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아침독서 하자

부산위봉초등학교 교사 희망찬샘

얘들아, 너희들은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로 신나는 일을 겪은 적 있니? 선생님에게 있어 요즘 그런 일이란 아침독서와의 만남이란다.

아침독서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이구나. (사)행복한 아침독서로부터 선물 받은 좋은 책으로 반 친구들과 아침독서 4원칙에 맞추어 책을 읽기 시작했단다. 그저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참 많은 변화가 있더구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도 정말 많이 자라게 해 주었다는 사실이 아침독서가 더욱 특별한 이유란다.

아침독서에 대한 아이들의 느낌글을 받아보면 꼭 등장하는 말이 있는데 ‘처음에는 귀찮고 싫기만 하던 책읽기가 이제는 정말 좋아져서 아침독서가 참 고맙다’는 거였어.

선생님이 만난 아이들 중에 아침독서를 꾸준히 해서 도움을 받은 친구들을 한 번 만나볼래?

책을 잘 읽기는 했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재웅이(4학년)는 2학년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책을 100권 읽겠다는 방학 독서서약식을 했단다. 도전에 성공한 이후 책을 무지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 지금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있대. 4학년이었던 지창이(5학년)는 <<모모>>라는 책을 다 읽고는 <<끝없는 이야기>>라는 700쪽 분량의 책을 사고는 너무 신나서 늦은 밤 내게 전화를 해서 자랑하는데, 나도 덩달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구나. 민규(6학년)는 요즘 환경 관련 책에 푹 빠져 있단다. <<레이첼 카슨>>이라는 책을 읽고는 짝, 현정이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살짝 권하기도 하더니, 환경 관련 책에 대한 독후감도 일기장에 쓰고 그러더라.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신나는 일은 말이야,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고 집에서까지 책을 읽고 있다고 일기에 적어 오는 거란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 나냐고? 먼저 아침독서 4원칙에 맞추어 꾸준히 아침독서를 했기 때문이야. ‘통’을 읽는 친구들이라면 독서의 재미는 잘 알고 있겠지? 그래서 다음의 특별한 부탁을 세 가지 하고 싶구나.

첫째, 좋은 책을 잘 골라 읽으라는 거야. 입에는 맛있지만 영양가는 하나도 없어 우리 몸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처럼 책도 그런 것이 있단다. 재미는 있지만, 영양가가 별로 없어 우리 정신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책 말이야. 아침독서를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수 있는 눈도 선물 받게 될 거야.

둘째는 훌륭한 바람잡이가 되어달라는 거야.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혼자서만 간직하지 말고, 친구들에게 “이 책 정말 재미있던데, 너도 한 번 읽어 봐.”하고 꼭 이야기 해 주는 거야. 과장된 몸짓과 큰 목소리가 함께 한다면 효과는 더 높아질거야. 이건 우리 교실의 아침독서 분위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란다.

셋째는 생각이 넘쳐나면 그것을 흘려 버리지 말고 나의 역사 기록장(일기)에 잠깐 메모 해 보라는 거야. 책 내용이 머릿 속에 더욱 오래 남을 수 있단다. 하지만, 아직 쓰는 것보다는 그냥 읽기가 편한 친구는 읽기만 하는 것이 좋겠어. 글을 쓰느라 기껏 맛들인 책읽기의 재미가 싹 달아나면 정말 곤란할테니 말이야.

책 속에서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내 인생의 스승도 만날 수 있단다. 책을 빨리 좋아하게 되는 친구는 남보다 빨리 자기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단다. ‘통’ 친구들이 아침독서의 훌륭한 전도사가 되어주면 좋겠구나. 얘들아, 아침독서 잘 좀 부탁해.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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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매미 작은 곰자리 4
후쿠다 이와오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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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치킨 마스크>>, <<앨버트, 또 무슨 생각하니?>> 덕에 이 책에는 읽기도 전에 미리 점수를 주었다. 틀림없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니 괜찮을거라는 막연한 기대. 그리고 역시나!!!

문구점에서 특별한 목적없이 빨간 지우개를 슬쩍 한 주인공 이치. 그 사건을 시작으로 동생과의 약속도 어기게 되었고, 매미의 날개도 찢어 버렸고... 그러다 정말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 한다. 그러다 보니 꿈자리도 편치가 못하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어머니께 그 사실을 고백하고 어머니와 함께 문구점에 가서 아주머니께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 참으로 대단한 용기다. 아주머니도 이치의 용기에 큰 응원을 보내신다. 그림책의 얼굴은 다소 무섭게 그려졌지만, 눈은 상냥하게 웃고 있다는 것. 무서운 얼굴은 일부러 그렇게 해 보일 뿐일거야,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있다. 아주 서툴렀던 나의 초임교사 시절. 반에서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친구를 놀리면 혼내겠다고 주의를 주었건만, 계속 친구의 약점을 가지고 놀려서 회초리를 든 적이 있다. 그런데, 저도 나름 내가 야속했던지, 들어가면서 한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막 대드는 것이다. 그 당시 이 일은 아이들 입을 오르내리는 큰 사건이 되었고, 아이의 아버지가 경찰이었던지라 집에 가서 아이가 어떻게 말을 옮길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댁으로 전화를 드려서 전후 사정을 조금 설명했다.

그 때의 부모님의 반응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버지 말씀 하시길 "선생님, 교육은 소신입니다. 소신있게 하십시오."  그리고 어머니. 다른 어머니들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학교로 찾아 오셔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셨다. (그 때 그 애 때문에 속상해서 내가 많이 울었다. 그 해에 6학년 아이들을 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지만.)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 이후로 아이와의 갈등은 잘 해결 되었고, (어머니의 감동어린 고개숙임 때문에 나 또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얼마 전 군인 아저씨의 모습으로 학교에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제대해서 복학을 했을 것 같다. 친구들은 여자친구에게도 "임마가 예전 초등학교 때..."하면서 이야기 들려 줄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그 일은 참 오래 맘에 남는다. 자식의 잘못을 생각하기 이전에 보호하기만 하려는 부모의 모습에 너무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치의 엄마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식을 위해 고개 숙일 수 있다면 자식을 바른 길로 충분히 키워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잘못을 하면서 자란다. 그 잘못을 인정하면서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그런 가슴 따뜻한 부모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참으로 용감한 그런 부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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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만 사는 나라 - 슬구 먹구 시리즈 2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8
박상률 지음, 한선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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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추는 천연 기념물>>이라는 책을 쓴 작가의 책으로 두 번째 만난 책이다.

이 책은 <<구멍 속 나라>>, <<어른들만 사는 나라>>, <<벌거숭이 나라>> 이렇게 세 편의 시리즈 도서인 것 같다. 나는 그 중에 2편인 이 책을 읽은 거다.

두 아이가 지게 작대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른들만 사는 나라. 과학이 너무 앞서서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고, 그 복제품은 사라지는 시기까지 미리 다 예상되어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내용으로 작가의 머리를 쥐어 짠(?) 듯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어른들만 사는 나라라~ 이런 나라는 생각만 해도 정말 재미 없을 듯하다. 그 재미없을 나라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지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괜챃을 듯.

문명이 너무 앞서도 좋지 않다? 지나친 유전자 조작은 우리를 위험에 몰아 넣을 수 있다? 아이들은 소중하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생각거리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려 하니 오히려 머리가 조금 아프다. 그냥 맘 편하게 주루룩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이 책을 참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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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이네요~ 축하합니다!

희망찬샘 2008-08-26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깜딱' 놀랐어요. 흐흐흐~
 
최인호의 어린이 유림 1 - 조광조- 뜨거운 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젊은 사자
최인호 지음, 최석훈 엮음, 이영림 그림 / 파랑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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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증정용으로 받은 비매품 도서다.

글도 제법 빡빡한 것 같고, 책 내용이 무게감이 있을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부담없이 술술 잘 읽힌다.

중종시대의 개혁정치가로서 조광조라는 인물을 잘 서술하고 있어 한 인물에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6학년 아이들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학급문고로 넣어 두어야겠다.

주초위왕, 소격서 폐지, 현량과 설치, 정국공신의 삭훈, 그리고 기묘사화, 사약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조광조의 짧은 불꽃같은 생을 만났다.

(함께 실린 유림 독후감상문, 논술대회 수상작을 보면서, 참 글 잘 썼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정리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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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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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들어가는 말

제목이 무척이나 눈에 밟히던 책이다. 다른 이들의 서평을 몇 편 읽었지만, 언뜻 내용이 와 닿지 않아 쉽게 읽어지지 않았던 책이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빨리 눈치채지 못하고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무척 많은 이야기를 내게 걸어 준 책이다.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이외에는 무척이나 눈이 어두운 나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레반’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뜻도 이해하지 못해 키보드를 두드려 검색해야 했고, ‘파쉬툰인’과 ‘하자라인’,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단어도 따로 메모해야 했다. 탈레반의 ‘인종청소’가 무엇인지도 다시 떠들쳐 보았고,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의 이름도 헷갈려 몇 번씩이나 입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지니는 우리와 닮은 어떤 모습들에 신기해했고, 책을 통해 만난 새로운 그들만의 문화는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9․11테러에도 끄덕하지 않았던(관심이 없었던)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렸으니 문학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 거짓말, 통쾌한 거짓말

책을 덮은 후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바바가 어린 아들 아미르에게 했던 말이었다.

“한 가지 죄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도둑질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바에 대한 원망이 섞인 아미르의 독백 ‘내게는 동생이 있다는 것을 훔쳤고, 하산에게서는 신분을 훔쳤으며 알리에게서는 명예를 훔쳤다. 오로지 그 자신의 명예와 긍지를 위해서.’도 마음을 흔든다.

이 이야기를 몇 가지의 거짓말에서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아미르 대 하산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짓말, 아미르와 하산 대 바바, 알리, 그리고 라힘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바바에 관한 거짓말,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마음의 짐을 벗도록 도와주는 아미르와 라힘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통쾌한 거짓말이 그것이다.

아미르와 하산은 어린 시절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고, 하산의 아버지인 알리는 그들에게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간조차 깰 수 없는 형제애가 존재하는 법이라고 여러 차례 말을 한다. 파쉬툰과 하자라인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어 아미르와 하산은 정말로 형제와 같은 진한 무엇을 간직하며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보낸다. 하지만, 신분에서는 우월했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하산에게 분배되는 것에 대해 묘한 질투심마저 느끼던 아미르는 연싸움에서의 승리와 마지막 연을 얻어 내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아미르를 돕기 위해 연이 떨어지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하산은 그 연을 쫓아 달려간다. 그러던 중 하산을 노리던, 아세프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봉변을 겪게 된다. 파란색 연을 손에 쥔채. 뒤쫓아 간 아미르는 그러한 하산을 목격하지만, 그 순간을 외면하며 도망치면서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한 희생양으로 하산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 결과 12살 아이의 모습으로 마음의 짐을 지닌 채 26년간을 살아가게 되는 아미르. 그 아미르가 진실을 외면하는 첫 거짓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선 거짓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아미르와 하산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진)어른인 바바, 알리, 그리고 라힘칸에 의해서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 안에서 택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변명을 앞세워 아미르와 하산이 이복형제임을 바바의 죽음 이후,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바바의 친구였던 라힘칸이 밝혀준다. 이미 하산도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거짓말은, 아미르와 하산 사이에서 있었던 은밀한 비밀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라힘칸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라힘칸은 아미르에게 카불 어딘가에 고아가 되어 남아 있는 하산의 어린 아들을 구해 와서 보다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미국인 부부에게 넘겨 주라고 부탁하지만, 그 미국인 부부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하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 아미르는 오랜 세월 하산에게 지고 있었던 빚을 갚고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릴 수 있게 된다. 이 통쾌한 거짓말이 우리를 편안한 결말로 안내한다.

3. 아버지, 아버지와 같은

많은 것을 가진 아미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아버지, 바바의 절대적인 사랑을 얻는 것이었다. 인정받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커 보이는 아버지에게 자신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한없이 속상하다. 더군다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아미르는 하산에게 기우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하산이 자신에게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보잘것 없는 하자르인과 자신이 비교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미르의 바바에 대한 범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외경심이랄까 우러름은 최근에 읽은 <<다산의 아버지께>>를 떠오르게 했다. 억울한 누명으로 유배생활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근심스러움이 무척 컸겠지만, 집안을 돌볼 수 없는 가장에 대한 원망과 현실의 어려움을 생각지 않고 학문을 게을리함에 대한 꾸짖음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아버지의 그 큰 사람됨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속상함이 곳곳에 배어 나오는 학유의 글을 읽었을 때처럼 아버지에 대한 아미르의 마음 또한 다산에 대한 학유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아미르에게 그의 마음을 붙잡아 줄 수 있는 라힘칸 같은 어른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에게는 라힘칸처럼 아버지의 모습보다도 더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잊혀지지 않는 분이 계시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그 당시 선생님의 아들이 같은 학년이었으니 연세도 딱 아버지 정도의 나이셨으리라.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하셔서 우리 아버지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모습 하나하나는 지금도 내가 그려보는 참교사상이기도 하면서 따뜻한 아버지상으로 아직도 나의 마음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에게 보여주셨던 특별한 사랑도 큰 기억에 남지만, 그 특별했던 사랑이 모든 친구들에게 다 그러했다는 기억이 더욱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다. 당시 아버지가 없는 친구(반에는 모자원이라는 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는데,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때 선생님의 시선은 보는 나의 마음 또한 기분좋게 해 주었다. ‘아버지라는 것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하는 것을 우리 아버지에게서가 아닌 선생님에게서 느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아미르 또한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라힘칸에서 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바가 아들인 아미르에게 한 거짓말도 나빴지만, 아미르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상처를 준 부분도 부모로서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인 것 같다. 그 모습은 어쩌면 세습되지 않아야 할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표상으로서의 바바가 아닌, 늙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아버지로서의 바바에게서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라면, ‘넘치기 때문에’가 아닌 ‘부족하기 때문에’ 자식을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 ‘아버지라면’이 아니라, ‘부모라면’ 그러해야 하리라.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아울러 원망을 품으면서도 그래도 이다음에 아버지가 된다면 ‘바바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아미르의 독백은 바바의 삶을 더욱 값지게 해준다.

4. 도망치다와 돌아가다(배반과 속죄)

이 이야기는 또한 현실에 대한 도피로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묶여 버림으로써 갈등을 낳는 것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속죄하는 맘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돌아감으로써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게 되어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도망치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구속이었으며 돌아가는 것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치루어 내야 할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아미르는 위험 지역인 카불에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해 내기 위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탈레반이 된 아세프를 만나게 되지만,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며 자신을 믿고 따라 준 하산에 대한 배신을 목숨을 내 놓고 그의 아들을 구해 내 옴으로써 갚아 나가게 된다. 26년간의 마음의 짐을 벗고 드디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자식을 간절히 원했지만, 자식을 얻을 수 없었고, 어려서 형제애를 가지고 함께 자랐던 하산의 아들을 양자로 받아들였으나 그의 마음을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5. 연

이 글에서 연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연결짓는 매개로 등장한다. 현재에 머물러 있으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이 된 아미르는 연을 볼 때마다 하산과의 엇갈린 길이 떠올라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과거의 연을 끊어버린 아미르는 현재에 머물면서 미래를 대신하는 하산의 아들 소랍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너무나도 많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소랍의 미소를 현재의 연을 통해 봄으로써 무언가 일말의 가능성을 보면서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연은 현재의 아미르와 미래의 소랍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어린 시절 연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연싸움을 직접 해 보지 않아 2학년 슬기로운생활 시간의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연만들기 지도에서 고전을 겪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연을 날리며 운동장을 달릴 때의 그 상쾌함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연싸움에서 자신만의 뛰어난 기술로 상대의 연을 끊어버린 경험이 있는 이라면 끊어져 날아올라가는 연과 함께 맺혀 있던 그 무엇들이 저 하늘로 함께 날아올라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으로 시작된 갈등은 연으로 인해 해결이 나고, 연으로 인해 희망의 여운을 남겨 주는 것이다.

6. 나가는 말

뜬금없지만, 나는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 아미르를 보면서 나의 꿈을 생각 해 보았다. 이 나이에도 꿈이라는 것을 하나 가지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참 기분좋은 일인 나의 꿈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글을 한 편 써 보고 싶다는 거다. 부자간 소통의 문제를 책으로 달래던 아미르, 그의 무수한 책읽기는 창작으로 이어졌다. 엘리너 파전이라는 작가는 <<작은 책방>>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어린시절 ‘작은 책방’이라는 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집의 모든 방이 책방이었지만 작은 책방은 그녀에겐 정말 특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잘 정돈되어 있지도 않았고 멋지게 꾸며지지도 않았고 다른 방에서 쫓겨난 온갖 책들이 길 잃은 떠돌이 마냥 있었던 공간! 그 속에서 어린 시절 진짜 보물 찾기를 했을 작가의 축복받은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 송승훈 선생님이 언급하셨듯이 외국의 위대한 인물들은 지역의 공공 도서관에서 자신의 인격과 교양을 형성하고, 우리나라의 성공한 이들은 다락방에서 책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책보물을 많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는 것과 나도 그러한 보물찾기를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무언가를 한 번 끄적거려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연수(독서토론 지도 교사 직무연수)를 신청하였고,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비록 죽은 표현이라고 해도 괜찮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총평을 ‘참 재미있었고, 참 감동적이다.’라고 적고 싶다. 소설이 남기는 가치는 그것을 읽어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내용이 어딘가에서 본 것도 같고, 통속적이라 할지라도, 혹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할지라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혹은 작가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누리고 있는 인기에 내가 한몫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려 본다. 참 재미있는 소설 덕에 정신적 영양제를 듬뿍 먹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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