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말 멋져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3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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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르스는 난폭하고 심술궂고 뻔뻔스러웠으며 자기 밖에 모르는 공룡이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나타나면 모두들 도망가기 바빴다.
티라노사우르스는 도망가는 스테고사우루스들을 쫓으며 약올리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벼랑 끝이 무너지면서 바다에 빠지고 만다.

괴로운 나머지 아무나 도와달라고 소리쳐버린 티라노사우루스!
그 소리를 누군가 듣고는 도움이 되어주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구해줬을 뿐아니라 상처까지 핥아 주며 도움을 준 이는 에라스모사우루스였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존재를 몰랐던 에라스모사우루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조개를 잔뜩 가져다 주었다.

은인이자 친구가 된 에라스모사우루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티라노사우루스는 자신의 과거를 포장해 버렸다. 나아가 자신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닌 척도 했다. 오죽이나 잘 보이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둘은 친구가 되어 함께 산책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좋은 시간이 흘러갔다.

육식을 좋아하던 티라노사우루스는 빨간 열매를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더랬다. 미야니시 타츠야의 공룡 시리즈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바로 그 빨간 열매다.
그러나 바로 그날, 친구 에라스모사우루스는 난폭한 몰속 공룡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

생애 첫 친구이자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와의 이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난폭하고 뻔뻔한 공룡을 상냥하고 멋진 친구로 만들어준 고마운 이였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이 이별로 큰 변화를 겪고 말 것이다.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아무래도 첫번째 책의 감동에는 덜 미치지만, 끊임없이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책은 고맙다.

비슷한 감동으로 가부와 메이 시리즈도 추천하고 싶다. 서로 천적 관계인 늑대와 염소의 아주 깊은 우정 이야기이다. 서점에서 서서 읽다가 와락 눈물이 나왔던 뜨거운 기억이 있다.

서로 천적에 가까운 이들도 이렇게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일이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장 가까워져야 할 대상이 있다. 잡아먹힐 위험도 없건만 참으로 친해지기 힘든 상대.... 우리 사랑을 그 누가 시기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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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인형의 눈물 웅진 세계그림책 123
마저리 윌리엄즈 지음, 고향옥 옮김, 사카이 고마코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9월
절판


벨벳 천으로 만든 이 토끼 인형이 소년에게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눈부신 자태랄까. 토끼 인형을 선물로 받은 소년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나 곧 다른 선물들이 쏟아졌고, 소년은 금세 인형을 잊어버렸다. 덕분에 벨벳 토끼는 아이 방 한쪽 구석, 장난감 선반에서 살게 되었다. 그곳에는 서로가 자신이 진짜라면서 으스대는 장난감들이 가득 있었다. 여기서 벨벳 인형은 '진짜'란 소년이 진짜 친구로 대한 장난감으로, 마법이 일어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년의 품에서 잠들게 된 토끼 인형. 이때부터 소년은 이 벨벳 인형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토끼 역시 소년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아졌다. 아이가 이불로 만든 토끼 굴이 재밌어 보인다. 나도 어릴 적에 저런 식으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봄이 되자 아이는 벨벳 토끼와 함께 마당에 나가 놀았다.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지만 그 덕분에 벨벳 인형은 매일매일 더러워져 갔다. 그래도 행복했던 것은 물론이다.
눈부신 여름날, 벨벳 토끼는 나무 둥치 앞에서 진짜 토끼를 만났다. 자신처럼 바느질 자국이 있는 인형이 아닌 살아있는 토끼였다. 벨벳 인형이 받았을 충격의 크기가 상상이 간다. 자신이 진짜라고 여겼는데,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진짜를 만났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이는 병이 나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은 방을 소독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결핵 같은 게 아닐까.
하여간 그 바람에 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과 책들이 모조리 태워질 운명이 되고 말았다. 토끼 인형은 그야말로 세균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벨벳 토끼는 이렇게 마지막을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곧 불에 타버릴 운명. 슬펐다. 서러웠다. 그 바람에 눈물이 솟았다. 다시는 아이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사랑을 받았는데 헤어져야 하다니, 토끼 인형의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그런데, 그 눈물이 기적을 일으켰다.
아이 방의 요정이 나타나 토끼인형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받았던 존재가 '진짜'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다시 몇 번의 계절이 돌고 돈 뒤, 아이는 숲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이상한 산토끼를 만났다. 그 토끼에게서 아팠을 때 잃어버린 옛 토끼 인형을 떠올렸음은 물론이다. 그것이 '진짜' 우정을 나눈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 물론 아이는 몰랐겠지만...

피노키오도 진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코가 길어지기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기어이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진정한 마음을 갖고나서야. 토끼 인형도 그랬다.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고, 진정으로 사랑 받았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각별한 존재가 되었다면 '진짜'라는 말이 아깝지 않으리라.

이 책은 버전이 무척 많은 편인데 전반적으로 감동적이고, 동시에 조금은 서글프다.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의, 인정받고 싶은 어떤 잉여적 존재의 서러움이 느껴져서일까. 아무튼, 토끼 인형은 진짜가 되었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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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8-2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학생때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있어 의아했는데, 버전이 많군요~

마노아 2012-08-25 00:08   좋아요 0 | URL
오래된 이야기인가봐요. 여러 작가들이 다시 그렸더라고요.^^
 
너를 보면 - 사랑하는 아들에게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5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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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너의 노란 컵이, 너를 깨우는 노랫소리가, 비스듬히 비치는 아침 햇살이, 처음 만난 잠자리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첨벙첨벙 뛰어놀 웅덩이가, 부었다 쏟았다 모래 놀이가, 마루 위를 달리는 트럭이, 벽에 표시한 연필 선이,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파란 그릇이, 빨간 공이, 쓰러진 나무가, 젖은 개의 냄새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동물 비스킷이, 일회용 반창고가, 끈으로 묶는 운동화가, 안녕히 가세요, 작별 인사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우주선 잠옷이, 우주여행 이야기가, 두려움 없는 도전이,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랑하는 아들아, 널 보면 알겠구나. 지금의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터 레이놀즈가 그림을 그리고 앨리슨 맥기가 글을 썼다. 동작가의 딸에게 주는 '언젠가 너도'로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아들 버전으로 읽어 보았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감동의 깊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모든 부모가, 모든 자식이 가질 수밖에 없는 그 깊은 인연과 감동의 크기 때문이 아닐까.

 

친한 언니는 아들이 다섯 살이 되어서야 어린이집에 보냈다. 더 일찍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 싫었다고 했다. 이 아이의 매 순간순간의 소중한 시간들을 더 오래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물론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는 것은 무한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화장실 조차도 문 닫고 들어갈 수 없는 그 갑갑한 시간을 아이를 위해서 기꺼이 감수했다. 이 책에서처럼 파란 그릇과 빨간 공, 우주선 잠옷까지 모두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아이들은 정말 빠르게 자란다. 아기들은 한 2주 정도 안 보다가 보면 그 며칠 사이 키가 자라 있고, 매일같이 보고 살던 조카들도 며칠 안 보면 눈에 아른거린다. 엄마와 아빠라면 그 그리움은 더 클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공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남자 아이와 남자 어른처럼, 이 아이에게는 커다란 상자가 큰 놀이터가 되어준다. 그리고 아이가 자람에 따라 상자는 더 이상 크지 않게 보인다. 그래도 상자와 함께 한 아이의 매 순간은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비록 내게 이 책과 같은 아들은 없지만, 책을 보는 내내 뭉클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에게 바치는 헌사 같고,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주는 선물 같다. 자매품으로 "꼭 잡아주세요 아빠"도 같이 추천한다. 뭉클하다 못해 흐물흐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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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8-2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내용을 떠나서...그림이 너무 따뜻해 보이는데요..

마노아 2012-08-23 11:16   좋아요 0 | URL
그림 안에도 사랑이 넘쳐 흐르지요.^^

하늘바람 2015-03-1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으로 보고 싶네요
근데 진짜 저런 아들 있음 밤마다 뻗어요.
제가 요즘 그렇답니다

마노아 2015-03-10 23:49   좋아요 0 | URL
엄마들은 잘 먹어야 해요. 정말 이 에너자이틱한 아해들을 하루종일 따라다니다 보면 체력이 엄청 달리는 걸 느끼죠. 엄마들이 슈퍼우먼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하늘바람님도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화이팅입니다!!!
 
진흙 거인 골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5
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 글.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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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서는 무려 천 년 동안이나 종교와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있었다. 체코인과 독일인, 신교도와 구교도, 기독교인과 유대인이 격렬하게 맞서 싸웠던 것이다. 1580년은 특히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이 기독교 아이들의 피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서 무교병을 만든다는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 소문을 곧이듣고 화가 나서 유대인들을 못살게 굴었다. 유대인들만 사는 게토 주위에 성벽을 쌓아 유대인을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다. 유대인들은 갇힌 채로 소문이 퍼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다.

 

프라하의 우두머리 랍비인 유다 로에프 벤 베자렐은 앞으로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을 알아차렸다. 유대 민족을 구하기 위해 금식 기도를 하던 중 그는 모든 것이 불타서 파괴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잿더미 사이로 '골렘'이라는 낱말이 새겨져 붉게 타오르는 것이 아닌가. 골렘은 진흙으로 빚은 다음 카발라로 생명을 불어넣은 거이니었다. 카발라는 중세에 유행한 유대교의 신비주의 교리인데 로에프 랍비는 바로 이 골렘을 만들어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차디크였다.

 

 

아침이 되자 로에프 랍비는 사위인 이차크 코헨과 수제자인 야코프 사순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다시 어둠이 깔리자 세 남자는 비밀 통로를 통해 게토를 빠져나갔다. 블타바 강의 진흙 강둑에 이르자 이차크와 야코프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자정 무렵에는 커다란 진흙 더미가 랍비 앞에 쌓였다. 몇 시간 후 랍비의 앞에는 엉성하게 만들어진 진흙 거인이 강둑에 누워 있었다. 로에프 랍비는 두 팔을 들어 올리고, 강력한 카발라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하늘 높이 올라가 생명의 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창조의 힘은 진흘 속으로 들어갔다.

 

 

랍비는 거인의 이마에다 '에메트'라는 글자를 새겼다. '진리'라는 뜻이다. 그러자 거인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더니 깨어나 버렸다.  일어나라는 명령에 골렘의 첫 반응이 놀랍다.

"아버지, 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세상에 처음 눈을 뜬 골렘은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임을 직감했던 게 아닐까.

로에프 랍비는 골렘을 서재 이 다락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골렘의 창조 이유가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유대인이 사람 피를 먹는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을 찾아내어 관청으로 데려가는 것이 골렘이 해야 할 일이었다. 골렘에게는 '요셉'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골렙은 다시 또 놀라운 질문을 던졌다.

"저는 얼마나 살게 됩니까?"

역시 이번에도 골렘은 자신의 쓸모가 사라지게 되면 제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직감했던 것일까. 랍비는 유대 민족이 더는 위협 받지 않을 때까지 살고 그 후 흙에서 왔듯이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골렘은 남다른 감성을 지녔다. 어두운 하늘이 새벽빛으로 파랗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경탄할 줄도 알았다. 그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는 인물이다.

골렘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던 많은 이들을 잡아들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공포에 질렸고, 그 크기만큼 다시 유대인들을 미워했다. 그리고 골렘은 더욱 더 큰 거인으로 성장했다. 랍비 역시 두려움을 가질 만큼.

공포와 미움으로 찌든 사람들이 성안으로 뛰쳐들어왔고, 골렘은 그들을 응징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는 도움을 입은 유대인들조차도 골렘을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프라하 성의 황제는 랍비를 불러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한 뒤, 더 이상 명분이 없음을 이유로 들어 골렘을 제거할 것을 명령한다. 랍비는 다시 유대인이 위협을 받게 된다면 더 강한 골렘이 부활할 것을 강조하며 성에서 나왔다. 랍비는 골렘에게 진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지만 골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골렘은 더 살고 싶었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경탄했던 것처럼 지는 해를 보면서도 경배할 줄 알았던 골렘이었다. 그는 아직 보고 싶고 봐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랍비는 그의 이마에 적힌 낱말에서 첫글자를 지웠다. 그러자 '에메트'는 '메트'가 되었다. 메트는 죽음이라는 뜻이다.

 

 

골렘은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쓰러져 진흙으로 돌아갔다. 절규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인다.

골렘은 그 후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전설 속에서 골렘은 여전히 살아 있고, 사람들은 정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신성한 목적과 만나 하나가 되면 골렘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토사구팽 당한 골렘이 가엾기도 하고, 억압받고 배척받은 서러움을 힘으로 갚아온 이스라엘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지만 종국에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전쟁 무기도 떠오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그림이다. 이 그림은 작가 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가 종이를 오려서 만든 것이다. 특수한 칼로 색종이를 잘랐다고 작가 소개에 나오는데 언뜻 봐도 아주 정교한 작업으로 보인다. 신비롭기도 하고 으스스하게도 보이는 독특한 종이 예술이다.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을 텐데, 작가가 2002년에 고작 49세의 나이로 사망을 했다. '비의 신과 겨룬 소년'도 동작가의 책인데 역시 종이 예술인지 찾아봐야겠다. 사둔 것 같은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은 칼데콧 상을 받았다. 충분히 상받아 마땅한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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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8-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쓴 리뷰가 있어서 그림만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그새 까먹고 리뷰를 새로 썼네...;;;;;
 
주사위 던지기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프리츠 라이버 원작, 사라 톰슨 각색,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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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조 슬래터밀은 집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안을 둘러보니, 나무에 회반죽을 발라 만든 벽이 다 썩은 채 간신히 서 있었다.
마치 카드를 세워 만든 벽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멀쩡한 것이라고는 돌로 된 커다란 벽난로와 오븐, 그리고 굴뚝뿐이었다.
어머니는 조가 집을 나서려는 것을 알아챘다.
조의 아내도 역시 알아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 노름 한판 할 거야."
조의 말에 어머니와 아내는 대꾸하지 않았다.

조는 새로 문을 연 도박장으로 들어섰다.
갖고 있던 돈을 모두 칩으로 바꾼 뒤 하나뿐인 빈자리로 갔다.
맞은 편에는 평생 한번 마주칠까 말까 한 큰 도박꾼이 있었다.
조는 달랑 1달러를 걸었고,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쫓겨날 뻔했던 조를 상대해 준 것은 바로 그 큰 도박꾼이었다.

조는 주사위를 던져서 연승을 거두었다.
첫번째 던져서 일 달러를 땄고, 이 달러를 걸어서 또 이겼다.
그렇게 아홉 번을 더 던져서 조는 무려 4천 달러 가까운 돈을 따냈다.
이대로면 오늘밤 테이블의 돈을 모두 딸 것 같았지만 조는 큰 노름꾼의 실력이 궁금했다.
해서 일부러 지는 숫자를 던져 패를 넘겼다.

호기심이 가져온 결과는 처참했다. 큰 노름꾼의 실력은 악마의 실력, 아니 사신의 실력!
조는 돈을 모두 잃었다.
그러자 큰 노름꾼은 조의 영혼과 생명을 걸고 도박을 벌이자고 제안한다.
조가 이 거래에 응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조는 게임에서 졌다.
보통의 정석이라면 큰 노름꾼이 본색을 드러내며 무서운 모습을 보여야 하겠건만, 작품은 신기하게도 조의 반격이 이어진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해골 모습을 한 큰 노름꿈!

조는 허무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이대로 끝이다.

작품 자체만으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마무리도 뭔가 덜 된 느낌이 가득하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서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주사위 던지기의 원작인 프리츠 라이버의 '주사위 던지기'는 긴 내용을 가졌다.
그것을 위즈너는 과감히 압축하여 그림으로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조가 본야드에서 생명을 걸고 대결했던 큰 노름꾼이 사실은 아내가 오븐에서 구워 낸 빵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 그림책에서도 조가 집을 나서기 전 아내가 들고 있던 빵 반죽이 해골 머리처럼 생겼다.
큰 노름꾼은 마치 아내가 보낸 사신으로 해석해도 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데이비드 위즈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과, 혹은 글없는 그림책의 매력은 이 작품에서 보다 적은 편이지만, 이 작품을 시작으로 데이비드 위즈너는 '글없는 그림책'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도 이 책은 의미있는 책이다. 데이비드 위즈너를 열심히 응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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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8-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이 넘 멋있네요^^

마노아 2012-08-17 13:20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