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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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baby, gone...를 어떻게 하면 '가라, 아이야, 가라'로 해석할 수 있는 건지...

 

오늘 뉴스에 대구 여중생 자매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걱정을 했는데, 춘천에서 20대 남성이 데리고 있었다 한다.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돌아왔다니 안심이다.

 

실종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가 실종되었는데, 신고한 사람이 부모가 아니다.

부모같지 않은 부모에 대한 고발도 있다.

 

세상은 침대와 다르다.

세상은 벽돌처럼 차갑고 가시처럼 날카롭다.

자궁 속의 접합포자로 시작해 태아로 진화하고 출산이라는 20세기의 마지막 기적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괴물들, 신생아들의 눈먼 울음소리는

그들의 일그러지고 질곡된 삶을 예언이라도 하듯 처절하기만 하다.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이런 식의 둥지와 침대에서 우리와 같은 포만감을 느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괴물을 만들어 냈을까.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을까.(259)

 

그 여잔 매일 아이를 고문한 거야.

매질과 강간이 아닌 무관심으로 말이지.

매일같이 아이한테 조금씩 독약을 먹인 거라고.

그렇게 아이의 정신을 고갈시켰어.

독한 여자. 그 여잔 독약이야.(113)

 

생각없이 아이를 낳고, 방치하는데,

친권은 부모에게 준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인데,

잔혹한 만큼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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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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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264)

 

앞에는 육중한 문짝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문을 통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날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 문 아래에 꼼짝달싹 못하고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265)

 

소세키의 <마음>에서도 나오듯,

그는 사랑에 얽힌 애증의 과거에 얽매여 산문으로 도피한다.

그렇지만, 그 '문'은 그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는다.

 

소스케는 어느 스키야키 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 병은 정신없이 마셨다.

두 병째는 무리하게 마셨다.

세 병째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취한 소스케는 등을 벽에 기댄 채 상대가 없다는 듯한 눈으로 멍하게 어딘가를 바라보았다.(225)

 

집 문간까지 오니 집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148)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고 있는 듯 하다.

고통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 마시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 날,

집 문간 앞에서 느끼는 적요 앞의 두려움.

 

그들은 큰 수반에 떨어진 두 방울의 기름같았다.

물이 튀어서 두 개가 하나로 모인 게 아니라

물에 튕겨지는 힘으로

동그랗게 하나로 붙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고 평하는 쪽이 적절했다.(172)

 

사건은 겨울의 끝에서 봄이 머리를 쳐들 무렵에 시작하여 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날 무렵 끝났다.

모든 게 생사의 싸움이었다.

청죽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내듯 고통스러웠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두 사람을 폭풍이 불시에 휘몰아쳐 쓰러뜨린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났을 때 이미 천지는 모래투성이였다.(194)

 

그들은 채찍질을 당하면서 죽음을 향하여 가는 이들이었다.

단지 그 채찍질 끝에는 모든 것을 치유해주는 달디단 꿀이 묻어있다는 걸 깨달은 것.(173)

 

비련의 꿀은 달면서도 고통스럽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운명같은 것이 세상에 있다면,

채찍질을 당하면서 죽음을 향하여 가는 길이라도 걸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아마도... 자신들은 문 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세키의 <마음>과 함께 격정적인 구절들이 뜨거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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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창비세계문학 4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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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상징은 '태양'이다. 그 태양은 날마다 더욱 솟구쳐(욱일승천) 욕망의 화신이 되었으나,

패전으로 저물어 버린다. 그것이 '사양'이다.

 

다자이(太宰)라는 필명도 좀 우습다.

후쿠오카의 '다자이후'는 '학문의 신'을 모시는 텐만구와 함께 있어 '학업성취'를 빌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적인 오만이랄까, 이런 것이 느껴진다.

 

'사양'에서는 망해버린 화족 집안이 등장한다.

그 딸의 비상한 의지는 소름끼친다.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부디 당신도 당신의 투쟁을 계속해 주세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희생자입니다.(318)

 

전후 일본인들이 눈물을 씻으며 읽었을 법하다.

나로서는 소름끼치고 화가 날 따름이지만...

 

당신들은 내가 죽은 것을 알면 틀림없이 울겠죠.

그러나 살아있는 고통과 그 넌덜머리 나는 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내 기쁨을 생각해 본다면 당신들의 그 슬픔은 점차 사라지리라 생각해요.(307)

 

남성 화자의 목소리는 이렇다. 죽음이다.

결국 다자이는 자살하지만

시대로부터 달아나버리는 모양새다.

가해자로서의 반성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은 오로지 피해자일 뿐.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잖아요.

우리는 살아있기만 하면 돼요.(비용의 아내, 173)

 

이렇게 말해놓고... 무책임하다.

 

다자이는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다자이에게 여성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매개.

삶의 밑바닥에서 표류하던 여성들은 생동감있게 표현되면서 남성과 동반자적 관계 형성(해설, 361)

 

모든 화자는 여성이다.

처지가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의 목소리로 삶의 지향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비관적인 죽음만 뇌까릴 것 같아 두려웠을지 모른다.

 

이대로 소녀인 채로 죽고싶다.

문득, 병에 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굉장히 심각한 병에 걸려 땀을 폭포처럼 흘리고 삐쩍 마르게 되면

나도 완전히 깨끗해질지 모른다.(41)

 

성인 여자의 몸을 더럽다고 여기는 풍토가 있었던 듯.

 

아름다움에 내용 따위가 있어서 되겠는가.

순수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무의미이고 무도덕이다.

반드시 그렇다.

그래서 나는 로코코가 좋다.(여학생, 47)

 

당대 데카당스 문학의 영향은 유미주의, 탐미주의로 번지면서

질병과 죽음, 잔인성 등을 추구한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욕망은 단 하나.

푹 자고 싶은 욕망뿐.

그 군인들이 딱하면서도 한편 부럽게 여겨졌다.

불쾌하고 번잡한 마음과 상관없이 겉도는

아무 근거가 없는 생각의 홍수와 깨끗이 결별한 채

그저 수면만을 갈망하는 상태는,

정말 깨끗하고 단순해서 생각만으로도 상쾌.(51)

 

참 나태롭다. 순수를 지향하는 생각이

기껏 군인이라니...

하긴, 요즘 청와대에 '위안부'를 청원했다는 넘들도 있더라만, 뇌가 주름이 없을지도 모른다.

 

<보꾸토오 기담>은 '화류계 여성과 문학인 남성의 교제를 그린 작품'이라 한다.

이상이 떠오른다.

 

여자에겐 하루하루가 전부인걸요.

사후도 생각하지 않아요. 사색도 하지 않고요.

순간순간 아름다움의 완성만을 바라며 살아요.

시시각각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삶의 목적입니다.(피부와 마음, 81)

 

여성의 시점으로 서술하긴 하지만,

당시의 여성관을 드러낸 남성화자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당초 이 전쟁은 말이 안 되는 거였어.

빙글빙글 돌다가 픽 쓰러지는 녀석들이 이길 리가 있나.(116)

남자에겐 불행만 있지. 늘 공포와 싸울 뿐이야.(168)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난 구절은 많다.

다만 혁명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을 늘어 놓으면서도

가해자로서의 통렬한 반성은 없고,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중하는 것이 짜증날 뿐이다.

 

모기장을 치고 두 아이 틈에서

川자가 아니라 小자로 잠을 잡니다.(오상, 133)

 

자신들이 그렇게 왜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중심적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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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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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대표적인 인물들이 설정되고,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시공간의 인물들이 얽힌다.

그 사이에서 짠한 인간사의 편린이 비치는 소설을 내가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


다다 하루카와 료렌하오라는 인연이 등장한다.

타이완에 여행을 간 다다와 하루 안내역을 맡은 로롄하오.

그들의 인연은 아련한 배경 속에 고베 대지진과 대만 지진으로 이어지는데...

안자이 마코토라는 다다의 상사와 현지의 애인 유키...


그들의 엇갈리는 애정은 독자를 감질나게 하는데...


렌하오가 찾았던 내가 여기 있고

내가 찾았던 그가 여기로 와줬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은 역시 내가 찾아 내지 못한 그였고,

그가 찾아내지 못한 나일 뿐.(404)


엇갈림을 아쉬워하는 다다의 시선이나,


길을 잃은 고양이는 아니지만,

멀리 찾으러 나가면 고양이는 집 근처로 돌아오고,

집에서 기다리면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주인을 찾으러 멀리 떠난다.(278)


고양이를 찾아주는 렌하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신칸센이 대만을 달리는 사건을 배경으로

다다는 직장을 대만으로 얻게 되고, 안자이 역시 대만에서 근무한다.

신칸센의 진척은 느리게 흐르지만, 

이들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가쓰이치로 노인의 등장은 뜻밖의 배경을 제공한다.


타이완 역시 일제의 지배하에 있었던 시기가 있었고,

가쓰이치로는 식민본국민으로서 친구 랴오총에게 2등국민이란 욕설을 내뱉고

아내 요코를 얻게 된다. 


그렇지만 수구초심이라고, 어린 시절 나고 자란 타이완에 대한 향수는

시대적 배경을 안고 쓰라리게 휘감긴다. 친구와의 화해는 부록이다.


차라리 그때가 되면 아내의 유골과 함께

우리가 나고 자란 타이완의 어느 밝은 곳에 잠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450)


첸웨이즈란 청년은 신칸센 기술자로 일하게 되고, 여친 칭메이친이라는 이혼녀와 맺어진다.


이런 여러 인연들을 싣고 신칸센은 성공적으로 달린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들의 공통점은 정적으로 흐르는 공간적 느낌을 담는단 것인데,

이 소설 역시 타이완의 정적인 배경을 사랑스럽게 담고 있다.

타이완을 가보고 싶게 하는 소설이다.


홍콩에서는 흘러가는 경치가 세계 최고로 아름답다면

이곳 타이베이의 거리는 멈춰섰을 때의 경치가 세계 최고로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까.(467)


하루카는 타이완의 동쪽이 좋다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이 타이베이나 가오슝이 있는 서쪽과는 확연히 달라서

한 시간을 보내면 두 시간을 보낸 것 같고

하루를 보내면 이틀 같아서 굉장히 호화롭게 지내는 기분이 든다고...(383)


도쿄와 타이완은 공기가 아니라

그 공간에 흘러가는 시간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루라는 시간이 타이완보다 도쿄가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스스로도 딱 짚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예를 들어 외출전까지 세 시간이 남았다면 타이중에서는 다섯 시간쯤 남은 것처럼 느껴지고

도쿄에서는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다섯 시간이나 여유가 있으면 낮잠도 자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시간뿐이면 잠잘 여유가 없다.

실제로는 똑같은 세 시간이지만.(252)


물론 서양 근대를 이어받은 선진국 일본의 시선으로 

한국이나 중국을 보면 정적으로 보일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 고요가 남아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대도시에 사는 나로서도 일본의 후쿠오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꼈으니 상대적인 일.


신칸센이란 결국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움직이는 거야.(366)


타이완의 만만디 시계에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일본에서 가져온 시간의 흐름이 어느덧 이곳 타이완 시간의 흐름에 천천히 동화됐다고 말하면 좋을까.

아무튼 밖에서 소나기를 만나도 한동안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면 그만이다 싶은 여유가 자연스레 배어들었다.(367)


소세키를 구립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그의 '산시로'에 이전 대출자가 이 책을 빌려본 기록이 끼워져 있어서

우연히 눈에 띄어 읽어본 것인데 뜻밖의 수확이다.



------ 맞춤법이 눈에 걸리적거린 곳...

이 책에 6~7회에 걸쳐 '기지개를 펴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어로는 <기지개를 켜다>쪽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기지개의 뜻에 '몸을 펴다'라는 의미가 들어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일본어의 <노바스-펴다>, <노비-기지개>라는 말을 번역하다 보니 <~펴다>로 번역하기 쉬웠을 듯.

간혹 사전이나 해설에 따라서는 표준어를 둘 다 라고 설명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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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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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생에 대하여 쓰려고 했던 모양인데,

도련님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에 대한 묘사들이 잘 드러난다.

 

세상에는 무척 영리한 인물이면서

인간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작자가 상당히 많다.(91)

 

조조라는 알선책을 따라가면서 하는 생각이다.

지식인 계층, 부유층이었던 소세키로서는

밑바닥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험이 소중했던 것 같다.

 

세상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당연하게 되고

혼자만 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로 생각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만들려면 자기편을 만들어두고

자못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부당한 일을 하는 게 최고다.(132)

 

이런 것이 세상의 '도덕'이고 '윤리'다.

갱부들을 멸시하는 세상의 시선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때의 구름은 정말 기쁜 것이었다.

네 사람이 떨어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뭉치기도 하면서

구름 속을 걸어갈 때의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꼬맹이가 구름 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이바라키의 담요가 붉어지기도 하고 하얘지기도 했다.

조조씨의 도테라가 불과 10여 미타 거리에서 짙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무턱대고 서둘렀다.

세계에서 분리된 네 개의 그림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네 개인 그대로 끌리어 합치듯이

튕겨져 멀어지듯이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구름 속을 오로지 걷기만 할 때의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138)

 

마치 '메밀꽃 필 무렵'을 읽는 것 같다.

소세키를 읽다 보면,

한국 근대 문학의 이런 저런 작품들이 일렁인다.

하물며 일본에야... 이를 것이 없을 듯.

 

'갱부'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할 뿐이다.

소설처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그 대신 소설보다 신비롭다.

모든 운명이 각색한 자연스러운 사실은 인간의 구상으로 만들어낸 소설보다 더 불규칙적이다.

그러므로 신비하다.(147)

 

인간 각각의 경험은 모두 다르다.

내 눈에 비친 하늘빛과 다른 눈에 비친 빛은 다르다.

누구는 농사를 짓고, 누구는 도적질을 한다.

그런 것들을 인생이라 부르는 것이니,

그 신비를 쓰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 여기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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