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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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었을 때 꽤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도서관에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몹시 기대했었는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

난 이 책의 이미지를 보고는 판형이 꽤 클 거라고 짐작했는데 뜻밖에도 표준 사이즈다.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서 으레 클 거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A6 정도 크기라지만 사진을, 그녀의 정원을 있는 껏 자랑하는 데에 지면은 결코 작지 않다.

타샤는 독특한 사람이다.  30만 평이나 되는 정원을 손수 가꾸며 스스로도 1830년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믿고 있는 그녀는 21세기의 우리 눈에는 몹시 이질적으로 비쳐진다.

노동을 통한 정원 가꾸기를 신성시 하고, 맨발로 땅을 밟으며, 드레스에 가까운 고전적인 옷들을 실부터 직접 만들어서 옷감을 짜내고 그 다음에 옷을 짓는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1800년대의 집의 꼴을 갖추고 있다.  그 안에 있는 식기며 가구도 골동품 그 자체다.

그녀는 단순히 시간 많고 여유만만한 귀부인 같은 사람은 아니다.  삽화를 그려서 동화책을 만들고 그의 성공을 빌어 지금의 정원을 가꾸게 된 그녀는 그저 지혜로운 농부에 가까울 뿐이다.

이 책은, 타샤의 정원을 통해서 친구가 된 토바 마틴이 에세이처럼 지은 글이고, 사진은 리처드 브라운이 찍었다.  물론,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타샤와 그녀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아마도 원예를 좋아하는 울 어무이께서 타샤의 정원을 보게 된다면 비명을 지를 지도 모르겠다.  환상적인 곳이라고.

나는, 꽃이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그에 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타샤의 그림같은 정원은 진짜 '그림'보다도 내게 감명을 주지 못했다.  속단하는 것은 월권이지만, 나는 그녀의 정원이 지독히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울타리로 보인다.

지극히 자유스럽게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격함이 숨어 있고, 원칙에 갇힌 갑갑함이 느껴진다.  그 안에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흙이 있는데, 사람은 있는 걸까.. 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부러워마지 않는 그런 삶을 사는 듯 보이는데, 나는 거기서 '안빈낙도'적 분위기는 읽지 못하겠다. 그녀가 그런 분위기를 내게 보여주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또, 내가 못 읽었다는 게 더 맞을 테지만.

지금,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도 읽고 있다.  타샤의 정원보다는 더 인간미가 넘쳐 보인다.  연이어 읽어서 맛이 더 떨어질까 저어했는데, 오히려 양념을 더 친 기분이다.  찍고 싶은 사진도 타샤의 정원보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에 더 많아 보인다.  내가 심통을 부리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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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말고 행복한 사람,타샤 튜더 읽고 싶어지네요.
거기에도 그림 많아요?

마노아 2006-12-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림 많아요. 저도 그 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치유 2006-12-2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통이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살수 있을까...생각하신것은 아닐런지요..
전 그랬거든요..어쩜 이렇게 늙어갈수 있는지...전 스케치를 보면서 참 부러웠어요..
우리 딸은 이 행복한 사람,타샤투더에 나오는 스케치는 다 따라서 그려보더구만요..
전 아직도 정원은 못 읽었답니다..

마노아 2006-12-2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이 이혼을 하셨잖아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짐작에 이런 사람 곁에선 남편분이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짐작했어요. 김영갑씨가 결혼 않고 혼자 살았던 것처럼 너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 곁에선 다른 사람이 끼어들 자리가 없을 거라 여겼어요. 그림처럼 아름답고 멋지게 살고 있는 듯 보이는데 저는 숨이 막혔어요. 제가 심적으로 가장 안 좋을 때 읽어서 그럴 수도 있구요. 아마 좀 더 완숙해지면 저도 배꽃님처럼 타샤의 삶을 부러워할 지도 모르겠어요. ^^

마노아 2006-12-2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보슬비님~ 체코에 계신 분 맞나요? 알라딘 어느 이벤트에서 그렇게 본 것 같아요. 보슬비님도 해피 크리스마스~입니다^^
타샤튜더는 아흔이 넘는 나이까지 꼿꼿하게 자기 안의 성을 지키면서 살았는데 놀랍고 무섭고 그래요. 너무 견고해서 들여다보는 것도 맘이 편치 않았지 뭐예요. ^^;;;;
 
눈을 감고 보는 길 - 개정판 정채봉 전집 3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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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작품을, 그것도 당신이 투병 중에 써내려 간 글들을 보는 것은 몹시도 아픈 경험이었다.  그러나  병과 싸우느라 지쳐간 육신에서 나온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에서는 생명력이 가득 묻어 있었다.  스스로도 고꾸라지지 않고 더 악착같이 매달렸노라 고백했듯이, 그가 지금 고인이 되어 땅 속에 잠들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글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살아 생전 그의 종교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글 속에서 그의 종교는 기독교의 하나님, 천주교의 천주님, 그리고 불교의 석가모니 등등... 종교와 분파를 뛰어넘어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하나됨, 혹은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플 적에 절대적 존재에게 의지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긴 글들은, 그러나 그가 회복되어감에 따라 더 강경한 어조로, 더 자신 있고 포부 있는 얼굴로 바뀌어 나갔다.  작가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구성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작할 때의 유하고 수동적인, 그래서 약한 자아로서의 인간을 보여주던 글이 뒤로 가면은 보다 딱딱하고 능동적인, 그리고 강한 자아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곳곳에 소개된 작가 자신의 동화와 우리 나라 혹은 외국의 동화들이 짧은 글귀임에도 긴 여운을 안겨주는데, 그 동화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예쁜 순수 우리말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제법 컸다.  아름다운 우리 글이 그와 같은 예쁜 작가들에 의해 세상에서 빛을 잃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채봉,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자연에 더 다가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자연을 닮은 그의 언어도 배우고 싶다.  눈을 감고 보는 길... 그 길은 어떤 색깔로 내게 다가올까, 그 길은 곧게 뻗어 있을까, 굽이굽이 휘어져 있을까....... 어느 쪽이든 그 길은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는 그런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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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권보람 그림 / 돋을새김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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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멕시칸 빈민 거주 지역에서 성장했다고 하는 작가, 그래서 그녀가 쓴 처녀작에는 가난하되 꿈을 잃지 않은, 악착같이 꿈을 잡고 포기할 수 없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마치 우리나라가 한국 전쟁 직후 못 먹고 가난했던 그 시대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미국계 피를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태생을 무시할 수 없었고, 그 핏줄이 그녀의 환경을 결정한 것을 보면서, 지금껏 읽었던 소설 혹은 에세이 중 미국 사람이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바르게 성장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혀 없을 리 없다고 여기는데도 언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가 읽어왔던 책의 빈약함이 제일 큰 이유일 터지만, 풍족하게 살아온 그들의 풍토가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에게 원조를 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다른 약하고 가난한 나라를 상대로 도움의 손길을 펴 왔었다.  (그들이 왜 약하고 가난한 지는 일단 접어두고..) 심지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원하지도 않았는데 들어와서 지키겠다고 오버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런 기억들과 지금 당면한  대북 문제 등등 편치 않은 눈길로 책을 보고 있자니 갑갑하기만 했다. 

 

저자가 순수 미국인이 아니었기에 받게 되는 차별이라던가, 그녀의 작품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처럼, 억눌린 채 살고 있는 여성들과 교육의 기회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세계의 강국 미국이, 천문학적 숫자의 국방비 혹은 무기 예산비를, 그렇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하였다면, 혹은 할 수 있다면, 911사태가, 그 후 이라크 사태가 벌어졌을까 하는 회의.


역사는 되돌릴 수 없고, 그런 가정들이 일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몹시 답답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열심히 산다고, 정도를 지키면서 산다고는 하지만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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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감 - 개정판 정채봉 전집 7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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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처음 짐작한 대로 동화나 소설은 아니었고, 에세이로 묶은 것이었는데 더러는 일기처럼, 더러는 편지처럼, 또 더러는 서평처럼 그렇게 적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들과, 자라고 나서 느끼게 된 사회 언저리의 아픈 되새김, 성인이 되어서 되씹어 보는 추억의 모습과 그리고 자연 속에서 묻어나는 삶의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운 면모들을 작가는 계통 없이, 그러나 소란스럽지 않게 무질서하지도 않게 적어 내려갔다.


외국 동화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느낀 감상과 또 읽을 수 있는 교훈들을 짚어냈고,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진리와 진실들도 아낌없이 소개했다.


제목에서 풍기는 그 느낌대로,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처럼, 좋은 느낌을 줄 것 같은 그런 책, 동화보다 더 사실적이고, 삶처럼 따뜻하고 구수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있다. “좋은 예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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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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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라는 책의 개정판이면서 또 그 개정판이 복간된 책이다.  그래서 표지도 다르고 제목에 따옴표도 들어갔다.  여러번 찍을 만큼 많이 팔리고 또 많이 읽혔다는 의미이겠지?  난 그의 인기가 거의 거품 없이 진짜라고 믿는다. 그건 작가 김훈을 앞서서 그의  '작품'이 얘기해 주는 거니까.

 

김훈의 문장은 매우 독특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지만 그 여운은 몹시 길다.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현학적인 느낌은 없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 않고 도리어 밀착되어 있다.  그것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 걸음 떨어져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직접 뛰어 들어 온 몸으로 부딪쳐서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의 글은 빠르게 읽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뜻을 음미하여 또 되새기며... 그렇게 천천히 읽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그의 글에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내 안에 부딪치는 울림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그렇게 읽어나가야만 한다.


오랜 기자 생활을 한 덕에 그는 사물의 본질과 사건이 포함하고 있는 다중적 의미를 한 눈에 꿰어보는 능력을 길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작가적이고 서정적인 자아가 그 객관적인 생각들을 한 축에서 잡아당긴다.  그래서 묘하게도 균형을 맞추면서 그의 글은 객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이고, 공적이면서 또 사적이다.  때로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여서 혹은 오해를 살 여지도 있지만, 그는 그 조차도 부정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감당해낸다. 


첫 번째 글, 소방수의 죽음과 옷 로비 사건이 겹치는 장면에서부터 벌써 눈물이 났다.  자살한 전 동아그룹 회장의 부인과 같은 시간에 감전사한 열 다섯 명의 생명 앞에서도 황망하여 할 말을 잃었다.  그때에도 병들어 있던 우리나라, 그리고 지금도 병들어 앓고 있는 이 사회가 아파서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호흡하기가 힘이 들었다.  필시 저자 역시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나가기가 아팠을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인격적 주체로서의 저자의 목소리는 침착한 어조로, 그러나 시종일관 똑같은 깊이로 독자의 마음 문을 두드린다.  독자가 어찌 판단하는 지는 관심도 두지 않을 것 같은 이 오만한 작가는 그러나 그렇게 초연한 자세로 인해 더욱 겸손해 보인다.  아무리 말로 표현을 해도, 설명을 해도 그 ‘감동’과 ‘깊이’는 직접 겪지 않고는 알지 못할 것이다.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는 정말로 ‘된’ 작가이다.  이런 글을, 이런 작가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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