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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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은 과거로 말미암은존재가 아니라 현재부터 비롯하는존재

 

요즈음 인터넷 서점의 판매 지수에서 수위를 달리는 책으로 그 제목이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다.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게 마련이고, 행복하기 위해 살겠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니... 물론, 그런 역설적 명제를 앞에 내세울 때에는 탄탄한 논리력으로 자기 주장을 이끌어갈 만한 자신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독자를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르침을 마치 플라톤의 대화형식으로 저술한 책이다. 핵심만 짚어 보자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지치고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사고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프로이트의 인과론처럼 불행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필연적 원인이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나 아들러의 목적론은 이런 생각은 비합리적인 것이며, 인간은 단순하게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살아가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상식을 깨뜨릴 것을 힘주어 말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과거의 원인으로 현재 불행해진 것이라면 인간이 바꾸기는 힘들 것이므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상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조리한 삶의 나날을 반복하는 시지프스처럼 주어진 직선 위에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존재라면 왜 당신은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 상식이나 통념에서 벗어나자

 

이 책은 아들러의 개념들을 근간으로 하여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의 기초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설파한 연설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 누구나 남들보다 열등해 보이는 측면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돋보이는 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 ‘미움받을지 몰라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는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광장에서 통 속에서 살며 자유를 구가했다던 디오게네스나, 죽음을 앞두고도 태연하게 독배를 들었던 소크라테스, 그리고 어떤 사회적 관습조차도 무시하며 나는 자유다를 외치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까지, 무심하게 행동했던 것처럼 보이는 그들에게 진정 갖추어져 있었던 것은 바로 용기였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부모님과 단란한 행복을 누리던 치히로(千尋)’는 이름의 한 글자를 잃어버린 후, 목욕탕에서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며 타인들의 욕망을 위한 생활을 하는 ()’이 되고 만다. 틈틈이 등장하는 친구는 네 이름을 잊지 마라고 되뇌어 주고, 결국 센은 내부의 힘을 되찾게 된다.

 

인간은 미래를 점치기 위하여 태어난 연월일시를 따져 세계의 기운이 응집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하여 삶의 방향에 새로운 지침을 얻으려고 주역같은 점서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인간을 끝없이 어딘가에 기대는 존재로 격하시키기도 한다. 얼키고설킨 삼대처럼 부조리한 인생의 단면을 단칼에 베어버릴 쾌도를 추구하지만 오히려 더욱 부조리한 광신도 집단에 빠져버리기도 일쑤다.

 

상식이나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안티테제를 내세우기 위해 등장시킨 사람이 바로 아들러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인생을 받아들여 죄책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킬 필요 없이, 인생의 현재를 과거의 미래의 사이에 낀 선분의 한 부분으로 느끼지 말고 처럼 단순화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그 현재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행복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진지하게 행복의 조건을 따지라고 조언한다.

 

18도의 우물물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상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그 물이 무척 시원하게 느껴지고 엄동설한에는 그 물이 참 다숩게 여겨지는 법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존재에 감사하면서 잘못된 인과관계의 질곡에서 벗어나 자기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타자를 신뢰하며 타자 공헌의 힘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3.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좋다

 

그리하여 행동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자립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심리적으로는 사람들은 내 친구이며, 내게는 능력이 있음을 알도록 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많음에 행복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친구는 관계의 거리나 깊이가 더 중요한 법이다. 친구 없음에서 또는 인정받지 못함에서 고민이 시작되기 쉽다. 인정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소감으로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든지 친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현실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가 원인이 되어 현재 고통이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견이든 익숙하지 못한 의견은 배제하려 들기 쉽다.

 

현실에서 변화 가능성을 발견하고 공동체 내에서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도록 용기를 부여하는 철학이라면 이 책에서처럼 통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닌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53)

 

과거의 동기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기만 해서는 어떤 변화도 이끌기 힘들 듯 싶다. 그래서 고정된 과거보다는 현실의 삶을 변화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결국 변화는 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괜스레 타인의 삶에 개입하기 좋아하고 타인의 시선에 과중한 부담을 느끼게 되는 문화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뻔한 이야기라도 자꾸 들어 마음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본의 문화는 한국보다 더욱 개입에 대하여 민감한 편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살피는 문화인 듯 하다. 약이 되는 소리는 쓰고 귀에 거슬린다. 그게 세상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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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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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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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jtbc의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미녀들의 수다와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점,

그리고 그냥 수다를 넘어선 문화간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인정해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

무엇보다, 그 속에서 한국 문화의 <비정상>적인 면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 등이

코믹을 뛰어넘은 인기의 요인일 듯 싶다.

물론, 인물들의 외모 역시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몇 회를 보면서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양권과 서양권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생각보다 견고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느 한국인 뺨치는 터키인의 너스레는 재미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기도 했다.

고지식해 보이지만, 터키인은 지켜야 할 것의 이유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자세를 보여주고,

일본과 중국의 대립은 역사적인 것과 현재의 영토 분쟁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일본 아이가 좀 어려서 진지한 고찰까지는 부족하지만,

중국 출연자의 뻘쭘한 사교성과 고집은 역시 대륙남의 근성을 보여준다.

(얼마전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는 사건으로 폐지를 논의하기도 했던 모양인데,

중국출연자는 거기서 공산당가를 잠시 부르기도 했던 것 등을 생각한다면,

경고나 징계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발끈, 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임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인의 처지가 참으로 특이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여성이 무지하게 높은 교육을 받지만, 또 특이하게 낮은 사회적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사회는 지독한 양극화와 비민주적 행태로 가득한데,

경제적 비민주화는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에서

아이들은 살인적 교육현장에서 경쟁으로 치닫고,

청년들은 과도한 실업을 껴안아야하는 질곡으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노력은 전무하며,

날마다 온갖 사고가 일어나지만, 근본적 처치를 하려는 집단은 없다.

 

<회담>의 주제로 들고나오는 것들이 이런 한국적 문화의 우울증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비하자면,

일본 국가인지도 모르는 노래가 잠시 흘러나왔다고 폐지논의에 빠지는 것은,

지나간 역사를 제대로 처치하는 것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친일파가 그대로 온존한 채 분단의 역사로 전쟁까지 겪은 나라이니,

그런 근본적 문제는 차치하고 단편적인 독도 분쟁 같은 것에 야단법석인 것 정도가 한국의 수준인 것을...

 

이 프로그램에서 '정상 인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라는 로고송은

'비정상'의 뜻을 잘 담고 있다.

니꺼인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내꺼인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소유, 썸)

이런 노래 가사를 패러디 한 것인데,

온갖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는 '정상'의 정반대, 또는 정상범위 완전 바깥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 '정상'적인 심리상태는 상당히 문화적인 것이며,

그 문화적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녀를 때려도 되는가?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셔도 되는가?

이처럼, 정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문화의 문제다.

 

이 책은 한국인의 문화병인 '마음의 병'에 대한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심리분석을 할 때는 문화권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245)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상한 사회에 너무도 사회화가 이뤄져 있어서,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라고 세뇌당한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니,

부모-자식의 대화나 경제적 관계 같은 면에서는 다들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다.

 

한문으로 상징되는 표의문자가 주로 오른쪽 뇌에서 읽히는 것,

한글도 오른쪽 뇌에서 읽히는 것.

오른쪽 뇌가 발달해 있는 경우에는 더 감성이 풍부하고 창의적.(245)

 

한글은 한자어를 표기하는 어휘, 어법도 많으므로 완전한 표음문자는 아니다.

그러데 표의문자가 오른쪽 뇌에서 읽힌다는 과학적 분석도,

문화적 분석과 함께 고려할 만 하다.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린다고 하지만,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그런 과정을 거쳤기때문에 지금의 경제적 풍요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재벌이나 정경유착 같은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인력의 힘이 고생한 것은,

지난 한 세기, 한국인 만큼 집중적으로 식민지, 전쟁, 내전, 내란, 군사독재, 부정선거를 겪은 나라도 전무후무하다.

 

곰팡이를 없애려면 햇빛과 바람을 쬐어주면 되듯이

내 마음의 열등감과 죄책감도 드러내고 나면 더이상 열등감이나 죄책감이 아니다.(307)

 

이런 말도 일부분은 옳고, 많은 부분 옳지 않다.

어른의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가르친 역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은 문화이기도 하다.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운전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것 같은 무심의 순간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 과정에 작용하는 것은 오른쪽 뇌의 역할.(242)

 

한국인은 너무 뇌를 열심히 굴려야 살아 남는다.

아이들에게 자살 예방 교육을 하고,

아이들과 군인들에게 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전에,

자살 예방, 폭력 예방 사회 정화가 필요한 것 아닐까?

 

한국인에게는 더 많은 무심의 순간이나 릴랙스의 순간을 제공하도록

국가가 애써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책에는 <우연과 변수와 아이러니의 총합이 인생>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이야말로 조금 옳고 많이 틀렸다.

유태인의 죽음을 우연, 변수, 아이러니라고 한다면 말이 될까?

인생의 많은 부분은 문화적으로 이미 결정된 부분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성씨'가 정해져 있고, '돌림자' 역시 정해져 있어 이름의 오행만으로도 항렬을 구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우연과 변수와 아이러니는...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억압하는 기제의 힘이 클 수밖에 없다.

 

1. 엇저녁에는

2.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

3. 적쟎은

4. 깍뚜기

5. 넙적하게

 

올해 수능에  맞는 맞춤법 찾기 문제가 등장했다.

아마도 이 문제의 정답률이 40% 미만이지 싶다.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최근에 맞춤법이 출제되지 않아 아이들이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2번이었다.

(엊저녁, 적잖은, 깍두기, 넓적하게)

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삶에 밀접하다.

자주 마주치는 문제는 사람의 심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자주 마주치지 않게 되면 쉽게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상처 역시 그렇다.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문제는 무의식 속에 강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개인간의 소통과 공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창으로 바라보기'가 필요하다.(142)

 

삼강오륜의 수직질서 아래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창'만큼 낯선 것도 없다.

문화란 그렇게 사람들에게 은연중 강한 힘을 미친다.

 

이 세상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들이 다 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52)

 

지난 4월 16일은 영원히 잊히지 못할 슬픈 날짜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도 지나가는 사람들이기를 원하는 그 지점에,

랑시에르의 말처럼, '무언가 볼 것, 무언가 말할 것'이 있음을 밝히는 지점이 <정치>다.

 

사람들은 다 정상이 아니다.

그 비정상이 문화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며,

역사의 산물이란 것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치유가 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파묻고 계속 곪게 만드는 나라는 '힐링 캠프'로서의 자격이 없다.

진정한 힐링의 베이스캠프라면, 세금을 거두기에 애쓰기보다는,

그 세금으로 아픈 사람들의 비정상적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애쓰는 나라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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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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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메일 주소라는 걸 처음 만들어야 했을 때,

난 왠지 내 특성을 대표하는 단어를 ID로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ID는 그저 식별표시라는 뜻이었을 터인데,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내가 이런 인간이다.

그리하여 내 아이디에는 나의 개성을 가장 잘 함축하는 단어인 'shy'가 들어가게 되었다.

 

1973년... 벌써 4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에 혼자서 떨어져본 일이 없었다.

남학생 41명, 여학생도 비슷한 숫자가 있었으리라.

1번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내 이름은 계속 나오지 않았다. 가나다 순서도 아니고, 생년월일 순서였음을 전혀 몰랐던 나는,

내 번호 41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내가 다른 교실에 잘못와있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불안해 해야했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이 마지막으로 불렸을 때,

내 목소리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입만 달싹이고 있는 얼굴 하얀 꼬마를 담임 교사는 몇 차례 호명했으나 결국 손을 드는 것으로 출석을 갈음했던가 그랬다.

 

충청도에서 언어를 배웠던 내가

억세빠진 부산 사투리 속에서 교우관계를 맺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의 첫 교우관계는 내가 아이들에게 안데르센 동화책을 거의 외워서 이야기해주던 장면이다.

그렇게 그렇게 성장한 나에게 대인관계란 아직도 숙제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사회 공포증'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것들의 가장 좋은 해결법은 '인지적 행동치료'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인 수준의 지적인 해결 방안을 실천할 레벨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가 계속 상담을 해야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방안은 속수무책 아닐까?

 

사회 공포증은... 문화의 차이, 문화의 접근 등으로도 발생한다.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울렁증이 일종의 공포다.

지나치게 과잉행동을 하는 것도 질병으로 삼지만,

남자 아이들의 과잉행동은 사업가나 창의적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부끄러움, 불안한 마음 역시 그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발전의 축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폭력적인 사회 환경은 모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 현대사처럼 폭력적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은 다들 어느 정도는 겁쟁이다.

공포 정치 하에서 사회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겪는 불안과 '공포증' 사이의 경계는 종종 불분명하다.(114)

 

그러므로 해결책 역시 다양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 한다.

 

수줍음과 관련된 장점은 꽤 많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흔히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뒤로 물러나 있는 성향이 자신과 타인을 잘 관찰하고

남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게 한다.

상대방의 짜증이나 긴장을 잘 알아채는 섬세함으로

그는 남의 심리 상태를 잘 읽어내는 훌륭한 독자가 된다.(125)

 

이렇게 나쁜 성격은 없음을,

잠시의 불안증도 잘 개발하면 장점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확산시키면 좋겠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과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사이에서 사회불안은 발생한다.(181)

 

결국 욕망이 커질수록,

두려움을 크게 만들수록,

사회불안은 증폭되어 나타난다.

 

그것이 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그래서 도저히 약물이나 처방이 아니면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신을 너무 작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나를 보여 주라...

 

이런 말은 힘을주기보다는 또다른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진짜 나'를 스스로 깨닫는 일이 소중하다.

보여줄 필요 따윈 세상에 없음을 알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 앞,이라는 두려운 상황,

타인이라는 지옥의 시선 앞에서 누구나 불안하다.

특히, 부끄러움을 타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그 정도가 더하다.

 

배려하는 마음은, 단체로 무용을 하게 만들고,

남 앞에서 자랑하도록 공연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꾸 실수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가질 경험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 잘난 사람들의 오버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대인공포, 사회공포가 심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에게 알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격심한 공포 이전에 적절한 훈련과 상담이 가능한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프랑스라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정신과가 많다는 빠리~의 상담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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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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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맨 앞줄에 한 학생이 앉아있었다.

그 학생은 눈을 반짝거리며 온 힘을 다해 수업에 열중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후 내용을 묻자 잘 대답하지 못했다.

수업 내내 그 학생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은,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에게 좋은 학생으로 보이고 말겠어, 라는 생각이었다.(49)

 

내가 그랬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의식이 쏠려있었다.

그렇다고 외모나 태도를 세련되게 만드는 멋쟁이도 아니었고,

그저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살아왔던 때도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게된 것도 그런 연장선의 작업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는 나쁜 놈을 욕하면서, 나만의 정의를 세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어선지, 세상에 나쁜 놈이 없어졌다.

다들 제 자리에서 살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오르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는,

기쁨의 크기와 총량보다 기쁜일들이 얼마나 자주있는가,

즉 빈도가 더 중요하다.(98)

 

그래서 카르페디엠~ 현재에 충실함이 의미있단다.

오직 커다란 한 건의 성취만을 바라보면 행복할 수 없다.

거시적 노력이 아니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성격은 씨앗과 같아서 잘 변하지 않는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4상설, 8상설, 9개의 애니어그램...등으로

그리고 어려서 만들어진 성격의 기본 토양은 잘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4주 8자를 가지고 운명의 이치를 따지는 명리학이 다 나왔을까.

 

인간의 숫자만큼 다양한 성격과는 다르게,

인간은 사회 속에서  고통받는다.

 

원래의 성격을 죽이고 성격이 아닌 다른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 타고난 성격대로만 살지 않고,

성격과는 맞지 않는 행동도 애써 하는 것을 자기 통제라고 한다.(133)

 

일제 강점기에 저항을 했든, 부역을 했든, 다들 자기 성격과 맞지 않지만 살았을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시대 역시,

부정과 독재에 저항하는 삶을 '지침'으로 삼던 시대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소음인'적 성향으로 가득한 인간인데도,

'자기 통제'에 따라 저항적 인간으로 보이게 된다.

소음인이 저항적으로 되면, 끝을 보고 만다는 단점이 있다.

 

난 변화를 그닥 좋아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세상이 너무 답답해서 미치겠을 때가 있다.

교실에서 착실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이 거짓된 세상이 답답해 속터진다.

 

마음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려면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기울여아 한다.

생각의 전환과 동시에

갑자기 수많은 정보들(그 사람의 성격 등 내 상황과는 다른 그의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고려해야 하는 수고까지...(174)

 

이렇게 삶은 오해로 점철된다.

나는 남에게 사랑받고 관심끌고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타인들의 시선은 다들 오해 투성이다.

 

희미한 착각 속에 화려한 오해

 

결국 삶은 이런 과정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불리하거나 약하다는 인식 자체가

우리를 상당히 움츠러들게 만들고

수행 또한 떨어뜨릴 수 있다.(267)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기.(271)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사람을 꽃피게 한다.

순간순간 환한 햇살 한 줌이 내 마음 속 심장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날,

모든 일은 아름답다.

비록 좀 흔들리고 삐걱거리는 순간도 있지만,

그런 경험은 유쾌한 일상 속 양념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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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지음 / 토네이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강신주가 힐링은 사기라고 했다.

왜 이토록 위로가 판치는가.

이 사회의 이 시간에는...

 

그건 한국 역사를 무시하고 답을 얻을 수 없다.

시대와 역사의 산물이다.

 

만화가 이현세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한다.

역사의 어두움은 다락방의 붉은 지폐다발처럼 무겁게 인간을 짓누른다.

 

어떤 일에 대한 재능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그 일이 살아가는 모든 것인 사람과,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일이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인 사람을 비교한다면,

단기적으로 볼 때 후자가 더 성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길게 끝까지 놓고 보면 전자가 이긴다.(72)

 

그는 미술을 하고 싶었으니 색약이란 문턱에 걸려 만화로 빠진 사람이다.

그리고 스스로 천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게 주어진 연좌제의 그늘과 색약이란 제약이

오히려 만화라는 판에서 그를 뛰어난 인물로 살아가도록 몰아댄 꼴이 된다.

 

성공이란, 삶을 살아놓고 그 발자국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했다고 고흐를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일처럼 천박한 일은 없다.

 

어떤 길로 가든 밝은 낮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밤도 있다.

당장 저 길이 밝아 보여서 그 길로 간 사람은 어두워지면 길을 잃고 헤맨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편집광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저 너머를 보는 게 아니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에 몰입하기 때문이다.(77)

 

젊은이들에게 과연 이런 말이 얼마만한 위로가 될는지 모른다.

어둠 속에서는 누구나 두려운 법이니까.

그렇지만 몰입이 주는 힘은 값싼 위로보다 크다. 그걸 믿고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졌는가, 누구보다 실현력을 가졌는가, 둘 다 아니지만 제대로 보는 눈을 가졌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젊게 살아야 한다.

이것도 흥 저것도 흥 세상만사에 무심해서는 안 된다.

무궁무진한 호기심의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85)

 

나이를 먹으면서,

호기심의 온도가 식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흥~ 흥~ 하면서 무심해지려는 나를 자주 느낀다.

그러면서 세상을 핑계삼는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취재나 공부를 해서 스토리를 완성하지 않는 편이다.

솔직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내일 아침 당연히 내게 또 해가 뜨는 것은 아니다.(181)

 

그래서 그는 혼자서 몰두하지 않고 협업을 한단다.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협업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힘을 얻어야 할 것 같다.

그의 아들을 기르는 안목도 넉넉하다.

그건 그가 치열하게, 지나치게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생긴 여유리라.

 

삶이 하나의 여행이라면

어디에서 얼마나 쉬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것인지는

본인이 정하도록 차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229)

 

이 책은 삶을 치열하게 살고 몰입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하지만,

또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함을 담고 있다.

어차피 삶은 일회성이고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애쓰는 에너지 고갈을 즐기는 일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 마동탁은 최선을 다하는 인물일지 몰라도 인생을 잘 살아온 인간은 아니었다.

엄지처럼 스스로 설 줄 모르는 인물에 대하여 늘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삶의 상처에 아파하면서도 투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까치같은 좌충우돌의 인생을 살아온 그,

그가 최고의 인간이라고 여기는 삶은,

매 순간 삶의 짙은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겪어 나가는 까치같은 사람인 모양이다.

 

마음이 소금밭인 사람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

삶을 열기도 전에 닫힐까 두려워하는 겉늙은 젊은이들...

모두 이 책은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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