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내 몸을 52년 써왔다.

그렇지만 내 몸은 날마다 변하고 있다.

체액은 새로운 물로 채워지고, 노폐물과 함께 소변으로 빠져나가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급격한 속도로 자라나고,

피부는 새로 생긴 넘과 죽은 넘이 자리를 바꾸느라 비듬을 만든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내 원형질 안의 수분은 2% 부족하게 되어

탱탱하고 윤기나던 피부를 주름지고 처지게 만든다.

 

에브리데이, 우리는 다른 몸에서 태어나는 것인데,

우리는 자신의 항상성에 대하여 참으로 자신만만하게 살아간다.

자기를 욕되게 하면 무진장 화를 내며,

자기의 몸을 예쁘고 멋지게 꾸미는 데 또 시간을 보낸다.

 

내가 가게 되는 곳은 언제나 내일일 뿐이다.(68)

 

날마다 다른 몸에서 태어나는 주인공.

그렇지만 그는 그 각자의 몸을 참 소중하게 여긴다. 고마운 일이다.

 

청소년 주인공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다.

'키미노 나와?(너의 이름은?)'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인격이 바뀌는 몸뚱아리에 대한 묘한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은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 것인지,

철학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부여한다.

 

다만, 흥미롭게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기에는 소설이 좀 길고 많은 날들이 지나간다.

좀더 며칠에 집약적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엿듣는 벽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일단 사건이 단일하고, 등장 인물의 구성도 간단하다.

그리고 당연히 반전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박진감 넘치게 스토리가 진전된다.

 

반전은 언제나 주요 인물의 곁에서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이 소설의 경우 사건을 재연하여

범인을 밝혀내는 엘머 도드의 기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뒷부분의 스토리를 암시하는 문장들이 암시적으로 제시될 때

그런 것을 읽는 재미가 있다.

 

마거릿 밀러, 찾아 읽고 싶은 작가가 추가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설명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일은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추리소설로 시작해서 철학적 논술로 마무리된 그닥 재미는 없는 소설. GOD가 모든 것을 다 안다면, 세상은 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세상은 비관적인 것도 희망적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종간의 갈등과 조화를 evony & ibory라는 노래가 있었다.

상아색과 흑단빛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의 건반은 서로 다른 빛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노래.

 

그 노래만큼이나 양털의 펠트로 만든 망치와 강철로 이뤄진 현은 다르지만 협조한다.

피아노의 음률보다 물리적인 피아노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조율사의 이야기다.

 

우연히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만난 조율사로부터 피아노 조율하는 소리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숲을 떠올리는 주인공 소년.

조율사 과정을 마치고 조율사가 되었으나 <인생은 실전>이었다.

 

그렇지만 인생은 실전, 줄여서 <인실>이 남을 골탕먹일 때 쓰는 말인 용례와는 달리,

조율사로서 소년은 차근차근 자기 길을 열어 나간다.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인 시절이 있는 법인 게다.

아마도, 양과 강철의 숲에서, 그는 아름다움도, 좋음도 모두 만나는 좋은 조율사가 되었으리라.

 

고대 중국에서는 양이 사물의 기준이었대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어서 선 善 하고 아름답다 美 고요.

그건 우리 모두가 항상 진지하게 추구하는 가치잖아요.

선함도 아름다움도 원래 양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아,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처음부터 피아노 안에 있었어요.(272)

 

선과 미에는 모두 '양 羊'  자가 들어있다.

 

뭐 우리는 440헤르츠를 추구할지 몰라도

고객이 바라는 건 440헤르치가 아니라

아름다운 라 음일 뿐이야.

피아노는 한 대 한 대 다 다른데

소리는 서로 연결되어 주파수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도 들어요.(116)

 

이렇게 간혹 철학적인 대화도 오가는데,

어떤 직업의 세계도 곰곰 살펴보면 이런 철학적 멘토를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장인정신 같은 것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쓰고 싶었을 게다.

 

어떤 음악이든 작곡가가 추구하는 바와 연주자가 재생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음악은 어차피 1회성이니까.

그것을 녹음한들 영원할 수는 없는 게다.

 

조율사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간격과 그 간격의 바람직한 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읽는 일이 참 행복한 소설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이나 한국이나
무리 의식이 지나치다.
무리의 생각을 윤리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흔히 폭력젹이다.

편의점알바가 가장 편하고 즐거운 사람도 있는것이다.
그에게 왜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지 않느냐는 질문은 아주 폭력적인 것이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질서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게이코에게 나는 격한 공감을 느깐다.

나 역시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평생을 보냈고,
그곳의 질서가 가장 편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남자가 그정도 학력이면 왜 선생님을 하느냐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글쎄, 이제 29년차로 들어가는 나로서는 이 공간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밖에...

이야기는 인물도 단순하고 평이한데 직업과 무리의 생각에 대하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