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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학교에서 생긴 아주 특별한 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43
콜린 맥노튼 지음, 노은정 옮김, 기타무라 사토시 그림 / 비룡소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책장 첫 날개부터 흑백으로 시작한다. 아이의 주변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새떼가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회색빛이다.
아이의 일상은 늘 똑같다. 똑같은 아침에, 똑같은 일과.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학교에 가서 그저 그런 수업을 받고, 별 감흥 없이 돌아와 밥 먹고 자고... 그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다.
그러? 그 그저 그런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요상한 선생님이 등장한 것.
선생님은 첫 등장부터 화려한 노랑색 옷을 입고 나오셨다. 아이들은 모두 흑백톤인데 선생님만 칼러풀하다.
선생님의 이름은 지이... 모든 말끝에 '지이~'하며 올려붙인다.
첫수업은 음악! 선생님은 특별 주문을 거신다.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상상되는 것을 모두 종이 위로 옮기라고.
아이들은 당황한다. 이제껏 이런 수업을 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이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게 되는, 혹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저마다 종이 위에 그려 보고 옮겨 본다. 아이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제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왔다. 늘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잠자리에 들지만, 그날 아이는 특별한 꿈을 꾼다.
마지막 책장 날개까지 장식한 그림은 맨 앞장의 흑백 새들이 이제 각자의 칼라를 갖고 힘차게 날개를 펼친 채 날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아이도 그 중앙에 같이 있다.
작품은 짧지만 시사해 주는 이야기는 깊고도 넓다. 처음엔 특별한 선생님 한 분이 바꿔가는 학교였지만, 그 파장은 이제 집으로, 사회로 옮아갈 것이다. 그렇게 공부한 아이가 자라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저 그런 세상이 아니라 특별한 세상이 될 것이다.
벅찬 마음으로 책을 덮었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조금 한숨이 나온다. 어제 읽은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는데,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마음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초등 교사가 된 한 교사는, 이미 과외로 사교육으로 메울 곳 없이 꽉 차버린 아이들을 보며 좌절했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얀 도화지 위에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테지.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부모님도, 세상 모두가.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고 교훈도 많이 주는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어른인 내가 배울 게 더 많을 때가 있다. 배울 거리가 아직도 많은 내가 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