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6년 12월
구판절판


내 집 개가 허름한 입성 보면 짖는다.
개는 주인 닮는다는데...
-개자식!

빼앗긴 들에, 봄이라고 피는 꽃!
그 앞에 차마 꽃노래는 못 부르고...

단정한 그림이 많은 생각을 담아낸다.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호숫가에 누운 주인공의 배경으로 별빛이 호수에 떠 있는 것처럼 흐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의 그림이 꼭 그랬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여러 느낌을 주는 그림. 목판화이기에 주는 느낌일까?

오늘은 초롱한 별들의 하늘입니다.
나가서, 하늘 한번 보시라는 뜻입니다.
하늘은, 여름 하늘도 뜨겁지 않을 겁니다.

벼이삭 출렁거리는 논길의 부부울력.

-머리를 쓰고 몸은 쓰지 않는 사람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바람에 온 세계가 이렇게 몸살을 앓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

모두 같은 색 속에 다른 색 하나. 그건 그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잖아...

길가 탱자 아직 향기 없다.
서리 내리지 않은 탓이란다.
매서운 추위 겪지 않고는
향기 토하지 못하는 것이, 비단
탱자 뿐 아니지.

그저 평행선일 뿐인데도, 긴 여운을 주고 있다. 저 아름다운 색깔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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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6-1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쁘네요~~
낯 익은 그림과 글이 참 아름다워요~~~(울 집에 이 분 작품인 작은 판화가 있답니다)

마노아 2007-06-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화의 느낌이 저 그림과 비슷한가요? 저게 그림인지 판화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네꼬 2007-06-1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해요. 질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마노아 2007-06-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예요. 보고 또 보아도 좋아요^^
 
엄마와 두 딸의 발칙한 데이트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아들고 만화인 줄 알았다.  표지의 분위기가 딱 그랬는데 아니었다.  알고 보니 작가 정숙영이 엄마와 동생과 함께 가진 감칠맛 나는 데이트 기록이었다.

우연과도 같이 시작된 엄마와의 데이트.  그 좌충우돌 이야기를 아주 맛깔스럽게, 때로 조금은 콧날 시큰하게, 그리고 배꼽 잡고 웃을 만큼 재밌게 풀어쓴 이야기다.

작품 속 어무이께서는 무척 까탈스러운 입맛을 갖고 계시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조미료가 듬뿍 들어갔거나 향이 너무 강하거나 혹은 너무 기름진 음식은 모두 퇴짜를 놓으신다.  이런 걸 돈주고 사먹냐고 타박을 주는 거면 강도가 약한 것이고 사장 나오라고 할 수 있는 무대뽀 정신도 갖고 계신다.

그런가 하면 몹시 쿨한 면도 갖고 계셔서 아들 군대 간다고 우울증 걸리는 법 없고, 딸내미 외국 여행 떠나는 길에 걱정은커녕 속시원하다고 하시며 선물 꼭 사오라는 말을 잊지 않으신다.

두 딸은 어떤가 하면, 큰 딸은 글쟁이고 작은 딸은 영화를 전공한 음향 연출가이다.  두 딸은 꽃미남에 함께 올인하며(이는 엄마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엄청난 대식가이고 또 무신경함의 극치를 달리기도 한다.

어머니께서 느즈막히 반찬 가게를 시작하시면서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줄어들고, 어머니께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기 위하여 시작된 작은 데이트가, 한달에 한 번씩 열리는 월례 행사가 되었고, 나름 시행착오를 많이 겪긴 했지만 서로를 향해 맞춰가기도 하고 닮아가기도 하며 익숙한 거리를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어머니께 세계 여행은 못 시켜드리고 있지만, 세계 '맛' 기행은 시켜드리겠노라며, 각 나라의 특징을 잘 담은 맛집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노하우를 보여주며 책은 전개가 된다.

어머니와 함께 오만석이 출연하는 뮤지컬도 보고, 맘마미아를 보려다가 실패하고 '아카펠라' 공연에서 오히려 대박 만족을 느끼고, 또 신실한 불자이신 어머니와 함께 연등 행사를 같이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추억들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두 딸이 메신저를 통해서 나누는 인터넷 구어체가 피식피식 웃게 만들었고, 어머니의 타박성 칭찬 멘트도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여 슬며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별 거 아닌 이야기였다.  헌데, 그 '별거 아닌' 이야기가 특별해진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엄마와 함께 외식을 하면 비싼 밥 먹을 거 뭐 있냐며 집에서 드시자는 울 엄니.  어쩌다가 고궁 나들이 한 번 가면 그 꽃구경에 온통 정신이 팔려 다리 아픈 것도 잊는 엄니.  아주 가끔 집 뒤쪽으로 있는 국립공원 약수터에 같이 가드리면 역시 신바람 나는 엄니... 그거 모두 별거 아닌데... 사실 잘 못한다.  그렇게, 불효녀는 아주 가끔의 선심으로 효녀인 척 하고 살았다.  부끄러운 노릇이다.

이 책의 저자도 하는 그 데이트... 나도 좀 따라해 보아야겠다.  좋은 영화 있음 같이 보고, 맛난 음식 알게 되면 모시고 가서 대접해 드리고, 크게 표 안 나도 마음이 따라가는 그런 시간을 함께 해야겠다.  함께 나눈 시간이 서로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우리가 되게 말이다.  책에서 소개된 맛집, 나도 요긴하게 써먹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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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5-16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늘 투닥거리는 전 반성반성 ㅠㅠ

마노아 2007-05-16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반성 많이 했어요ㅠ.ㅠ

마노아 2007-05-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세상의 모든 효녀가 돌 던져요^^ㅎㅎㅎ
이 책 저자 말솜씨가 재밌어요. 자매가 넘 웃겨요 ㅋㅋㅋ

홍수맘 2007-05-1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하긴 한데 미적미적 하고 있어요. 어쩌지? ^ ^;;;;

마노아 2007-05-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천천히 보셔요^^

다락방 2007-05-1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정말 책장 팔랑팔랑 잘 넘어가죠? 단숨에 읽어버렸답니다. 헷. :)

마노아 2007-05-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랑팔랑! 딱 그 말이 맞아요. 단숨에 즐겁게 꿀꺽! 했어요^^
 
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품절


바람이 불어와 숲의 기억에 하얀 눈꽃을 날리면

작은 섬 하나는 숲의 기억을 떠나야 했다.

해님 프리조니를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 플레르.
그런 플레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풀꽃 꾸르의 목마름.

또 그런 꾸르를 애타게 보고 있는 풀벌레 보떼의 갈망.

상처를 받고 돌아선 풀벌레 보떼는 구십여덟 개의 섬을 지났고
구십여‰h 번의 상처를 받았다.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쉴 곳을 찾다가 도착한 곳은 숲의 기억.

풀꽃 꾸르는 눈 많은 그늘나비에게 자신의 마음을 해바라기 플레르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플레르의 마음을 해님 프리조니에게 전해주기 위해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그늘나비는 뜨거운 열기에 지쳐 정신을 잃고 마는데...
그런 그늘나비에게 휴식을 제공해 준 바람 엘랑스

프리조니에게 플레르의 부탁을, 그리하여 꾸르의 부탁까지 들어주기 위해 무리한 약속을 지키려던 그늘나비는, 뜨거운 태양열에 제 몸을 희생하고 만다.

꾸르에게 외면당했던 풀벌레 보떼는 나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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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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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으로 같이 온 종이 상자다.
빛바랜 색깔의 세계 지도가 옛스러운 느낌이 멋있다.

상자 안에는 종이 앨범이 들어 있다.
사진을 끼우면 멋진 액자가 될 것이다.

무심코 뒤를 돌려보니 새겨져 있는 메시지들이 근사하다.
몇 개만 옮겨보면 이렇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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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7-02-1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죠. 알라딘에서는 저런 부록도 낑겨 주는군요. ^^ 살짝 배 아플뻔 했어.

마노아 2007-02-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리풀님께 땡스투 했잖아요~ 위로 삼으셔요^^ㅎㅎㅎ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구판절판


봄-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모두다 일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해요.

18세기의 아낙 같은 모습. 타샤는 이런 옷을 좋아해요.

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드레스를 입히는 것도 타샤의 취미이자 특기죠. 거울에 비친 여인의 모습이 꼭 르노아르의 그림 같아요.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꽤 두근두근할 것 같아요.
도시 사람에겐, 모험이 필요해요.

그녀의 집도 18세기의 모습 그대로죠. 사진이 아니라 동화책의 삽화같아요.

타샤는 인형극을 좋아해요. 마리오네트의 의상을 갈아입힐 수가 없어서 같은 주인공을 여럿 만들어야 했대요.

그녀의 그림도 같이 감상. 저 속에 타샤가 있을 것 같아요.

가을의 정경. 수확한 양파는 말린 다음 꼬아서 걸어둔다. 9월 한낮에는 해가 더 낮아지면서 아름다운 빛이 비춰들어, 벽에 새장의 그림자를 근사하게 새긴다.

-익숙해지면 어둡다 느끼지도 않을 테죠.

물 긷는 타샤. 그녀에겐 노동이 아닌 온통 즐거운 수고로만 보여져요.

실내에서 가정과 난로를 즐기는 계절, 11월의 모습. 뜨개질이나 퀼트를 해야 좋을 분위기라죠.

직접 물레질도 한대요. 세상에... 잠 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데려와야 할 것 같아요.

타샤만이 작동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주방 조리 기구. 요리 역시 그녀의 그림 같은 삶의 일부분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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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만 봐도 행복에 보이네요.

마노아 2006-12-2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 스스로 굉장히 행복해 하며 사는 것처럼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