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까미 황마훔 책내음 창작 1
이성자 지음, 김창희 그림 / 책내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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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에게 새 짝꿍이 생겼다. 눈이 크고 얼굴이 거무스레한 여자 아이. 아주 짧은 머리는 젤을 발랐는지 소나무 이파리처럼 뻣뻣하게 솟은 아이였다. 친구들은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했는데, 이 아이는 자기 소개가 유별났다. 

"내 이름은 황마훔이야. 아빠는 한국 사람이고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지.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특히 달리기를 잘해. 별명은 까미. 안양 할머니 집에 가면 까미 소나무도 있어. 작년 식목일에 삼촌이 심어 준 거야. 그리고 난 돼지고기 절대 안 먹어!"

 

색깔이 분명한 자기 소개다. 모두가 궁금해 할 피부색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고,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도 밝혔고, 자신에게만 있는 독특한 특징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에겐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도 같이 밝혔다.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이다. '마훔'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밝히지 않아서 아쉽다. 순수 우리말인지, 필리핀의 어떤 말인지 궁금했는데 말이다.

 

자기 소개를 할 때 이렇게 각별한 느낌을 담아서 하는 조건을 내주면 좋겠다. 당장에 머리는 아플 수 있지만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재밌고 유익할 것이다. 아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 상상해 보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자신의 별명을 '까미'라고 했던 마훔이는 현규에게도 대뜸 별멸을 물었다. 현규의 별명은 '쌩영감'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쌩~하니 제 할일 하는 현규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짧은 문장 받아쓰기는 아이들에게 대재앙이다. 게다가 마훔이에겐 날벼락 수준. 우리 말을 제법 잘 하지만, 받아쓰기는 만만치 않다. 세종대왕님께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시험지를 보니 억울하게도 생겼다. 파랑이나 파란이나 의미는 같은데 점수는 빵점! 그래도 우리나라 학생들을 포함, 어른까지도... 대개의 사람들이 평생 영어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의 총합을 생각한다면 일방적인 설움은 아닐 것이다.;;;;

 

"선생님, 한글은 도대체 네모랑 동그라미가 왜 이렇게 많아요?"

라고 따지듯 묻는 마훔이. 그러게! 생각해 보니 한글에는 네모도 많고 동그라미도 많고... 이미지로서 떠올려도 훌륭한 디자인이 되는 예쁜 한글이다. 그제야 다들 놀랐다는 듯 네모와 동그라미를 세어 본다. 내가 방금 읽은 첫번째 문장에도 벌써 9개나 들어 있다. 재치가 넘치는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읽기 책의 문장 한 줄을 정해서 네모와 동그라미를 세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네모 동그라미 찾기' 게임! 

 

복도에서 뛰어놀지 않고도, 앉은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내는 이 창의력 넘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세종대왕께서도 대견해 하실 것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마훔이는 급식을 배식 받고서 탕수육을 모두 버리는 바람에 아이들의 지탄을 받았다. 자신들에게는 더 먹고 싶어 안달인 맛있는 탕수육이었으니 수근거림이 더 컸을 것이다. 아이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 속에서 담임 선생님은 꽤 지혜롭고 공정하게 문제들을 해결해 가셨다. 그래도 누군가는 불만이 남았겠지만, 줄곧 보아온 바로는 꽤 근사한 선생님이시다. 어쩐지 부럽다!

 

현규는 탕수육 사건을 고자질 하는 바람에 토라진 마훔이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 바람에 '마늘 사건'도 벌어졌고, 이래저래 속이 상한다. 급기야는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둘은 다시 사이 좋은 친구로 돌아간다. 함께 숙제도 하고, 곧 다가올 생일 잔치에 초대도 한다.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서 하림이네 짜장면 집에서 잔치를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마훔이다. 자신이 처음으로 받아본 생일 초대장인데 친구들과 다른 메뉴를 먹고 싶지는 않은 마훔이 때문에 현규는 고민이 크다. 그렇다고 생일의 주인공인 자신이 손해를 보고 싶지도 않다. 이는 곧 엄마들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비교적 잘 넘어갔다. 조금 토라지는 녀석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들에서 아이들은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을 것이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지만 친구를 위해서 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분명 깨달았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참 즐거웠던 부분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아주 적절한 곳에서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짜장면을 '잘근잘근' 씹으며 연방 웃고 있는 마훔이라든가, 볼이 터지도록 자장면을 불근불근 씹는 현규, 쫄깃쫄깃 맛있는 짜장면 등이 그렇다. 다같이 먹는 똑같은 짜장면이지만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의성어와 의태어가 변한다. 우리 말의 묘미다.

 

또한 캐릭터 역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줄 만큼 차별화 되어 있고 그마저도 또 성장한다. 귀엽다는 칭찬에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며 넉살 좋게 굴던 마훔이는 친구의 생일에 자신만의 특수성을 내세워 요구하는 바가 많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그런 것이 누군가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사과할 줄도 알게 된다. 현규와 다른 친구들도 서로 견제하며 토라지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기쁜 일이 내게도 기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예쁜 녀석들이다.

 

돌아온 식목일에 까미네 할머니 집에서 삼촌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이름을 건 소나무를 심는 아이들. 소나무와 함께 아이들의 우정도 식목일에 새롭게 태어났다. 부디 이 아이들의 우정이 소나무처럼 늘 푸르게 자랐으면 좋겠다. 비록 아주 천천히라 할지라도!

 

'우정은 배려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작가님 또한 후기에서 밝히셨다. 당연히 동감한다. 비단 어린이들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배려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다.

 

덧글) 오타가 있다. 후기에 '산에 사는 사무들이'라고 나온다. '나무'라고 고쳐야겠다. 요며칠 동안 읽은 책 중에서 오타가 없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누가누가 더 많이 틀렸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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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4-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줄줄이 오타 발견했어요. 왜 그렇죠. 편집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짓눌리고 있는 걸까요? 중학년 정도 읽기에 좋을 동화로 여겨지네요.

마노아 2011-12-19 10:30   좋아요 0 | URL
편집자님들의 직무유기 같아요.ㅎㅎㅎ 실수는 가능하겠지만 심하게 오타와 비문이 많으면 성실성을 의심하게 되어요. 저는 이책 초등 고학년이면 되겠다 여겼어요. 등장인물들이 초등학생이면 으레 그리 생각하게 되나봥.^^

희망찬샘 2011-12-19 18:23   좋아요 0 | URL
저도 오타 투성이군요. 왜 그렇죠--->? 추가 / 과도한 업문--->업무 !!! ㅋㅋ~ 물론 다 이해하고 보셨겠지만요. 지금 초등 저학년 중학년 도서 찾고 있거든요. 안 읽은 책인지라 마노아님 의견 따를래요. 초등고학년!

마노아 2011-12-19 23:24   좋아요 0 | URL
조카가 이제 초등4학년이 될 차례인데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줄 책에 포함시키려고 해요. 이해할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헤헷^^ㅎㅎㅎ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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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와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에 그림을 그린 캐롤라인 제인 처치가 역시 그림을 담당한 신간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돌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고, 그 과정에서 아기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겪는 즐거움에 대해서 표현하였다.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든 겪어보았을 보편적 감정이고 그래서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돌잡이 아기(사실은 그 아기의 가족)에게 주기 좋은 선물로 구성되어 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이렇게 눈을 뜨고 있고 이렇게 '멀쩡하게' 예쁘지는 않다만.... 이상하게도 내 가족은 이렇게 예뻐보인다. 조카들이 태어났을 때, 신생아실에 있던 다른 아기들은 모두 꼼지락 거리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건만, 유독 우리 조카만 멀쩡하게 보이고 유난히 빛나 보였다. 아,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가봐....

 

큰 조카가 태어나던 날은 신생아실 앞에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이 가장 선명하다면, 둘째 조카는 일주일에서 이주일 되었을 무렵의 모습이 생생하다. 가뜩이나 9개월 만에 태어난 터라 더 가벼웠던 다현양은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도 몹시 조심스러워서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모른다. 그때는 언니네 집이 지금처럼 가깝지가 않아서 현관을 나서다가 아쉬워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건만 벌써 만으로 다섯 해도 더 지나버렸다.

 

 

세균 감염이라도 될까 봐,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감히 뽀뽀도 양껏 하지 못할 만큼 조심스러웠다. 입에다가 하고 싶은 걸 꾹 눌러 참고 뺨에다가만 살짝 입을 맞추면, 그 보드라운 피부가 주는 감촉에 자지러지게 웃고 좋아했다. 날마다 보는 사이가 아니었던 그때는, 오랜만에 만나면 아기가 낯설어 하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 앞에서 내가 재롱을 떨고, 아기가 까르르 웃게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까꿍 놀이는 필수요, 하지도 못하는 성대모사를 동반하고, 온갖 '쇼'를 다 해내었던 그 기억들이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아기는 재채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웃고, 간지럼을 태우면 부서질 것처럼 몸을 흔들며 웃는다. 내가 부를 줄 아는 모든 동요를 다 부르고, 좋아했던 만화영화 주제곡을 오랜만에 1.2절 다 부르고, 그러다가 가사가 생각이 안 나서 멋대로 지어도 부르던 그 기억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도 조카를 갖게 되면, 그때 또 나같은 이모가 되고 또 그런 엄마 아빠가 될 테지...

 

 

 

아기가 처음으로 목을 가누던 날, 혼자서 기던 날, 혼자서 앉고 혼자서 물건을 잡고 일어서고 마침내 걷기까지 하던 그 모든 과정들은 실로 경이로웠다. 언제 이 다음 단계를 할까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 어느 틈인가 그것들을 모두 해내고 그 다음 단계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앙증맞은 입술 사이로 뾰족한 이가 삐져나와서 손가락을 콱 물기라도 하면 아얏! 과장된 소리도 내보고,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빨아서 단단하게 만드는 재주도 구경하게 된다. 이 무렵에 만나는 책은 책이 아니라 그저 장난감이다. 빨고 물고 뜯어내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한다. 아이는 모험가이고 도전자이며 개척자다.

 

이런 아기가 옹알대던 그 입술을 열어 마침내 '엄마'라고 발음을 하면, 온 집안에 경사가 난 듯 전화통에 불이 나고 그 장면을 찍어야 한다, 녹화를 해야 한다 부산해진다. 그리고 내 아이가, 우리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도 된 것처럼 자부심에 불이 붙는다. 사실 나의 조카들은 둘 다 말이 많이 느렸고, 걷는 것도 느렸으므로 그런 착각은 해보지 못했다. 너무 늦어져서 걱정은 해 보았지만..^^

 

 

 

그렇게 단계단계 차분히 밟아 마침내 돌잔치를 할 무렵이 되면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어른들은 또 얼마나 바빠졌던가. 백일 무렵에는 혼자 앉을 수 있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오고, 돌 무렵에는 걸음마가 되면 또 사진이 폼이 나지만... 우리 조카들은 역시나 늦었다. ㅎㅎㅎ

 

다현양 돌잔치 하던 날의 사진이다. 쇼핑몰 하던 언니가 갖고 있던 촬영 장비를 동원해서 집에서 찍었다. 바닥에 깔아놓은 밍크털을 가장한 저 털뭉치 옷은 올해 입었으면 유행했을 옷인데 작년인가 아름다운 집으로 보내버렸다. 아까비...ㅎㅎㅎ

 

아무튼 저날, 밤새 풍선 부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어줍잖은 실력으로 풍선으로 강아지 만들고(언니가 동영상으로 익혀왔다.) 조그마한 촛불을 테이블 따라 모두 세우고 불 붙이느라 또 애 좀 먹었다. 그렇게 소란을 떨고 요란을 떨었지만 그 수고도 모두 좋은 추억이 되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물어보면 해줄 이야기가 참 많다.

 

오늘은 인화된 사진을 스캔해서 디지털 작업으로 바꾸는 쿠폰의 마지막 사용 날이었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집에 있는 앨범들을 모두 들여다 봤는데, 어릴적 사진들을 보니 콧등이 잠시 시큰! 여유롭지 못한 생활 탓에 어릴 적 사진이 많지도 않았고, 온 가족의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 또는 행복에 겨운 모습 등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많지 않은 그 사진들이 찍혀질 당시, 내 부모님은 우리들을 보면서 자그마한 행복을 느꼈을 거라고 짐작해 보았다. 금세 금세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두려움도 느끼고 막막함도 느꼈겠지만, 한편으론 또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하고 사랑스러웠을까, 내 멋대로 상상해 보았다. 부모라면 필히 그랬을 거라고...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아름답게 태어난다. 그 아이들은 당연히 사랑 받아 마땅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받기 위해, 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이다. 그렇게 값지게 태어난 우리이니, 지금 이 순간도 살며, 사랑하며, 그리고 행복해야 한다. 당신 옆의 사람들과 더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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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5 - 열려라! 열 개開 손오공의 한자 대탐험 마법천자문 5
시리얼 글 그림, 김창환 감수 / 아울북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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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네 집에 마법천자문이 몇 권이 있냐고 물었더니 달랑 한 권 있다고 한다. 그것도 1권이 아닌 5권. 1~4권은 도서관에서 읽고 5권만 산 것일까? 뒷권은 왜 없는지랑 물어봐야겠다.

 

1권부터 보지 못했지만 5권부터 본다고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등장인물 설명이 되어 있고!

 

 

이 인물들이 마법천자문 조각을 지키거나 되찾아오는 임무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그 천자문을 모아서 부활하려고 하는 대마왕의 음모가 있다는 것은, 척 봐도 딱이다.

 

 

책 한 권에 등장하는 한자를 몇 자로 정해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이렇게 20자만 등장한다. 심하게 어렵거나 심하게 쉽지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한자들이다.

 

처음부터 보질 않아서 주인공들이 마법 한자 주문을 어떻게 익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아이들은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한자들을 사용하면서 지혜롭게 군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막강한 상대에게 찾을 탐! 주문을 써서 약점을 찾아내고, 한 방 먹고 정신을 잃은 친구에게는 기운 기! 주문을 써서 일으켜 주었다. 정말 마법 같은 일이긴 하지만 꽤 그럴싸하며 또 몹시 탐나는 주문들이다.

 

 

게다가 들을 문과 물을 문의 차이점까지 은근슬쩍 설명하면서 한자 학습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이고 있다. 누가 생각해 낸 묘안인지 모르겠지만 대박 설정이다. 

앗, 세장의 사진을 멋드러지게 배치한다는 것이 흰 배경 덕분에 휭~ 해보인다. 나의 실수!

 

열려라 열 개! 주문은 '열려라 참깨!'를 떠올리게 해서 재밌었다. 꽤 상승 마법에 속하는 없을 무! 주문은 쓰고 난다음에 기력 소모가 커서 반격의 여지가 있는 주문이다. 모 아니면 도 주문이랄까. 용맹한 호랑이 주문도 마음에 든다. 글자로 싸우는 거라면 상상의 동물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늘을 날며 불도 뿜어내는 용도 부를 수 있고, 전설의 새도 불러내며, 내친김에 사방위 신을 다 모아서 싸울 수도 있겠다. (뒤에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아직 못 봤지만....)

 

문득, 어릴 적에 즐겨보던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떠올랐다. 노래에도 나오는데 '하루에 한 가지, 바람돌이의 선물'처럼 이런 주문을 하루에 하나씩만 쓸 수 있다면, 개인적 욕심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선한 동기로 쓸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가장 먼저 빌어볼 소원은 어제 날짜로 1000회 집회를 가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한을 풀어주는 것! 진정 꿈같은 일이지만 그런 생각이 났다. 이런 걸 한자로 풀어내려면 어떤 단어가 필요하려나. 해원(解冤)! 이런 단어면 될까.

 

 

꽤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이야기가 끝이 났는데 모험이 진행되는 한 이야기는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겠다. 그러니 다음 권을 또 눈독들일 수밖에.

 

뒷부분에는 등장한 한자들에 대한 풀이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부록처럼 들어 있다. 그래, 이 정도 수고는 해줘야 저 한자들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지!

 

요새는 초등학생들이 한자 자격증 따는 열풍이 거세던데, 그 기운에 맞추어 시의적절한 기획의 책이다. 물론, 출간된지 꽤 된 것을 내가 늦게 알아본 것이지만.

 

 

이 책의 한자마법을 함께 만든 아이들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로 함께 만들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도움이 된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궁금하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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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2-1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오오오옷- 호피 무늬!!!!!!!!
호피 무늬 가방도 아니고 모자도 아니고 외투도 아닌, 무려 무려 블라우스!!!!!
게다가 비로도? 벨벳!!! ^^;; 신선합니다. 으흐흣.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요^^
근데 호피무늬가 참 잘, 어울리심^^;;;

마노아 2011-12-15 23:4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정확히는 호피무늬 원피스입니다. 쟤는 블랙 계열인데 황금색 계열도 한 벌 있어요.
내가 샀으면 엄두가 안 났을 텐데 언니가 파는 옷을 제게 주었어요. 따뜻해서 자주 입고 다녀요. 근데 호피무늬 플랫 슈즈는 너무 벗겨져서 실패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12-1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천자문도 마법천자문이지만,
알라딘 서재 메인에 뜬 마노아님 사진 보고 냉큼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나날이 풋풋해지셔도 되는겁니까, 그리고 호피 무늬옷 정말 잘 어울립니다.

마노아 2011-12-16 02:25   좋아요 0 | URL
우헤헷, 저기 떡볶이집인데 제 옷이 가장 화려했을지 몰라요.ㅎㅎㅎ
입어보지 않았으면 어떤 느낌일지 몰랐을 옷이에요. 가끔은 이런 옷도 입으면 좋아요. 기분전환이 되어요. 호호홋!ㅎㅎ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문영미 지음, 이광익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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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동물에 대해서 무척 혐오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엄마의 영향으로 나도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간혹 예쁜 강아지를 보면 귀엽다!라는 소리는 해도 손을 내밀어 만져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개에게도 그런 모양새니 사람에게 예민하게 구는 고양이는 언감생신일 뿐!  

그렇지만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등을 접하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든다. 사실 아직도 고양이를 키우거나 따뜻하게 만져볼 엄두는 전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요물이나 마물처럼 느껴지던 어린 시절의 공포감은 벗어 버렸다. 그 정도라도 어디인가.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와 친구가 된 열살 소녀 한지민의 일기를 빙자한 길고양이 성장기를 담고 있다. 

맨 처음에는 배고픈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 게 시작이었다.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 중 한 마리가 지민이네 집에 정착하면서 징기스칸에서 따온 '카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본능을 여전히 갖고 있는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지구를 점령한 고양이이니 징기스칸의 이름이 버겁지 않다. 그렇지만 사막에서도 살고 추운 지방에서도 사는 고양이라니,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지민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지민이의 도전기에 따라 독자도 고양이에 대한 놀라운 세계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출산 흔적을 지운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새끼 고양이가 희끗한 주머니에 싸인 채 태어나는데, 그게 바로 태반이라고 한다.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동물들로부터 공격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태반을 씹어 먹는 어미 고양이. 어째 좀 으스스하긴 하지만 그게 곧 생존본능이고 나름의 지혜로운 전략일 것이다. 

 

고양이 꼬리하면 가제트에 등장하던 악당 '제트'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칠 때 잠자고 있던 고양이 꼬리가 밟혀서 카악!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럴 때의 고양이는 마지막 그림처럼 '나 건드리지 마!'하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어휴, 무서버라!! 

고양이니까 당연히 생선을 가장 좋아할 거라고 여겼는데, 사실 고양이는 모든 고기를 다 좋아하는 육식동물이라고 한다. 아, 이 자그마한 몸체에서 '육식'이란 단어를 들으니 좀 후덜덜하다. 고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이지만 우리가 먹는 양념된 참치 캔을 주는 건 금물이라고 한다. 인간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양념이 강해서 고양이에겐 해롭다는 것이다. 오호, 그런 면에서도 확실히 키우기에는 개 쪽이 더 편해 보인다. 물론, 내가 키울 생각은 여전히 없지만....;;;; 

지민이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차츰차츰 고양이 도사가 되어간다. 거기에는 부지런함은 필수요, 무엇보다 '애정'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고양이를 반기지 않았던 식구들도 차츰 카니에게 중독되어 간다. 아파트 생활이 익숙한 친구들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지민이네 집으로 놀러오고 싶어한다. 카니는 동네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새끼 고양이의 입양은 태어난지 8주 정도 지났을 무렵이 가장 좋은 거구나.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고양이를 부르는 여러 나라 말도 재밌다. 

영어로는 캣
일본어로는 네코
중국어로는 마오
몽골에서는 머루
인도네시아에서는 구칭
터키에서는 케디
프랑스의 샤
독일의 캇체
스페인의 가토
러시아의 코트
케냐의 파카 

실로 다양한 이름들이다. 어감으로는 '샤'가 참 우아하게 들린다. 마오는 중국스럽고, 네코도 일본스럽다. 독일의 캇체도 마찬가지. 그래도 우리 입에는 고양이가 정겹다. ^^ 

 

고양이의 오감은 실로 대단하다. 저렇게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으니 야생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3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인간들의 탓이다. 인간만 편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은채 고양이는 모두 도둑 취급하고 추방하고 구박하기 바쁘니 말이다. 어디서나 자신들만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못된 심보는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고양이를 자주 만나는 사람들, 접하는 사람들은 저런 표정들을 잘 구분해낼 테지. 생각해 보면 난 아직 눈도 맞춰보질 못했구나. 정면으로 보는 것을 싫어한다고는 하지만....(확실히 비싼 녀석이다. 흥!) 

지민이는 카니를 집에 두고 스키 여행을 다녀왔다가 카니가 집을 나간 줄 알고 크게 놀라기까지 했다. 다행히 카니는 집으로 잘 돌아왔다. 발정기가 되어서 암컷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던 것일 뿐 집을 나간 것은 아니었다. 정말 집을 나갔다면 독자인 나도 무척 섭섭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음식 없이도 3주 동안 버틸 수 있고, 위기상황에서 개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햐! 역시 영물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동물인데 인간들의 가장 오랜 반려가 되어 있다는 것도 오묘하다. 심지어 한 집에서 잘 사는 개와 고양이도 있으니......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단 3년 만에 늘어날 수 있는 고양이 개체 수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아, 끔찍하다.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작업이구나....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일이지만 카니는 그림 그리는 재주까지 있었다. 그저 장난친 것에 불과하지만 인간들의 눈에는 예술하는 고양이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카니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소박한 규모지만 경매에 붙여서 그 수익금을 길고양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지민이의 생각이 참 대견하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괴롭히지 말고 친절하게 대해달라는 당부는 또 얼마나 당차고 고운가. 나 역시 그곳에 모인 사람들처럼 기꺼이 박수를 치고 싶다.  

고양이에 대한 사전적 정보가 많아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건만, 그것을 지민이가 카니를 만나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덮어 이야기와 온기를 보태었다. 이렇게 친해지다 보면 언제고 나도 고양이 앞발을 만지작거리며 그 촉감에 행복해하는 날도 오겠지? 그랬으면 좋겠다.(아직까진 키워보고 싶은 욕구는 솟구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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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2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2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그 2011-12-06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에겐 너무 어려울까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사주려고 모으고 있거든요. ^^

마노아 2011-12-07 00:10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학년이 읽기에는 글밥이 많은 편이에요. 그림 위주로 본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특히 고양이를 좋아한다면요. 이 책 사면 고양이 사료도 주었는데 지금도 주는지 모르겠어요.^^
 
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그림책 보물창고 14
더글라스 우드 지음, 존 J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포토리뷰로 올리려고 했는데 계속 오류가 생겨서 사진이 안 올라간다. ㅠ.ㅠ 

 

옛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땅이 있었다.
그 땅에서는 돌이 가르침을 주고 바람이 말이 되고,
강물이 거울이 되고 나무는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 아득하고도 아름다운 땅에 진실이 떨어졌다.
밤하늘 별로부터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던 진실은, 그만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한 조각은 불빛을 내뿜으며 밤하늘 어딘가로 사라졌고 다른 한 조각은 아름다운 땅 위로 떨어졌다.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여우, 코요테, 너구리 같은 동물들도 곧 진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진실 조각이 너무 날카로워 가져가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그 빛이 서서히 아름다움을 잃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조각난 진실은 필요 없어. 완전한 것을 찾을 거야." 

나비와 곰 역시 진실을 발견하고는 그 달콤함에 빠져들었지만 그 끝에 쓴맛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진실에는 뭔가가 빠져 있어." 그들 역시 진실을 떠났다.  

반쪽짜리 진실의 위험함과 무용성에 대해서 동물은 먼저 알아차렸다. 인간들보다 지혜롭다.
조각난 진실이라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서 덤벼들 이라고는 역시 인간들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이 진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조각난 진실 조각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이던가. 그 자체로 '완벽'해 보였다. 진실은 오직 나만을 위해서 빛나는 것 같을 것이다. 남자는 참으로 자랑스럽고 행복해 했다. 

남자는 자신과 더불어 살고, 자신처럼 말을 하고, 자신처럼 생긴 사람들에게 그 놀라운 진실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새로 발견한 진실을 소중히 간직하며 그 힘을 믿기 시작했다. 이제 진실은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바람과 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진실의 소리만 들었다.
또 강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것들과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진실만을 볼 뿐이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진실'이라고 불렀다.

자신과 더불어 사는, 자신처럼 생긴 사람들에게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흠칫 놀라고 만다. 여기에 어떤 편견과 차별이 들어가 있을까. 그들만의 진실로 남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위대한 진실이 사실은 위대한 '착각'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위험한 진실이 아닐까 싶어서...... 

사람들은 진실 때문에 자랑스러움과 강인함을 느꼈고 행복해 했지만,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땅 위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나 다른 사람들이 점점 쓸모 없게 느껴졌다. 이제 바람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도 않았다.  

역사 속에서 이렇게 위험한 장면들을 얼마나 많이 마주쳤던가. 그 끝의 비극적 귀결도 빤히 보인다.  

이후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조각난 진실을 빼앗고 빼앗기기를 반복했다.
진실의 힘과 아름다움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돌과 나무, 그리고 바람과 강물은 고통스러워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다. 

더 가지려 하면 할수록 더 허기져 하고, 더 들이키려 핤무록 더 목마름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고통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느 날, 작은 소녀가 지혜로운 거북을 찾아 나섰다. 소녀는 '상상의 산'을 넘고 '호기심의 강'을 건너고 '발견의 숲'을 헤치며 먼길을 갔다. 동물들은 소녀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마침내 세상 한가운데 있는 큰 언덕에 도착한 소녀. 거북을 만났을 때 소녀의 두 눈에는 경이로움이 가득 찼다. 소녀는 거북에게 지혜를 구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던 것이다. 

 

거북은 소녀에게 또 다른 진실 한 조각의 존재를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또 다른 진실 한 조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소녀는 잃어버린 조각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다시 물었다. 지혜로운 거북이 답을 준다. 

진실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 가지 진실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실이 수많은 진실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고...  

존 무스는 '禪'적 가치를 중시하는 글을 많이 써 왔는데, 이 책의 저자인 더글라스 우드 역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이쪽의 전문가인 존 무스의 그림은 그런 글의 가치를 200% 이상 보여주는 그림으로 호흡을 맞춘다. 색깔의 변화는 계절의 변화와도 같고 세상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소녀가 건너왔던 상상의 산과 호기심의 강과 발견의 숲을 보여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설명해주는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거북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돌아오는 소녀의 뒤로 인간들을 떠났던 동물들이 뒤따른다. 변화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인간에게서 희망을 본 까마귀가 그동안 진실을 감춰두었던 곳으로 소녀를 인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제 짝을 찾은 두 조각의 진실! 

'당신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 

아, 이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와락 눈물이 솟았다. 며칠 동안 황폐했던 마음으로 통 웃어지지가 않았는데, 울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문장보다도 더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다. 그들 역시 소중합니다... 그 그들 안에 나도 있고 우리가 있다. 우리 모두가 있다.  

 

다시 아름다운 땅에서 나무가 사다리처럼 별을 향해 올라갔고, 강물이 거울처럼 반짝였다. 사람들은 이제 바람이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진실들은 밤낮으로 눈과 비처럼 부드럽게 찾아왔고, 사람들은 그 작은 진실들을 마음 속에 고이 간직했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반쪽짜리 진실은 아무리 아름다와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그리고 위험하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작은 진실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꾸 찾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꿈꿔본다. 감동 받고, 그래서 가슴이 벅차지는 모습도 그려본다. 상상으로도 아름답다. 그들이 찾아갈 진실 한 조각을 떠올린다. 내가 찾아야 할, 그래서 맞춰야 할 진실도 떠올려본다.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우리의 세상을 그려본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추운 밤 옷깃을 여미고 길을 떠나야겠다.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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