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이야기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류준화 그림 / 열림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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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읽은 책은 "모닥불"이란 제목이었는데, "기차 이야기"란 제목으로 개정되어 다시 출판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모닥불'쪽이 더 정감어린 제목으로 느껴진다.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를 재밌게, 또 감동깊게 보았는데, 여러 편을 보니 확실히 감동이 좀 덜해진다.  대개의 이런 제목을 단 책들이 그러했듯이, 이 책도 비슷비슷한... 비스무리한 패턴을 보여주는 것.  그러니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솝우화 형식의 '교훈' 남기기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상투적이라고 해서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기대를 했었던 터인지라 쬐매 마음에 안 맞았다.

그러나, 작품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이야기 중에 '참게'편에서 소금 항아리에 담가진 게들이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아우성을 치다가 함께 미끄러져 내려가는 장면은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너무 적나라한 비유였지만, 또 너무 정직한 비유가 아니던가.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남보다 내가 앞서가야만 하고, 내가 앞서기 위 해서 거침 없이 남을 밟아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함께' 행복해지는, '더불어' 같이 사는 그 사회가 머나먼 꿈이요 이상으로 보인다는 것은 몹시 서글픈 일이다.  친구들과 동료들을 먼너 항아리 밖으로 내보내고 제일 마지막으로 내가 밖으로 나올 자신이나 각오가 되어있는가 물으면... 역시 대답하기 어려운 침묵이 따라온다.  그래서 작품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읽히는 것.

'몽당빗자루'편에서 대나무 빗자루는 마당을 쓸어서 자신을 닳게 하는 스님께 볼멘 소리로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나 스님의 대답은 얼마나 현명한고 하니...

"그러면 너는 마당을 쓸면서 마당이 없어지기를 바라느냐?  어떻게 네 몸이 닳지 않고 마당이 깨끗해지기를 바라느냐?"

역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력하지 않고 구하는 기도는 거지의 바람이라던데,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경우 일확천금을 꿈꾸고 또 대박인생을 노리던가.  또 그렇게 살지 않더라도, 그것을 꿈꾸듯이 입버릇처럼 굴 때는 또 얼마나 많던가.

'새잡는 그물'도 가볍게 넘어가지지 않았다.  새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새를 날려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많은 경우에 우리는 순서를 바꾸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곰곰히 짚어볼 일이다.

 

이렇게 리뷰를 쓰다 보니, 꽤 좋은 얘기가 많았는데 왜 별점이 세개인가 고민하게 된다.  안 되겠다.  별 넷으로 올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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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장 자크 상뻬 글 그림 / 미메시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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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책이다.  대사가... 하나도 없다.  그림과 제목만 있다.  그래서 난 전시횡 온 줄 알았다.

소재는 자전거인데,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과, 또 자전거를 타는 여러 상황들이 그려져 있다.

때로 흑백으로, 때로 칼라로.

어떤 그림은 터치가 거의 없이 간결하게 그려져 있고, 어떤 그림은 온 화면이 다 차도록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책 속에는 자전거로 엮어진 사람들의 기념 사진들이 정말 전시회처럼 걸려 있다.  사진이지만 표현은 그림으로 된.

원래 장자끄 상뻬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생략되어 있지만 채워져 있고, 소박하지만 화사한 느낌을 주고, 비어 있지만 풍성하고, 무엇보다도 여유롭다.

제목이 '균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게 되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균형'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일까.  인생이 '단순'하게 정의되진 않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균형'의 문제가 맞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나와 남을 맞추어 보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도 결국엔 균형의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은 옆자리 샘과 아이의 교육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왕따'에 관한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 아이가 착하고, 남에게 해꼬지 안하고, 성실한 것만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해당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같은 반의 다른 아이들인데, 대략 25명쯤 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시절부터 동창으로, 그 엄마들이 거의 가족수준으로 뭉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리 지어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그런데, 그래서 그들은 그들 안에 속해있지 않은 아이들을 '왕따' 시킨다.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리고 아이들은 '어리고 철없는' 것을 무기로 또 다른 아이들을 상처 입힌다. 

내 아이가 상처 안 받고 따돌림 받지 않고 돌아오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 지도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 정도의 여유를 갖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이런 것도 '균형'의 문제가 아닐까.  자전거 타기에만 균형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 균형이 늘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오늘 내가 가졌던 대화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길지 않은 페이지에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책값이 비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만난 것이 기쁘다.(무, 물론,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거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상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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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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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선 흙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선생님의 매니아 독자도 아니면서, 유독 그 이름에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일종의 존경의 의미?

순박한 제목에서부터 이미 느껴지지만, 선생님의 작품에선 자연의 미가 유독 도드라진다.  볼품없고 쓸모 없다고 여겨진 강아지똥으로부터 하나의 이야기, 사랑스런 이야기를 끌어내는 그 힘은, 단지 '창작'력만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볼 줄 아는 눈과,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또 그 영혼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민들레꽃, 홀씨.. 그런 것 하나도 보지 못한 서울 촌뜨기지만, 이렇게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런 면에서 동화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

'작품'이라는 말이 꼭 거창할 때에만 쓰일 필요는 없다.  소박한 것은 소박한 대로, 작은 것은 또 작은 모습 그대로 그 대견함과 대단함을 품고 태어나는 것이니... 그것을 알아볼 줄 아는 작가의 손에서 말이다.

공주나 왕자, 화려한 왕국... 내 어릴 때 읽던 동화책의 그런 겉치장 요란한 모습보다, 이리 일상 생활 속 자연의 모습을 옮겨놓은 따사로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즈음의 창작동화는 워낙 다양해서 작품을 '고르는' 눈도 작품만큼 중요해진 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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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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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은 페이지 안에서도 이만큼의 감동이 가능하고,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울릴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문학의 힘이, 또 '사랑'의 힘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한순간 황홀하다고까지 여겨졌다.

어른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시집 장가 가기 전에는 어른이 아니라고.  시집 장가 가면 또 얘기한다.  자식 낳아 길러보기 전에는 어른이 아니라고...

그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참 어릴(강조!) 지도 모를 나이지만, 그 말의 진실성에 크게 공감한다.

책속의 어머니는 아이를 키워 가며 변함 없는 노래 한 소절씩을 불러준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그 노래는 아이가 두살일 때, 아홉살일 때, 십대일때, 장성해서일 때, 그리고 그 아이가 아이를 가질 때까지도 변하지 않는다.

이제 세월이 흘러 노래를 불러주던 어머니는 늙고 노쇠해지셨다.  아이는 이미 자라 어른이 되었고, 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아이였던 어른은, 어머니의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이제 깨닫는다.  그 노래를 이제 자신이 불러줘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났다면 그저 좋은 동화에서 끝났겠지만 작품은 독자의 심금을 다시 한번 울리니, 이제는 아들이 어머니를 향해서 불러주는 노래에 다시 한번 눈이 뜨거워진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어머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나와 내 아이 사이에, 둘만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노래 한소절을, 일생토록 부를 수 있다면, 그 사실 하나로도 삶이 충만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와 내 어머니의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떤 노래를 다시 돌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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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3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프하하핫! 아니, 그 멋진 선물을 받고도 그런 반응을 보였단 말입니까?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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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이 팔렸고, 그 이상으로 읽힌 책이라는 것을 안다.  개인적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도, 정말 좋아지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어른을 위한 동화들 중에서 거의 선구자적 역할을 함에도 왜 내게는 이다지도 식상하게 보이는 것일까. 

너무 뻔한 공식을 따라가는 기분.  그래서 도식적으로 보이고 또 교과서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내게는 교훈은 있어도 감동은 크게 오지 않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머쓱할 정도로...;;;

예쁜 제목에 예쁜 삽화가 있는데도, 뭔가 글과는 조금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읽은 책은 이 책과 표지가 다르다.) 그림을 못 그린 것은 아닌데, 뭔가 글의 내용과는 분위기가 맞지 않다.  오히려 그림이 훨씬 토속적이고 한국적이다.(연어라는 글이 꼭 토속적일 필요는 없지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연어"라는 시를 생각하며 내가 이 책에 접근했는 지도 모른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 실린 시인데, 읽는 순간 "아!"소리가 나오는 작품이었다.

여기다가 옮겨보고 싶지만 너무 실례인 것 같아...;;;; 그건 참겠다.  대신 정말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만 옮겨본다.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를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밤을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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