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서광현.박승걸 글, 김계희 그림 / 여름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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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도 만들어졌던,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졌던, 꽤나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은 작품에 내게도 맛있으란 법은 없나 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왔음에도 내겐 일단 한숨부터 나왔으니 말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와 거의 흡사하다.  다만 난쟁이들이 재미난 이름을 갖고 있고, 일곱번째 난쟁이 반달이는 말을 하지 못하며 백설공주를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게 조금 다르다.

반달이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 아름답다고 말해지지만, 글쎄 왜 사랑하는데?에 대한 대답이 없다.  예뻐서?  하지만 예쁘기만 하고 이리 멍청한 백설공주가 정말 그렇게 좋았을까?  백설공주는 동화 속에서 착하게 묘사되지만, 요즘 시각을 보면 학습효과가 참 없는 아이였다.  낯선 사람 쉽게 믿지 말라고 했건만 전부 속아 넘어가니 말이다.  게다가 왕자의 키스 한방에 넘어가니,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반달이나, 왕자에게 넘어간 백설공주나 오십보 백보다.

오히려 권교정의 데뷔작이었던 백설공주의 계모에 관한 메르헨... 제목이 아마 맞을 거다.  그 단편이 나로선 더 인상적이었다.  모두에게 악녀로 낙인 찍힌 백설공주의 새 엄마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던... 그녀의 동화 패러디 감각은 이미 그때부터 인정받은 것이리라.

이 책은 그저 내게 제목이 이쁘고, 표지가 이뻤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얼굴도 이쁘지만, 성격 좋고 그보다 머리도 좋은 공주가 나왔으면 한다.  뭐,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개성 만점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백치미 만점의 백설공주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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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항아리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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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항아리는 컴플렉스가 있었다.  예쁘장한 도자기들 틈 속에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에.

그런 작은 항아리가 마당 장독대에서 제 자리를 찾는다.  여러 독들은 모두 숨을 쉬고 있었다.  나도 과연 숨을 쉴 수 있을까?  나도 무언가 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은 기우.  작은 항아리에 메주가, 그리고 짠물이 들어오고, 항아리는 열심히 숨을 쉬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메주는 된장이, 짠물은 간장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었던 것.

토속적인 그림이 아주 정겨웠고, 중간에 두장 정도는 입체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메주의 표정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

맨 뒤에는 부록으로 우리 그릇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다.  숨쉰다라는 것이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정말 과학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김치든 된장이든 고추장이든 간장이든... 발효과학이랄 수 있는 우리 전통 음식들의 자랑스러움을 동화적 기법으로 멋지게 설명해 준 책이다.  제목부터 얼마나 정겹던가.  살아있는 우리 항아리, 도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아이들이 자라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하다 못해 옹기 박물관이라도 데려가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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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벨 이마주 4
이언 포크너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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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인데, 이런 종류의 유아들을 위한 동화책은 엄마나 아빠 등, 아이를 길러 본 사람이 더 잘 쓸 것만 같다.  관찰 대상이 있고, 현장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연구했다. 표지에 보이는 꼬마 돼지 올리비아.  호기심도 충만하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지만 유독 잘하는 것은 남을 지치게 하는 일, 그리고 혼자 지쳐버리는 일, 그리고 그녀에게는 따라쟁이 남동생도 있다.

대상만 아기 돼지라고 지칭했을 뿐, 우리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구쟁이 남매의 모습이다.

작가는 흑백톤에 오로지 올리비아가 입고 있는 옷에만 빨간색을 썼을 뿐인데, 얼마나 색이 강렬하고 인상적인지 그 탁월한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 약력을 보니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니, 자신의 특기와 장점을 제대로 살린 셈이다.

호기심을 채우느라 방방 뛰어다니는 아기 돼지의 모습은 이제 다섯살 된 나의 조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동양이건 서양이건, 아이는 아이만의 그 순수함으로 자신의 욕구를 그대로 표출해 낸다.  이 작품이 별 다섯을 이토록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아이나 조카를 보는 것 같은 뛰어난 현장감, 즉 리얼리티 때문이리라. 

아이가 어떤 말썽을 피우건, 얼마나 피곤하게 하건,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엄마에게 용서 받고 또 사랑받는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제목은, 그래서 최고의 아군처럼 느껴지고 포근함과 열정, 그리고 부유함을 안겨준다.

이건 사족이지만, 그래서 문득,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의 가여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떠올렸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밝은 동화에 이 무슨 주책이람.  하여간 정말 귀엽고 멋진 책이었다.  그림만 봐도 너무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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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학교에서 생긴 아주 특별한 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143
콜린 맥노튼 지음, 노은정 옮김, 기타무라 사토시 그림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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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첫 날개부터 흑백으로 시작한다.  아이의 주변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새떼가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회색빛이다.

아이의 일상은 늘 똑같다.  똑같은 아침에, 똑같은 일과.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학교에 가서 그저 그런 수업을 받고, 별 감흥 없이 돌아와 밥 먹고 자고... 그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다.

그러†? 그 그저 그런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요상한 선생님이 등장한 것.

선생님은 첫 등장부터 화려한 노랑색 옷을 입고 나오셨다.  아이들은 모두 흑백톤인데 선생님만 칼러풀하다.

선생님의 이름은 지이... 모든 말끝에 '지이~'하며 올려붙인다.

첫수업은 음악! 선생님은 특별 주문을 거신다.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상상되는 것을 모두 종이 위로 옮기라고.

아이들은 당황한다.  이제껏 이런 수업을 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이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게 되는, 혹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저마다 종이 위에 그려 보고 옮겨 본다.  아이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제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왔다.  늘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잠자리에 들지만, 그날 아이는 특별한 꿈을 꾼다.

마지막 책장 날개까지 장식한 그림은 맨 앞장의 흑백 새들이 이제 각자의 칼라를 갖고 힘차게 날개를 펼친 채 날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아이도 그 중앙에 같이 있다.

작품은 짧지만 시사해 주는 이야기는 깊고도 넓다.  처음엔 특별한 선생님 한 분이 바꿔가는 학교였지만, 그 파장은 이제 집으로, 사회로 옮아갈 것이다.  그렇게 공부한 아이가 자라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저 그런 세상이 아니라 특별한 세상이 될 것이다.

벅찬 마음으로 책을 덮었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조금 한숨이 나온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는데,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마음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초등 교사가 된 한 교사는, 이미 과외로 사교육으로 메울 곳 없이 꽉 차버린 아이들을 보며 좌절했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얀 도화지 위에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테지.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부모님도,  세상 모두가.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고 교훈도 많이 주는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어른인 내가 배울 게 더 많을 때가 있다.  배울 거리가 아직도 많은 내가 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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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굴리는 곰 이야기
주영삼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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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것은 무엇이든 굴리는 취미를 가진 곰이 있다.  도전해서 실패하는 법이 없는데, 딱 한가지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태양신의 아끼는 도자기만은 굴려보지 못했다.

태양신도 도자기 곁에 오지 못하게 절대 엄금해 놓았는데, 어느 날 자리를 비운 것!

기회는 이때다! 곰은 태양신의 도자기를 굴려본다.

그런데 이를 어째?  두고간 게 있어서 되돌아 온 태양신의 소리에 당황하다가 그만 도자기를 깨먹었다.

태양신이 버럭 성을 내니, 곰에게 벌을 내린다. 저 큰 지구를 굴리라고.

곰은 열심히 굴려 보지만, 태양쪽은 너무 뜨겁고, 반대편은 또 너무 추워서 힘이 든다. 그래도 열심히 굴렸다.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진다.  이젠 적당히 굴려서 뜨겁지 않게 발을 떼는 법도 익힌다.  그렇게 천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만 해도 좋다고 태양신은 말했지만 곰은 재미가 붙어서 더 굴리고 싶다.   이번엔 달도 굴려보고, 건너 편 다른 별들도 열심히 굴린다.

그렇게 곰이 열심히 지구와 별을 굴리기 때문에 지구는 공전하면서 계절이 생긴다는 이야기...

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계절이 바뀌는가를 궁금해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즐겁게 설명하기 좋은 이야기이다.

그림의 색채가 밝고 강렬해서 아이들의 호감을 살 법하다.

다 좋은데 참신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아 별점이 박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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