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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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유명한 이야기.

주인공은 음행의 죄를 판정받지만, 자신은 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불복하고...

 

자신의 행위에 의해 상대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느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하지는 않았느냐,

이것이 바로 음행의 정의...(62, 372)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주인공 쓰바키 과장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에서는 가슴을 치며 마음아파하며  듣는다.

 

짙은 슬픔이 야윈 등을 뒤덮고 있었다.(129)

 

야쿠자 출신의 다케다는 다른 사람으로 오인받아 죽게 되는 사람인데,

별개로 나아가던 쓰바키, 다케다, 꼬마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서로 이어진다.

 

혼잡한 전철 안에서 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남자들에게 겁을 먹었다.

체구가 작고 무력하다는 건 이렇게도 불안한 것이었던가,

왜 세상의 남자들은 연약한 여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일까?(206)

 

여자는 자기 표현을 하지 않으면 손해예요.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주장을 펼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나 자기표현은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자기 주장은 권리이지만 자기표현은 의무예요.

그것을 착각하면 윗사람에게 오해받거나

아랫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지요.

실력도 노력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요.(314)

 

역지사지다.

상대로 살아보지 못하면 그 불안감을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에게 주어진 유리천장과 불안감,

여성의 몸으로 돌아온 쓰바키 과장이 들려주는 심정은 의미있다.

 

이쪽 세상에 있는 사자들 중에

현세에서 풀어야 할 게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거라고요.(281)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책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삶,

사는 동안 잘 살라는 메시지를 아련히 남긴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영어 속담, 격언을 조사해 보라 했더니,

 

Hope springs eternal.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we call it a [present].

같은 문구들을 좋아했다.

희망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자는 말들이다.

 

백화점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꿈의 상자예요.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꿈을 사러 오지요.(320)

 

백화점에서 과로사한 주인공에게

백화점은 특별한 공간이다.

 

세상은 그렇게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어딘가와 특별한 장소란 기억을 맺다 가는 곳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

 

슬픔이 밀려들 때는

별을 보렴.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작고 시시한 일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347)

 

꼬마들이라고 세상을 모르지 않는다.

꼬마들과 별을 보면,

또 이런 소설을 읽노라면,

세상은 작고

자신은 시시함을 깨닫고,

즐겁고 발랄해지고 싶어진다.

 

저승길에 피어있다는 사라꽃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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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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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놀이라고 폄하하지만

이 세상은 애초에 놀이로 성립되어 있습니다.(266)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반전은 재미있으나, 이야기들이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많다.

 

두번째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좀 흡인력이 있고,

첫번째와 세번째 소설은 반전을 위해 나머지 이야기가 존재하는 듯...

 

읽고나면 좀 시시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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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비페이위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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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사로 만난 비페이위.

맹인 마사지사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애증이

숨소리까지 살아날 듯이 그려진 소설이어서, 그의 평원을 만났다.

 

1976년, 문화대혁명기의 농촌,

식상할 것처럼 보이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대보다는 사람이 돋보인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인물들의 해학적이고도 비극적인 삶이 아련한 추억처럼 남는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생동감을 입고 숨쉬는 듯 그려지기도 하고,

싼야와 두안팡의 불타오를듯한 열정,

그리고 허망하게도 죽음에 이르는 스토리들이

멀리서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삶은 두부 한 모와 같다.

삶은 시간한테 뺨따귀를 얻어맞고 새하얗게 부서져 날아간다.

도로 맞출 수 없는 그 부스러기야말로

삶의 진정한 형태로,

솥 안에서 흩어진 다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한 그릇에 담기고 나서야

결국 하나의 두부에서 부서진 것임을 인정받지만

원래의 네모반듯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시고 달고 쓰고 맵다. 뜨겁다.

한입 먹으면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추억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다.(475)

 

읽다보면,

그것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그대로 시가 되는 것 같다.

 

생동하는 인물들의 역동감을 느끼다 보면,

비극적인 시대조차도 싱그러운 땅의 냄새에 묻힐 듯 싶다.

 

삶은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지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우만링의 결말을 보나,

링거로 사이다를 만들던 의사의 이야기를 보나,

평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풀들처럼,

삶은 추억을 남기는 시간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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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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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가와쿠와

하나노 모토니테

하루 시나무...

 

바라건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카나리야라는 맥주집에서 도란도란 일어나는 이야기들...

조용하면서도

문학의 풍미기 가득하다.

 

아니, 맥주의 풍미와 겨자냄새 묻은 가지랄까...

맛깔난 안주가 한밤중 맥주를 부르는 소설이다.

 

어쩌면 심야 식당의 추리물이라 부를 만하다.

 

구도 데츠야로 불리는 마스터의 추리와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구도는 마시던 잔을 개수대에 넣고

냉동고에서 하얗게 서리가 낀 잔을 꺼내 비어서버에 갖다 대었다.(215)

 

아~

이런 구절을 만나면

맥주를 가지고 오지 않을 수 없다.

 

좀 슴슴한 맛의 추리물인데,

잔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긴박하지도 않다.

 

하이쿠라는 시의 형식과 내용이 그러하듯,

간결한 형식미 속에서 삶의 냄새가 뭉클 피어오른다.

그런 소설이다.

 

제목이 아주 멋져서 기억에 남았던 소설인데,

그의 '벚꽃 흩날리는 밤'도 유명하다 하니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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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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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 비포 유...의 매력은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마법에 있었다.

이제 당신이 떠난 후... 빈자리에서 슬퍼하는 루에겐 아픈 날들이 그득하다.

 

그렇지만 사랑의 아픔은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하는 법.

루에게 샘이 다가온다.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오고, 상쾌한 가을도 있는 법인 거다.

 

뜻밖에 인물, 릴리를 만나는 루.

윌의 딸인 릴리의 방탕한 생활로 루이자의 생활 역시 혼돈의 늪으로 빠지는데...

 

마치 작은 고치 안에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작은 구석에는 코를 흔들어대는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있었지만.(40)

 

고치와 코끼리는 루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한 말이다.

 

십대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없어요.(183)

십대 아이들은 얼굴을 보며 너무 많이 대화하는 건 힘들어한다고 읽었어.(194)

 

위로가 되지 않지만, 또 위로를 주는 말이다.

 

그 또래 아이들은 다른 일은 그렇게 느리게 하면서

문자 메시지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보낼까.(494)

 

아이들이 잘하는 건 이런 것이다. ㅋ

 

진짜 부모는 아니지만 부모 노릇을 하면서 배우게 된 것이 있다.

어떤 일을 해도 대체로 틀리게 되어있다는 것.

잔인하거나 무시하거나 불성실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것.

지지해주고 사랑해주고 격래혀주고 아무리 작은 성과라도,

가령 제시간에 일어나거나 하루종일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 따위에도 칭찬을 해주면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망치게 된다는 것.

내가 친부모가 아닌 부모 역할만 하는 사람인 경우에도

이 모든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

다른 사람을 먹여주고 돌봐주면 적어도 권위를 얻게 되지만,

이 경우에는 그조차도 없다는 것도.(429)

 

어쨌든 아이들은 반항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계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도, 보호자도, 권위도, 모두 싫다.

기다려 주는 일. 그런 일이 어른으로서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병원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기묘한 탄성이 있다.(482)

우리는, 가족과 나는 플라스틱 의자에 몇 년인가를 앉아 있었다.(486)

 

샘이 아플 때, 윌은 기다린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린다.

아이를 기르는 일 역시, 병원 의자처럼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네 아빠가 잊지 못할 말을 해줬어.

'그거 한 가지로 당신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375)

 

그래. 이런 말이 도움이 되리다.

스스로를 규정하지 말고,

좀 자유로이 살아도 좋다고...

좀더 무모하게 살아도 좋다고...

 

본편의 만남과 사랑과 이별이 애절한 스토리였다면

속편은 이별 이후의 공허와

놀라운 만남과 방황으로 이어진다.

삶이란 그런 것이란 듯, 육아에 대한 느낌도 많다.

 

슬프고 불안한 뇌는 코티솔 급등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

누구에게든 너무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운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가끔은 머릿속에서 두 개의 만화 캐릭터가 계속해서 다투며 조언하는 것 같았다.(401)

 

코티솔은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호르몬이란다.

불안하면 행복을 위해 호르몬이 노력하기도 한다 하니...

세상은 늘 두 개의 만화 캐릭터가 밀고 당기는 게임일지도 모른다.

한편에선 웃고 한편에선 찡그리면서...

길항하는 개체가 인간이란 존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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