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야채가게
김영한.이영석 지음 / 거름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가 바뀌어, '돈'이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 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인간이고, 쓰는 사람도 인간이라, 그저 돈만 밝히면 기분이 상하기 쉽다. 
인간적인 분위기가 가미되어야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법. 

인지상정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란 뜻인데, 누구나 맛있는 것 좋아하고 잘 생긴 것 좋아하는 법이다.
동가홍상이라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같은 류다. 

예전엔 골목길마다 이발소가 하나씩 있었다.
나도 스물 예닐곱살까지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곤 했는데, 이발소란 곳이 거의 비슷하게 타일로 바닥 깔고, 난로 위에선 따뜻한 물이 끓는, 면도 거품 냄새가 살풋 나는 조금 촌스런 곳이었다.
언제부턴가 남자들도 미용실엘 가게 되었고, 이발소는 거의 말라 죽어버렸는데,
우리 동네에 '남성전용 미용실'이 생겨서 2년쯤 다니고 있다.
여성들의 미용실 가면 당황스러운 것이 몇 가지 있다.
아줌마들이 퍼머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수다떠는 소리도 짜증이지만, 남자가 앉아서 머리깎고 있으면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미용사의 손길도 그렇고,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정적으로 미용실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 여기저기 바꿔보기도 하지만... 별 수 없었다.
남성전용 미용실이 좋은 점은, 손님이 남자들 뿐이라, 조용조용히 깎고 나갈 뿐이라서 신경쓸 것이 없고, 미용사가 남자든 여자든 '깔끔하게 깎을까요?' 한 마디 물어보면, 나는 '네.'하고 나면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제품이 금세 완성되는 것이다. 조금 짧게 자르고 싶을 때만 부탁하면 된다. 

오늘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총각네 야채가게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남성전용 미용실이나 총각네 야채가게의 장점은 바로 손님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시작했다.
야채는 왠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것이 비싸고 그렇다고 맛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럭을 몰고다니는 아저씨들의 물건은 가끔 너무 질이 떨어지기도 하고...
주부들이라면, 할머니들이 총총 모여앉은 재래시장의 깔끔한 야채를 원하기 쉬운데 그걸 만족시켜주는 야채장수는 드문 편이란 데 착안을 해서 발로 뛰면서 상품을 만들어냈다. 

억이 넘는 돈을 번다고 하지만, 주인공이 노력하는 것은 재기발랄함이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 고들프지만, 그의 철학은 앞으로의 세상에 어울리는 유목민적 발랄함이 들어있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가 안 보이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머리를 깎고 나오는데 골목길에 트럭을 대놓고 '옛날과자 한 번 맛보고 가세요.'하는 총각을 만났다. 그 총각은 글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옛날과자를 사람들이 사먹고 그걸로 돈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그 추운데서 노박이로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을 권해주고픈 생각도 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볼 일이다.
발랄하게 살아움직이는 사람들을... 그들이 어떻게 하여 성공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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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성공의 비밀을 말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성공의 비밀을 말하다
주디스 조이스 지음, 신준영 옮김 / 더숲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모 개그맨의 멘트마냥, 성공하고 싶음 연락할~ 번호라고 있으면 좋겠다. 

인생의 성공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원제목이 '성공의 심리학'이고 부제가 '연속적 성취의 비결'인 이 책의 본 내용은 부제쪽이 가깝다.
한국 제목도 부제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성취의 기술'이 내용을 더욱 적확하게 담고 있다. 

한국 사회처럼 역동적인 곳도 드물 것이란 것으로 요즘 나의 무능함을 위무하곤 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인들처럼 '돈'에 매달리고, '성공'에 목숨걸까... 싶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성공'이란 미래의 마시멜로를 위하여 당장의 시간을 담보로 맡기라고 하고,
죽으라고 봉고차에 아이들을 구겨넣는 사회.
청소년들에게 교제의 장과 시간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고, 오로지 형광빛 책장을 넘기는 곳에서 서열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놈만이 살아남는다는 <세뇌>를 자행하는 사회.(과연 인류의 역사상 공부 잘하는 넘이 미녀를 차지하고 영웅이 된 사실이 있었던가 생각하면, 좀 한심하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을 위하여 갖가지 <스펙>으로 중무장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격까지도 서슴없이 버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회. 

좀더 많은 돈과 여유있는 삶을 위하여 <성공>이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위로만 향해 오르려는 의지가 이토록 강한 사회가 어디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글쎄, 세상 모든 나라를 가보지 못한 나로선 답을 하기 어렵지만... 이 사회가 선두권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실 그 이면을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이 성공 게임은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것이 <입시사정관제> 등의 특징임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것은 이미 10여 년이 넘지 않는가.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버지의 직업과 재산을 결정하고, 엄마의 닥달이 아이의 단기 성장을 보장했던 것인 모양인데... 

세계 출산율 저하 비율 최고!!!
거기서 앞의 말을 다 빼고, <최고>만 음미하며 빙긋이 웃는 녀석은,
글쎄 루쉰 선생이 아큐정전에서 읊었던 '정신적 승리법'을 써먹던 신해혁명 이후의 어리석은 중국인들의 비유에서만 들어맞을 성 부르진 않다 

그런 생각들을 다 제하고,
복잡한 상념들 자 제치고,
음... 일단 열심히 살아서 자신의 인생을 성공한 인생으로, 무엇인가 더 성취하는 인생이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인가? 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뭐,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 해결에서 상황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게슈탈트>란 용어를 들이대면서, 저자 나름대로의 여러가지 성공의 원칙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게슈탈트란 용어가 이미 정답은 없음을 강하게 선포한 것이기때문에, 이 책의 원칙들은 맥빠진 일반론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만약에, 이 책을... 한 달 뒤에 승진 시험을 앞둔 김대리가, 기분 전환으로 30분간 읽는다면, 그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시험 준비에 도전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사 피곤하여 무관심한 박과장에게 이 책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품평을 듣기 십상이란 말이다. 

배에 초콜릿 복근을 만들려면 어떡해야 할까... 궁금한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맥주와 회식, 2차 3차 달리는 황홀한 밤생활을 접어야 함은 물론이고, 맛없는 닭 가슴살과 고구마랑 땀나게 걷고 뛰고, 복부 운동 하는 길이 초콜릿을 뱃속에 집어넣는 길임을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정말 그걸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참고도서는 필요한 법이다. 그 책을 나같은 사람이 본다면, 췟, 이런 걸 책이라고 쓰고 있냐... 한다는 거다. 

인생을 바라보는 5원칙.
1.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2. 중압감을 파악하고, 3. 인생 재조정 단계 활용하고, 4. 자기 재능 발견하고, 5. 자기 욕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목표 추구하는 이들의 7가지 습관.
1. 책임지고, 2. 대인관계 쌓고, 3. 변화 수용하고, 4. 기회 추구하고, 5. 열정적이고, 6. 깨어있고, 7. 집중하라. 

이게 다다. 쳇, 이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은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의 주제를 모두 열거한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인생의 진수가 여기 다 들어있다.  

내가 잘 하는 소리 중에, 우린 재수 없으면 100살 산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정말 한 80이 좀 넘어서 행복하게 다이...하고 싶다.
그렇지만, 평균 연령을 본다면... 그 80은 이미 지나가고 있고, 내가 80에 도달할 40년 뒤에는 인간의 온갖 영양 상태와 질병 예방 수준으로 본다면 평균 연령을 100살까지 연장할 징그런 가능성이 엄청 크다. 비극이다. 

애는 세상에서 가장 적게 낳는 나라에서, 이런 통계는 저주다.
그렇지만.. 살아야 한다면... 건강한 건 둘째치고, 일을 해야 한다.
일 없이 늙는 일만큼 초라한 건 없다는 게 내 신조다. 

난 지금도 나의 60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하나도 준비한 것은 없지만, 구상은 하고 있다.
그리고, 남은 20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도 생각을 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늘 변화 중이고, 미래의 트렌드는 <몰입>이다.
돈도 성공도 아닌 <몰입>과 <변화>가 성공과 돈의 가치를 '부산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요즘 생활의 달인...이란 코너가 있다.
그 분야에선 월등한 '기계적 달인'이 되어버렸지만, 그 사람들의 몸짓은 안타깝다.
미래 삶의 분야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에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아름답다. 그들의 몰입이 이루어 낸 결과들이기 때문이다. 

글쎄다.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일에 몰입되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다음 일을 기다리고, 누군가와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금하는 일 이상의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일.(108)
그런 일이 필요하다. 그런 일을 찾아 자신을 개선시킬 필요가 늘 인간에겐 있다. 

힘들고 두려운 일이지만, 도전은 활기를 불어넣는다.(150) 

이 책을 통독하는 일이 의미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일은 특히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기가 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시절 인연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결과는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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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9-10-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사 피곤하여 무관심한 마립간이 '이 책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품평'을 주었는데, 글샘님은 별 4개를 주셨네요. 저는 몇번 정독하려 했지만 집중되지 않았습니다.

글샘 2009-10-05 13:05   좋아요 0 | URL
저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자기 계발에 관련된 책을 주기적으로 읽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계발한다는 것이 좀 우습지만... 그래도 심리적 충격 요법이 삶에 활력을 줄 때도 있는 법이지요. 제가 4개를 줬다기 보담은, 도전하려는 사람을 위해서 4개를 줬다고 보시면... 말이 되나요? ㅎㅎㅎ
싱그런 가을, 상쾌하게 보내시길...
 
선택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청림출판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스펜서 존슨의 책은 하려는 이야기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
치즈가 개중 낫고, 선물은 좀 그렇더니... 선택에선 점점 덜하다. ㅋㅋ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뭐, 책으로 묶어내긴 좀 그러할지 모르지만,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이 책에선 선택이란 화두를 잡았다.
선택이란 뭘 하고, 뭘 안할건지...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초기 선택이 사범대를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졸업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고 그냥 발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던 때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만 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부장을 맡은 올해... 험한 꼴을 계속 만나다 보니... 아이들까지 이쁘게 보이지 않는다. 수업도 뒷전이다. 학교오면 맨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누가 학생부장 하랬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누구도 하지 않는다는 그걸 내가 덜컥 하겠다고 '결정한' 탓이니 말이다. 

그만큼 인생에서 선택과 결정은 비중이 크다.
그렇지만... 또한, 무감각하게 사는 게 그것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과 결정은 결혼과 직업의 선택이다.
배우자를 고를 때, 결혼식을 올릴 때... 과연 '사용설명서'를 읽은 이가 얼마나 될까?
직업을 고를 때, 여차하면 바꿀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행운아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먹고 살자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열정>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란다.
영어 enthusiasm의 어원이 그렇단다.  뭔가를 신이 나서 하게 될 때, 열정이 생기고,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그러려면... 하느님을 인정해야 할 노릇이다.
너무나도 열정에서 거리가 먼 나의 하루하루를 관조하면서, 반성한다.
날마다 만나는 하느님같은 아이들을 얼마나 무심하게 남으로 바라봤던지를... 

아이들이 적은 글들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반짝임에 얼마나 감동했던지를 금세 잊고,
졸리는 수업이나 하는 주제에 말이다. 스스로 한심... 

"먼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모두 그만둬야 하네."
이것이 새로운 결정의 기준이다.
관조의 시작은,
새로운 선택의 시작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려 놓고, 관조하는 것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나는 먼저 좋지 못한 결정을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선택을 바꿀 때, 새로운 결정, 더 나은 결정인지 확신이 명확하지 않을 때...
불안하다.
두려움은 '하느님과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라고 한다.
이 불안과 두려움에 지면... 새로운 선택은 불가능하다.
선택과 결정... 불안과 두려움과 직면하고, 이기기...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살면서 분명이 해야할 일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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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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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독서는 질적으로 문제가 있음에 많은이가 공감할 것인데, 이 나라의 출판에 '자기 계발' 영역이 큰 돈벌이가 된다는 건 웃기고도 남을 짜장인데... 그런 책들은 주로 ~~하우스(이거, 무슨 도박장도 아니고...)에서 낸다는 것이 또 웃기는 짬뽕이라, 이런 책들을 읽긴 하지만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흔하디 흔한데... 이 책은 예외였다. 

학생 부장을 맡게 되어 생각만 많은 요즘...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라... 사람들의 욕도 한 마디 들은 적 없지만...
다들 떼밀려 맡은 자리를 두고, 고생 많을 거라 위로의 말들을 한다.
고생 많을 자리에 왜 떠민 거삼? 쳇.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두 번 흘렸다.
한번은 작은 카스테라를 목으로 삼키다 가루가 기도로 들어가 켁켁거린다고 눈물이 쏙 빠졌고,
눈물을 흘리던 끝이라 그런지... 이토벤의 바이올린을 동료들이 완성해 주는 대목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이 전하려는 경청의 지혜는 단 하나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자신을 텅 비워야 한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혜이고, 말하는 것은 지식의 한계이며, 경청은 발견하고 공감하고 상생하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 주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이름이 있을 뿐이요. 그 이름은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금강경의 이야기나,
도를 도라 말하면 제대로 도를 아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노자의 이야기나,
귀를 왕처럼 크게 하고, 눈을 열 배로 크게 뜨고, 전심전력하여 하는 행동이 들을 청(聽)이란 글자고,
질병 중에 입으로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걸리는 병을 암(癌)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기억해 둘만 하다. 

잘 하려고 하면, 덧난다.
학생부장을 의욕적으로 시작하려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을 열라 단속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각 학년에서 지도하도록 독려하고, 원칙을 세워 주고, 진행을 시키는 일이 내 일일 따름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심을 다해서 들어주는 일이 한 해를 잘 넘기는 일일 것이다. 

한자를 파자(破字)하는 걸 보면서, 느낄 감(感)자도 새로운 의미를 가진 거 아닐까 싶다.
느낌은 할 말(口)을 병장기(戈)로 가둬버리고, 전심을 다하는(一心) 태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쏠려있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얻게 된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게 다가온 책.
이 책이 도움이 되는 것은, 이 책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것이므로... 

얼마 전, 중앙대 총장이란 작자가 딴나라당에서 무시기 강연을 하면서(그 색긔들은 맨날 술집에서 기생들 엉덩짝이나 주무르던 시절이 그리운지,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는 주제를 씨월렁거렸단다. 퉷, 이다.) 판소리하는 제자를 가리켜 '감칠맛이 있다'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물론 앞뒤 판단해 볼 때, 야한 소리를 하려던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중권이 '^^ㅣ바, 넌 맛이 갔다!'고 항의할 정도로 또라이같은 소리임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고 했단다. 주둥아리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지금의 가진자들, 정권을 잡은 자들... 주둥아리에서 산더미처럼 튀어나온 말말말들이 조만간 '암'이 되어 자멸의 길을 가게 할 것이다. 

왕처럼 듣고, 말을 할 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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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6년 저자인 조신영씨와 인연이 있었죠. 디와이학습법(오차원이라 불리는..)배울 때 이분이 우리팀 매니저였어요. 당시에 인생그래프를 그렸는데 이분은 그때 그린 대로 살고 있고, 나도 조금은 흉내내며 산다고 봐야죠.^^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경청을 보니 바이올린을 좀 아는거 같죠?^^

글샘 2009-03-02 01:35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 님의 마당발은... ㅎㅎㅎ
인생 그래프... 같은 걸 그려 두고 사는 것도 멋지겠지요.
저는 한치 앞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고 있답니다. ㅠㅜ
그러게요. 바이올린 공부 많이 하신 것 같더군요.
저도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

바람돌이 2009-03-0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처럼 듣고, 말을 할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인상적이네요. 근데 보통은 잘 안되죠? 잘 듣는거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듣는건 어느만큼의 수련이 있어야 가능할까요?

글샘 2009-03-02 01:36   좋아요 0 | URL
ㅋㅋ 선생은 들을 청, 보다 암 암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죠.
그야말로 웰빙 반대인, 밷빙입니다. ㅠㅜ
수련보다는... 마음이 남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야... 저절로 될 거 같애요. 신경질 내지 말고...
 
어린이를 위한 배려 -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감동한 베스트셀러 <배려>의 아동판 어린이 자기계발동화 1
한상복 원작, 전지은 글, 김성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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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의 책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자기 계발'이다.
나도 진작부터 이런 책들을 간간히 읽고 있긴 하지만, 공병호 류의 작자들이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만들려는 이런 시도들이 난 좀 맘에 안 든다. 

이번에 나온 어린이를 위한 배려...란 동화는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점에선 도움이 될 듯 싶지만,
주인공 아이가 과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했는지... 난 좀 의문이다. 

반장에서 떨어지고 바른생활부장이 된 이기적인 주인공이 바른생활부 활동을 통해서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한다는 줄거리지만... 글쎄, 내가 보기엔,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아이인 성격이 그닥 변한 것 같지도 않다.  

요즘 초딩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선도부 같은 활동이 갖는 한계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일제시대의 헌병 정치, 경찰 정치 이후로 국가의 공권력은 국민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들이댔다.
그 권력은 어떤 집단에든 작용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아서, 정화 내지는 사정의 역할을 맡는다.
개인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
퇴근 후 한 잔하는 자리조차도 직장생활의 한 부분인 사회에서 과연 배려가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일지...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노릇이다. 

학교마다 '학생부장' 자리를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어차피 점수 더 받으려면 일 더 하라고 자리를 맡기기도 한다.
학생부장이 교문에서 아이들을 단속하고, 야단치고, 기합주고...
이런 일제 시대의 잔재가 멀쩡하게 실현되는 곳이 21세기의 학교 정문인데...
바른생활부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배려를 위한 가르침을 주는 계기가 된 이야기는 한편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도, 한편 헛웃음만 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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