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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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에 놀러갔다가 선물로 받은 책이다. 어찌나 질감이 고급스럽던지 손의 감촉에서부터 어깨가 으쓱해진다.

지은이 홍영우씨는 재일교포다.  재일동포들에게 우리말과 우리 얼을 살려주기 위해 만든 오래된 이 책이 남녘 땅에서 다시 나오게 된 것.

이 책은 일본책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게 되어 있고, 세로 글쓰기다.  놀랍게도, 그게 일본풍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과거 우리 조상들이 보던 책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편집의 미학일까.

한지에 그린 듯한 수묵화의 기법도 그렇거니와, 심지어 폰트 자체도 무척 옛스러워서 책을 읽고 있지만, 할머니 무릎에서 옛 이야기 듣는 기분 내기에 딱 좋다.

많지 않은 색채.  적절히 배치된 여백도 동양화를 보는 기분이어서 내 마음도 같이 넉넉해지고 만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홍길동 맞다.  다만 동화임을 감안하여 좀 더 쉽게, 생략할 것은 생략하여 쉽게쉽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자세 하나하나도 해학적으로 보여 홍길동 본연의 '풍자'적 요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딱 하나의 흠은, 조선 시대 배경인데 임금님 뒤로 부채질 하는 시녀 둘과, 그 앞에 신하들이 손에 들고 있는 조각.  이걸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는데 지금 생각이 나질 않는다.  흔히 중국 무협을 보면 등장하는 건데, 신하들이 황제에게 고할 내용을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컨닝페이퍼 역할의.... 하여간 그것!  그것을 연상케 하는 물건을 들고 있다.  약간의 옥의 티랄까.

동화책은, 페이지를 생각하면 값이 참 비싸다고 느끼기 마련인데, 사실 이 책은 무척 고급스러워서 책값의 역할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  멋진 그림과 멋진 글은 물론이요, 이 책을 만든 사람의 그 서럽고도 고마운 마음이 반영되어 더 좋은 책으로 다가오고 만다.  예쁜 책 많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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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가지 않겠어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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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잡히는 대로 책을 집어서 나올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렇게 해서 도서관에서 건진 책이다.  그냥 순수한 동화책이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설마 동화라고 해서 꼭 아이들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몹시 유익하고 즐거운 책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다지 개구쟁이였던 유년시절을 갖지도 못했고, 극성스러운 남아도 아니었으니(물론 지극히 조신한 여아도 아니었지만, 그저 평범한...^^;;;) 좀 더 이색적이고,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소년이 자라면서 느끼게 되는 그 감정들은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 비슷한 두려움과 떨림, 그 막막함과 불안함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누구나 겪는 공통된 감정들일 테니 말이다. 

 

작품은 어린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 가면서 겪게 된 몇몇의 해프닝들을 보여주면서, 그 사이에 성장해 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그려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우리들도 그랬으니까.  나 역시 저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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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29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이 쓰시는 리뷰를 보면 모든 읽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06-09-2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하늘바람님^^ 근데 혹시 다른 분 서재랑 혼동하신 것은 아닌지...
과찬의 말씀과, 오즈마가 누구인지 제가 모르겠어서요^^;;;;

전호인 2006-09-2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항상 과거의 추억꺼리를 보면 흥미가 유발되곤 합니다. 왜일까?

마노아 2006-09-2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미래 없이도 못 살지만 과거없이도 못 살것 같아요. 현재도 물론 중요하구요^^
 
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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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소개를 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관함에 담겨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빌려왔는데, 그리고 또 한참을 읽지 않고 방치했다.  그리고 어제, 외출하는 길에 잠시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책을 펼쳤다. 

요새는, 책을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순간순간 눈물이 와락 솟을 때가 많다.  한동안은, 어떤 '작품'을 보면서 울어보질 못해 나 왜 이렇게 메말랐지? 하고 스스로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제목에서 아이는, 이 일기를 읽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 숙제를 내주셨고, 읽히지 않기를 원한다면 다만 썼다는 것만 확인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주인공 티시는 가정 환경이 평탄치 않다.  아버지는 자주 어머니를 때렸고, 직장을 여러 차례 옮겼고, 그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은 지 2년 째다.  엄마는 티시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는 용돈 한번 준 적이 없고, 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버지를 기다릴 뿐이고, 원망과 불평이 많으며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어린 동생 매트는 8살에 불과하고, 다부지지 못한 성격에 울보쟁이다.  티시는 버거보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동생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매번 일기장에다가 "읽지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라고 못을 박으며 써내려가고, 가끔 선생님의 요청에 의해 "이 일기는 읽어도 되어요."라고 제목에 달아보지만, 그때는 마음에 없는 '보여주기'식 일기를 쓸 뿐이다.

일하는 곳에서는 매니저가 치근덕 거리고, 학교 친구들에게도 속내를 다 보여주진 못한다.  동생은 갓난 아이마냥 손이 많이 가고, 엄마는 여전히 어른 구실을 못한다.  어느날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무책임한 기분파이며 그나마 펑펑 써댄 돈은 엄마의 카드로 지불될 것들이었다.

크리스마스를 기해서 아버지와 싸우게 되고, 집을 나간 아버지를 다시 엄마가 찾아 나가버리고, 집에는 동생과 둘만이 남는다.  당장 생활비가 없고 공공요금을 내지 못하고 집세도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하며 일하던 곳에서마저 해고당한다.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손쓸 수 없게 되었을 때, 티시는 선생님께 제발 이 일기를 읽어달라고 한다.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이 일기를 말해줄거라고 티시는 간절하게 믿고 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완벽한 해결은 아니어도, 적어도 최악의 순간은 모면한다.  엄마를 다시 만났고, 엄마와 함께 가족 모두가 재활 치료를 받게 된다.

난 이 어린 아이가 무리한 책임을 지고 힘들게 지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무책임한 그들 부모가 참으로 미웠는데, 어머니조차 경계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참 안되어 보였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고, 아이가 아이답게 지내지 못하고 어른 이상의 책임을 지며 힘들게 사는 모습도 안되어 보였다.

열다섯의 티시는 여덟살 동생 매트를 자식처럼 돌보는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 새삼 진실로 느껴졌다.  더불어 내 가족들 생각도 하게 되고...

아무리 애어른이라지만, 열다섯 아이는 열 다섯일 뿐이다.  이 책에는 그 아이가 어른들을 보는 관점과, 부모를 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아이를 돕고 싶어하는 선생님의 열정도 아름다웠고, 일기를 끝내 읽지 않고 허락이 떨어진 다음에야 읽게 된 그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물론, 이 책은 소설이지만...)

간절히 누군가 손을 내밀 때,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도움되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사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가능했으면 한다. 그렇게 노력하기를 바란다.  누구도 아닌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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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럴수 있을까요??
요즘 일기는 검사 받기 위한 일기이어서 검사 안 하는 학교가 많다고 하던데요..
참..뭐가 소중한 건지를 모르고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저도 이 책 한번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6-09-29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객이 전도된 것이 참 많죠. 안타까워요ㅡ.ㅜ
 
알을 품은 여우 내 친구는 그림책
이사미 이쿠요 글.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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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정채봉 선생님의 작품에서 이 책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 까닭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호기심이 발동했고, 제목도 재미있어서 골라 집게 되었다.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색감이라는 것이 굉장히 친화적으로 보여서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사진 같은 동화랄까.   놀란 것은, 다람쥐가 산새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그런 사실적 묘사는 틀리지 않을 테니까 아마도 다람쥐가 산새보다 큰 게 맞는 사실인가 보다.  그리고 오소리가 이렇게 생겼구나... 신기해 하고, 족제비는 여우보다 작네... 등등의 새로운 사실들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알을 깨고 나온 아기새는 너무 귀여웠다.  아마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 더 기뻐할 것 같다.  열심히 알을 품었던 여우가 끝내 아기새를 잡아먹지 못하고 어미가 되는 모습이 어쩐지 찡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생물계의 먹이 사슬에 대한 이해가 아이들은 없을 테지만, 여우의 모정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보다가 이렇게 순수하게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보게 되면 참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신선하고, 혹은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따뜻한 내음이 나는 동화책, 그보다 더 따뜻한 엄마의 목소리, 혹은 가족의 애정......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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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는 소녀
고유리 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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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예쁘고 독특해서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게 된 책이다.  책장을 펴 보니, 그림은 더 예쁘다.  온통 천연색 칼라풀한 책이었는데,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흥분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했다.  그러나 단순히 가볍고 뻔한 책은 아니었다. 


언제나 우는 소녀도, 언제나 아프리카를 꿈꾸는 펭귄도, 당황스러운 손님과 하늘을 나는 고래, 예의 없는 눈사람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까지도... 이 책에는 한 번쯤 더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다 철학적인 고민을 던져주는 주제로 다가오고 있다.


언제나 우는 소녀, 여전히 울고 있는 소녀, 사람은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남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도, 나 자신도 그렇다.  작품은 그런 사람들의 내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부담스럽지 않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책이 참으로 소박하고 따뜻했다.  그림은 예뻤지만 유치하지 않았고, 어린 아이도 어른도 좋아할 법한 그런 책이었다.  비록 제목에서부터 눈물이 묻어나는 느낌이지만 읽고 나면 발그레 웃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선물용으로도 아주 적격일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 예쁜 그림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갈 테니까.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그 여운으로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나? 하고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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