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마음 - 개정판 카르페디엠 6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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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쓰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어른들에게 위로도 주고,

교훈도 될 이야기를 쓴다.

 

아이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좋은 어른 

억지쓰지 않는 사람, 바보같은 사람. (116)

 

어른스러우려 애쓰는 어른들 속에는 아이가 들어 있다.

어리석고

가볍고

억지쓰지 않는

바보같은 사람이 귀엽단다.

 

세상에는 부모가 헤어져서 불행한 아이도 많지만

헤어지지 않아서 불행한 아이도 많다는 말, 케스트너의 말(226)

 

누구나 어쩌다 부모가 되게 마련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 역할은 늘 어렵다.

그렇지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어떤 생명이든 저마다의 삶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65)

 

고양이를 기르면서 느낀 이야기지만,

아이들이라도,

이혼한 사람들이라도,

저마다의 삶이 소중하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아.

그러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테니까.(79)

 

예술가 아빠의 생각은 신선하다.

그렇지만, 신선한 만큼 아프다.

 

작품의 가치와 세상의 평가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타락한다.(125)

 

비틀어진 세상에서

날카로운 견해도 보인다.

 

돈 좀 번다는 것들은 다 그래.

운 좋은 놈은 사업가고, 운 나쁜 놈은 범죄자거든.

벗겨 놓으면 다 똑같은데 말이야.(199)

 

이혼으로 심경이 복잡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자녀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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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세계문학의 숲 40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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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서술어가 마지막에 위치하는 언어여서 각운에 대하여 민감하기 힘든데,

중국어나 영어처럼 주어 동사 뒤에 명사(구)나 형용사, 부사(구) 등이 놓이는 언어에서는

초성만 다르고 나머지 '라임'이 비슷한 각운을 즐겨 한다.

한국에서라면 아재 개그나 부장 개그라 놀릴 법한 것들이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도 굳이 '하트'와 '헌터'를 들이댄 것도 -트 발음의 유사성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고독한 사냥꾼이 고독을 느끼는 부분은 '마음'보다는 '심장'이 직접적이지 않을까?

마음이든, 심장이든, 우리말로 헌터와 각운을 맞추기엔 애당초 틀려먹은 일인지 모르겠다.

 

카슨 매컬러스는 고독에 대하여 깊은 조예를 가진 인물이다.

요즘에야 고혈압과 뇌졸중을 극복하는 일도 흔하지만,

20대에 수차례 뇌졸중으로 죽음을 앞둔 아가씨가 23세에 발표한 책이라고 믿을 수 없는 책이다.

그 두 배가 넘는 삶을 산 나도,

세계의 모습과 인간의 저변에 깔린 모습을 이렇게 형상화하는 것에는 아득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읽을 수 없어 문학성을 논하기는 힘들지만,

20세기 초반 미국 남부의 사회상 - 흑백 문제에 대하여, 노동자 인권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들과,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는 고독에 대하여, 특히 장애를 가진 이들의 소외감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보여 준다.

 

주인공들이 지닌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전형을 보여줄 법 한 모습들이다.

 

그는 절대로 밤에 카페를 닫지 않을 것이었다.

장사를 계속하는 한, 밤이야말로 그런 시간이었다.

다른 시간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이때 왔다.

두어 명은 일주일에 몇 번 정기적으로 왔다.

어떤 이들은 한 번 와서 코카콜라를 마신 뒤 다시는 오지 않았다.(436)

 

그는 비프다.

유목민, 농경민 사회에서는 밤이라는 시간은 자는 시간이다.

20세기들어 도시의 세계는 밤에도 방황하는 사람들이 쉴 곳이 필요하다.

시골이지만 이름은 <뉴욕 카페>인 공간은,

마치 백석에게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같은 사고를 펼치게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Room by the sea>라고나 할까.

 

호퍼의 그림이 단절된 사각형안에 고립된 인간상을 그리고,

집보다는 <방>의 불통을 고독하게 그리던 그런 시대와 통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 방에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한장 쯤 가지고 있던 시대였던...

그 고독한 영혼들이 쉬어갈 곳이 필요해진 시간...

일본 만화 <심야식당>처럼...

 

큰 소리로 스피노자를 읽자

단어들이 풍요하고 어두운 소리를 냈다.

그 비오는 밤 노란 성냥불 뒤에서  미소 짓던

백인의 얼굴을 기억하자 그에게 평화가 왔다.(115)

 

흑인 의사 코플랜드 박사의 세계를 '풍요하고 어두운 소리'로 표현하는 것도 멋지다.

세계와 소통하지 못하는 '벙어리들'로 시작한 소설은

다양한 '소리들'을 마구 열어준다.

 

그들은 부드러운 바닥에 누워 하늘을 향해 서있는 초록 소나무숲을 올려다보았다.

새 한 마리가 처음 들어보는 슬프고 맑은 노래를 했다.

오보에처럼 높은 음,

그런 뒤 다섯 음 낮게 다시 불렀다.

그 노래는 대답없는 질문처럼 슬펐다.(336)

 

믹이 해리와 들은 소리다.

믹에게 음악은 신세계였다.

음악은 가난한 믹에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현실 가능성은 비록 아주 적지만...

 

나는 눈이 보고 싶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차고 하얗게 날리는 눈. 눈보라.

차갑고 하얀 눈이 한겨울 내내 부드럽게 내리고 또 내리는 거야.

알래스카의 눈처럼.(337)

 

꿈꾸는 소녀 믹은 하느님을 믿지 않지만,

포셔의 아버지, 코플랜드 박사는 의지한다.

 

네 영혼의 모습과 색깔에 대해 말하는 거야.(66)

 

코플랜드 박사는 '꿈을 가진' 흑인이다.

흑인들에게 변화를 주려 하고,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선각자이다.

영혼의 색깔에 대하여... 이 책은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개혁을 바라는 제이크조차도 현실에는 비관적이다.

 

당신이 나무때문에 숲을 못 본다고 말하는 거요.

일을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오.

낡은 전통을 파괴하고 새로운 전통을 창조해야 하오.

당신과 수천 명의 흑인들이 워싱턴이라는 시궁창으로 몰려간들 누가 상관하겠소.

무슨 차이를 만들겠소?

우리 사회 전체가 시커먼 거짓 위에 세워졌는데.

뭐든지 할 수 있소. 모든 것을! 뭐든지!

아무 것도 못해요.(375)

 

공황으로 다들 어렵던 시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을 뚫고,

겨우 내 촛불을 든 사람들이 여왕질 하던 사람을 끌어 내렸다.

이제 다시 감옥에 처넣기 위해 촛불을 든다.

비관과 부정에는 가능성이 없다.

 

안토니오 그람시라는 공산주의자가

평생 병든 몸으로 고통받았지만,

<이성적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을 했다.

우리 사는 세상도 비관적이다.

홍준표 같은 사람이 세월호를 정치적 수사로 낙인찍으려 한다.

일베에서는 다시 오뎅 사진을 올린다. 참 추악스럽다.

그렇다고 문재인이나 안희정이 희망차지도 않다.

민주당은 늘 이승만의 자유당 옆에서 얼찐거리던 세력 아닌가.

그렇지만, 민주공화국을 위하여 의지를 가져야 할 모양이다.

 

의지가 없다면, 세상은 비관적이다.

의지를 가져야, 세상은 겨우 낙관적인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살기 힘들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작가는 읽은 것 같다.

 

그런 비관적인 것들은 소설 내에서

벙어리라는 장애, 흑인이라는 차별, 하층민들의 가난,

그리고 군중 속의 살인, 폭동, 총상,

결국 안토나풀로스를 잃은 싱어의 자살로 이어진다.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묘사할 수밖에 없지만,

사는 사람들을 또 하루를 살아야 할 몫의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으로 장편을 맺는다.

 

비프는 생각에 빠져 꼼짝않고 서 있었다.

땀이 관자놀이에서 반짝였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한 눈을 다른 눈보다 크게 뜨고 있었다.

오른쪽 눈을 크게 뜨고 암흑과 오류와 멸망의 미래를 응시하고,

가늘게 뜬 왼쪽 눈으로 과거를 보았다.

그는 암흑과 광명 사이에 매달려 있었다.

비통한 냉소와 신념 사이에 걸려 있었다.(439)

 

문학을 읽는 일을

비관적 사회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받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고전으로 꼽히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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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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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마우는 <충직함>이란 뜻이다.

주인을 향한 맹목적 충직함이 아니다.

 

이 책은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이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문명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며,

이름붙여지지 않은 많은 존재들과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냄새들과 움직임들의 실존을 음미하게 하는 책이다.

 

생태계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도,

상생의 삶을 추구하며 영위하고 있는 존재들과

경쟁과 죽음의 문화를 좇는 불나방 같은 존재들의 삶의 양태가 드러난다.

 

그 작은 양털 실오라기에서 마른 장작, 곡물 가루, 우유, 꿀,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가 난다.

나는 자리에 앉은 채 있는 힘을 다해 울부짖는다.

내가 근처에 있고 마ㄴ나러 갈 거라는 사실을

아우카만에게 알리기 위해 울부짖는다.

다른 건 몰라도 고통에 찬 목소리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법이기에.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76)

 

공생을 원하는 우정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고,

자연의 향기를 읊는 서사시로 읊을 수도 있는

얇지만 장엄하고

슬프지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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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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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우뚝 솟은 관람차를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산은 상류층, 바다는 하류층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람차를 타고 둘 다 한 번에 굽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163)

 

히바리가오카라는 부유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부모에게 달려드는 아이의 문제,

마을의 명성을 해치는 데만 신경쓰는 이웃의 문제 들이 얽혀있다.

 

두 가족이 핵심으로 등장하고,

이웃집 별가방이 양념으로 등장한다.

인물이 많지만 스토리가 워낙 긴박하게 흘러가는 문체여서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집어넣는 그런 것들보다는

사건과 인물을 통해서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여서 가독성은 아주 좋다.

 

아야카처럼 멋대로인 아이를 기르는 마유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아버지 게이스케처럼 가정에서 달아나고 싶어하는 어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살인사건의 핵심 요소인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소통 부족에 기인한 억압적 기제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분위기보다는

각자의 일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사회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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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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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 전부터 식민자들은 자기들이 길들인 것들에는 이름을 주고,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선 이름을 빼앗으면서 재산을 늘려왔다네.(26쪽)

 

3년만에 세월호가 올라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1073일만에...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권력자가 내리 누르고 있었음을 증명하듯 쉽게 올라왔다.

 

이방인을 다시 쓰기한 책이다.

이방인이 프랑스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역설이라면,

이 책은 죽어간 아랍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본질에 대한 일갈이다.

아랍어를 쓰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간,

데칼코마니같은 이방인의 또 한 편.

 

그는 엘 루미, 즉 이방인이었거든.(54)

 

죽어간 아랍인의 동생 시점에서 본 뫼르소는,

자기들이 관점에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무싸의 시신은 미스터리로 남아있게 될 거야.

책에서도 그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잖아.

그건 충격적인 폭력을 부정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살인자는 총알이 발사되자마자 미스터리 쪽으로 방향을 틀지.

그가 눈부심이냐, 희생자냐,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채로 계속 가는 동안,

내 형 주드는 슬그머니 그 장면에서 빠져 어딘지 모를 곳에 숨겨지고 말았네.

누구의 눈에도 안 띈 채.(71)

 

그러나, 진실은 수장되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배 한 척, 몇백 명의 죽음 쯤이야

교통사고 같은 것일지 몰라도, 진실은 이방인들의 목줄을 옥죄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한 영혼을 죽이는 것은 인류 전체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132)

 

코란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약자들의 죽음에 눈감는 자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아니, 진실을 호도하려 든다.

호도는 풀칠해서 덮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인류는 죽지 않는다.

끈질기게 이어진다.

 

'뫼르소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아나?

아랍어로 엘 메르술.

사자' 또는 '전령' 이라는 뜻이야.

그럴듯하지? 안 그래?(198)

 

까뮈의 <전락>처럼

술집에서 상대에게 넋두리하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까뮈의 방식으로 까뮈가 밝히려는 부조리의 부조리함을 쓴 작가.

까뮈의 언어로 까뮈가 풍자하려던 세계의 한계를 드러낸 작가.

멋지다.

 

진실은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는 결코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제 세월호의 다른 측면이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목숨줄을 죄어들어가는

사필귀정의 나날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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