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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그의 삼미 슈퍼스타즈에 열광했지만, 카스테라에 좀 물렸더랬는데, 핑퐁에서 다시 그의 힘을 느끼다.
핑,과 퐁,의 간격이 불러일으키는 소외와 배제의 간격을 느낄 수 있는 그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인에 가깝다.
왕따인 두 아이가 등장한다. 망치로 못을 박는듯이 얻어맞는 '못'과 모아이 섬의 석상처럼 얼굴이 독특한 '모아이' 두 아이는 얻어맏기도 하지만, 탁구를 만난다.
맑시즘 이후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다는 인간 '소외'에 저항하는 박민규의 언어는 <배제>다.
나도 난쏘공을 가르치면서 그 사람들을 '소외'받는 사람들이라는 따스한 말로 설명하지만, 징글징글, 징그럽게도 박민규란 괴물은 그 난쟁이들이 배제되었다는 말로 현실에 차갑게 '얼음'을 부른다. 누구도 땡!을 외치지 않는 세상에서 계속 난쟁이들은 <배제>당한다.
나머지 비난쟁이들은 오로지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뿐이다.>
조세희의 난쟁이는 공장 굴뚝에서 쇠공을 날리면서 허공으로 뛰어내리지만, 현대는 수시로 스피커에 대고 외친다. "내리실 분은, 버튼을 눌러 주세요..." 마리도 뛰어 내리고, 본의 아니게 9볼트도 미끄러져 내려가는 내리실 문.
요즘 마빡이라는 개그가 인기다. 마빡이가 성공할 수 있는 요소는 <자기 학대>가 아니다. 개그맨이 촌철살인의 개그를 순간적인 한 마디로 한 순간에 생각하기엔 세상에 재미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그렇지만, 마빡이는 늘 몸을 괴롭히는 만큼, 시간을 번다. 내가, 헥헥, 누구게, 헥헥, 마빡이, 헥헥... 그 헥헥의 사이에 마빡이는 마빡을 때리면서 짱구를 굴릴 시간을 번다. 머리 좋은 놈들이다.
세상에서 늘 이기는 놈들은 한 타임을 번다. 허덕이며 협상에 딸려가는 팀은 늘 지게 마련인 법.
핑, 퐁, 핑---, 퐁---의 리듬은 마빡이를 떠올린다. 벌판의 탁구대는 바로 우리 삶의 단절된 대화인 듯 하여.
누구도 틀리지 않았지만, 언제나 틀린 곳으로 가는 세상.
독재자도 전범도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두환이도 따져보면 9볼트 전지에 불과하다.
다만, 그 9볼트를 직렬로 배치하는 것이 이기적인 인간들의 파시즘이다.
세계는 언제나 듀스 포인트라는 관조는 박민규, 그가 괴물에 가까운 소설가임을 보여준다.
독재자를 물리치고, 문민 정권이 들어선들, 어드밴티지를 딴 것에 불과하다.
다시 한나라당은 듀스를 만들고, 노무현 정권이 어드밴티지를 따 본들, 딴나라당은 끈질긴 듀스를 만든다.
독재시대에는 그놈의 듀스 만들기가 그토록 어려워보였건만...
노태우의 6.29라는 듀스 만들기에 온 국민이 얼마나 한판 승부를 이긴 것처럼 환호했던가 말이다.
탁구의 듀스와 세상의 징그런 뒷걸음질을 핑, 퐁, 핑, 퐁으로 몇 페이지 징하게 그릴 만치, 박민규는 배짱이 센 작가다.
사실은 모두가 공범이고,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조건 반사만으로, 우리는 삶을 사는 것 아닐까... 하는 반성을 날릴 줄 아는 작가. 조건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는 핑, 퐁, 게임처럼, 우리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하여, 또 하루 멀어져 간다... 하면서 살고 있는 거나 아닌지...
인간은 진보하고, 진화하고, 발전해왔다고 착각하지만, 박민규는 비웃고 냉소를 날린다. uninstall! one shot!
<신은 80킬로밖에 못 달리는 오토바이를 만들어야 했다.>고...
인간은 조또, 너무 오바하면서 죽으라고 달리고 있다고... 박민규, 너는, 어디까지 갈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