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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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큰언니는 우표를 수집했다. 당시엔 우표 수집이 많은 아이들 사이의 취미였던 것으로 안다. 그때 잔뜩 모았던 언니의 신기하고 재미난 우표들이 그후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언니는 기억할라나 모르겠다. 다음 기회에 물어봐야겠다. 갑자기 많이 궁금하다.

 

맥스의 형 벤저민도 우표를 모았다. 무려 천 장이나... 스크랩 북으로 치면 여러 권이 나왔을 것이다. 한 장만 달라고 하는 맥스의 요청을 형은 거절했다. 맥스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같은 것 두장 있는 게 아니면 못 줄 것 같다. 수집의 묘미가 있으니... 뭐, 또 구하기 쉬운 거라면 혹 모를까.

 

또 다른 형인 칼은 동전을 모았다. 몇 개만 더 모으면 500개가 된다고 한다. 우와, 동전도 대단하다! 내가 가본 다른 나라는 중국과 이집트 두곳인데, 그 덕분에 나의 유리병에도 몇 개의 동전과 지폐가 들어 있다. 가보진 못했지만 달러도 하나 들어 있으니 그래도 몇 개국의 돈이 모이긴 했다. 더 다양한 동전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히 있다.

 

칼 역시 동전 한닢 달라는 맥스의 청을 거절했다. 그래서 맥스는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건 다름 아닌 '낱말'이다.

 

 

짧은 낱말에서 긴 낱말, 기분을 좋게 하는 낱말과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들, 좋아하는 색깔, 잘 모르는 낱말, 자주 쓰는 낱말 등등... 맥스가 수집할 수 있는 단어들은 아주 다양했다. 게다가 벤저민과 칼의 수집품들은 배치를 바꿔도 똑같은 우표이며 동전이지만, 맥스의 낱말들은 자리에 따라서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파란색 악어가 초록색 이구아나를 잡아먹었다가 초록색 이구아나가 파란색 악어를 잡아먹었다-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초반엔 맥스의 단어가 궁금하지만 자신의 우표와 동전과는 여전히 바꿀 수 없었던 형들이, 점차 단어의 매력에 빠져들더니 급기야 맞바꾸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만큼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맥스의 단어들의 잠재력은 무한했던 것이다. 한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고, 색다른 반전을 끌어낼 수도 있고, 급작스런 끝맺음도 가능한 재미있는 단어 놀이라니! 맥스는 참으로 창조적인 아이다.

 

 

머리가 굳은 나는 저 단어들을 어디서 오렸을까. 설마 멀쩡한 책을 오리진 않았겠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미안, 맥스! 신문의 단어들은 종이가 지나치게 얇고 글씨도 작으니 잡지의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꼴라쥬 그림에 이런 공작을 해봤던 기억이 살풋이 난다. 맥스처럼 긴 이야기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약 일주일 전쯤 친구는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했다. 초딩 시절에 체르니를 치다가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은 로망을 이루려는 한발자국을 내딛은 것이다. 친구는 바이엘 정도는 독학으로 끝내고 그 다음 단계는 문화센터 등을 다닐 생각인데, 그래서 20년 전에 내가 사용했던 바이엘 책을 찾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상권'은 역시 20여 전 전에 다른 친구에게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남아있는 '하권'과 동요소곡집, 그리고 체르니 30번을 묵은 먼지 닦아내고, 떨어져나간 표지를 다시 만들어서 어제 전달해 주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악보집'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니까 역시 약 20년 전에는 을지 악보사 서울 악보사 등에서 500원을 주면 악보를 하나 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모아놓은 것들이 꽤 되었다. 게 중 중복되어 겹치는 것들과 반주가 쉬운 것들을 추려서 역시 친구에게 함께 전달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오늘은 그것들을 띵가띵가 반주해 보기도 하였다. 하하핫, 잘 못치겠더라...ㅜ.ㅜ

 

엄마의 수집이랄까 취미는 화초 가꾸기. 크기와 굵기가 다른 화초들이 집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중 한 쪽 벽을 찍어보았다. 요 사진 속의 화분은 그나마 좀 작은데, 반대편은 너무 커서 바퀴 선반까지 동원해야 될 때가 많았다. 날씨의 변화와 물 주고 청소할 때마다 옮기는 게 꽤 중노동이지만, 엄니의 취미를 존중해 드려야지....(그래도 제발 힘 쓰는 건 형부에게....ㅜ.ㅜ)

 

엽서도 꽤 모았고, 모은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도도 아주 좋아하고 퍼즐도 꽤 좋아한다. 하지만 양으로 승부를 걸면 역시 책 수집이 넘버 원이다. 다독이 아니라 책을 소장하는 것에서 더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책을 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달까. 새해 들어서 좀 조심했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폭풍 주문을 해서 지금 반성 중이다.

오른쪽 사진은 좋아하는 동화책들 중 일부다. 공간의 여유가 생기면 동화책들이 삐죽삐죽 나오지 않게 큰 책장에 꽂는 게 나의 소박한 로망이다. 그치만 공간의 여유는 좀처럼 생기는 법이 없더라는...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나름 대단한 수집을 이룬 형들이 부러웠을 법도 한데, 자신만의 독특한 수집 영역을 만들어낸 맥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끝내 형들에게서 원하는 것들을 가져오는 솜씨도 보통이 아닌 녀석이다. 커서 뭐가 되도 크게 될 것 같다. 내가 모으고 싶은 단어들은 혁신, 변화, 개혁, 승리, 평등, 자유, 안전... 뭐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2012년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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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의 책 수집도 못 말리죠.ㅋㅋ
맥스와 함께 총선 대선을 위한 낱말을 모아보는 것도 좋겠어요~ 꿈꾸면 이루어질테니까요.^^

마노아 2012-02-27 13:12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들의 책장을 다 연결하면 지구 한바퀴 거뜬할 것 같아요.^^
꿈꾸면 이루어진다! 아, 황홀해집니다.^^

같은하늘 2012-02-2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들르는 많은 분들이 책을 지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ㅋㅋ 나만 그런가?
요즘은 작년에 질러놓은 책과 선물받았던 책들을 열심히 읽으려 노력중이지요.
그래도 올해들어 아이 참고서, 문제집, 찜해 두었던 책들에 중고서적까지 벌써 몇 번을 주문한건지...

마노아 2012-02-27 13:12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책 읽는 것만큼이나 책 지르는 쾌감을 무시 못할 것 같아요.
전 올해는 읽는 게 아주 저조하긴 한데, 그래도 이 느린 속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눈의 음악 큰북작은북 음악여행 1
린레이 퍼킨스 지음, 이상희 옮김 / 큰북작은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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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겨울 음악 모음 cd가 들어있는 그림책이다. 언뜻 '피터와 늑대'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표지를 열면 시디가 한 장 들어 있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열 세곡이 담겨 있다.

 

1. 슈만-어린이정경 중 '미지의 세계'

2. 웰리-'성당의 종소리

3. 비발디-사계 중 '겨울2악장'

4. 그리그-페르귄트 중 '아침'

5.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중 '중국의 춤'

6. 슈만-어린이정경 중 '술래잡기'

7. 레오폴드 모차르트-음악썰매 중 '썰매타기'

8. 르로이 앤더슨-썰매타기

9. 헨델-하프협주곡 Bb Op.4 no.6 중 1악장

10.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중 '풀피리의 춤'

11. 헨델-수상음악 중 '미뉴엣'

12. 파가니니-베니스의 축제

13. 슈만-어린이정경 중 '난롯가에서'

 

그래도 익숙한 곡들이 몇 곡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클래식을 열심히 들었던 때라곤 고등학교 때 겨울 방학 숙제로 여러 음악들을 들어야 했던 때가 전부인 것 같다. 그때 들었던 노래들이 지금 이 목차에 들어있다. 새삼, 반갑고 기쁘다. 어린이정경은 무척 익숙했고, 비발디의 사계는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연상시켜서 재밌었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었던 곡은 4번의 '아침'이다. 요새 매일 시사 관련 뉴스만 청취하다가 이렇게 고운 음악을 들으니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밤새 눈송이가 사락사락 내렸다. 새들의 둥지에도, 토끼의 아늑한 보금자리에도, 그리고 침대에 누워 꿈나라로 여행을 간 어린아이의 머리맡에서도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정겨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가운데 문을 열자마자 검둥이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잡을 새도 없이!

 

 

 

 

눈밭에는 제일 먼저 발자국을 찍은 동물들의 흔적이 저마다 제 영역을 표시했다. 발자국의 모양으로도 어떤 동물이 선수를 쳤는지 짐작 가능하다. 눈이 내리는 소리를 하느님의 발자국 소리로 표현했다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신춘문예 당선작 이야기도 떠오른다. 아이는 검둥이를 찾기 위해 친구와 함께 다른 동물들처럼 새하얀 눈 위에 제 발자국을 찍는다. 발자국의 모양이, 그 깊이가 마치 음표처럼 춤을 춘다. 모두 이으면 하나의 노래가 될 것만 같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야 멀리 검둥이가 보인다. 착하다고 칭찬을 해주며 목끈을 달아본다. 그렇게 달래야 집으로 순순히 돌아갈 것을 알고 있기에...

 

 

 

 

구름이 다시금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밤새 내릴 모양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건만, 그 눈이 감싸안는 마을 풍경은 포근하기만 하다. 저 눈송이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제각각 품고 있는 것만 같다. 저 따뜻한 풍경 속에 가족이 있고, 그들의 충만한 삶이 있고, 그리고 이렇게 노래가 있다. 각각의 곡들이 그림 속의 모습과 하나하나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구성되어 있으니 이 분위기를 만끽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대망의 반전이랄까.

 

 

 

 

 

시선을 멀리 잡아보니, 이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 저 평화로운 풍경의 마을은 바로 '스노우볼' 속의 모습이었다. 스노우 볼 속에서 가득가득 담겨 있는 눈송이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저 불빛, 저 초록 지붕, 저 나무까지 모두 세세히 담아낸 장인의 솜길이 느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 경에는 스노우볼이 갑자기 마구 갖고 싶어졌다가 그 마음이 지나갔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시금 스노우볼이 갖고 싶어졌다. 다현양이 보면 까르르 웃으며 아주 좋아할 것만 같다.

 

'피터와 늑대'처럼 각각의 그림에서 연상되는 소리와 노래가 모두 접목이 된다면 더 좋았겠지만, 겨울과 눈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으니 이 책도 나쁘지 않다. 그림이 아주 섬세하거나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음악의 힘으로 아쉬움을 모두 메워준다. 역시 음악은 위대하다. 원래 겨울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어쩐지 겨울과 이 풍경들이 사랑스러워진다. 그림속 겨울이라서 그럴 테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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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그림책은 시디가 맘에 들어요. 겨울 분위기 제대로죠. 애들하고 한 때 겨울만 되면 이 음악 틀어줬는데. 아 그 때의 아늑함은 이루말 할 수 없어요.

마노아 2012-02-22 23:49   좋아요 0 | URL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림이 그려져요. 아름답고 포근한 풍경이에요. 글과 그림과 음악의 조화, 곱디 고와요.^^

2012-02-2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2-23 11:30   좋아요 0 | URL
아앗, 등록하고서 다시 살펴봤어야 하는데 꼭 이렇게 오탈자가 있어요.^^ㅎㅎㅎ
지금 수정했습니다.
http://gift.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18069635X
알라딘에서도 파네요. 크리스마스 전이라면 정말 하나 구매했을 텐데...^^
 
먹는 이야기 지원이와 병관이 7
김영진 그림, 고대영 글 / 길벗어린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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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배달되던 순간, 지원이와 병관이는 잔뜩 신이 났다.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 지원이네는 피자를 시켜 먹는다.
로고를 보니 도미노 피자다. 간밤 내 꿈에도 나왔던 도미노 피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병관이의 입이 귀에 가 걸렸다.

그런데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서 일찍 돌아오신 아빠.
이럴 땐 엄마가 난감해진다. 새로 밥 지어달라고 하면 센스 없는 아빠!

하지만 아빠는 찬밥으로 직접 김치볶음밥을 해드신다. 대단한 아빠다.
식탁 위의 피자보다 스파게티가 더 먹음직스럽다. 비록 오늘 도미노의 토마토 치즈 스파게티는 먹지 못했지만 까르보나라 크림 스파게티를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부럽지 않다. 음하하핫!!!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진수성찬은 이렇게 끝!
다음 날 아침 반찬은 된장찌개다. 병관이의 표정이 바로 시무룩해졌다.
소시지 구워달라는 투정에 지원이도 합세했다.
엄마는 저녁에 구워주기로 약속했지만 아이들은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두부 반찬을 참 좋아하는 나로 서는 두부 된장찌개는 웰빙에 맛좋은 식단인 것을!!

다행히 점심 급식 메뉴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카레밥에 고구마맛탕, 깍두기와 칼슘요구르트다. 으하하하핫, 나 오늘 카레도 먹었는데...^^

식판에 음식을 받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저 멋탕은 나도 먹고 싶다. 꿀꺽!


점심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은 지원이는 발걸음이 힘차다.
고구마 간식을 마다하고 태권도장으로 향하는 지원이.
태권도에서 또 열심히 열량을 소비하고 난 지원이와 병관이는 장 보러 가는 엄마와 마주쳤다.
이럴 땐 따라가는 게 진리!

저녁 메뉴가 고민인 엄마는 카레를 제안하지만, 점심 때 카레를 먹은 아이들은 스파게티를 요구한다. 하지만 한식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엄마에 의해 스파게티는 내일 점심으로 밀린 상태!
아이들의 요청으로 과자 한 봉지씩 고르라고 하였더니 과자를 고르는 병관이의 모습은 거의 전투 태세다.
본인이 좋아하는 양파과자를 바로 집어든 지원이에 비해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은 욕심 많은 병관이는 좀처럼 베스트를 고를 수가 없다.


초코 과자로 정한 뒤에는 동그란 것으로 할까 기다란 것으로 할까 고민에 싸여버렸다.
두 개 다 고르면 안 되겠냐고 했다가 구박 받은 병관이.
엄마가 성질이 급했으면 하나도 못 건졌겠지만, 다행히 하나는 고를 수 있었다.
병관이는 초콜릿이 입혀진 막대과자를 집었다. 빼빼로인가?


저녁 식단은 새싹비빔밥과 김치, 그리고 소시지구이다.
"누나 4개, 나 4개, 엄마2개"라고 재빨리 몫을 나누는 병관이.
하지만 평소 소시지를 잘 안 드시는 아빠도 드시겠다고 한다.
그 바람에 지원이와 병관이는 소시지가 3개로 줄었다.
아무래도 영양을 생각해서 아빠가 대신 덜 좋은(!) 음식을 섭취하기로 결심하신 듯!
지원이와 병관이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그나저나 식탁 주변에 이런 저런 동물들이 자리한 것이 재밌다. 펭귄과 토끼와 양과 돼지가 보인다. 매번 식탁에서 발휘되는 김영진 작가의 고정 웃음이다.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지원이가 맛있는 것을 아껴뒀다가 먹는 병관이에게 소시지 하나만 달라고 한다. 아주 빠른 손놀림으로 제 그릇을 사수하는 병관이. 표정도 심상치 않다.
하나 건져 먹겠다고 하다가 싸움이 벌어질 모양새다.
결국 아빠가 지원이에게 소시지 한 개를 주시면서 야채도 먹으라고 권하지만 금세 토라지는 지원이다.



사실 요새 지원이는 고민이 많다.
야채를 잘 먹지 않고 살도 찐 것 같으니 고민스럽다.
아빠는 야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해 주라고 하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차가운 대꾸만 부를 뿐이다.
"당신이 배워서 해 주세요!"

하하하...
소시지는 지금의 나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인지라 지원이의 입맛이 이해가 간다. 어릴 때에 편식을 안 했더라면 더 건강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어릴 때 그게 되나... 사실 커서도 잘 안 되는데...;;;;



빨간 비닐에 싸인 소시지 하나 먹던 지원이의 상상의 나래를 보자.
살 찌고 몸에 안 좋은 음식만 좋아하다가 퉁퉁하게 변해버린 지원이가 곳곳에 있다. 소시지와 햄버거, 피자와 초코파이... 아흑, 나도 초코파이 먹었는데...^^'''

심지어 나무 숲의 잎사귀도 돼지 모양을 갖추었다. 지붕의 기와들은 어째 초콜릿 같다,
치킨과 같이 먹은 콜라도 보이는구나. 어이쿠!!

아빠는 야채 잘 먹게 하는 법을 검색했다.
*아이에게 억지로 야채를 먹게 하지 마세요. 그러면 점점 더 싫어합니다.
*야채를 잘게 썰어 볶음밥을 해 주세요. 그러면 잘 먹습니다.
*야채를 고기로 싸서 요리해 주세요. 좋아하는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하세요.

사실 모두 엄마가 이미 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다만 새로운 정보가 눈에 띈다.
*텃밭을 가꾸세요. 스스로 키운 야채는 맛있게 먹습니다.

텃밭을 가꾸려면 주말농장을 해야 하는데, 휴일이 아쉬운 아빠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도 이런 걸 고민하고 검색도 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참 보기 좋다. 이 정도도 못하는 아빠들이 많을 듯...
컴퓨터 줄에 매달린 악어와 코끼리, 양과 오리, 사슴과 원숭이 등등을 같이 사진에 담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오늘은 놀토! 아이들은 점심 메뉴가 궁금하다.
메뉴는 얘기했던 대로 스파게티인데 자장면 먹고 싶다는 병관이와, 스파게티 별로라고 하는 아빠.
이번에도 역시 엄마의 노여움을 일으키는 반응들이다.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다 상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
그림에는 보쌈과 짜장면 비빔밥과 김밥, 어묵과 스파게티, 돌솥밥에 냉면까지, 갖은 음식들이 모두 놓여 있다. 물론, 이렇게 차렸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음식들을 원한다는 것!
익살스럽게 그렸음에도 군침이 절로 나는 메뉴들이다. 이 중에서 나는 짜장면이 땡긴다.^^



점심 설거지는 아빠 차례. 아핫, 아빠도 주5일 근무구나!
사실 늘 이렇지는 않으신가보다.
아침에 또 된장찌개가 나왔다고 불만을 던졌다가 엄마의 불꽃슛을 받은 것이다.
"남은 걸 어떡하고 매번 새 반찬을 만들어요!"

이럴 땐 엄마의 일거리를 덜어주고 쉬게 해주는 게 상책!
아빠는 지원이와 병관이를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놀러 나갔다.
덕분에 엄마는 오랜만에 혼자 쉬면서 텔레비전도 시청하신다.
저녁 식단도 삼겹살로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마음엔 여유가 가득하다.
점심 먹고 돌아서면 바로 저녁 메뉴가 걱정이라는 주부의 생활 리듬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현실에서는 저렇게 소파에 누워서 리모콘만 끼고 있는 사람은 대개 아빠이지 싶다. 그러니 지원이와 병관이의 아빠는 정말 모범적인 사람이랄까.
조카의 사례를 보면, 아빠는 가끔 놀아주지만 좀 화끈하게 뛰면서 놀아주는 경향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에 흠뻑 빠져 무척 신나 한다. 지금 지원이와 병관이의 표정이 딱 그렇다. 게다가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아빠의 표정도 무척 행복해 보인다. 아주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이다.

실컷 뛰놀고, 허기진 배는 사랑의 삼겹살로 채운다. 아빠가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쌈을 싸서 맛있게 먹는다. 고기 안의 야채가 아니라, 야채 안의 고기다. 어쨌든 야채도 함께 섭취했으니 오늘의 식단은 성공!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는 내일 아침 메뉴 때문에 또 고민스럽지만, 이렇게 단란한 가족의 포근한 식사가 이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풍경이라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매번 비슷하기는 하다. 아이들이 뭔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지만 그것을 잘 해결해 나가고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그런데도 반복되는 구조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의 캐릭터가 분명히 살아 있어서 그 자체로 이야기가 있고, 그림 곳곳에 작가가 새겨놓은 장치들이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이렇게 스케치 밑그림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주 맛있다.
다음 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지원이와 병관이가 오래오래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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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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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2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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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2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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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미유키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류화선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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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의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미 읽은 노란 양동이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있다. 슬픈 일이다. 다만 그림체는 확실히 눈에 익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처음 심부름은 할머니 집으로 갈래요."

 

고릴라 우고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고릴라 마을에서는 어린 고릴라들이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자라면 혼자 심부름을 다녀오게 하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어른 고릴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연습이다. 부모님들은 너무 머니 처음엔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라고 권했지만 우고는 고집을 부렸다. 우고에게는 할머니와 함께 사과를 먹던 따뜻한 추억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서 뾰족산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하는 할머니께 우고가 사과를 갖다 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우고는 반드시 이 임무를 완수하리라 결심했다.

 

할머니 집으로 떠나는 날, 엄마는 도시락을 싸주시면서 우고가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당부하셨다. 하룻길에 도착할 곳이 아니니 나무 열매를 한 번에 다 먹으면 안 된다는 것, 이웃 마을 숲의 동물들이 고릴라를 본 적이 없어서 우고를 보고 놀랄 수도 있다는 것을 차분하게 알려주셨다. 그러나 도전 정신 강한 우고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도리어 기뻐하였다. 씩씩한 우고에게 점점 믿음이 간다.

 

 

 

 

홀로 시작한 첫 여정은 출발이 좋았다. 새로운 나무 열매를 맛보는 기쁨도 컸고, 이제 맞닥뜨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일주일이 지났고, 멀리 뾰족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숲을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폭풍우가 몰려와버렸다. 온몸이 비에 젖어 으슬으슬 추웠다. 하늘은 시커멓고 바람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렸다. 우고는 무서웠지만 꾸욱 참아냈다. 할머니가 짜준 목도리를 두르니 할머니 냄새가 나면서 용기도 솟았다.

 

다음날, 날이 개고 다시 길을 나선 우고는 그만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여 찾고 있는 길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마주치는 동물들은 모두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바빴다. 하얀 귀의 토끼도, 금빛 꼬리의 여우도 마찬가지였다. 꽃을 꺾던 다람쥐는 꽃가지를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빴다. 이쯤 되니 우고가 시무룩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릴라를 처음 본 다른 동물 친구들이 무서워할까 봐 씨익 큰 미소도 지어보였지만, 그런 표정조차도 낯선 이들에게는 무섭게 보였나보다. 심지어 고슴도치는 우고를 내쫓기 위해 호두를 던졌지만, 긍정 마인드가 강한 우고는 배고픈 자신에게 준 선물로 착각한다.

 

 

 

 

사실은 숲속 친구들 사이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고슴도치는 이참에 낯선 침입자를 쫓아내고 영웅이 되려고 결심했다. 해서 우고를 향해 좀 더 큰 열매를 던지려고 했지만,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그러던 걸 우고가 번쩍 들면서 도움을 준다. 우고가 다가오자 놀라버린 고슴도치는 잔뜩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무서워! 무서워! 저리가!"

 

우고는 시름에 잠겼고, 고슴도치는 자기 반성에 들어갔다. 방금 자기가 뱉은 말은 숲속 친구들이 늘 자기에게 던지던 말이었다. 그 말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던 고슴도치가 먼저 우고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둘은 급격히 친해졌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이가 되었다. 더불어 길을 잃은 우고를 위해 뾰족산 길잡이가 되어준 고마운 고슴도치.

 

 

 

 

힘이 좋은 우고는 통나무도 번쩍 들어서 다리를 만들 수 있다. 고슴도치 입장에선 우고가 대단해 보이는 게 당연! 또 물이 무서워서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우고에게 겁내지 않고 다리를 건널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고슴도치는 우고 입장에서 참으로 멋진 친구다.

 

그렇게 해서 우고의 첫번째 미션은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가 뜨겁게 우고를 반겨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새 친구도 사귀고, 첫 번째 임무도 완수한 우고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벅차다. 이날 우고는 얼마나 좋은 꿈을 꾸었을까.

우고가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들이 아주 교육적으로 묘사되었다.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흥미로웠고 또 뿌듯함도 느꼈다. 혼자서 척척 일을 잘 해낸 것보다, 위기를 만났을 때 고민하고 협동을 구하고, 도움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아는 모습들이 모두 보기 좋았다. 우고뿐 아니라 고슴도치까지 동반 성장했으니 더더더 멋진 이야기이다.

 

여러모로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 떠오른다. 아이가 자라서 첫 번째 심부름을 혼자 힘으로 해낼 때 부모는 아이가 다 자랐음에 기뻐하고, 또 한켠으로는 이렇게 쑥쑥 자라는 아이 때문에 서운함도 느낄 것 같다. 다만 요즘은 세상이 워낙 험한지라 우고처럼 거창한 일은 혼자 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아이도 부모도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도전도 꼭 필요한 법! 큰 조카는 이제 제법 자라서 웬만한 심부름은 다 해내고, 혼자서 버스 타고도 잘 다닌다. 어이쿠, 정말 빨리 자란다. 다현양도 금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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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0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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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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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볼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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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로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대문야구장에서 세 번 데이트하고 결혼을 했다고 했다. 야구 좋아하는 아버지가 떠올릴 수 있는 데이트 장소 중에는 그곳이 최고였을 것이다. 이제는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진...

 

 

 

많은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아버지 역시 늘 바쁘셨다. 일찍 출근하시고 늦게 퇴근하시던 아버지. 그러나 작품 속의 아버지는 무척 자상하고 가정적인 분이셨다. 모처럼 쉬는 날에는 집 안 구석구석을 손보고, 아이들의 손에 망가진 것들을 수리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말씀 없고 묵묵히 일을 하시는 모습들이 전형적인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나름의 표현은 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 야구를 시청할 때!

 

 

 

 

 

 

유난히 말씀이 많아지는 때가 바로 야구 중계 시간이었다. 경기 규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비롯, 야구에 관해서 아버지는 만능 박사셨다. 아이가 '우주소년 아톰'보다 아버지와 야구 경기 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아이에게 자리한 아버지의 자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천하무적의 아톰보다 더 힘세고, 뭐든 해낼 것 같은 아버지상이 보인다. 어린 아이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큰 존재였을 것이다.

 

검정색 미즈노 야구 글러브와 배트를 사 오셨을 때, 아이는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뻤을 것이다. 게다가 자기 이름이 새겨진 근사한 글러브라니!

 

일요일이면 집 앞 작은 마당이 야구장이 되었다. 형은 타자, 아이는 투수, 아버지는 포수 겸 감독!

아버지는 훌륭한 감독이 되어 몸으로 직접 아이와 땀흘리며 야구의 세계를 가르치셨다.

그 안에서 아이는 목표로 잡은 공을 따라잡고, 제 몫으로 지켜내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고 협동으로 해내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저절로 새겼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았고, 땀과 함께 훌륭한 교훈도 보여주셨다. 가끔 남의 집 유리창을 깬다든지 곤란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그 또한 추억일 것이다. 물론, 엄마의 잔소리는 좀 들었겠지만!

 

 

 

 

그렇게 땀흘리고 나서 3부자가 함께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마셨던 바나나 우유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넘버 원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프로야구가 탄생하고, 저마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팀들이 생겼다. 지역 연고가 있을 수도 있고, 작품 속 아이처럼 순수하게 유니폼이 멋있어서 응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선수가 아주 잘 생겼다든지!!

 

그리고 그해 가을 한국 시리즈에서 베어스와 라이온즈가 운명처럼 맞붙었을 때, 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셨다. 그날에 울려퍼졌던 함성과 홈런볼의 격정어린 감격까지, 모두 아이의 세포에 하나하나 새겨졌다. 그날 만들어낸 기억의 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아이는 자라면서 잊었을 것이다. 더 나이 들고, 아버지 어깨의 짐이 자신에게도 올려졌을 때,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마이볼'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순간이 되어서야 되살아 날 기억의 유산들!

 

 

 

 

 

순박하면서 토속적인 느낌이 나는 거친 그림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인 구성도, 색감도... 다만 이야기를 끌어냄에 있어서 마무리는 조금 아쉽긴 하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느낌은 알겠는데, 어린이 독자에게는 그 은유의 맛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함께 시간을 보내었던 소중한 순간들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아이는 빨리 자라고, 아버지는 그 이상으로 빨리 늙으셨을 테니까. 하지만 아버지가 뿌린 소중한 자산들이 아이에게서 분명 자라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이라는 양분을 듬뿍 빨아들였을 테니... 그리고 그것들이 되물림 된다. 아이의 아이에게로, 또 그 다음 세대로...

 

이런 이야기 구조는 '불화' 속의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로도 갈 수 있고, 이렇게 무의식 속에 전해지는 사랑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 아무튼 간에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벅차다. 본인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흡사해지는 부자의 모습. 어머니와 딸로 비유하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마와 대화하다가 유독 아빠 생각이 많이 났던 날인데, 그런 날에 이 책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작품 속 아이만큼의 추억은 없지만, 나도 아빠랑 오목 두고 장기 두었던 기억은 있다. 그 정도가 다지만, 그런 추억이라도 내게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아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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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9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