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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장 자크 상뻬 글 그림 / 미메시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는 책이다. 대사가... 하나도 없다. 그림과 제목만 있다. 그래서 난 전시횡 온 줄 알았다.
소재는 자전거인데,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과, 또 자전거를 타는 여러 상황들이 그려져 있다.
때로 흑백으로, 때로 칼라로.
어떤 그림은 터치가 거의 없이 간결하게 그려져 있고, 어떤 그림은 온 화면이 다 차도록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책 속에는 자전거로 엮어진 사람들의 기념 사진들이 정말 전시회처럼 걸려 있다. 사진이지만 표현은 그림으로 된.
원래 장자끄 상뻬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생략되어 있지만 채워져 있고, 소박하지만 화사한 느낌을 주고, 비어 있지만 풍성하고, 무엇보다도 여유롭다.
제목이 '균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게 되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균형'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일까. 인생이 '단순'하게 정의되진 않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균형'의 문제가 맞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나와 남을 맞추어 보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도 결국엔 균형의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은 옆자리 샘과 아이의 교육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왕따'에 관한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 아이가 착하고, 남에게 해꼬지 안하고, 성실한 것만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해당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같은 반의 다른 아이들인데, 대략 25명쯤 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시절부터 동창으로, 그 엄마들이 거의 가족수준으로 뭉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리 지어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그런데, 그래서 그들은 그들 안에 속해있지 않은 아이들을 '왕따' 시킨다.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리고 아이들은 '어리고 철없는' 것을 무기로 또 다른 아이들을 상처 입힌다.
내 아이가 상처 안 받고 따돌림 받지 않고 돌아오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 지도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 정도의 여유를 갖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이런 것도 '균형'의 문제가 아닐까. 자전거 타기에만 균형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 균형이 늘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오늘 내가 가졌던 대화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길지 않은 페이지에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책값이 비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만난 것이 기쁘다.(무, 물론,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거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상뻬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