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신문에...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2/03/01/202203010900351494.html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하기를 즐기고, 선생님들께 좋은 책을 추천해 드리는 걸 좋아합니다. 3월부터 격월로 총 5회, 이 지면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진 마음의 짐에 따뜻한 위로를 건넬 책을 찾아보려 합니다.
Q.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면서도 두려운 새내기 교사입니다. 저의 미숙함이 노련함으로 변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떨림 가득한 제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내 줄 책이 있을까요?
A. 우선 선생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저의 새내기 시절을 돌아보게 되네요. 잘 가르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거랑 현장은 많이 달랐어요. 언제쯤이면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한 선배 교사는 10년 정도 지나니까 뭔가 알겠더라고 했어요. 또 한 분은 제대로 가르치려면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3월에 절대로 웃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처음에 웃으면 아이들이 얕잡아 보고 말을 안 들을 수 있다고 했죠. 몇 년 그 말을 듣고 따라한 거 같아요. 지금은 그 시간을 후회합니다. 아이들에게 웃어주면, “선생님이 잘 웃어서 정말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되돌려 주지요. 멀리서 선생님을 보면 두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선생니임~~~”을 외치는 아이들도 만나게 될 거예요.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사계절)를 읽는다면 선생님께서는 저와 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하게 될 테니 말이지요.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가 전직하여 어린이 독서 교실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린이를 만났어요. 그가 만난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가 만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교에는 선생님 말을 잘 듣는 많은 어린이들과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몇몇의 어린이가 있어요. 때론 힘든 아이들이 교사로서의 우리를 단련시켜 주지요.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 마음에 어떻게 가 닿아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착하고 귀엽고 예절 바른 어린이만 좋아한 일을 부끄러워하는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지요.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세계를 너무 아름답게만 그린 거 아닌가 하여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어요. 우리가 만나는 현장은 항상 맑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책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저에 대한 부끄러움과 제가 가지지 못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저자에게 샘을 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만나는 전문가이고, 때로는 유일하게 만나는 지식인이다.(p.118)’라는 문장은 무수하게 그은 줄 속에서 다시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는 문장이에요.
우리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 조금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Q. 저는 중견 교사입니다. 새학기는 경력이 많은 제게도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많은 시간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쌓여야 하는데 점점 아이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힘이 듭니다. 아이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 주변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닌 거 같아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고단한 저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 줄 책이 있을까요?
선생님들과 함께 그림책 공부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교실에서 책상을 모으고 앉아 좋은 책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함께 나누었던 책을 교실에서 읽어주고 아이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다음 시간에 다시 나누었어요. 오랜 교직 생활 중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며 무척 기뻐하셨던 선배 교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따뜻한 미소가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해 주었던 한 선생님은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존버닝햄 지음/조새현 옮김/비룡소)를 읽어주셨대요. 한 아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나도 믿어주면 잘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셨어요. ‘아, 내가 저 아이에게 어떤 점이 부족했지?’를 한참 생각하셨다고 했어요. 이 책을 읽으면 에드와르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에드와르도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자신을 믿어주니 에드와르도가 달라진 거지요. 저는 새학기가 되면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빌어 왔어요. 올해는 아이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힘을 달라고 빌어야겠어요. 좋은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꾸어 보려 합니다.
『소년을 읽다』(서현숙/사계절)를 읽으면 이러한 소망이 조금 더 강렬해 져요. 이 책은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 일 년 동안 한 국어 수업 이야기예요. 수업은 책 읽기로부터 시작해요. 그들에게 ‘책’이라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었을 거예요.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이니 무섭고 난폭하고 나쁜 아이들일 거 같아요.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냥 보통의 아이들이에요. 어쩌면 우리들이 지독한 편견에 젖어 있는지도 몰라요. 물론 다인수 학급 안에서라면 이 아이들은 소외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교실의 수업을 읽는 동안, 그리고 눈앞에 그려보는 동안 교육의 희망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우리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보았아요. 아이들은 믿어주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어 기뻤어요.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갈 때 응답하는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마음을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어요.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니 조금 더 즐기며 할 수 있는 법을 궁리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선생님, 우리 함께 힘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