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미운 오리 새끼
소미네 똥가게에 초대합니다!
멋진 똥을 누고 싶다면 똥코끼리처럼!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마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1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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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말린 자두를 먹는다. 변비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고도 말린 자두를 두알 먹는다. 역시 변비에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을 똥! 우리 몸에서 뗄 수도 없는 중요한 똥! 그러나 '똥덩어리!' 소리가 욕으로 들릴 만큼 무시 당하는 가엾은 똥! '바른 우리 말 읽기책'으로 기획된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이야기의 첫 시작은 '똥' 이 담당했다. 어린 동생 동만이의 별명은 '똥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매일같인 '똥똥' 거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꼭 밥상 머리에서!!!

 

 

원래 저렇게 어린 나이에는 '똥' 이야기에 환호한다. 우리나라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외국 아이들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전 세계 공통 언어 똥!이랄까.

 

매일매일 밥 먹을 때마다 똥 마렵다고 외치는 동만이, 아니 똥만이 때문에 형 병만이는 불만이 크다. 콱 변비나 걸려버려라! 했더니 정말 변비에 걸리고 만 가엾은 동만이. 변비 걸리면 마치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 조그만 똥 싼다는 것 알고 있지. 토끼는 풀 먹고 토끼 똥 싸는데, 사람인 동만이는 채소 같은 풀을 먹어야 토끼 똥을 싸지 않을 수 있다니, 이 놀라운 자연의 조화!

 

토끼 똥 싼 이야기마저 비밀로 지켜달라는 귀여운 동만이 때문에 피식 웃고 말았다. 저만할 때는 아주 작은 것도 큰 일로 느껴지고, 소소한 것도 비밀이 될 수 있는 법! 그런데 '비밀'이라고 말하고 그 비밀을 널리 퍼뜨리는 것도 꼭 비밀을 만드는 사람의 몫!

 

 

화장실에서 응가하는 동만이의 몸 속에서 나오는 온갖 것들은 사실 친구가 아닐까. 그러니까 오줌이랑 똥이랑 뭐 그런 것~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이야기도 언뜻 떠오른다. 어릴 적에 정말 무서웠더랬지. 신문지로 주세요~라는 나름 반전의 엽기적인 이야기도 있었더랬지. 후후후후!!

 

이 책은 그림책과 저학년 동화책 사이에서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책이다. 그림책보다 글이 더 많지만 어린이 책보다는 훨씬 쉽다. 운율감을 주는 단어 사용도 노래하듯이 흘러나오고, 같은 내용의 문장을 조금씩 의미를 확장해서 반복해 주는 것도 아이의 읽기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능적 장점이 많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도 않는다. 충분히 재밌고 학습 효과도 큰 책이다. 게다가 같이 해볼 수 있는 놀이거리까지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동물들과 그 동물들이 쌌을 것 같은 똥을 연결하는 것이다. 소똥도 알겠고, 토끼 똥도 알겠고, 고양이 똥은 별명이 '맛동산'이니까 대강 알 것 같다. 달팽이와 닭은 찍었다. 근데 정답일 듯. ^^ 아이들이 엉뚱한 똥과 동물을 연결할 수도 있다. 틀리면 또 어떠랴. 지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게 더 중요하다. 아주 기발한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 창고니까.

 

두번째는 동무가 될 수 있는 것끼리 묶어주면 된다. '친구'란 표현과 '동무'란 표현을 같이 익힐 수 있겠다. 아름다운 우리 말인데 요새는 여차하면 종북의 언어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세번째는 귓속말로 비밀 얘기해보는 순서다. 하하핫, 비밀을 고백하라니, 참으로 짓궂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면 내가 먼저 살짜쿵 비밀 얘기를 하나 고백해도 되겠다. 어쩌면 아이는 비밀을 공유해 주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무들이 아는 똥 이야기를 해 보는 차례다. 나의 똥 이야기를 여기다 쏟아놓기는... 곤란하겠다. 가족들끼리 해보자.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 좋겠다.^^

 

똥 이야기 하니 여러 책이 떠오른다.

강아지똥,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똥벼락, 똥떡, 소미네 똥가게, 너도 멋진 똥을 누고 싶지?, 응가하자 끙끙, 밤똥참기, 똥친 막대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까지.....

 

많다.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 듯! 아주 어릴 적 수돗가에서 똥 밟아서 발 씻던 기억도 난다. 그때 아마 울었더랬지? 옆집 할머니가 발 씻겨주셨다. 고마운 이웃 분. 오랜만에 옛 생각에 젖는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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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5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3-05-15 23:31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거였어요. 헤헷^^ㅎㅎㅎ
 
봄 여름 가을 겨울 창덕궁 나들이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3
김이경 지음, 김수자 그림 / 파란자전거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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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경복궁을 다녀왔고, 오늘 창경궁을 갈 예정인지라 이 책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있는 창덕궁이다.
마치 어처구니가 내려와서 얼쑤~ 하며 춤추는 것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쓰고 있는 모자를 보니 장원급제해서 어사화를 쓴 모양새라서 더 웃음이 난다. 귀엽다.

돈화문이 먼저 나와야 하지만 선정문이 먼저 나온 것은, 그림을 묶으면서 사이즈 비슷한 것끼리 조합을 시키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돈화문에게 미안!

옷매무새 가다듬은 임금님과 왕비님이 보인다. 임금님은 비교적 간소해 보이지만, 왕비님의 저 옷차림은 심호흡부터 하게 한다. 얼마나 무겁고 불편할까.

아까 순서가 밀렸던 돈화문 대령이오~
창덕궁은 경복궁처럼 정문 앞에 확 트이질 않아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그림처럼 돈화문만 크게 잡아주면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이다.

임금님이 행차하는 순간은 도성 안이 들썩들썩 움직였을 것이다.
이렇다 할 큰 구경거리가 없는 시절에 나랏님 지나가시면서 어마어마한 행렬이 지나가는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기어이 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하지 않았을까?
거드름 피우는 양반님네는 꼴보기 싫지만, 아주 막장 임금님 아니라면 이런 자리에 끼어서 큰구경 한번 해보고 싶을 것 같다. 내가 조선 백성이라면....

마치 의궤의 한 부분을 그려낸 것 같은 풍경이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종이의 바탕색과 잘 어울려서 참 예쁘다. 굉장히 정적이지만 그러면서 동적인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그림이다.

옥류천은 창덕궁의 후원을 개방하기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마침내 들어선 비밀의 정원은 자연의 품 그대로 아늑하고 아득했다.
가장 화려한 궁궐 안에서 가장 소박한 초가라니, 그 비조화스런 조화가 또 멋스럽다.

세자 전용 도서관 승화루의 모습이다.
세자도 어렸고, 젊었고, 혈기 왕성했을 텐데 어찌 놀고 싶고 쉬고 싶지 않을까.
지나치게 공부공부공부만 시키니 그 부작용으로 삐딱한 임금도 나오지 않았을까?
애초에 세종이나 정조처럼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성향이 아니라면 조선의 세자는 몹시 피곤한 자리다. 물론, 노는 것만 허용된 대군이나 군으로 사는 건 더 힘들었을 것도 같지만...

빗소리가 참 좋다. 내가 실내에 있을 땐 더더욱. 정자 안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의 그림이 감성을 푹 적신다. 요즘은 하늘을 쳐다보는 일도 드물고, 나무를 보는 일은 더 드물다. 그러니 비에 젖은 나무는 또 얼마나 드물게 보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그림을 통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반갑다!

연경당은 볼 때마다 좀 애잔하다.
이 큰 궁 안에서 살면서 오히려 갇혀 지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순조 임금.
개혁은 언제나 혁명보다 어려운 법. 성공한 임금, 성공한 정치인은 참 어렵다. 서글픈 일이다.

처음 부용지를 봤을 때 무척 놀랐다. 궁궐 아에 이렇게 낭만적인 공간이 있을 줄 몰랐다. 시 한수 절로 나올 것 같은 풍경.
임금님도 격무에 시달리다가 이렇게 연못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꽃구경도 했을 테지.
저 못에 비친 달을 보고 빠진 임금님은 아니 계시겠지?
물 속에 발을 담근 것 같은 모습의 정자라니, 누구 생각인지 참 훌륭하다.

묵은해에 안녕을 고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섣달그믐날 인정전 앞마당에선 신나는 가면 놀이가 한창이다.
귀신 쫓는 처용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한켠에선 불꽃놀이가 한참이다.
이 어마어마한 볼거리를 백성들도 같이 보면 좋았을 텐데....
그나저나 오랜만에 처용을 떠올리니 유시진 작가의 '마니'가 떠오른다. 다시 보고 싶네...

영화당 뜨락에선 문과 시험이 한창이고, 춘당대 마당에선 무과 시험이 또 한창이다.
볼거린 무과 시험장이 더 많았겠지만, 대접은 문과 급제자가 더 받았겠지?

어수문을 통과해서 계단을 오르면 2층 누각인 주합루가 보인다. 1층은 그 유명한 규장각.
임금인 내가 물이 되어줄 테니, 얼마든지 헤엄을 쳐서 뜻을 펼치라고 이야기했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 정조 임금이 규장각 신하들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낙선재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저랬을까?
기구했던 근현대사가 떠오르면서 이 장면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덕혜옹주랑 이방자 여사도 생각나고....

이 책은 창덕궁의 정문을 들어서서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여정을 시공간의 순서에 따라 기술했다.
글이 마치 시를 읊듯 전개되어서 조금 어렵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걱정은 마시라.
맨 마지막에는 지나온 곳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실어 주었으니까.

물론, 책읽기로만 그쳐선 곤란하겠다.
반드시 창덕궁도 직접 가보자.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우리의 아름다운 궁궐이다.
이 책에도 사계절이 모두 담겨 있다.
창덕궁을 보고 나면? 당연히 창경궁도 가고 덕수궁도 가야지. 경복궁은 말할 것도 없고...^^

2009년에 다녀왔던 창덕궁의 모습이다.
아쉬움에 실사 사진도 보태본다.
정말, 언제 보아도 감탄스러운 창덕궁의 모습이다.
괜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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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05-0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참 아는 것도 많고 마음도 따뜻해요. 오늘은 "아는 것 많고"에 훨씬 힘을 주어 말해 보았습니다. -_- (부럽다)

마노아 2013-05-08 00:07   좋아요 0 | URL
어휴, 별말씀을요. 책에 다 나오는 얘기인 걸요. 그렇지만 네꼬님 칭찬은 늘 저를 춤추게 해요. 빙글빙글~~~^^

hnine 2013-05-0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덕궁, 작년에 유홍준, 나PD와 함께 하는 이벤트 덕분에 다린이 데리고 다녀왔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이 페이퍼 쓰시면서도 또한차례 공부가 많이 되셨겠네요. 읽는 저는 물론이고요 ^^

마노아 2013-05-08 00:08   좋아요 0 | URL
저 그때 신청하고 떨어져서 엄청 낙심했어요. 지난 달 창덕궁 나무 답사 때도 신청하고 떨어졌는데 그날도 비가 왔지요. 제가 신청하고 못 갈 때마다 비가 오는 걸까요? 하하핫^^;;;;

순오기 2013-05-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은 못 가봐서 마노아님이 창덕궁 만남 주선하고 해설도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마노아 2013-05-08 00:09   좋아요 0 | URL
창덕궁은 전문해설가의 가이드로 관람하게 되니까 해설은 확보 되었구요. 순오기님 서울 오시는 때에 우리 창덕궁 가요. 창덕궁은 어느 계절이라도 아름다우니까요.^^

같은하늘 2013-05-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저요~~ 저도 창덕궁 갈때 불러주세용~~ ㅎㅎ
창덕궁 가기전에 꼭 보고가면 좋은책일것 같네요~~

마노아 2013-05-09 13:00   좋아요 0 | URL
창덕궁 인기 만발이에요.
이 책은 어린이 눈높이니까 창덕궁에 관련된 좀 더 재밌는 책들을 보셔요.^^

후애(厚愛) 2013-05-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복궁에는 가 봤는데 창덕궁은 아직 못 가봤네요.ㅠㅠ
사진을 보니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창덕궁이에요~!^^

마노아 2013-05-10 14:52   좋아요 0 | URL
가볼 기회가 분명 올 거예요. 한국에 와 계신데 뭐가 문제겠어요.
조카들과 여름 휴가를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내 귀는 황금 귀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6
최정현 지음, 대성 그림 / 꿈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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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 황금 귀를 가진 양 봄이가 살았다.
남들과 다른, 유난히 튀는 황금 귀가 봄이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엄마가 짜 주신 흰 양털 귀마개를 끼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봄이의 귀마개가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아무리 찾아보고 둘러보아도 귀마개를 찾을 수가 없다.
엄마는 봄이의 귀가 훌륭하다고 말해 주었지만 봄이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귀마개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봄이!
예쁜 꽃들도 나비들도 봄이의 귀마개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날도 좋은데 귀마개를 찾는 봄이가 꽃들과 나비 눈에는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이상한 건 귀가 아니라 그 귀를 감추려는 봄이지만, 봄이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친절한 나비들은 불편해하는 봄이를 위해 자신들의 날개로 귀를 감춰주었다.
벚꽃 나무도 꽃잎을 떨어뜨려서 봄이의 귀를 감춰주었지만 바람이 부니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

속상해서 훌쩍이는 봄이에게 초록색 귀를 가진 토끼가 다가왔다.
세상에, 초록색 귀라니! 그야말로 신기신기!
남들과 다른 귀를 가진 토끼야말로 봄이의 고민을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토끼는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봄이의 귀가 얼마나 근사한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토끼는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럴 수가! 초록색 귀를 가진 토끼도 모자라서 분홍색 코끼리에 궁둥이가 파란 원숭이, 보라색 털을 가진 오리에 무지개색 꼬리털을 가진 너구리까지 있는 게 아닌가!
이들은 남들과 구별되는 자신의 남다른 점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했다.
여기서 봄이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 달라진 마음으로 돌아보니 자신의 황금귀도 멋지기만 하다.
마을의 친구들도 봄이의 멋진 귀를 보며 감탄했다. 이제껏 다르기 때문에 차별받을 거라고 걱정했던 봄이었는데, 오히려 '다름'을 이유로 차별을 했던 것은 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다른 게 '틀림'이 아님을 봄이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도 사실은 백조였던 것처럼, 우리 봄이도 멋진 양일 뿐이다.
'짧은 귀 토끼'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름과 차별에 대해서 묶어서 읽는다면 이야기할 게 더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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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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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진이 기호 3번으로 전교 학생 회장으로 출마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교실에서 단짝 친구 조조와 기무라와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반장 고경태가 한무리의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는 중요한 얘기 해야 하니까 교실을 비워달라고 했던 게 출발이었다. 슬쩍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고까워진 기무라가 우리도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 중요한 얘기가 부풀고 부풀어서 1번으로 출마한 고경태에 이어 3번으로 안석진이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된 것!

 

욱하는 심리도 있었고, 경태 옆에 있던 부반장 서영지가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그렇게 다짜고짜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됐으니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후보 등록서를 내기 위해서 친구들의 추천서도 내야 하고, 선거 운동에 각 반을 돌며 유세도 해야 했다. 어째, 판이 점점 커진다.

 

좀 전에 조조와 기무라라고 했는데, 추천인 명단을 보니 이해가 간다. 조지호의 이름을 빠르게 발음해서 조조, 김을하의 이름을 연음으로 읽어서 기무라가 된 것이다. 이름도 재치 있다.

 

얼떨결에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지만, 칼을 뽑았으면 최소한 지우개라도 찔러야 한다는 각오로 석진이도 열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깐! 왜 석진이가 안석뽕!이 되었는가! 그것은 석진이네가 떡집을 하기 때문이다. 떡하면 한석봉이 떠오르기 마련. 그래서 시장에서 석진이의 별명은 석뽕이다. 석진이는 그게 싫지만, 늦게 출마해서 여러모로 시간이 없는 이쪽에서는 기억에 남을 한방이 필요했고, 그래서 싫어하는 별명이지만 써먹기로 했다. 그런데 이 이름 덕분에 여러모로 인기를 끌었다.

 

붓글씨를 잘 쓰는 석진이가 한석봉 역할을 하고, 조조는 할머니 고무줄 치마를 입고 얼굴에 연지곤지까지 찍고는 가래떡 휘두르며 막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펼쳐든 선거 구호!

 

 

마치 호 같다. 석뽕 안석진! 근사한 이름이다. 1번 후보 고경태가 지나치게 성적을 강조한 것에 대비되는 구호다. 이쯤에서 앞의 후보들 공약도 같이 보겠다.

 

 

고경태의 이미지가 확 그려진다. 모두가 공부를 잘 하는데 일렬로 줄을 세우는 체계에서 어떻게 1등이 다 나오겠는가. 아마 고경태 자신이 다같이 일등하는 건 제일 싫어할 것만 같다. 학생회장에는 관심 없지만 게임 팩 사준다는 엄마의 감언이설에 출마한 기호 2번 방민규는 네 가지가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작가님 의도인지 모르겠는데 보는 순간 싸가지 없는...으로 바꿔 읽히게 된다. 싸움 없고 왕따 없고 거짓말 없고 쓰레기 없는 학교야 금상첨화지만, 이렇게 '안티'를 강조한 선거는 이기기 어렵다는 걸, 민규가 알기는 어렵겠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인공 안석뽕이니, 석뽕이의 공약도 보러 가자.

 

시험을 일 년에 한 번만 보자고 하겠습니다. 그게 안 되면 한 학기에 한 번. 그것도 안 되면 제발 문제라도 쉽게 내 달라고 하겠습니다.

 

아, 굉장히 구체적이다. 시험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아이의 입장이 잘 보인다. 참고로, 석뽕이 파는 이 공약을 직접 아이들을 만나서 물어보고 만든 것이다. 그러니 석뽕이와 조조와 기무라만의 바람은 아닌 것이다. 대다수 어린이들의 바람이라는 것!

 

기분 나빠서 공부가 더 안 된다고 말하는 당참까지! 국영수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나도 참 싫다. 나는 제발 역사 수업 좀 늘리자고 하고 싶지만... ^^

 

의무교육이라면 수학여행도, 준비물도 모두 학교에서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그럴 만한 재정이 없는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써야 마땅한 돈이 엉뚱한 데서 새고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을 안 걷으니 문제라고 여긴다.

 

그리고 5번은 아주아주 크게 공감한다. 이건 직무유기다. 툭하면 학부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다. 학교에 올 수 있는 엄마나 못 오는 엄마나, 그 엄마들의 아이가 모두 불만이다. 도우미나 할머니나 이모라도 보내라는 문구도 있던데 정말 열이 화르륵! 내 비록 학부형 아니라 급식도우미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인력 창출은 학부모의 몫이 아니라 역시 국가와 교육 당국의 몫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갈 길 아직 한참 남았다.

 

일등만 좋아하는 학교 너나 가지라고, 모두가 좋아하는 학교 만들자는 아이의 말이 재밌으면서도 콱! 박힌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학교가 싫은 공간이 되었을까.... 서글프다.

 

석뽕이를 학생 회장으로 미는 친구 조조는 거의 책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조조의 분석은 이랬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선거 때마다 공부 잘하는 애를 찍는 이유는 그런 애들만 후보에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분도 크게 공감간다. 물론, 공부 못하는 학생이 출마해도 뽑아준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네 선거를 보시라. 서민들일수록 돈있고 권력 있고, 그래서 서민 삶에는 별로 관심 없고 약속도 지킬 생각 없는 여당만 죽어라 찍어주지 않던가.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동시에 어른의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석뽕이네 담임 선생님은 정말 폭탄이었다. 6학년에 올라온지 한달이 되어가는데, 이 아이들이 자신이 맡은 반 아이라는 걸 몰랐다. 공부 못하는 애들은 아웃 오브 관심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같은 반에서 후보가 두 명이나 나왔으니 후보를 통일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대놓고 석진이에게 압력을 넣는다. 석뽕이는 그걸 자신에 대한 관심을 착각하지만. 그 착각이 독자는 더 가슴이 아프다.

 

"후보가 없는 반도 많은데 한 반에서 후보가 둘이나 나가는 게 좀 그렇기도 하고, 같은 반 친구끼리 적이 되어 싸우는 건 아무래도 좋아 보이지가 않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안석진?"

 

"또 우리 반 애들을 생각해 봐라.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 얼마나 고민이 되겠냐, 석진아?"

 

"남북이 분단되어 사는 것도 가슴 아픈데, 우리끼리 가랄져서 꼭 이래야 되겠냐? 우리가 앞장서서 통일하는 마음으로다 후보 통일을 하는 건 어떻겠냐, 안석진?"

 

아, 정말 욕나온다. 자기 반 학생 얼굴도 못 알아본 자격미달 교사가 편파적으로 학생 회장 후보를 밀고 있다. 이럴 때만 그럴싸하게 써먹는 통일도 역겹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샘이 떠오른다. 2학기 시작한 첫날에 복도에 있던 우리 반 학생한테 너는 몇 반이냐고 물었다. 자기네 반 학생을 한학기가 지났는데 모르고 있다가 몇 반이냐고 묻는 무신경함과 뻔뻔함이라니. 그 선생이 자기 기분 나쁠 때 애를 줘 팼던 것도 기억난다. 에잇!

 

학생회장 선거만 너무 오래 얘기했다. 이야기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학교 하나, 시장 하나다. 석뽕이네 집은 시장에서 떡집을 하고 조조네 할머니는 시장에서 순댓국집을 한다. 그 밖에 슈퍼집 딸 백보리도 있고, 동네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집이 많다. 그런데 시장 앞에 떡하니 대형 마트가 들어선 것이다. 대형 마트 영업 규제를 피해서 서둘러 등록부터 해버린 이 업체에는 구청과 경찰서까지 모두 의기투합한 흔적이 보인다. 시장 사람들이 사색이 된 것은 당연하다. 아직 어리고 철도 없는 석뽕이 등은 새로 들어선 피마트가 자기네 집에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는 짐작도 못하지만, 커서 슈퍼 사장이 되겠다고 벌써부터 다짐한 백보리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저 어둠의 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백발 마녀 백보리의 활약도 이 책에서는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어린이 책이라고 해서 어린이 이야기만 담지 않았고,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 모두에 걸쳐서 무척이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진지하지만 유머 감각을 절대 잃지 않으면서!

 

다시 회장 선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각 반을 돌면서 하는 선거 유세해서 조조와 기무라의 조합이 재밌었다.

 

"우리 쭝국 살람은 기호 3번 찍는다해. 석뽕 선생 가라사대 꼴찌한테도 박수를 쳐 주라 했다해. 이 반 꼴찌 누구냐해? 다같이 박수, 박수 쳐 주자해!"

 

조조에게 밀릴 기무라가 아니다.

 

"아노, 우리 일본 사람도 기호 3번, 남바 쓰리, 안석뽕을 찍스므니다. 1등은 1번 찍고, 2등은 2번 찍고, 3등부터는 무조건 3번을 찍어야 하므니다. 그래야 아리가또, 아리가또 보재기마쓰!"

 

문득 또 다시 기억 하나를 건드렸다. 중학교 3학년 졸업여행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 배정된 방은 두 개였고, 원하는 방을 숙소로 쓰라고 했다. 아이들은 알아서 들어가고 싶은 방에 가방을 풀었는데, 나와 같이 방에 들어간 내 친구가 이 방 싫다고, 옆 방으로 가자고 했다. 왜 싫다고 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꼭 그 방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서 친구 따라 옆방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옆 방에 들어서고 나서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첫번째 방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들어가 있었고, 옮긴 방에는 반대로 공부 못하는 애들만 들어가 있었다. 누가 일부러 나눈 것도 아닌데 그렇게 갈라서 방을 쓰게 된 것이다. 내가 첫번째 방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던 것과, 내 친구가 그 방을 불편해했던 사실들이 입맛을 쓰게 했다. 옮긴 두번째 방에서 내가 불편했냐고? 그럴 리가. 아주 재밌게 놀다가 왔다. 그렇지만 방에 들어섰을 때 알아차린 그 차이점에서 받은 서늘한 감각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세계건 어른들의 세계건 줄 세우고 나누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깨달음으로...

 

괜히 심각해졌다. 즐거운 이야기 속으로 다시 가보자.. 이 책은 '차례'도 재밌다. 이 재밌는 제목들을 보시라.

빨리 저 소제목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지 않는가? 다짜고짜 금요일을 지나서 정 그러시다면 월요일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디가 어때서 목요일이 무척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그 날 연극 당첨되어서 볼 것이므로...^^

 

이야기의 마무리도 훈훈했다. 선거 과정에서 석뽕이가 좀 더 성숙해졌고, 깨달음도 많아졌다. 무척 불공정한 어른들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공정한 세상의 이치를 읽은 기분이랄까. 문제 많은 교사도 나왔지만, 관록을 무시할 수 없는 멋진 교감 선생님도 나왔고, 굉장히 찌질해 보이지만 사실은 슈퍼영웅일지도 모를 거봉 선생도 등장했다. 첫사랑에 눈을 뜰 법한 아이의 설레는 감정도 잘 표현되었고, 우리 사회에서 땀흘려 노력하며 열심히 가정을 꾸려나가는 서민들의 소박하고 애틋한 삶 이야기도 잘 드러났다. 이 책이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이 작품이 첫 작품이다. 첫번째부터 홈런을 쳐준 기분이다. 이후의 후속작도 기다릴 테니 열심히 써주세요~

 

마지막에 나온 작가의 말은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어른들 마음을 대변한 것만 같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고, 고맙다는 말도 남기고 싶다. 중간 부분만 옮겨 보면 이렇다.  

 

나중에는 세상을 좀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괜히 언짢고 싫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맨주먹으로 용을 쓰다가 주눅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화난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혼자 무서웠던 겁니다. 나는 그렇게 겨우 어른이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착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의심이 많고, 때때로 거짓말을 하고, 매일매일 눈을 홉뜨고 세상을 째려봅니다. 이런 얘기 창피하지만, 아직 겁도 많습니다.

 

겁많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와 달리 용감하고 씩씩한 석뽕이와 친구들. 그들의 또 다른 도전을 기대하며, 응원하며, 그리고 격려하며 축복하겠다. 결국은 나 자신을 향한 위로이며 도전이며 성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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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명탐정 1 -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라!, 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성완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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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심심하던 어느 날, 건이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이름하여 '명탐정 사무소'

손님이 하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던 찰나, 첫번째 의뢰인이 도착했다. 아니, 사실은 건이가 소환을 당했다. 벽에 걸린 거울을 통해서 도깨비 나라로!

 

도깨비들이 사는 마을 이름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달랑 넷 밖에 남지 않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의 도깨비 식구들은 이렇다. 이번에 나무방망이를 잃어버려서 의뢰를 하게 된 주먹코 도깨비는 말이 엄청 느리다. 주먹코에게서 사건 경위를 들으려면 3박 4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짝 친구 꺽다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이를 불러들이고, 기억력 나쁜 주먹코 대신 사건의 전후 사정을 설명해준 것도 꺽다리 도깨비였다. 거울 방망이로 인간 세계와 도깨비 나라를 연결하는 재주가 있다.

 

조금은 소심하게 보이는 외눈 도깨비는 특이하게도 '뼈다귀 방망이'를 갖고 있다. 이 방망이는 온갖 음식을 척척 만들어서 대령해주는 힘을 갖고 있는데 아주 보배로 보인다. 갖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질 급한 번개머리 도깨비는 금방망이를 갖고 있다. 금방망이로 금화도 만들어 내니, 사실은 이 방망이가 가장 탐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밖에 양념처럼 등장한 패션 스타 구미호도 있다. 하하핫!

 

탐정 건이가 주먹코 도깨비의 잃어버린 방망이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도깨비들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였다. 그때마다 눈길을 끈 것은 독특한 주문이다.

 

"번쩍따리~ 반짝따리~ 따리따리 쨍쨍~!"

"이리로~ 저리로~ 나리나리 날라리~!"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

"오물락~ 조물락~ 우물우물 꿀꺽~!"

 

우리말의 재미진 성격이 잘 보인다. 뜻도, 운율감도 모두 탁월하다. 아, 저렇게 주문 외우면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다.

 

건이는 도깨비 마을에서 날으는 양탄자가 아니라 날으는 거적을 타게 된다. 게다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중을 날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설정이라니, 정말 최고가 아닌가!

 

 

 

꼭 사막 같기도 하고 바닷속 풍경 같기도 하다. 우주라고 해도 믿을 것 같고, 꿈속이라고 해도 그럴싸한 도깨비 나라 풍경도 마음에 꼭 든다.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길지도 않은 이야기 속에서 건이는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서 주먹코 도깨비의 방망이를 찾아낸다. 범인은 가까이 있는 법! 도대체 누가 방망이를 가져갔던 것일까? 읽으면서 추리를 해보는 재미도 가져보자.

 

 

 

도깨비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지만 인간을 보면서는 입맛을 다시는 구미호 되시겠다. 패셔니스트라고 해도 흠잡을 데가 없다.

 

모처럼 도깨비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이. 당연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깨비도 죽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까닭은 애잔했다.

 

 

˝도깨비도 죽나요?˝

˝당연하지. 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 사람 수만큼 살거든. 그런데 요즘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아? 그러니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그거나 저거나 마을에 도깨비가 우리 넷뿐인 이유도 그래서라네.˝-29쪽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도깨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겼다. 믿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손에 도착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의심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주저주저했기 때문에 서성거리기만 할 뿐, 끝내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도깨비가 아니라 '믿음'이고, '희망'이고, '사랑'이라면... 짧은 동화책에서 갑자기 생각이 깊어져버렸다. '도깨비' 자리에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넣고 싶었다. 평화는커녕 '통일'이란 말도 쓰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기에...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자. 건이는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다. 추리력도 '명탐정'다웠다. 게다가 사건이 해결되고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도깨비 친구들이 보여주는 마음가짐은 또 얼마나 훈훈하던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착하고 정겨운 친구들이다.

 

사건을 해결해 주었으니 당연히 수임료가 필요한 법! 외눈 도깨비가 뼈다귀 방망이를 휘둘러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한상을 차려주었다. 아, 나도 먹고 싶다. 쓰으읍!

 

 

건이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거울을 통해서 나갔다. 꺽다리 도깨비가 건이를 탐정으로 고용하게 된 것은 건이의 시험지 때문이었다. '10점짜리' 시험지를 '100점'짜리로 착각했지만, 건이의 해결법은 100점을 충분히 넘기고도 남았다. 100점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10점은 놀라워 한다는 말에, 도깨비는 후자가 더 좋다고 했다. 물론, 도깨비는 그거나 저거나 마을 출신답게 별 상관 없어 했지만...^^

 

도깨비가 거울을 통해서 돌아가고 나자 거울이 트림을 했다. 이런 깨알같은 설정도 참 재밌다. 흥부 놀부에 나오던 박도 등장하고, 여러모로 전천후 마당발 도깨비들이다. 구미호 친구도 그렇고...

 

우리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잘 버무렸다. 거기다가 판타지스런 설정까지도... 90쪽도 되지 않는 짧은 쪽수 안에 모험과 액션과 수수께끼와 감동을 같이 담아냈다. 작가님이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 게 아닐까.

 

재밌고 예쁜 책이다. 어린이 날도 다가오는데 어린이 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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