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먹으러 가요 지원이와 병관이 8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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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생일 선물로 아이들은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했고, 아빠는 한달에 한번 등산가자는 소원을 꼽았다. 바로 표정 안 좋아지는 지원이지만 이제 와선 선물을 무를 수는 없다. 등산은 시큰둥해도 일단 맛난 먹거리부터 사수해야 하는 병관이는 입놀리기에 아주 바쁘다.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길목들이 싱그럽다.
우리집 뒤쪽으로도 북한산 국립공원이 펼쳐져 있어서 혹 우리동네인가 싶어 자세히 보았는데 우리동네는 아닌 것 같다. 북한산이 크긴 크지...
올라가면서 물장난도 치고 이 시간을 즐기는 지원이와 병관이.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동물 친구들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꽤 크다.
코끼리며 양, 펭귄 등등등

하지만 산에 오르는 것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
힘이 들어 성질 나버린 아이들의 뿔난 얼굴에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렇지만 등산길에 아이들을 발견한 어른들은 이들의 대견함을 칭찬하기 바쁘고, 숨찬 와중에도 칭찬만은 귀가 국자만해지면서 잘 들어오는 아이들이었다.
칭찬은 지원이와 병관이를 등산을 시킨달까!

게다가 병관이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먼저 지쳐 나가 떨어진 아이 발견!
비교우위도 점했고, 이래저래 더 신이 난 지원이와 병관이!
이젠 다리에 모터를 단 것처럼 속도가 붙는다. 이때의 BGM은 다다다다다다!!!!

드디어 산정상이 보인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그렇게 온가족이 함께 다달은 산정상!
정상의 바위는 꼭 사진같은 느낌이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합쳐 '삼각산'이라고...
사실은 북한산보다 삼각산이 더 올바른 명칭이라고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조정래 작가님과 함께 한 북한산 올레길 걸을 때 천도교 어느 신자님께로부터...

산 위에서도 지원이와 병관이는 인기 만점이었다.
태극기 옆에서 인증샷!
아이들의 기쁜 마음이 그림 속에서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같이 팡파레라도 울려주고 싶은 기분이다.

내려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가볍고 기쁘던가.
엄마와 아빠는 다칠까봐 조심조심을 외치지만 아이들의 걸음을 잡을 수가 없다.
심지어 다음번 등산도 기꺼이 따라올 태세다.
그림의 배경은 가을이지만, 봄이라고 등산의 묘미가 없을까. 봄산의 정취도 가을산 못지 않을 것이다.

산행의 마무리는 삼겹살! 부모님은 파전과 막걸리!
휴일을 아주 의미있게, 또 아빠의 생일도 아주 멋지게 치러낸 이들 가족이다.
삼겹살 먹으러 간 것은 아니지만 삼겹살도 먹고 '칭찬'도 먹었다.
아주아주 배부를 것이다. 잘했다고 나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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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3-0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 너무 귀엽고 이쁘고 마음에 확 와닿는 저기 귀여운 펭귄이 보이네요,,

마노아 2012-03-09 21:26   좋아요 0 | URL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 과장된 표정과 몸짓마저도 다 좋아요. 펭귄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ㅆ^

순오기 2012-03-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병관이와 지원이~~~~^^

마노아 2012-03-10 22:51   좋아요 0 | URL
참 예쁜 가족이에요.^^

후애(厚愛) 2012-03-1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좋은데요.^^
탐이 나요.ㅎㅎ

마노아 2012-03-11 16:06   좋아요 0 | URL
김영진 작가님의 그림엔 항상 유머가 있어요. 보는 즐거움이 있지요.^^

같은하늘 2012-03-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원이와 병관이 새 책이 나왔군요.
우리 아이들 보고싶겠당~~~

마노아 2012-03-14 01:5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영원한 인기작이에요.^^

꿈꾸는섬 2012-03-1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그림이 더 재밌어진 것 같기도 하고.....궁금하네요.

마노아 2012-03-14 12:4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심리를 아주 잘 꿰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말이죠. 어른들도 충분히 좋아하고요.^^
 
아주 특별한 사랑의 선물 큰북작은북 그림책 1
웬디 쿨링 엮음 / 큰북작은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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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에 모두 40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다. 서로 다른 글을 쓴 작가들과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그래서 이야기가 길지 않다. 짧은 이야기는 한쪽에 불과하고, 긴 이야기도 4쪽을 넘지 않는다.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한지라, 어느 쪽을 열어보아도 무방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고집스럽게 읽을 필요도 없고, 한번에 다 읽어내릴 필요도 없다. 내키는대로, 눈길 가는대로 어느 이야기를 펴서 그 자리에 푹 빠져들면 된다. 그러라고 만든 '사랑의 선물'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괴물의 발소리가 쿵쿵 울렸지만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빠의 발소리였기 때문이다. 저이들이 사는 나라에선 우리같이 생긴 사람이 괴물로 불릴지도. 아이를 품에 안은 아빠의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 두 컷의 그림, 짧은 문장으로도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런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역시나 한쪽짜리 아주 짧은 이야기. 가만히 동생을 들여다보니 귀엽더라는 아이의 말이 진심으로 보일 만큼 표정이 해맑다. 저렇게 하루종일 자기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저 때가 그야말로 인형같이 예쁜 때이기는 하다. 아흐, 조카들 없었으면 내가 저런 순간을 어찌 경험해 보았을까. 이제는 조카들도 아주 커버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엘머 코끼리여서 한컷 찍어봤다. 저 유명한 모자이크 색상! 영어책으로 읽었는데 한글본으로 다시 읽어도 즐겁다. 엘머의 경우 아이와 함께 색칠공부도 하고 아니면 조각천을, 혹은 색깔 단추로 비슷하게 연출해 보는 것도 가능하지 싶다. 꽃을 좋아하는 귀여운 엘머, 반갑다!

 

 

워낙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까닭에 익숙한 그림들도 제법 보였다. 저 모아진 눈동자를 보시라. 단번에 누군지 감이 올 것이다. 찰리와 로라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 차일드!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라고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하늘도 코끼리도 초콜릿도 딸기도 되고 싶다고 한 아이지만, 그래도 가장 되고 싶은 것은 '나'라고 대답하는 당찬 아이다. 이 아이의 이 자기 긍정이 눈물나게 예쁘고 고맙다.

 

 

아이는 아빠를 깨우고 싶지만 피곤한 아빠는 좀처럼 일어날 줄을 모른다. 창문에 무서운 공룡이 있다고 소리를 쳐도 아빠는 꿈쩍도 않는다. 지저귀는 새도, 둥근 해도... 그 무엇도 아빠의 잠을 떨쳐낼 수가 없었는데, 지혜로운 아이는 아빠를 일으킬 비법을 알고 있다. 바로 사랑스러운 사랑의 고백! 아이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니, 아빠도 일어나서 아이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가족와 나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도 덮여 있다. 이 특별한 고백들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곱고, 고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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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2-03-0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귀여운 내 동생>의 그림을 보니 우리 큰 아이도 동생이 아가였을때 저런 눈빛으로 찍힌 사진이 있는데...
그 때 동생이 너무 예쁘다고 했었지요.
.
.
.
하지만...
지금은...

마노아 2012-03-06 22:49   좋아요 0 | URL
울 조카들도 그래요. 예뻐할 때가 가끔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아주 앙숙이죠. ㅎㅎㅎ
 
보물찾기 대모험 - 보물찾기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 키다리 그림책 2
헨드리크 요나스 지음, 여인혜 옮김 / 키다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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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멍멍이와 멋쟁이 야옹이, 꾀쟁이 쥐돌이는 사이좋은 세 친구다. 화창한 여름날 소풍을 나왔던 세 친구는 물놀이 도중에 작은 배를 발견했다. 서로 배를 먼저 발견한 임자가 자기라고 나서던 세 친구는 누가 제일 좋은 코와 눈을 가졌는지 가려내자고 내기를 건다. 그리하여 시작된 숨바꼭질이 이들을 또 다른 모험의 길로 인도한다.

 

 

세 친구는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는데 다락방으로 올라간 쥐돌이가 낡아 빠진 해적의 상자에 숨으려다가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만다. 지도가 나왔으면 마땅히 보물을 찾아 떠나야 하는 법! 세 친구들은 보물을 찾는 새로운 모험에 돌입하기로 결정한다. 그렇다면 보물섬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꾀많은 쥐돌이가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다! 문득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이 떠오른다. 그림의 차이는 크지만!

 

비행기는 보물섬에 도착했지만 무사히 착지하지는 못했다. 동굴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난 세친구의 비행기. 섬에는 많은 원숭이들이 있었다. 세 친구는 원숭이들의 도움을 받아 보물선을 고쳐서 원숭이들까지 태우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온다. 아주 튼튼하고 실용적인, 멋드러진 보물선이 근사하기만 하다. 보물을 싣지 않아도 그 자체로 보물이다!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친구들은 축배를 들며 모험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렇게 끝일까? 그랬다면 숨은 그림찾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수수께끼 풀듯이 찾아낼 숨은그림찾기가 실려 있다. 어느 장면에서 나왔는지, 누구의 집인지, 누구의 물건인지 등등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나 역시 한차례 읽은 다음에 숨은그림찾기 미션을 인지한 뒤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첫번째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세한 면면들이 뒤늦게 눈속으로 들어온다. 세 친구가 누가 가장 눈이 좋은가 내기를 했는데, 독자 역시 누구 눈이 가장 좋은지 내기해볼 법한 대목이다.

 

동물 친구들의 재미난 집에서 스머프를 연상했다. 그들의 공동체,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개성 넘치는 버섯 집 등등...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치밀하지 않지만, 꼼꼼하게 그린 그림 속에서 숨어있는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제법 크다. 평화롭고 재미가 가득한 즐거운 이야기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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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어린이 십자군 어린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 25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준형 옮김 / 새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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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치하를 경험했던 브레히트가 '어린이 십자군'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천 여년 전 어린이 십자군도 비참하게 막을 내렸으니, 그의 시가 얼마나 아플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첫번째 그림에서 폭격에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 사이의 어린이가 아프게 박힌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가족이 군인으로 끌려 가고, 또 폭격으로 죽기도 하고, 그렇게 홀로 남아 갈 바를 모르고 떠돌던 많은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아이들이 떼 지어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너진 집들 사이에서 앙앙 우는 꼬맹이들을 발견하면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린이 십자군이라고 불린 이 아이들...

 

가는 길에서 아이들은 전쟁의 폐허를 온몸으로 겪었을 것이다. 널브러진 수많은 시체를 목격했을 것이고 귀가 터질 것 같은 대포소리에 경기도 일으켰을 것이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평화로운 마을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먹을 것도 충분한, 자신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아이들에겐 그곳이 바로 성지가 되었을 터...  허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나치 당원이기도 하고 공산주의자이기도 했고, 또 엄마 아빠와 함께 유태인인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서로를 죽고 죽이고 미워하고 증오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나치 당원을 부모로 둔 아이는 유태인 아이 앞에서 다만 미안했을 것이다.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아이들을 쫄래쫄래 따라왔다. 배가 고팠지만 차마 잡아먹을 수 없었고, 굶주린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배고픈 개와 함께 자신의 밥을 나눠 먹었다. 몇 살 더 먹은 형이 학교 선생님처럼 몇 살 어린 꼬마에게 글씨 쓰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막 글을 배운 꼬마 아이가 쓴 '평와'라는 글씨가 아프다. 철자도 제대로 지켜 쓰지 못했지만 아이가 갈망한 평화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긴 행군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보살폈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의 풋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너무 춥고, 너무 배고팠으니까. 아이들은 장례식도 치렀다. 함께 위로해주던 친구들을 묻기도 했다. 독일 아이와 폴란드 아이 모두 말이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아이들은 엉엉 울었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도, 성당에 다니는 아이도, 엄마 아빠가 나치 당원이건, 혹은 공산주의건 구분하지 않고 말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자신들은 따뜻한 나라에 꼭 가자고 약속했다. 희망을 가슴에 품고 일어섰지만, 굶주린 이 아이들의 행로가 얼마나 고달펐을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니 혹여 이 아이들이 먹을 걸 좀 훔쳤다고 손가락질하고 욕하지 말았으면 한다.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가난한 농부들을 또 나무라지 말자. 그네들도 굶주리고 있었으니까. 문득, 영화 '사라의 열쇠'에서 사라를 외면하려다가 결국 목숨 걸고 구해준 노부부가 떠오른다. 가슴이 아리다.

 

아이들은 남쪽으로 향하다가 전나무 숲 가운데서 군인 아저씨를 만났다. 총을 맞고 죽어가는 아저씨를 아이들은 이레 동안이나 정성껏 간호했다. 아저씨는 '빌고라이'로 찾아가라고 일러주었다. 온몸이 불덩이 같던 아저씨가 여드레째 날 저 세상으로 가면서 아이들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꺼져가는 생명줄을 지키려고 한 고마운 마음들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이다. 전쟁으로부터 안전했을 조용한 마을 빌고라이. 아이들은 빌고라이를 향해서 여정을 재촉했다. 하지만 눈더미에 파묻혀 있던 표지판은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적군을 속이기 위한 방책이었겠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엉뚱한 곳으로 가고 말았다.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는 빌고라이에 아이들은 얼마나 절망을 느꼈을까.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탱크가 지나가고 총소리가 울렸다. 몸을 피해가면서 숨죽이며 걸었던 가엾은 아이들. 추운 겨울이 깊어가면서 쉰다섯 명 아이들을 보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은 사라졌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굶주리고 있을까.

 

해가 바뀐 다음해 1월 폴란드의 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삐쩍 마른 그 개의 목에는 두꺼운 종이 한 장이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살려주세요!

길을 잃었어요.

우린 모두 쉰다섯 명이예요.

이 개를 따라오면

우리를 찾을 거예요.

우리를 찾아올 형편이 안 되면

이 개를 그냥 쫓아 버리세요.

제발 죽이지 마세요.

우리가 어딨는지 아는 건

이 개뿐이니까요.

 

마음을 뒤흔드는 글이다. 절박함에 호소하는 간절함이, 그 와중에도 개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굶주림에 헉헉거리는 농부들이 이 글을 보았고 1년 반이 지났다. 개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길에서 굶어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굶주림에 지친 채 헤매었을 개의 마음 역시 절절하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고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고통을 주지만, 언제나 약자에게 더 가혹하고 더 폭력적이다. 여자와 노인,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브레히트는 이 시를 눈물과 함께 썼을 것 같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썼으리라. 그 자체로 송가가 되고, 영가가 될 그의 시...

 

브레히트는 '다음에 태어나는 사람들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정말로

내가 사는 시대는 어둡다!

도대체 어떤 시대인가,

지금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렀던 그 시대보다 지금은 밝은 시대냐고 묻게 된다. 어두운 얼굴도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내가 사는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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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친구 할래? 내책꽂이
수지 모건스턴 지음, 클로드 K. 뒤부아 그림, 김영신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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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모건스턴 답게 예쁜 글이다.

주인공 마리는 시골 집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시골 생활에 깊은 로망을 갖고 계셨다. 두분은 완벽한 결정이라고 여겼지만, 파리에 정든 친구들을 두고 온 마리는 불만이 많았다. 낯선 학교와 선생님, 게다가 단짝 친구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여러모로 마리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마리였다. 그래서 마리는 질문지를 만들었다. 20개의 질문을 담아서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인 것이다.

 

마리의 질문 내역을 보자. 아주 귀엽다!

1. 케첩이 좋아, 마요네즈가 좋아?

2.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 듣는 것이 좋아?

3. 단짝 친구가 있니?

 

난 케첩이 더 낫다. 마요네즈는 칼로리가 후덜덜해 보인다. 그렇지만 참치를 볶아서 마요네즈 발라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밌긴 하지만,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단짝 친구는 요즘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있다.

 

4.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좋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좋아?
5. 고민이 있니? 제일 무서운 게 뭐야?
6. 친구랑 싸운 적이 있니?

 

4번의 질문은 둘 다 가능한 친구가 가장 좋다. 그렇지만 완벽한 합집합은 좀 힘들겠지? 어느 정도는 교차하고 어느 정도는 어긋나는 법이니까.

 

7번은 사진에 나와 있다. 난 나랑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반대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불편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어떤 감정일 것이다.

 

8. 용감하게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할 수 있니?

9. 친구가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할 수 있니?

 

예스!가 바람직한 답이지만, 가끔은 그러기 힘들 때도 있음을 인정한다. 부끄럽다.

 

10. 수다를 좋아하니?
11. 무슨 이야기를 좋아해? 친구? 옷? 만화 영화? 학교? 유령?

12. 친구는 왜 필요할까?
13. 웃는 것을 좋아하니?
14. 장점은 뭐야?
15. 단점은 뭐야?

 

마리의 질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볍게 대답할 수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기도 하다.

 

16. 너를 실망시킨 친구가 있니?

 

나를 실망시키는 친구도 속상하지만, 내가 친구를 실망시키는 건 더 두렵다.

 

17. 친구란 뭘까?
18. 학교가 끝난 후에는 뭘 하니? 심심하고 지루할 때는 뭘 하니?
19. 너의 비밀과 슬픔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니?
20. 나랑 친구 할래?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0번이었는데, 그걸 끄집어내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마리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면 멋진 친구가 될 거라고도 여긴 것이다. 어린아이답고, 순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다.^^

 

 

학교를 쉬는 수요일엔 옆집 할머니가 마리를 돌봐주셨다.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화초를 심는 일을 함께 해주는 할머니가 참 근사하다. 게다가 지혜로운 말솜씨까지! 역시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혜롭게 늙어야 할 텐데...

 

마리는 옆집 할머니네서 방석 두 개를 빌려서 쉬는 시간마다 학급 아이들을 초대해서 질문을 건넸다. 그렇게 해서 자신만의 단짝 친구를 찾으려고 한 것인데 영 신통치 않다. 다행히도 똑똑한 마리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저런 질문지부터 앞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비교적 빨리 깨닫는다. 더 용감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마리가 전학을 간 학교에는 마리처럼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익숙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등장할 수 있는 어려움이다. 그걸 피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인 아이들은 곧 좋은 친구를 만든다. 친구만들기와 우정에 대해서 고민할 법한 어린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예쁜 책이다.

 

 

수지 모건스턴의 글들은 무척 기발한 편이지만, 그 바탕에 따뜻한 배려와 감동이 늘 깔려 있었다.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 책은! 표지도 예쁘지 않은가.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장자끄 상뻬 그림이 좀 더 여성스럽게 변하면 이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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