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간 김파리 -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 동화는 내 친구 56
채인선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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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리란, 김씨네 집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파리 한 마리의 이름이다. 스스로 이름을 붙일 줄 아는 녀석은 꽤 깨어있는 파리다. 그래서 주인 아줌마의 시카고 여행기를 듣고는 부러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그 길을 되짚어 보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어느 할아버지의 중절모에 무임승차하여 시카고까지 붕 날아가서, 너무 커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파도가 친다는 큰 호수인 미시간호도 보고, 한 꼬마 아이의 운동모자에 올라 타서 443미터의 시어스 타워도 가 보고... 한 마디로 출세했다. 가는 도중 비행기 너머로 우주 파리도 만나는 경험까지. 의미있는 시카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김파리가 한 말은 '시카고 여행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좋다.' 나도 아직 못 가본 시카고를 녀석은 아주 가뿐하게 다녀오고야 말았다.

<글 쓰는 오리 밍구>에서는 선미에 의해 밍구라는 이름이 붙여진 외로운 오리 하나가 바위틈에 떨어뜨려져 있는 공책 하나와 연필을 주워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심심하면 무엇을 합니까?"라는 밍구의 질문에 선미 어머니 답하시길 "사실, 심심할 겨를이 없어요. 어린아이가 있으면 하루 종일 바쁘답니다."라고 답하시는데, 그 대목 읽으면서 속으로 '맞다, 맞어.' 하면서 웃었다. 너무 심심한 밍구는 그래서 아기를 하나 데려다 키우려고 맘 먹는데, 비둘기의 알에서 깨어난 새끼, 예쁜 잉어를 키워 보지만,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이에 선미 엄마는 밍구에게 멋진 짝을 선물해 주는데... 밍구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더 이상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선미 엄마가 선미에게 읽어 준 <<아기 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처럼 아주아주 많은 가족이 태어 날 거고, 그래서 무지 바쁠테니까.

<<정민이와 두덤이>>는 작다는 말을 들어 힘든 아이 '이정민'과 크다는 말을 들어 힘이 드는 두더지 '두덤이'의 이야기이다. 크고 작고는 그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데, 사람들은 아무 꺼리낌없이 아픔이 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 자꾸 이야기를 한다. 작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작아지는 정민이, 크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커지는 두덤이는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활하게 된다. 그러다 그들의 크기와 무관하게 사랑해 줄 가족의 존재를 다시 기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게 되는데... 나는 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동화는 채인선 작가의 최신 동화집이다. 모두 이렇게 세 편의 동화가 들어 가 있는데, 가벼운 맘으로 좋은 글을 만나게 되어 책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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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관계자가 직접 출판소식을 댓글로 달아놔서 궁금했는데... 잘 봤어요.^^

희망찬샘 2008-07-24 06:46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출판사 관계자셨나요? 서재에 가 봐도 아무 것도 없는데... 그래서 그 분의 정체가 궁금하였습니다. 책은 (사)행복한 아침독서에서 이벤트 응모 당첨 되어 받았고, 그 분 덕에 내용도 궁금하고 해서 싸게 읽었습니다. ^^
 
늦둥이 이른둥이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6
원유순 지음, 박기종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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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삼디기>>, <<피양랭면집 명옥이>>의 작가 원유순 선생님의 최신작이다.

초등학교 1학년 두 아이의 처한 입장은 무척이나 다르다.

다 큰 대학생 누나들을 둔 늦둥이 현수의 입학식날은 현수의 밥을 먹여주고, 세수를 시켜 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가족들로 분주하다. 당연 현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조금만 머뭇거리고 있으면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와 줄 지원병이 옆에 항상 대기상태니까.

공익근무를 하는 젊은 아빠를 둔 경수는 철없는 아빠 덕에 일찍부터 철이 들었고, 뭐든지 혼자서 알아서 다 해야 한다. 입학식 날도 늦잠 자는 아빠를 깨우는 것은 경수의 몫이다.

이런 두 아이가 입학식날 부딪혀 싸움을 하게 되는데, 결국 아이 싸움은 어른 싸움이 되고, 현수 엄마는 경수 아빠보고 '형'이 라고 말하고 경수 아빠는 현수 엄마 보고 "할머니"라고 말하고...(선생님도 그렇게 말하신다.)

선생님은 두 아이보고 이제부터는 친하게 지내라고 이야기 하는데, 꽁하고 맘에 담아두는 어른들과 달리 큰 키 때문에 남자친구끼리 짝이 된 두 아이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신나게 학교생활을 열어나가게 된다.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라면도 끓여먹자, 아빠랑 레슬링도 하자며 그렇게 가까워지게 된다. 밥 못 먹었을 친구를 걱정하고, 색연필도 빌려 주고... 그러면서 성큼성큼 자라는 모습이 한없이 대견하다.

책은 1학년 친구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재미 또한 좋아서 선 자리에서 그냥 다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밝고 환하게 해 줄 멋진 책이었다. 저학년용으로 강추다.

***책을 보내주신 신사고 출판사 관계자분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사실 신사고라는 출판사가 생소해서 책을 보내주시겠다고 학교로 전화를 주셨는데, 크게 반기는 호들갑스런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뒤늦게 죄송한 맘이 들어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우리 학교 이름이 검색되지 않는 바람에 회원 가입이 쉽지 않았다. 이 출판사는 작년 반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요술연필 페니>>를 낸 출판사였고, 함께 보내주신 <<요술연필 페니 올림픽 사수 작전>>도 아이들에게 무척 좋은 선물이 되었다. 생일 선물로 받은 책에 붙어 있는 연필을 보고 호민이는 2배만큼 더 행복해 보인다. 열심히 읽고 리뷰 써서 감사의 맘을 대신해야 겠다. 작년 반 아이는 페니 2편을 사서 거기에 붙어 있는 연필로 시험 칠 때만 썼다는... 그리고는 1등 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

***젊은 선생님 왈 "신사고는 수능 문제집으로 우리 때 엄청 인기있었던 히트쳤던 출판사"란다. 좋은 책 내는데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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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3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24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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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근무하시는 분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육아서를 제법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이 그 중에 가장 나은 것 같다고, 정말 좋은 책이라고 담뿍 칭찬 하신다.

목차를 보면서부터 가슴이 뜨끔거린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하던 일도 멈춘다------21

나는 아이가 "엄마아아아~"를 외치면 "잠깐만! 이것까지만 하고."하면서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읽는 사람이라는 위치에 서 있는 거지만.

저자는 잘 자란 아이들 덕에 자신이 강연도 하고, 그리고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아이들이 잘 자란 것은 잘 키운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공부가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모르겠다. 한없이 부족한 엄마는 이 책을 통해 또 한 보따리만큼 반성을 하지만, 그래도 쉽게 화내고, 쉽게 야단치고... 그러는 나 자신을 본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귀를 얇게 하지 말 것이며, 이말저말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 애는 똑똑한데 엄마가 그렇지 못해서 우리 애가 가진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듯하여 열심히 키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기웃거려 보지만, 내 인생 설계보다도 더 자식 인생 설계가 어려운 것 같다. 그게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알아서 다 해 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이 기다려 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조급한 나를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특히 작은 아이의 말 더듬는 버릇을 잘 관찰하고 아이를 위해 눈을 맞추고 천천히 이야기 해 주고, 끝까지 들어 주면서 말보다 앞서는 생각으로 인해 더듬게 되는 그 버릇을 잘 고쳐 나갔다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 아이를 한 번 더 쳐다 보고, 그리고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나도 아이에게 조금 더 천천히 말해주고,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아이의 생각을 앞질러서 그러려니 하고 단정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저자보다 내가 더 바쁘지 않을텐데... 아이에 대한 시간 투자에 많이 인색했던 나를 깊이 반성해 본다. 아이가 "오늘은 일 하지말고, 나랑 놀러 나가자."라고 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일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아이를 위해 시간을 담뿍 쓰도록 하자. 하고 맘 먹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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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귀신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지음,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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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썩 흥미로운 책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아이들, 아니 이 책을 읽을 능력이 되는 아이들(그 아이들은 책을 잘 읽는 힘이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고, 수학교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은 이 책을 읽고는 이 책에 굉장히 후한 점수를 준다.

작년 4학년을 할 때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특히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라는 점에 점수를 주어 방학 때 읽어 보려고 집에 들고 왔으나 다른 책에 밀리어 결국 다시 들고 갔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나의 흥미를 끌어 당기는 것에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6학년에서는 곧 배우게 될 교과의 읽을거리로 이 책의 시작 부분이 인용되어 있어 꼭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해 두어야겠다는 큰 맘을 먹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책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생님은 작가가 수학자가 아니냐고 물으신다. 취재(조사)를 열심히 한 전문작가가 아니겠냐고 답변 드렸는데, 감사의 글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의문은 해결 되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최근에 조성실 선생님이 쓰신 <<즐거운 수학 시간 만들기1>>라는 책을 읽으면서 숫자 0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입하는지, 아라비아수가 일반적으로 쓰인 이유라든지... 하는 것들을 학습과 관련지어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소개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것(수학적인 것들)에 무관심하고, 일부 사람은 수학적인 사실에 집중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엔첸스베르거처럼 문학작품에 수학적 사실을 접목시켜 승화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도전을 무척 높이 사고 싶다. 

'수학을 싫어하는 한 소년이 수학의 원리를 깨우치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열 살짜리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썼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읽어 무리없겠다 싶다가도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말 많은 수학귀신(대 수학자)들의 머리를 앓게 했던 그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중학생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하지만, 책에 나온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 수학과 관련한 수 부분을 뛰어 넘더라도 문학작품으로서의 글을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 책을 읽던 우리 반 아이 하나는 종이를 꺼내어서 시험칠 때 계산 과정 적듯이 무언가를 적어가면서 책에 폭 빠져 읽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수학적 사고가 가장 뛰어나고, 계산력도 정확한 그런 아이였다. 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힘주어 "네!'라고 대답했다.)

깡충뛰기(거듭제곱), 근사한 수(소수), 껌 나누기(무한히 작은 수), 껌 더하기(무한히 큰 수), 뿌리(제곱근), 사슬 분수(제곱근), 자리 바꾸기(순열), 악수(조합), 야자수 열매(삼각형 숫자), 이치에 어긋나는 수(무리수), 평범한 숫자(자연수), 정사각형 숫자(제곱한 수), 쾅(팩토리얼) 등의 용어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이 다음에 제곱근이니, 무리수니, 허수니하는 것을 만나면서 수학귀신을 떠올린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자연수, 홀수, 근사한 수(소수), 1,1,2,3,5,8,13,21,34,55,89,144,233,377,610...의 피보나치 수, 삼각형 수, 2깡충 뛰기 수, 쾅...등의 숫자들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때론 머리가 아프고, 때론 흥미롭고.

그런가 하면 수학이라는 학문적 범주를 떠나서 문학으로도 이 작품은 손색이 없다. 로베르트와 수학귀신과의 만남을 이야기 해 보자. 수학이 너무너무 싫은 아이, 로베르트는 항상 악몽에 시달려서 잠 자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꿈 속에서 수학귀신을 만난다. 처음에는 다른 고약한 악몽들에 비해 그래도 훨씬 나은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수학귀신이 들이대는 숫자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다고 외치지만, 꿋꿋하게 자기 할 말을 다 한 수학귀신과의 만남이 회를 반복할수록 기다림으로 바뀌기도 한다. 수학귀신과 함께 찾아간 수학천국/수학지옥을 거친 열두번째 밤을 끝으로 수학귀신과의 이별을 하지만, 동시에 로베르트는 수학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수학이란 계산을 빨리 하고 정확하게 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고하는 학문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수의 계산이 힘들면 계산기를 사용하면 될 일이다.

수학귀신과의 수학 여행도 재미있고, 로베르트와의 꿈속 나라도 재미있는 좀 고차원적인 동화책을 한 권 만났다. 수학귀신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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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은 셋 다 수학을 싫어하는지라 이 책을 읽고도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ㅜㅜ하지만 재미는 있다고 했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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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손발이 부르트도록 놀았다. 바쁘신 부모님은 그만 놀아라 하지 않으셨고, 나는 온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밤 늦은 줄도 모르고 놀았다.

진돌, 자치기, 오징어 달구지, 딱지치기, 재기차기, 고무줄 놀이, 호박따기, 사방치기, 비석치기(우리는 씨차기라 했던 것 같다.) 공기놀이(살구, 많은 살구), 여우야 여우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이름도 열거할 수 없는 그 많은 놀이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뛰어 다녔다. 지칠 줄 모르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모른다. 그래서 놀이를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나도 그 놀이들을 잊고 산 지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곤 책을 펼쳐 본다. 그래도 놀이의 맛을 전달 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놀이를 가르치려 하면 동시에 재미는 달아난다는 것이다. 놀이는 그 속에 웃음이 묻어나야하는데 재미가 달아난 놀이 속에서는 웃음을 발견할 수가 없다. 저자는 놀이는 끝없는 시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 놀지 못하거나, 편을 먹을 때 짝수가 되지 않으면 짝이 안 맞으니 너는 빠져라가 아니라 "그럼 넌 깍두기 해라."며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감싸 안을 줄 알았던 우리, 지치지 않고 놀고 또 놀았고, 져도 아무도 울지 않았던 그 시절의 놀이는 돈이 들지 않았다.

학교에 나오니 아이들이 딱지 놀이를 하는데 그 딱지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달력을 뜯어, 잡지책을 뜯어, 혹은 신문지로 큰 딱지, 작은 딱지 많이 접어 따고 꼬르고(잃고)를 반복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라는 것이 문방구에서 거금 100원을 주고 산 것이라니(10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보고 우리도 만들어서 놀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 아이들이 안 배워 주는데요.(안 놀아 주는데요.)"한다. 돌 주워 많은 살구(공기)하던 우리와 달리 아이들은 공기를 문방구에서 사고, 비석치기는 멋진 돌을 주워 나서는 수고는 애초에 할 필요도 없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잘 제작되어 교구로 만들어져 체육창고에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놀이를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벌써 그 놀이 한 단계를 잃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거리에 쏟아져 나와 길놀이, 땅놀이를 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놀이들을 저자는 인도에서 발견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져 가슴이 뛰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많던 놀이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저자는 놀이를 찾아 다른 나라를 갔어야만 했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범인은 학원인 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과외 금지령이 내려, 아이들은 애터지게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피아노, 미술 학원도 잘 사는 집 아이들 몇 만 다녔을 뿐-아이들은 그저 놀기 위해 세상에 온 것처럼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놀 수 있었다. 예전처럼 지금도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은 바쁘지만, 그 부모를 대신할 보모로 컴퓨터와 TV가 떡 하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고단한 부모의 삶과는 무관하게 예전의 아이들은 밖에서 실컷 뛰어 놀아서 놀이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점점 병들고 있다는 그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돈 들이지 않고 신나게 땀흘리면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그 놀이들이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체육시간에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돼지불알놀이, 열발놀이, 오징어 달구지 놀이를 할 때, 옷이 찢어져도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던 그 환한 미소를 기억하면서 가끔이지만 그렇게 뛰어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놀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놀 줄 모른다고 "쯧쯧쯧~"하던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했던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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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1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리뷰입니다.

다 쓴 노트나 신문지를 겹겹이 모아 만들어 놀던 딱지치기, 머리핀(실핀)을 옷핀에 줄줄이 꿰어 가지고 다니며 하던 핀치기, 땅에 선그어가며 하던 땅따먹기, 교복치마 속에 반바지를 챙겨입고서까지 하던 고무줄 놀이, 동글동글 예쁜 돌을 모아 하던 공기놀이, 온갖 종류의 팔방~ 모두 그리운 놀이들이에요.
요즘 어른들은 ...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큰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요?

희망찬샘 2008-07-11 06:19   좋아요 0 | URL
끝없는 놀이의 계발은 못할지라도, 우리 놀이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교사라는 위치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순오기 2008-07-1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시간도 안 주지만 애들이 모여도 같이 놀줄을 모르고 TV나 컴에 매달리는 현실~~ㅜㅜ
놀이는 가르치는게 아니라 저절로 습득 진화되어야 하는데...안타깝죠!

ktj9279 2009-01-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소나무 출판사입니다.
책을 만드는 노동이 궁극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지식, 정서, 마음을 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아가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꾸리고 있습니다.
놀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되살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맘껏 놀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 하시는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리뷰라 마음에 더 와닿네요.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나무 홈페이지로 퍼갑니다.
http://www.sonamoobook.co.kr/
들어오셔서 글과 마음을 나누는 마당을 함께 만들어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희망찬샘 2009-01-06 12:07   좋아요 0 | URL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