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훨씬 더 유용하다."

 

                                                        -조지 버나드 쇼-

 

지난 달은 하도 정신이 없어서 정말 내가 살아냈는지, 사라진건지 알 수가 없는 달이었다.

 

긴 연휴 (길기는.. 너무 짧았다ㅠㅠ)가 끝나고 남은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훅훅 달려오는데 어, 어 하면서 쳐내기에 바빴다지.

 

그 와중에... 꼭 실수하던 데 또 실수하고.. 아니, 나하고 안 맞는건지, 왜 자꾸 한 곳에 실수를 하는지..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 하던 차에 버나드 쇼의 문구를 보게 됐다.

 

그래..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나도 커 나가는 거겠지. 만약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실수도 안 했겠지만, 일도 몰랐을거야..라고... 나를 다독이면서도 아.. 밀려오는 이 우울한 감정들...

 

그래서인지, 며칠 전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씻고 몸에 로션을 바르는데, 그날따라 유독 향이 너무 좋아서 무슨 향이지 싶어 병을 꼼꼼하게 보던 찰나, 눈에 들어 온 단어.

 

컨 디 셔 너

 

응? 컨디셔너? 린스?

 

나 이거 며칠 동안 계속 발랐는데... 향도 좋고 발림성 좋아서 와 좋네..하고 발랐는데...

 

세상에... 린스를 로션인 줄 알고 그동안 몸에 발랐던 거다. 하하하

무슨 개그하냐고.. 아무리 뭐 안 바르고 안 써도 그렇지, 한글로 컨디셔너 적혀 있는데, 그게 로션이라고 읽히냐고..푸하하하

 

어쩐지 등이랑 가렵더라... 난 계절 땜에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런 줄 알고 듬뿍 듬뿍 발랐는데...

 

아침부터 진짜 겁나게 웃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하하하하

 

요즘 우울하다 했더니 이렇게 웃긴 일도 생기는구나.

참, 삶이란 다채롭다.

 

한참 웃고 났더니 한결 개운해졌다.

그래,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린스도 바르면서 사는거지. 그게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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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11-02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려움을 참고 듬뿍듬뿍 발랐다는 대목에서 짠~하네요… 그리고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웃음 뒤에 삶의 페이소스는 남겠지요.

꼬마요정 2017-11-02 15:22   좋아요 1 | URL
아직도 웃깁니다. 그래도 다 쓰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ㅎㅎ 사실, 저한테 이런 일이 워낙 자주 일어나서요..ㅠㅠ 뭐.. 하수구에도 오른쪽 다리가 빠져서 허벅지에 피멍이 잔뜩 든 적이 있는데, 여기서 웃긴 건 다리가 짧아서 하수구에 빠져도 발이 안 닿아서 신발에 오물이 묻지 않았다는 거죠..^^;

stella.K 2017-11-02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 그 정도 실수 갖구...ㅋㅋㅋ

꼬마요정 2017-11-02 15:22   좋아요 1 | URL
그쵸.. ㅎㅎㅎ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삶이 재미나고 다채롭지요. 이 일 있고 전 계속 웃고 다닙니다. ^^

다락방 2017-11-0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칫솔에 클렌징 폼 짠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디 클렌저를 로션인줄 알고 쳐발랐다가 미끄러워서 읭????????? 했던 적도 있고요. 하하하하하.

맞아요.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린스도 바르면서 사는거죠!! 기운냅시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17-11-02 15:25   좋아요 0 | URL
아아.. 역시 다락방님이세요. 언제나 저의 경험에 하나를 더 얹어 주시는.. 크으.. 동병상련의 아픔을 제일 잘 느끼신다고나 할까요.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길 가다가 축구공을 맞는다거나 입간판에 옷이 찢어진다거나.. 그런 일을 겪는 사람들은 있었던거에요 흑흑

그런데 지나고나면 너무 웃겨서 기운이 나요. 힘차게 살아요 우리!!^^

비연 2017-11-02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바디샴푸로 머리 감은 적이 있고....
린스를 각질제거제인 줄 알고 정성껏 펴바른 적이 있었더랬죠...ㅋㅋ ;;;;;;
조기 치매아냐? 라며 겁 먹었었는데.. (또 금방 잊어버렸지만..) 꼬마요정님 덕분에
괜한 위안을 받고 가네요 우헤헤. 홧팅요.

꼬마요정 2017-11-02 15:27   좋아요 0 | URL
에이.. 조기치매라뇨... 다 그런 적 많을건데요 뭐.. ㅎㅎㅎㅎ 저희 엄마는 외출하실 적에 핸드폰 대신 집전화기 들고 가신 적도 있는데요, 멀쩡하세요^^ 그러고보니 그날도 진짜 온 가족이 대놓고 웃었어요 ㅎㅎㅎㅎ
 

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언제나 숙연해진다.

 

나도 모르게 말수가 적어지고, 달리 말을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괜한 말은 상처가 될 것 같아서.

 

어제는 지인의 장모님께서 돌아가셔서 갔는데, 지병이 있거나 계속 병원에 다니시거나 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다고.

 

사람이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이라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거라고.

 

그리고 그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내가 간 장례식장 중 가장 마음이 아렸던 때가 10년 쯤 전에 갔던 후배 장례식장이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때가 있었던가.

 

나이가 겨우 스물 일곱, 여덟.. 그 정도였는데, 폐암이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안 했는데... 병을 알게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더랬다.

 

부모님이 문상 온 자기 아들 또래들을 한 번 보고, 아들 관이 있는 곳을 보면서

 

너는 왜 거기 있니.. 라고 계속 우시는 모습에 나도 왈칵 눈물이 났었다. 

 

그 때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는 있겠지만, 너무 후회하지 않도록.

 

 

그러고 몇 년...

 

열심히 살기보다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열심히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표가 행복이니까.

 

비록 매일 행복할 수 없다하더라도, 어제의 실수는 털어내고, 오늘의 삶은 오늘 사는거야.

 

어제 다녀 온 장례식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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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10-23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꼬마요정 2017-10-23 22:58   좋아요 0 | URL
제가 상주는 아니지만, 고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10-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례식장을 가면 항상 드는 생각이
다음은 우리라는.. 나 라는..

결국은 산자를 위한 시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꼬마요정 2017-11-01 18:20   좋아요 0 | URL
아.. 그렇지요. 결국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고.. 돌아가신 분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할 지 생각해보게 되지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너무 어려운데, 언제나 준비 없이 맞이하는군요.
 

황금연휴가 다가오니 일은 안 되고, 나도 모르게 연휴 동안 읽을 책, 볼 영화, 다녀올 곳들을 챙기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연휴들이 계속 생겨나길 바라면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어릴 때 엄마 아빠 손 잡고 '국민학교' 혹은 '초등학교' 그 커다란 문으로 들어설 때부터 말이다.

 

다들 좁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 같은 생각을 주입받고, 밤늦게까지 앉아서 같은 문제를 푼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대학 갔을 때, 처음엔 많이 당황했다.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도 무서웠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많이 혼란스러웠고 어리둥절했고,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무섭게도 순식간에 적응했다. 그러나 내 직업을 선택해야 될 때가 왔을 때, 또다시 난 그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까지의 내 삶에서 자유로우면서 나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고 책임졌던 때는 3년 정도 뿐이었던 거다. 쳇바퀴 속에 살면 '무언가'가 나를 억압해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얼마 전부터 휴일이 많이 생긴다. 이제 사람들은 자기 시간이 생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행복한 건지 조금씩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이 일주일 중 5~6일을 일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것도 몇 십년을. 밤이 되면 자기 싫고 아침이 되면 깨기 싫은데.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연휴를 즐기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있는 책을 몽땅 다 읽고 싶은데, 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것이고. 꼭 다 읽고말 책들을 뽑았다.

 

 

 

 

 

 

아직도 칼비노의 조상 시리즈를 다 안 읽었다. 이런... 꼭 꼭 다 읽고 말테다. 아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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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7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휴일에 집에 있는 책들 위주로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저 지금 참고 있어요. 누가 제 지름신 좀 막아주세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7-09-27 18:35   좋아요 4 | URL
참으세요!!! 집에서 울고 있는 책들이 있잖아요. 읽어주세요~ 하면서... 저도 참고 있는 중이랍니다. ㅎㅎㅎ

비연 2017-09-27 22:03   좋아요 1 | URL
저도 참고 있는 중인데... 알라딘을 안 들어와야 해요 ㅠㅠㅠㅠ

북프리쿠키 2017-09-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비노 입문 추천부탁드려요.
집에 <나무위의남작>이랑, 또 뭐더라 ㅋ 한권 더 있던데..보이지 않는 뭐 거시기..지 싶은데 기억이 잘 ㅋ

꼬마요정 2017-09-27 18:56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칼비노 책은 두 권만 읽었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처음 봤는데 몇 날 며칠 구절들이 머리에서 안 떠나서 다시 펼쳤습니다. 반쪼가리 자작도 재밌게 봤구요. 마치 잔혹동화 같지만 생각할거리를 많이 주더라구요.

에디터D 2017-10-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벤허를 내년 설로 미뤘습니다. 이번 추석은 그보다 덜 두꺼운 인문서적과 함께 해야해서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꼬마요정 2017-10-04 20:26   좋아요 0 | URL
리제님 안녕하세요~~ 읽을 책은 많고 속도는 느리고.. 벌써 4일인데 벤허는 앞에서 나아가질 않네요^^;; 벤허 한 권이라도 다 읽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대구에 놀러갔다.

 

대구에 있는 새로운 세계 백화점에 지인이 팝업스토어를 열어서였는데,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백화점보다 더 예쁘고 세련되게 지어놨네...

 

크기도 엄청 커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여기가 어딘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지인의 가게는 금방 찾았다.

 

지인과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지인의 추천맛집과 가게를 둘러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주차를 생각하니, 손에 쥔 영수증이 얼마 안 되는거다.

 

그래서... 서점을 찾았다.

 

아아.. 그리고 난 여기서 책을 또 사고 만 것이다.

 

 

 

주진우 기자님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보여지는 순위권 때문에 굳이 그 곳에서...

라고 변명해본다.

 

같은 돈에 다른 것들보다 무겁다.

 

난 또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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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2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또 샀다.

꼬마요정 2017-09-25 19:19   좋아요 1 | URL
이게 말입니다, 주차비가 만원 정도 나올 거 같은데, 오만원 영수증이 있으면 무료라는 거에요... 그래서 옷가지나 먹을거리를 산 게 아니라.. 책을 샀지요.. 근데 사고 나갈 때 보니까 주차관리인이 없는거에요ㅠㅠㅠㅠ 뭐, 책은 남는거니까 하면서 끌어안고 왔어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7-09-25 19:25   좋아요 1 | URL
반드시 그 곳에서 주진우 기자님 책을 샀었어야만..!!
했는 상황이긴 합니다ㅋㅋ

cyrus 2017-09-26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세계 백화점‘이라고 쓰셨길래 저곳이 어딜까, 의아했던 대구 사람 1인입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근처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이었군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7-09-26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잘 만들어놨더라구요. 엄청 크구요. 글고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구경하긴 좋았어요^^
 

사고 싶다 사고 싶다... 집에는 시리즈별로 2권짜리, 그것도 출판사가 다르게 있는데... 근데 비싸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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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1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름신과 씨름할 때가 재미있지.
막상 사고나면 감흥이 사라지자나요
밀당하시다 구입하심 되겠네욤^^;

꼬마요정 2017-09-19 16: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고 싶어하면서 설렐 때가 제일 재밌고 신나요. 막상 사고 나면 심드렁...
지름신과 밀당해서 이기고 싶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