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옷 어때? - 패션 디자이너 일과 사람 4
곰곰 지음, 선현경 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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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리즈 네번째, 패션 디자이너 편이다.

 

 

 

주인공 의상 디자이너는 딸만 여덟인 집의 막내달이다. 손수 옷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 덕분에 8자매가 모두 똑같은 옷을 입었던 추억도 있다고 한다. 가운데 자매인 셋째와 넷째 언니만 투덜대고 나머지는 모두 재밌어 했다고... 만약 한 세자매 정도가 옷을 모두 똑같이 입으면 몰개성으로 느껴졌을 텐데, 8자매가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면 정말 재밌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누구도 무시 못할 포스를 풍겼을 테니까.

 

동대문 시장에는 직접 만든 옷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셋. 손님께 옷을 골라주는 슬기와 우리 옷이 예쁘게 보이도록 가게를 꾸미는 연두, 그리고 손님들의 선호도를 파악해서 디자이너에게 알려주는 세경이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김하늘이 의상 디자이너로 나왔던 옛날 드라마가 떠오른다. 아직 하지원이 뜨기 전이었는데 거기서 못된 동생으로 나오면서 김하늘의 디자인을 빼돌려서 사실은 김하늘의 친모인 이휘향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내용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그때도 자신이 직접 디자인 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무척 근사해 보였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고, 봄과 가을의 느낌이 또 달라서 철마다 여자들은 입을 옷이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럴 때는 계절이 자꾸 바뀌고 유행도 수시로 변하는 게 안타깝기도 한데, 그런 변화 없이 늘 같은 옷만 입고서 산다면 그 지루함은 또 어찌 감당할까 싶다. 언젠가 학교 선생님이 늘 여름만 있는 나라에 우리나라 사람이 가면 계절이 바뀌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하셨다.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계절에 앞서서 디자인을 고민한다. 2주 전에 명동에 갔더니 어느 매장은 벌써 봄옷이 쫙 깔렸고 심지어 여름 옷도 팔고 있었다. 그날은 다소 따뜻하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눈이 민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1월에 이미 부지런히 봄옷을 제작하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계절의 온도와 색감이 다르니 그에 따라서 적당한 옷감을 고르고 무늬와 색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상 속에서는 부딪히는 모든 것에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긴장과 고민은 사람을 예민하게도 만들겠지만, 늘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힘도 줄 것이다. 이런 직업이 주는 생동감이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빛깔과 시원한 느낌을 주는 빛깔의 차이를 꽃잎과 나뭇잎으로 표현한 게 멋졌다. 스펙트럼이 느껴지는 파레트 위의 자연이 이 책에 담겨 있는 모든 그림 중에 가장 예뻐 보였다.

 

두번째 그림은 옷감 시장이다. 도매로 파는 대형 상가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생기 있어 보인다. 요즘에도 시장이 이렇게 사람으로 붐비는지 모르겠다. 예전같지 않을 것 같다는 속상한 예감이 든다.

 

단추나 장식물을 파는 시장에 들어서면 눈도 같이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예전에 언니가 오프매장을 열었을 때는 이런 심부름도 곧잘 갔었다. 그때는 비즈가 또 한참 유행이었던지라... 그때 사두었던 온갖 것들은 지금 내가 열심히 활용하고 있다. 지난 주에 생일이었던 내 친구는 자체 제작 목걸이 선물을 부탁했는데, 그래서 목걸이 4개 제작!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을 안 찍었구나. 아뿔싸!

 

작업실 풍경도 보인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합하는 것을 보니 수학적인 감각도 필요해 보인다. 하긴, 모든 학문은 사실 다 통하는 법!

 

 

 

 

 

 

작업지시서를 통해서 샘플을 만드는 작업도 소개되었다. 작업지시서를 보니 진짜 전문가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전문가의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옷본을 만들고, 천을 재단하고, 바느질을 하고, 마무리로 단추와 리본을 달고 다림질까지 마치면 완벽한 샘플이 탄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입어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또한 꼼꼼하게 살펴본다. 활동성과 미적 완성도까지 모두 살펴야 할 단계. 가전제품이야 샘플로 전시해 놓은 것들은 갖고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옷이나 신발 등은 샘플 단계에서 더 공을 들인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공장에 대량 생산을 주문한다. 이제야 디자이너는 한시름 놓을 터. 책 속에는 이런 디자이너의 바쁜 일상과 직업병까지도 빼먹지 않고 소개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다 이길 수 있는 직업적 자부심과 기쁨 또한 놓치지 않고 말해준다. 만화 일기 형식으로 두 편의 에피소드도 소개되었는데, 만화 작업을 많이 한 그림작가 님의 아이디어였을까? 좀 뜬금 없는 타이밍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재미 있다.

 

 

 

 

 

 

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패션쇼의 번쩍번쩍 눈부신 장면과 옷감 속의 비밀, 때와 장소에 맞는 옷도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의상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묶여지는 것들도 함께 소개되었다. 섬유 디자인, 출판 편집 디자인, 건축 디자인, 광고 디자인, 산업 디자인,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정보 디자인 등등등...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 안쪽의 그림들이다. 어릴 때 많이 하고 놀았던 종이인형을 떠올리게 한다. 저런 종이 인형으로 서랍 하나 가득 갖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엄마가 다 버리셨다. 아흐, 아까비~ 요새는 자석을 입히는 인형놀이도 있고 다양한 종류가 등장했지만, 이런 추억 속의 놀이도 늘 즐겁게 보게 된다. 뜯어서 직접 오려서 쓸 수 있다면 좋겠건만, 아쉽게도 표지 그림이라 그럴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아래의 검정 드레스가 눈길을 끈다. 저런 옷을 입으면 레드 카펫을 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일과 사람' 시리즈는 해당 일을 하는 사람과 그 일에 대해서 무척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꼼꼼하지만 백과사전 식으로 지루하게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무척 생동감이 있다. 내가 읽은 시리즈는 '짜장면 더 주세요!'와 이 책 뿐인데, 보아하니 시리즈는 이미 여섯이고, 올해 출간 예정인 책들이 열 두 권이나 된다. 집배원과 소방수, 어부와 의사가 이미 나와 있고, 목장 농부와 묵회의원, 농부와 한의사, 초등학교 선생님과 경찰관, 환경운동가와 신문기자, 채소장수와 특수학교 선생님, 만화가와 버스 운전사, 집짓는 사람과 뮤지컬 배우가 추가로 나올 것이다. 만화가와 뮤지컬 배우가 특히 기다려진다.

 

그나저나, 최근 커져버려서 입지 못하게 된 모직 치마 한 벌이 자꾸 나를 자극시킨다. 옆선 터서 잘라내고 기장 좀 줄여서 입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될 것 같지가 않다. 수선집에 맡겨서 된다면 좋겠는데, 못하겠다고 하면 내가 도전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도 이 책처럼 '내가 만든 옷 어때?'하고 뽐내고 싶지만, 그 역할은 좀 더 솜씨 있고 경험많은 이들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아직 내 차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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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6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2-01-2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패션디지이너는 겉은 굉장히 화려해보이지만 사실 3D업종중의 하나입니다.판매부진이면 자리도 왔다갔다하고 그러지요.TV에서 넘 화려하게 치장해서 그런데 실제 디자이너들은 그걸 보면 웃는다고 하네요^^

마노아 2012-01-27 01:29   좋아요 0 | URL
사실상 3D업종 아닌 일이 몇이나 될지 궁금해요. 반면, 정규직이라면 3D라고 말하는 것이 이젠 무리인 세상이기도 하고요.
 
나는 왜 초대하지 않아?
다이애나 케인 블루선덜 글 그림, 윤정숙 옮김 / 느림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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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방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캐슬린이 찰스에게 묻는 말을 듣고 맙니다.

"파티는 몇 시야?"

토요일 1시라고 찰스가 대답했습니다. 미니는 당연히 찰스가 파티를 연다고 생각했지요.

자신에게도 초대장을 보냈을 것 같아서 집까지 줄곧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우편함에 초대장은 보이지 않았어요.

 

 

전화벨이 울리자 쏜살 같이 달려가 받아보았지만, 전화 속 찰스는 파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저녁 식사 도중에 전화벨이 울렸을 때도 미니는 재빠르게 달려가 보았지만 그건 잘못 걸린 전화였어요.

 

미니는 다음 날 찰스가 꼭꼭 얘기해 줄 거라고, 자신을 파티에 초대해 줄 거라고 여기며, 애써 잠을 청했지요.

받아쓰기 공부도 해보았지만,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미니는 찰스가 초대장을 보냈는데 자신에게 전달이 되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다른 집에 잘못 배달되었다든가, 아니면 토네이도 같은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잖아요.

내일은 분명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또 다시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하지만 찰스는 끝내 파티 이야기도, 초대장 이야기도 하지 않았어요.

받아쓰기에 100점을 맞았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지요.

또르르 눈물이 흘러 '초대'라는 글자 위에 떨어졌어요.

글자를 본 순간 미니는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초대'라는 글자를 찰스에게 보여주면 분명 자신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거라고 여긴 것이죠.

하지만 시험지를 펄럭이자 다른 친구에게 잘난척 한다는 핀잔이나 받고 말았어요.

미니는 여전히 초대장을 받지 못했고, 운명의 토요일이 도착했어요.

찰스의 집에는 파티용 풍선이 가득 매달려 있었지만, 초대받지 못한 미니는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요.

미니의 마음이 얼마나 어두웠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요.

 

자, 이렇게 이 이야기는 슬프게 끝이 날까요?

그럴리가요! 생각지 못한 반전이 일어나면서 미니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아래 그림의 넘어져 있는 저 아이가 찰스예요.

둘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미니의 고민이 해결된 게 분명하지요. 

혼자만 잊혀졌다고, 따돌림을 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때의 기분을 상상할 수 있나요?

어린 시절에 그래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또 한편, 초대하고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초대하지 못했던 내 좋은 친구의 섭섭해하던 얼굴도 떠오릅니다. 용기를 내지 못해 우정을 아프게 한 못난 내 모습이 부끄럽네요.

 

이 책은 참으로 좋은 책입니다.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했고,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지요.

더불어, 초대받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해주어서 좋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지요.

지난 해, 학급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로 많이 속상해 한 큰 조카에게 줄 책입니다.

조카는 빼빼로 데이에 반 아이들 모두에게 초콜릿을 주었지만, 단 하나도 받아오지 못했어요.

아이보다 아이 엄마의 충격이 더 컸지요. 대체 이런 상술 뿐인 날이 왜 생겨서 이렇게 속상한 아이를 만드는지, 이모도 한참 마음이 아팠지요.

솔직한 내 마음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큰 일에도, 작은 일에도 많이 있습니다. 소소한 일에서부터 진실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더 큰 마음의 문도 활짝 열 수 있는 힘과 지혜와 용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가만히 되뇌어 봅니다.

초대받고 싶고, 또 초대하고 싶은 많은 이들을 가진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당신의 마음 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싶어요. 내 마음속으로도, 기꺼이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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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1-23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이렇게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고, 저는 또 한가지, 마음대로 상상하고 오해하지 않기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어요.

마노아 2012-01-23 10:12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hnine님 덕분이지요.
전에 서재에서 소개하신 것 보고서 완전 푹 빠졌어요. 참으로 좋은 책이에요.^^
 
머리의 뿔 쯤이야!
핑크 공주 핑크 공주 1
빅토리아 칸 외 지음, 정준형 옮김 / 달리 / 2009년 5월
절판


어느 비오는 날, 밖에 나가 놀 수가 없어 컵케이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핑크 색을 사랑하는 아이는 핑크색 컵케이크를 만들었고 신나게 먹었다.
음식을 가려 먹는 동생 피터의 몫까지 몽땅 먹어치웠다.
그러고도 더 먹겠다고 떼를 쓰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또 먹겠다고 조르다가 아빠에게도 혼이 났다.
그리고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에!
온 몸이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지 뭔가!

엄마는 기절초풍할 노릇이지만 아이는 기뻐 죽겠다.
스스로 핑크 요정이 된 것 같아서 차오르는 환희를 주체하지 못한다.
의사 선생님은 지독한 핑크병 환자라고 진단을 내리고는 일주일 동안 핑크색 컵케이크, 핑크색 풍선껌, 핑크색 솜사탕 금지령을 내렸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초록색 야채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이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것!
하지만 핑크색 꽃들과 뒤섞여 잇자 벌이 날아와 콧등에 앉았을 때는 식겁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핑크색과 컵케이크!
엄마가 숨겨 놓은 컵케이크를 손에 넣기 위한 아이의 도전은 거의 목숨 거는 수준!
그렇게 욕심껏 컵케이크를 잔뜩 먹고 난 다음 날, 사단이 나고 말았다.
핑크색을 뛰어넘어 빨강색으로 물들어 버린 것이다.
오, 마이, 갓!!
레드를 사랑하는 독자 눈에는 빨간 피부의 아이가 귀여워 보이건만 아이는 제대로 혼쭐이 났다.

결국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가기 위해 의사샘의 충고대로 초록 음식들을 섭취, 아니 흡입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야채 주스, 완두콩, 오이, 브로콜리, 시금치, 상추, 양배추 등등....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아이!
엄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다.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심심하겠지?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 구조는 사실 익숙하다.
데이비드 스몰의 '머리에 뿔이 났어요'는 거의 흡사한 완결구조를 가졌고,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의 결말도 비슷한 형식을 갖고 있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교훈적이고, 적당히 유쾌하다.
핑크를 사랑하고 '공주'에 열광하는 다현양에게 줄 설날 선물이다.
불현듯 설날이 몇 시간 뒤라는 것을 깨닫고 급히 동화책을 집어들었다.
많이 주면 밀려서 아주 조금만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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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세계 지도 그림책 처음 만나는 그림책
무라타 히로코 글, 데즈카 아케미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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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어릴 때 집에 붙여놓은 세계지도를 보면서 세계여행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비단 세계 여행뿐 아니라,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서 지도와 친해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위한 여러 종류의 세계 지도 책들이 있다. 이 책은 무척 간결하면서도 핵심 내용을 잘 짚어주어서 교육적 효과가 커보인다.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히 선정도서라고 적혀 있는데, 도서관에 비치해 두고 추천하고 싶은 책임에 분명하다.

먼저 5대양 6대주로 나뉘어 있는 지구를 지역별로 구분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크기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큰 아시아, 다음으로 큰 아프리카, 그 다음으로 큰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와 북극과 남극 순으로!(물론 북극은 바다이고 남극이 대륙이지만 일단 어감을 고려해서!)

문득 지식e에서 보았던 것이 생각난다. 아프리카 대륙이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륙들에 비해서 작은 크기로 묘사되어 온 음모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아프리카가 분명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꼭 기억해 두자.



각각의 대륙에 190여 개의 나라를 모두 표시한 것은 아니지만 큼직한 나라들을 표기하고, 유명한 자연경관과 유적지들을 표시하고, 그 나라를 상징하는 것들도 표현해 주었다.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찾아보는 재미와,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같이 느끼면 되겠다.



이번엔 높은 산과 긴 강, 그리고 넓은 바다를 비교해 주었다.
저렇게 한 화면에 표시해 주니 산들의 높이가 실감이 난다.
에베레스트가 높긴 높구나. 나일강이 길긴 길구나... 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지도는 태평양이 가운데에 있고 대서양이 양 옆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인도양이 더 커보인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보니 대서양이 더 크다. 이런 것도 지도가 줄 수 있는 선입견이리라.



세계 여러나라를 통해 비교할 수 있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
동물과 집과 음식물과 시간! 이 모든 것들은 '기후'와 일맥 상통한다.
지구가 공전을 하면서 계절의 변화가 생기고, 기울어져 있는 각도와 적도와의 거리 등을 통해서 다른 기후가 나타나고, 그 기후에 따라 식생의 변화가 생기고 또 시간 차이도 발생한다.
이 부분은 어린이들이 무척 헷갈려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차분하게 설명해 들어가면 아주 재밌어 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나도 기후 관련 책을 만드느라 관련 자료를 열심히 보았는데 무척 재밌었다. 이 책도 그렇게 흥미를 더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리라.




2012년 1월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몹시 추운 계절을 보내고 있지만 동시간을 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서로 다른 체감온도를 느끼고 있다.
친구는 햇볕 알러지가 있는데, 이집트의 뜨거운 볕에서는 긴 옷을 입고 있어서 오히려 견디고 좋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습기가 많은 우리나라의 여름은 긴 팔 옷을 입고 있는 게 얼마나 곤욕인지!
세계 여러나라에서 기원한 '이야기'를 묶어둔 것은 참 신선했다. 아아, 내가 좋아하는 이 이야기는 이 나라의 것이었구나! 싶은 마음으로...




둥근 지구 안에 살고 있는 70억 지구인. 세계 시민으로 발돋움 하기 위한 첫 번째 선택으로 나는 지도를 꼭꼭 붙이고 자주 들여다 보라고 하고 싶다.
내 방에도 오래오래 지도가 붙어 있었는데, 연말에 방 정리를 하면서 사진을 붙이는 바람에 지도가 조금 가려졌다. 애석한 일이다. 사진이 너무 커서 둘 데도 없고 붙일 데는 더더욱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저 사진은 앞뒤로 되어 있어서 주기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능...;;;;;

하여간! 내 방이 좀 더 넓어진다면 아직 못 붙인 지도 두 장도 더 붙이고, 지구본도 좀 더 가까이 내려서 자주자주 접하고 살리라.

이 책은 '누구 발일까'와 같은 책과 함께 본다면 더 재밌을 듯하다. 연계해서 볼 수 있는 많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꼽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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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1-09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책이네요. <<누구 발일까>>는 가지고 있는데, 읽어보지 않았는데, 살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2-01-09 12:06   좋아요 0 | URL
누구 발일까-는 제가 아끼느라 아직 조카에게 주지 않은 책이에요. ㅎㅎㅎㅎ
 
동물원 친구들
아베 히로시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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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꼬님의 부르짖음으로 알게 된 '동물원 친구들'
그림이 친숙하다고 여겼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가부와 메이 이야기' 와 '동물재판'에서 그림을 그린 분이다. 온전히 글과 그림을 다 쓴 작품은 이 작품뿐인가 보다.

 

무척 거친 그림체이지만,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또 이 책은 '동물원'의 여러 친구들 이야기인지라 예쁜 그림이 필요하지도 않다. 잘 묘사하였고, 또한 해학도 넘쳤다.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다.

 

여러 사진들을 찍었는데 사진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네 장씩 묶다 보니 순서는 책의 순서와 다소 어긋난다. 그래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서 해상도는 많이 아쉽지만!

 

 

낙타의 혹이다. 건강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혹 상태가 크게 비교된다. 이집트에서 단봉낙타를 탔을 때 엉덩이가 홀랑 까졌던 기억이 있다. 몽골에서 쌍봉낙타를 타보고 싶다. 승차감(!)이 훨씬 좋으리라. 무서웠지만 다시 타보고 싶다.

 

만능 재주꾼 코끼리, 그리고 그 재주를 담당하는 코끼리의 코! '학'도 접는다고 써놓고, 이건 거짓말이라고 바로 밝히는 작가가 재밌기만 하다. TV에서 본 혀만으로 학을 접어냈던 어느 남학생이 떠오른다. 불편한 손 대신 혀로 온갖 것을 다 접어냈던 그 아이도, 이제 시간이 흘러서 청년이 되었을 것이다.

 

기린이 음식물을 먹으면 긴 목을 따라 목구멍이 볼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다음에 기린을 만나면 엘리베이터 같은 그 목을 좀 더 자세히 보리라. 오줌도 기다랗다고, 햇볕을 받아 무지개도 생긴다는 표현이 재밌다. 가능한 이야기다. ^^

 

펠리컨이 주머니같이 불룩한 턱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이 신기하다. 아기를 담아오는 바구니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식량을 조달하는 훌륭한 도구로서 진솔함!이 보인다. 날개를 펼치면 무려 2m 50cm라고! 세상에, 정말 크구나!

 

 

아빠 캥거루한테는 없는 주머니가 엄마 캥거루에게만 있다고, 그래서 아주머니라고 부른다는 이 신선한 해석! 작가님은 천재인가 봐!!

 

분홍 솜사탕에 비유한 플라밍고. 먹는 음식에 따라 색깔도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색을 유지할 수 있는 당근이나 새우 같은 빨간 색 먹이를 준다고!

오, 그런 오묘한 조화가!!

외다리로 잘 서 있지만, 피곤하면 다리를 바꾸고, 그래도 피곤하면 웅크리고 앉는다고 한다. 흐음, 융통성이 있구나!

이름도 예쁜 플라밍고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동물원에 가서도 보지 못했다. 내가 갔던 동물원에는 없던 걸까???

 

사람한테 길들여져 집오리가 된 오리가 다시 길들여져 변기가 되었다고, 그래놓고는 거짓말이라고 밝히는 작가의 재치가 즐겁다. 누르면 소리나는 노란 병아리 장난감도 같이 떠오른다. 엄청 시끄럽긴 한데 또 꽤 재밌는 녀석이니까.

 

목운동하는 부엉이도 참 재밌다. 목만 놓고 보면 사이보그가 얼굴 한 바퀴 돌리는 느낌이다. 좀 엽기적인데 '아, 어지러워!'라는 글자가 또 독자를 피식 웃게 한다. 센스 만점의 아베 히로시!

 

 

 

거꾸로 매달린 채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박쥐이지만, 쉬할 때는 바로 매달려서 일을 본다고! 오, 그래야 마땅하지. 박쥐 녀석 참 머리가 좋은 걸! 아기 박쥐는 엄마 박쥐의 망토 속에서 잔다고 한다. 엄마 박쥐는 심지어 아기 박쥐를 안고 날 수도 있다고! 오오오, 진기묘기인걸

 

느림보 악어가 사실은 엄청 빠르다고! 그러니 도망칠 때는 지그재그로 해야 한다고.... 아, 영화 '아포칼립토'가 떠오른다. 살면서 악어를 만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나게 된다면 이 사실을 꼭꼭 기억할 수 있기를!!

 

총 천연색을 자랑한 뱀은 책의 가장자리를 다 둘러싼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 감각적이야! 많이들 징그럽다고 하지만, 뱀이 뱀다워야 또 뱀이지... 뱀이 다리가 있거나, 털이 있거나 혀를 낼름거리지 않으면 그건 뱀이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나무늘보는 너무 안 움직여서 심지어 이끼가 끼기도 한다는 놀라운 사실! 오오, 정말 대단한 능력인 걸! 이끼쯤이야 제 몸에 서식을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 같은 나무늘보다. 혹시 그 이끼를 본인이 먹으려나??? 너무 안 움직여서 적에게 잘 들키지도 않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먹고 나면 똥이 바로 나온다는 것이 부러워서 한 컷 찍었는데 저게 어떤 동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만 찍고 책을 선물한 탓에, 게다가 시간도 한참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아, 내 안의 수애를 어찌하면 좋을꼬...ㅜ.ㅜ(자료를 적어둔 것을 찾았다. 음하하하! 저녀석은 아기 판다다. 저만큼만 봐서는 판다로 보이지 않지만...^^;;;)

 

흰 토끼의 눈만 빨갛구나. 이것도 새롭게 안 사실이다. 눈이 빨간 것은 좀 징그럽게 보이는데, 그래도 하얀 토끼를 멀리서 보면 참 예쁘고 앙증맞다.

 

날지 못해도 난 새라고 당당히 말하는 저 타조의 당당한 자태를 보시라. 그야말로 온 몸에 '자존심'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시력도 엄청 좋다는 타조. 그리고 꽤 빨리 달리는 타조. 아프리카에 가면 타조도 타볼 수 있으려나? 문득, 타보고 싶어졌다!

 

나름 새라고 쬐만큼 날아가는 펭귄이 귀엽다. 요새 '남극의 눈물'이 시작됐는데, 아직 프롤로그만 본 상태다. 이전에 '기후' 관련 책작업을 했을 때 남극 편 BBC 다큐를 보고 황제 펭귄의 생태에 반했더랬다. 남극의 눈물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는 황제 펭귄이던데, 다음 주가 되면 이어서 보리라. 그림속 펭귄은 귀엽지만, 황제 펭귄은 위용을 자랑한다. 아마존의 눈물 팀이 남극도 다녀왔던데, 얼마나 고생했을지 경외감마저 든다. 고마운 마음으로 시청해야지.

 

사진은 이렇게만 찍었지만 더 많은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정보 전달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고, 순간순간 해학과 재치를 내세워 독자들을 웃겨주기도 한다. 여러 즐거움을 안겨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이런 책은 개정판을 내주셔야죠! 아울러 작가님 다른 책은 또 없습니까? 궁금합니다!!

 

덧글) 38쪽 염소 편에 오타가 있다. 고양이의 눈동자는 쪼뼜 가름해>>>쪼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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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1-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하하

마노아 2012-01-09 12:06   좋아요 0 | URL
음하하하하핫^^ㅎㅎㅎㅎㅎ

무스탕 2012-01-09 15:46   좋아요 0 | URL
뭐야요. 두 분. 뭐 보셨어요? 왜 그렇게 웃기만 해요? 앙?
ㅋㅋ

판다는 그림이 판다로 안보여요. 너구리 가터.

마노아 2012-01-09 16:30   좋아요 0 | URL
판다가 좀 수상하지요? ㅋㅋㅋ
동물원 친구들의 매력을 알고 있는 우리는 웃음으로 이심전심이에요.ㅎㅎㅎ

무스탕 2012-01-0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남극의 눈물 첫번째 지난주 금요일에 했거든요? 마노아님이 이 페이퍼를 작성하신 날짜가 8일인데 혹시 못 보신거에요? 전 찜방에서 엄마랑 둘이 봤어요 :)

마노아 2012-01-09 16:30   좋아요 0 | URL
1회는 지난 금요일에 했는데, 지난 달에 프롤로그를 했어요. 저는 그 프롤로그를 먼저 본 거고, 2회가 하는 날 1회를 볼 생각이에요. 1주일 지나야 무료로 볼 수 있는 B티비의 한계예요.ㅎㅎㅎ

무스탕 2012-01-09 16:39   좋아요 0 | URL
아, B티비는 조금 늦박자군요 ^^;
우리나라 다큐 제작 솜씨 정말 좋다! 감탄하며 봤지요. 가능하면 어따 녹화해두심 좋을거에요.

마노아 2012-01-09 18:02   좋아요 0 | URL
B티비는 게다가 녹화도 안 되어요. 공중파도 그렇고 다시보기도 그렇고요. 비디오 녹화도 안 되고 티비스 같은 장치를 써도 안 되어요. 작년에 친구 대신 모니터링 알바할 때 그것 알아내는 과정에서 삽질을 엄청 했더랍니다.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