한다>는 문구가 하권으로 재촉한다.

 

평범한데도 경험과 상식이 없다는 것이 소년 범죄의 비극이다.

저지르고 난 뒤에야 자신들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했는지 깨닫는다.(203)

 

소년범죄와 자살.

많은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이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운 문제들이다.

 

사회의 문제를 오쿠다히데오는 정면으로 바라본다.

학교의 입장, 아이들의 심리,

기자와 경찰과 검사의 입장에서,

유족과 가해자의 부모 사이에서,

하권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내 집도 내 집이 아니다.

집, 국가, 풍경, 몸의 왕국은 이제 내겐 낯설고 이국적인 것이 되었다.(142)

 

이 책은 치매에 대한 이야기이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면서,

무척이나 상냥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훌륭한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 다음에 상상해야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157)

 

번역인데 번역의 어색함이 없어서 오히려 어색하다.

매끄럽고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이상하다.

 

어머니는 매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살구를 땄던 그 해 여름 이후로, 어머니는 매번 다른 사람이었다.(333)

 

어머니는 행복한 아이였다.

얼마 후에는 자주 넘어지는 길 잃은 아이가 되었다.

그 다음에 어머니는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점점 말이 없어지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337)

 

한 단계를 지나가면 더 곤란한 사람이 되는 병, 치매.

국가가 관리하겠다고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좀 안심이 되지만,

당사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치매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질환이다.

 

시인 마차도의 꿈.

자기 심장 속에 벌집이 하나 있고

벌들이 나의 오래된 실패들을 가지고 꿀을 만들어 내는 꿈.

실패는 쉽게 찾아오지만 그걸로 꿀을 만드는 일은 그보다 어렵다.

 

이 책은 쉽지 않았던 시절에 오히려 더 풍성해졌던 과정에 대한 기록이고,

그럴 수 있게 도와주었던 우정과 친절함에 감사하는 마음은 전체에 흐르고 있다.(감사의 말)

 

누구에게나 실패는 흔하다.

그걸로 꿀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멋진 비유다.

 

미로는 미궁과 정반대다.

미궁은 하나의 복잡한 길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길이며, 때로는 중심도 없다.

그 안에서 헤맴은 긑이 없고 최종적인 도착지도 없다.

미궁이 대화라면,

미로는 주문이나 기도라고 할 수 있다.

미로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꺾이고 뒤틀린 곳에서 길을 잃게 마련이지만,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딘가에 이른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면 된다.

미로 속 여정의 끝은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한가운데가 아니라 다시 입구로 나오는 것이다.

출발했던 곳이 또한 진짜 끝이기도 하다.

그것은 순례나 모험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집과 같다.

미로 안에서는 볼품없던 모퉁이나 여백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여정은 어딘가로 들어가는 여정이 아니라

무언가가 되어 나오는 여정이기 때문이다.(277)

 

비유도 재미있다.

여러 가지 신화의 이야기들을 곁들여 비유하는 솜씨도 뛰어나다.

 

지진은 오랜 시간 쌓여 온 긴장이 낳은 결과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커지던 그 긴장이 쌓이는 과정은 볼 수 없다.

긴장은 오직 그것이 터져나올 때만 볼 수 있다.

아픈 사람과 노인, 죽어가는 사람을 본다.

그런 광경이 우리 안에 쌓이고 어느 시점에선가 우리의 삶이 바뀐다.(259)

 

지진과 삶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가슴이 울린다. 좋은 글이다.

 

어머니는 나를 거울로 생각했지만,

거기 비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울을 탓했다.(42)

 

어머니가 뜯어지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책장이 날아가고, 문단이 뭉개지고,

단어가 흘러내려 흩어지고,

종이는 순수한 흰색으로 되돌아간다.

가까운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더해지지 않는

뒤에서부터 지워지는 책.

어머니의 말에서 단어가 사라지기 사작하며, 텅 빈 자리만 남았다.(24)

 

부제가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로 되어있다.

멀고도 가까운 사람,

멀고도 가까운 기억,

멀고도 가까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로 읽을 수 있다.

 

아련하고 아슴아슴하다.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쿠다히데오의 재치보다는

훈훈한 맛이 잘 느껴지는 소설이다.

 

도마자와라는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점점 퇴락해가는 시골마을의 사람들이 정겹다.

 

자잘한 사건들은 사람이 사는 이상 양념인 셈이고,

병들어 죽기도 하고,

새로 술집이 생기고,

영화 촬영지도 되고,

마을에서 사기꾼도 탄생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고 곁에 있어준다.

 

동병상련이랬다.

비맞을 때 친구가 되는 것은

이미 젖은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보다는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듯,

젊은이들도 도마자와에 돌아오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촌이 이정도 훈훈하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럿 읽었는데, 무라카미 류는 처음이다.

전에 읽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제목이 야하다. ㅋ

무려 69라니...

 

김해경이란 시인이 '이상'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69'라는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요즘말로 '싸이'라는 예명쯤 되겠는데, 그 당시에 69라니... ㅋㅋ 심했다.

69는 이런 포즈를 뜻하는 말이다.

 

세계사에서 68 혁명의 시대라는 말도 있듯이,

전 세계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부도덕에 대하여 저항하고 있던 시대 정신을 일컫는 시대가

일본에선 69로 지칭된다.

 

한국이야 그 시대에 1968.12.5... 이런 거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었던 암흑기였고...

 

청소년들의 좌충우돌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소설이다.

 

이 당시부터 나는 타인을 속이는 기술을 몸에 익히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할 때

상대가 모르는 세계를 일부러 내세우는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79)

 

청년들의 황당한 좌충우돌은

시대에 휩쓸려 투쟁으로 휘말리기도 한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88)

 

히틀러도 그러했지만, 권력 쟁취에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의 눈물보를 터뜨린 노무현이 그랬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나 '노무현입니다'에서는

그의 상상력이 결국 문재인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얻게 한다.

 

체제는 풍경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한다.(112)

 

학교도 또한 그러하다.

아침에 9시 등교가 그렇게 어렵고,

방학 중 보충학습 없애기가 그렇게 어렵다.

체제는 그 사소한 것에 목을 맨다.

결국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억눌리게 마련.

 

이 소설에서는 청소년들이 점거를 하고,

교장실에서 똥을 싸는 등  저급하게 웃기지만,

상상은 체제를 바꾸고 권력을 쟁취할 무기가 된다.

 

봉쇄를 막다니, 베트남 인민이 매일 몇 명이나 죽는지 아니?

저런 놈들이 난징이나 상하이에서 사람들을 마구 죽였던 거라고.(114)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실의 체제에 반증을 들이밀려는 시도에는

언제나 과감한 일반화가 필요한 법이다.

형사의 방문을 받아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 하나를 배우게 될 것이다.

불행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곳에서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는 사실.

행복은 그 반대로,

베란다에 있는 작고 예쁜 꽃이다. 한 쌍의 카나리아다.

눈 앞에서 조금씩 성장해간다.(123)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 전락하지 않는 건,

이런 통찰이 담겨서일까.

 

놈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이상은 안정이다.

진학, 취직, 결혼,

그것이 유일한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구역질나는 조건이지만, 그것이 의외로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진흙 상태와도 같은 고교생들에게는...(141)

 

뭔가 강제를 당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을 보면

단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146)

 

아,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개조하는 일을 질리지도 않게

열심히 수행하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어느 시대건,

선생이나 형사라는 권력의 앞잪이는 힘이 세다.(지은이의 말 중)

 

유쾌한 청춘물이면서도,

씁쓸한 시대와의 불화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득하다.

시대의 풍조는 달라도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해 갈 것이다.

그리고 먼 후일,

또 이런 글들을 쓸 것이다.

 

적어도, 그때 '정말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버린 선생'으로 기억되지는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