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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7년 3월
평점 :
지난 주 나는 대부분 꽃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식물학 또는 미학과 거의 상관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자연의 형태들 - 나무, 구름, 강, 돌멩이 꽃 같은 것들 - 이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로 보여지고,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건 - 당연한 이야기지만 - 말로 옮길 수 없는 메시지, 딱히 우리를 향해 던져진 것도 아닌 메시지였다.
자연의 외양들을 텍스트로 읽어내는 일이 가능할까.(104)
왜 자연에 몰두하게 되는가.
작가는 매미 소리를 듣고,
꿀벌과 천둥의 소리를 들으면서 깨닫는다.
그것이 존 버거에 오면 수직상승하는 '지양'을 거친다.
시간은 선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적인 것.
우리의 삶은 하나의 선 위에 찍힌 점이 아니다.
이 선은 전례가 없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질서의 일시적 탐욕에 의해 절단되고 있다.
우리는 선 위의 점이 아니라 원의 중심이라고 해야할 것.(109)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부려 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군함도'의 미남 배우들처럼
폭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언어 뿐이니...
버텨온 우리는 아직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 저항하고,
계속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우리는 연대 안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그 모든 언어로 칭찬하고,
욕하고,
저주하는 일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111)
존 버거는 자연에 매몰되지 않는다.
관조에서 꽃을 피운다.
언어로 사상의 꽃을...
사진만 찍고 관조하지 못하고 응시하는 작가들의 한계가 그런 것이다.
연대하지 않는다면, 저항하지 않는다면,
이 자본의 세상에서
더이상 인간으로 남을 수 없음을... 이 작은 책은 웅변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무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