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강아지 봅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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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의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신작이다. 이름만 들여다봐도 여자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지금껏 나는 남자 작가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 만났던 작품 '책 먹는 여우'의 그림체 때문이었나보다. 책 뒤의 작가님 사진을 보니 아리따운 여자분이었다. 그제서야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둔감할 데가...;;;; 

 

책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경고부터 한다. 마치 TV화면의 경고문을 보는 기분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 당부의 의미를 이해한다. 지당하고 올바른 경고문 되시겠다. 친절한 작가님 같으니라고! 

 

어느 화요일, 아기 봅이 태어났을 때 온 식구가 기뻐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동통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태어나니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와 고모부, 사촌누나까지 모두 기뻐했다. 엄마 아빠와 누나도 물론 봅이 태어난 것을 함께 축하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누나 에트나의 기쁨은 사라지고 말았다. 남동생이 태어나면 함께 뼈다귀를 숨겨둘 구멍을 파고, 배드민턴도 같이 치려고 했지만, 아기 봅이 당장 그 일들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아기 봅은 아기 특유의 특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잠만 자고 깽깽거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쩝쩝거리며 먹고, 오줌도 싼다! 이 모든 것들이 에트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는 '에트나'라는 이름의 화산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 에트나의 마음이 꼭 그럴 것이다. 분출하는 온갖 잡동사니 더미 속에 알파벳이 눈에 띈다. 

 

에트나는 봅 때문에 몹시 우울했지만 식구들의 봅에 대한 애정은 나날이 무르익어간다. 스트레스가 꽉 찬 에트나는 봅이 망가뜨리는 제 물건과 사라지는 물건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래서 나름 묘안을 짜낸 것이 봅의 입에 아기용 입마개를 씌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식구들의 공분을 샀고, 에트나는 벌로 이틀 동안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에트나의 마음 고생이 심하다. 그러던 와중에, 에트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차린다. 봅의 몸에 이것저것 물건들이 붙는 것이 아닌가! 

 

갖은 실험 끝에 쇠붙이만 붙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에트나! 봅의 몸은 그 자체로 '자석'이었던 것이다. 에트나는 그 즉시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을 실천한다. 봅을 데리고 놀이터로 놀러나가서는 봅을 이용해 쇠붙이 탐사에 나선 것이다. 봅의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온갖 물건들. 그 사이에는 동전도 있고, 예쁜 개목걸이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보물찾기 놀이가 되어버렸다. 에트나도 신났고, 영문도 모르는 봅 역시 신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트나는 이후 봅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친구들도 봅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함께 즐거워했다. 뭘 모르는 봅도 이 놀이들이 싫지 않다. 날마다 지치도록 돌아다니고 즐겁게 자석놀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돈을 훔쳐서 달아나는 강도와 에트나 일행이 맞닥뜨린다. 

 

강도 입장에서는 몹시 재수 없게도, 돈가방에 봅이 착! 달라붙었고, 봅을 달고 달리는 와중에 지나친 쇼핑몰 앞에서 쇼핑 카트 여섯 개가 따라 붙었고, 그밖에도 지나는 길목마다 온갖 쇠붙이가 봅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 강도, 임무 완수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강도를 잡고 상까지 받게 된 봅 일행! 덕분에 이젠 가족들도 모두 봅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의 정체를 지혜롭게 밝혀내는 엄마의 활약이 이어진다.  

책의 맨 앞에 제시한 경고문만 숙지한다면 아주 유쾌하고 재밌는 상상 모험담이다. 작가분의 탁월한 감각에 이번에도 감탄하고 말았다. 게다가 색감마저도 어찌나 유쾌하던지... 비어만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인데, 그러고 보니 모두 동물이 주인공이다. 동물을 의인화해서 친숙한 캐릭터로 만들 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친밀도는 더 깊어지는 듯하다. 이래저래 아이디어도 훌륭하고 감각도 훌륭한 멋진 작가님이시다.  

6~7세나 초등 1~2학년 정도라면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초등3학년인 큰 조카에게는 이야기가 좀 어리게 느껴질 것도 같지만 이렇게 유쾌한 상상력이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확보해 두었다. 씨익! 

덧글)옥의 티가 있다. 역자 분의 작품 목록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식'으로 나와 있는데 '장례식'이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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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마노아 2011-10-31 13:16   좋아요 0 | URL
하핫, 저와 통했네요.^^ㅎㅎㅎ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북한 아이들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은서 지음, 강춘혁 그림, (사)북한인권시민연합 감수 / 국민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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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목 메어 부르던 시절이 까마득하다. 정부 차원에서 이미 '통일'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고, 저 마다의 삶이 고단한 소시민들은 이웃의 삶을 돌아보기도 힘든 터, 동족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어린 학생들에게 북한과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이란 또 얼마나 멀고도 먼 존재일까. 

당위로는 인정하지만 선뜻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알기 어려운 북한과 통일, 평화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얘기해주는 책이 나왔다. 글을 쓴 분은 남한 작가이지만, 이야기의 결을 따라가보면 무수한 탈북주민들과의 인터뷰가 뒷받침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분은 실제로 탈북주민으로 현재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계시다 한다. 그림의 숨결 하나하나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을지 역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모두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들마다 북한 어린이들과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제목부터 보자. 

1. 도둑질을 해서라도 학교에 가고 싶어요
2. 죽어서라도 수용소에서 나가고 싶어요
3. "모두 다 김매기 전투에로!"
4. 단 하루만이라도 실컷 먹고 싶어요
5. 우리는 언제까지 유령으로 살아야 할까요?
6.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행을 떠나요 

제목만 보더라도 마음이 무너진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의 열망이, 죽어서라도 탈출하고 싶은 수용소에서의 비참한 삶이, 단 하루만이라도 실컷 먹고 싶은 간절한 열망에 글을 읽으면서도 몸둘 바를 모르게 한다.  

의무교육 연한이 남한보다 더 길다고 자랑하는 북한이지만, 그 실제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과서도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는 '과제'라는 명목으로 땔감을 구해오게 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수업을 들을 수 없고, 배우고 싶어 목마른 아이들은 도둑질을 해서라도 목표량을 채우고자 발을 동동 구른다. 그 과정에서 몸 상하는 일은 다반사. 또 무엇을 훔쳐야 할지 막막한 이 아이들 앞에서 입시 교육에 찌들고, 조기교육 열풍에 내몰리는 남한 아이들의 삶을 겹쳐보니 답답한 한숨이 목구멍을 콱 막아버린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더 기가 막히다. 굶주린 아이가 들쥐를 발견하고 그걸 잡아 먹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은 어찌나 필사적인지 아찔할 지경이다. 

 

아이는 들쥐를 잡았지만 선생님에게 들켜서 몰매를 맞았고, 아이가 속한 조원이 단체 징계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수용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금만이가 숨이 끊어졌다. 시체를 치우는 녀석에겐 강냉이죽을 한그릇 주겠다는 선생님의 얘기에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주춤주춤 앞으로 나온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웃는 선생이라는 작자의 행태에 울분이 끓어오른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제 주린 배를 앞서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비참함을 이용해 그들에게 더 큰 모멸감을 주는 인간이 아이들 앞에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 멸시의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아이들은 죽은 아이의 호주머니를 뒤지고 입은 옷과 신발을 벗겨내어 헐벗은 제 몸에 두른다. 서둘러 묻힌 죽은 아이의 부모는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었다는 소리를 뒤늦게 들을 것이고, 아이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찾지 못할 것이다. 이토록 비극적인 일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북한 사회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쪽의 삶과 비교한다면, 누구라도 앓는 소리를 쉽게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울음 섞인 목소리들도 들어보자.  

네번째 이야기에서 '꽃제비'가 등장한다. 엄마와 아빠를 연달아 잃은 명섭이는 어린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서 꽃제비 노릇을 한다. 꽃제비는 어린 노숙자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굶주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터라 동정과 구걸에 기대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이제 아이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동생을 먹이고 싶다. 하지만 그런 꽃제비들이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장시장의 상인도, 손님도 이제는 그런 손길들에 대비를 하고 있고, 명섭이는 밥완자를 훔치려다가 죽도록 얻어맞는다. 

   
 

 “형, 많이 아프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붉게 얼룩졌어요.
동생이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어요.
“형, 우리 이다음에는 부자로 태어나자. 부자로 태어나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자.”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동생을 보며 설핏 웃었어요.
“명환아 …….”
“응?”
목구멍이 울컥하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 냈어요.
‘우리 다시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   -109쪽

 
   

고작 열 살 짜리 어린 아이가 다시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고 이를 악물게 만드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이 아이에게 이미 지옥이다. 그런 사회가 버젓이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이고 그런 체제를 조장하고 유지하는 독재자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탈북자 이야기도 이어진다. 어렵게 중국으로 탈출에 성공해도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그들은 공안에게 잡히는 순간 북으로 송환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하기로 결심까지 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수중에 독약까지 지니고 있는 그 불안한 모습에 함께 두 주먹을 쥐어본다. 아이는 중국 땅도 북한 입장에서는 낙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남한 이야기를 듣고는 그곳이야말로 지상 낙원이라고 상상한다. 단순 비교한다면 분명 북한의 굶주리는 삶에 비해서 남한은 지나칠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다. 그 안에서도 지옥같은 삶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탈북주민에게 있어서 그 다음의 문제는 아직 피부로 느낄 차례가 아니니까.  

글의 사이사이에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토막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상의 유일 낙원을 표방하는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장애인을 모두 내쫓았다는 것에 히틀러가 바로 떠올랐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과 같은 이름은 쓸 수 없어서 먼저 태어났더라도 이름을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얘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조선의 임금들은 같은 이름이 겹쳐서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자 외자 이름을 썼고 한자도 어려운 것을 골라 썼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름을 가진 이들 독재자 부자들은 최소한의 배려도 양심도 없다. 하긴, 그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통일의 당위성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이 책 한 권을 읽어보라고 내미는 것이 더 큰 교육적 효과와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것 같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두덩이가 뜨거워져서 숨을 골라야 했다. 학교에서는 단체로 읽을 수 있게 학급의 학생 수만큼 도서관에서 구입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반드시 4교시에 읽혔으면 한다. 오늘 받은 급식의 소중함과, 밥알 한알한알의 귀중함을 제발 깨달았으면. 버려지는 잔반을 보며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제발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그건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가슴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미룰 수 없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인간된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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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10-3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학급의 아이 수만큼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를 확보하여 점심 시간 전에 다함께 읽기! 너무 좋은 생각이네요. 책도 가슴 찡했지만, 리뷰는 한 번 더 가슴을 울리네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마노아 2011-10-30 17:40   좋아요 0 | URL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몰라요. 그러고 나서 급식을 먹었는데 어느 선생님이 지나치게 반찬을 많이 가져와서 다른 선생님이 너무 많이 가져온 것 아니냐, 다 먹겠냐 하시니, 어차피 남는 거라며 배부르면 먹고 남기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눈을 흘겼답니다.ㅜ.ㅜ
이런 책은 학교 차원에서 많이 구비해서 모두가 읽게 해야 해요. 그게 곧 평화교육 통일교육이 될 거예요.
 
찬성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8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2월
구판절판


사이 좋은 늑대 형제 다섯 마리가 점심을 뭘로 먹을지 의논하고 있다.
바루는 노란 달걀로 도르르 감싼 보들보들한 오믈렛을 먹고 싶다고 했고,
비루는 새빨간 사과를 껍질째 와삭 베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부루는 따끈따끈한 밥에 큼지막한 새우를 얹어 먹고 싶다고 했고,
베루는 감자를 캐서 입에서 살살 녹는 크로켓을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보루는 기름이 자글자글한 꽁치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저마다 다양한 식성을 자랑하는 가운데 '돼지'로 통일을 보기로 했다.
'찬성'이라고 격하게 반응하는 사이 좋은 늑대 다섯 형제!
그리고 때마침 그곳을 지나다가 늑대들의 진수성찬이 될 새끼 돼지 다섯 마리가 이들 형제들 손에 잡히게 된다.

군침을 다시며 큰 입을 쩍 벌려 새끼 돼지를 먹으려던 찰나!
비루가 "좋겠다......"라며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순간 얼음이 되어버린 부루!
알고 보니 비루는 자신이 노렸던 새끼 돼지를 놓치고 만 것이다.
돌멩이를 툭 차버리는 저 다리 모양새와 눈동자의 위치를 확인하시라.
반면 부루의 머리 위로는 까마귀가 까악까악~하며 울고 지나가야 할 것만 같다.
졸지에 다른 형제들도 모두 새끼 돼지를 먹지 못하고 얼음이 되었다.

부루는 비루에게 새끼 돼지를 양보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 사이 좋은 다섯 형제들이 저마다 양보를 못해서 안달이지 뭔가.
베루도 비루도 보루도 모두 자신은 새끼 돼지를 먹고 싶지 않다며 비루에게 제 몫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모두 양보만 하니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제 먹히나 저제 먹히나 긴장하고 있을 새끼 돼지들에겐 참으로 잔인한 시간이다.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지니!
늑대 형제들은 비루가 맨 처음 먹고 싶다고 했던 사과를 먹기로 의견의 통일을 본다.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고 이번에도 '찬성'을 외치는 정말 사이 좋은 늑대 형제들!
졸지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 새끼 돼지들은 철저하게 조연으로 등장해서 대사 한 마디 없이 멀뚱멀뚱 서 있다.
먹고 싶던 돼지고기가 아니더라도 사과 한 알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늑대 형제들이다.
이런 예쁜 이야기에 늑대는 육식 동물이라며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면 또 곤란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기꺼이 찬성!을 외치며 제 몫을 양보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어린이 친구들이 참 좋아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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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미야니시 타츠야 포토리뷰가 줄줄이 올라왔네요.
익숙한 캐릭터 반가워라~ 사랑스러워라!!^^

마노아 2011-10-08 21:21   좋아요 0 | URL
헤헷,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리뷰를 못 썼어요. 도서관에 책 반납하기 직전에 리뷰를 주르륵 올린 거랍니다.^^;;;
 
고양이가 찍찍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미야니시 다츠야 글.그림, 이영미 옮김 / 어린이나무생각 / 2011년 1월
품절


들판에서 새끼 쥐 세마리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지나던 쥐마을 촌장님은 너무 시끄럽게 '찍찍' 떠들면 고양이가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쥐 세마리는 떠드는 것이 겁이 나서 조용히 낮잠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자다가 깨보니 코앞에 커다란 고양이가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고양이는 '쥐'를 모른다.
쥐들은 지혜를 모아서 이 위기를 피해가기로 했다.

쥐들은 고양이를 오히려 압박해가며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우리가 누구일 것 같아요?"
"쥐, 쥐는...... 아니겠지?"
"우리가 쥐라면 아저씨가 벌써 잡아먹었겠죠."
엄포 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쥐를 본 적이 없는 고양이는 주눅이 들어 있다.
쥐들이 묘사하는 '쥐'의 모습이 가관이다.
귀는 뾰족하게 서 있고, 입은 커다랗게 찢어져 송곳니가 삐쭉삐쭉 나 있고, 털은 철사처럼 날카롭다고 하지 뭔가.
그림 속 저 모습이 바로 고양이가 떠올린, 쥐들이 묘사한 쥐의 모습이다.

천적 중의 천적인 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고양이는 쥐들과 함께 바나나를 따먹으러 갔다.
바나나가 나는 곳에서도 쥐와 고양이는 살 수 있겠지? 아마도...;;;
새끼 쥐 한 마리가 맛있게 바나나를 먹다가 저도 모르게 '찍찍' 소리를 냈다.
그래서 이 소리는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둘러대었다.
우리는 아저씨를 정말정말 '찍찍'해요!라고 말하는 짓궂은 쥐 친구들!
하지만 순진한 고양이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듣는다.

높은 곳에 있는 바나나를 따려다가 그만 떨어지고 만 쥐 친구.
다행히 도와주려던 고양이의 배 위로 떨어져서 안전했지만,
고양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떨어지기엔 좀 낮은 높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고양이를 도울 수가 없자, 쥐 친구들은 입을 모아 '찍찍' 외쳐댔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고양이들이 달려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나타나자 쥐 친구들은 도망쳤다.
정신을 잃은 고양이는 새롭게 나타난 고양이 친구들이 돌봐줄 수 있을 테니까.

고양이와 쥐의 우정은 그렇게 하룻동안의 에피소드로 끝났다.
그렇지만 멀리서 찍찍'하고 외쳐대는 고양이의 우정을 쥐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가부와 메이 시리즈에서 염소와 늑대가 나눈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이야기에 생태계의 균형과 먹이사슬 운운하며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찍찍'이라는 짧은 의성어에 담긴 따뜻한 마음씨를 기억한다면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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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양이와 쥐 캐릭터는 처음 봐요.
나도 마노아님을 '찍찍'해요!ㅋㅋ

마노아 2011-10-08 21:21   좋아요 0 | URL
우헤헷, 우리의 공통 언어 '찍찍'이에요. 저도 순오기님을 찍찍~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품절


승냥이 구는 엄마가 싫었어요.
엄마가 족제비라서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거든요.
엄마 아빠를 잃은 어린 승냥이 구를 데려다 키워준 고마운 족제비 엄마였지만,
아직 철없는 구는 족제비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구는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놀았어요.
그곳 친구들은 구의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마음놓고 신나게 놀던 날은 족제비 엄마가 마중을 나왔어요.
그러면 철딱서니 없는 구는 엄마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렸죠.
엄마 족제비는 구를 나무라지도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돌아왔어요.

시간이 흘러서 구는 마을에서 가장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요.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도 엄마 족제비는 여전히 구가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따금씩 구를 마중 나왔답니다.
구는 승냥이들을 이끄는 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족제비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던 겁니다.
힘이 세졌다고 해서 철까지 같이 드는 건 아니거든요.

어느 날 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다른 승냥이 무리가 구를 공격했어요.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여긴 이들은 구가 지나가는 길목에 몰래 숨어 있다가
커다란 돌덩어리를 굴려 떨어뜨린 겁니다.
구는 함정에 빠진 거예요.
재빨리 피하려고 했지만 커다란 돌덩이에 한쪽 발이 깔리고 말았어요.
구가 꼼짝 못하게 되자 승냥이 떼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어요.
다섯 마리 승냥이가 구를 마구 짓밟고 때린 겁니다.
구가 정신을 잃을 무렵 누군가가 뛰쳐 나와 승냥이 떼들에게 덤벼들었어요.
작고 거무스름한 그것은 승냥이 떼들에게 맞아도 달아나지 않고 다시 덤벼들었어요.
그 기세가 얼마나 당당했던지 오히려 승냥이들이 씩씩거리며 도망치고 말았답니다.

구의 친구들이 뒤늦게 달려와 구를 도와주었어요.
가까스로 눈을 뜬 구는 바위 뒤쪽에 쓰러져 있는 거무스름한 것을 보고 말았지요.
설마 설마 했는데, 그것은 족제비 엄마였던 겁니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해준 족제비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구의 마음을 사무치게 했어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죠.
족제비 엄마는 구가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준 것이 기뻤어요.
이렇게 좋아해주는 엄마인데, 진즉에 그 이름 한 번 불러주지 못했다니, 구의 후회는 또 얼마나 깊을까요.

이제 구는 뒤늦게 철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리 엄마가 족제비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게 된 겁니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저 표정을 보세요. 족제비 엄마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면 무척 흐뭇하게 웃으실 겁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익숙한 패턴이지만, 동물들에게 대입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이런 비유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은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부끄러워 했던 자신일 테지요. 이제라도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았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목도 바꿔야겠어요. 승냥이 구의 '자랑스런' 비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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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체성과 성장통~~~ 놀라워요!!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요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니....

마노아 2011-10-08 21:22   좋아요 0 | URL
그치요?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