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돌이는 화가 비룡소 창작그림책 5
이호백 글.그림 / 비룡소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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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외관이 몹시 독특하다.  제본한 부분은 천으로 감쌌고 그 위에 종이로 된 두꺼운 하드 커버가 덮여 있다.  책장에 꽂았을 때 책 제목이 보이는 부분이 아무래도 천 위에 글씨를 박아서인지 쉽게 지워지는 단점이 있다.  천과 종이의 결합이라는 시도는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고 독특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 쥐돌이다.  언뜻 보면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나오는 그림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다.(그럴 수밖에 없다.  두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

그림 그리는 것이 멀고도 아득하기만 했던 쥐돌이는 전시장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쥐돌이가 자랑스럽게 들고 온 그림은, 솔직히 처음에는 뭘 그렸나 싶었다.  아마 아빠 쥐도 그리 생각한 듯^^
헌데,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모두 녹아있는 것이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니 그 눈에는 쥐돌이가 이미 화가로 변신해 있다.

내 오랜 지기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데 피아노 학원도 보내고 여러 학원에 아이를 보내지만 미술 학원만은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의 '상상력'을 틀 안에 가두는 것 같아 싫다고 한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학습을 시키겠지만, 친구의 말도 언뜻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유롭게',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 어린 아이에게는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쥐돌이는 누구의 강요나 설명 없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감상했고, 그리고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했다.  어른의 기준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보아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펼칠 더 넓고 깊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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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0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또 올리셨네요. 이제그만 저 잠좀 자게요. 읽다가 판나겠네요. 그래도 우선 읽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좋은하루되시기를......

짱꿀라 2006-12-0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쥐돌이의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쥐돌이의 혼자힘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가졌다는 것.......

마노아 2006-12-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님들 서재 순회하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답니다. 저도 눈이 막 감기네요. 이제 그만 자야겠어요. 쥐돌이를 부러워하며.. 그같은 꿈을 꾸렵니다. 깊은 밤 좋은 꿈 꾸어요~

마노아 2006-12-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님 그렇게까지...T^T아, 감격에 눈이 침침해졌어요. 감사해요. 착한 책 천천히 도착해도 되어요~ ^^ 날씨가 꾸리꾸리 하지만 님의 기분은 아주아주 상쾌하기를 바래요~

치유 2006-12-0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인가 저도 이 책 찾아 볼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아마 도서관에서 만나면 마노아님 리뷰 생각하며 얼른 집어들고 헹복해 할겁니다..

마노아 2006-12-08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전 이미 행복해졌는 걸요. 배꽃님 오늘 하루 멋지게 시작하셔요. 와우.. 엄청 일찍 다녀가셨네요^^
 
안녕하세요, 그린피스 지식 다다익선 12
사이먼 제임스 지음, 유시주 옮김 / 비룡소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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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자기 집 연못에 살고 있는 고래 때문에.

그래서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편지를 보냈다.

그린피스에서는 에밀리에게 친절히 답장을 보내준다.  그렇지만 에밀리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고래는 바다에 사는 생물이라고.  연못에서는 살 수 없다고.

다음 번 편지는 더 기가막히다.  연못에 소금은 잔뜩 뿌려주었다는 에밀리.  자기 집 연못의 고래는 푸른색이라고.. 천연덕스럽게 그린피스에 답장을 보낸다.

그린피스 역시 에밀리의 답장에 재답장을 보낸다.  이번에도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면서 지적해준다.

푸른 고래는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연못에 살 수 없다고...

에밀리의 편지는 점점 더 어마어마해진다.  자기가 준 과자를 먹고 자기의 얘기를 알아듣는다는 고래 이야기...

이렇게 두 사람의 편지가 오가는 형식으로 내용이 이어지는데, 결말에 이르면 내용은 더 커지고 더 황당해지고, 그리고 더 유쾌해진다.

나는, 자기 집 연못에 고래가 산다고 하는 편지에 답장을 해 주는 그린피스가 멋져보였지만, 자꾸만 그거 고래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고 하는 그린피스가 밉기도 했다.

무얼까... 아이가 꿈을 꾸거나 상상력이 풍부하거나... 그런 쪽으로 생각하기 보다, 정말 그 집에 고래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아니, 그랬으면 하는 소망이 내 속에 있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고래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그린피스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이 실렸다.  앞의 본문은 실제 어린 아이의 글씨로 쓰여진 거라던데 그래서일까, 더 실감이 났다.  

 편지를 보내주는 이가 그린피스였지만, 그 상대가 부모이거나 형제이거나 혹은 선생님이거나, 그냥 어른이라고 할 때,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친저히 설명해 주고, 그리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믿어줄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고팠다.  그 마음을 갖고 싶고, 그 아이의 마음도 닮았으면 하는 기분... 연말이 다가오고 나이 한 살 더 먹을 생각을 하니 더더욱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치솟는가 보다.

너무 예쁘고 멋진 책을 우연히 발견한 행운에 감사한다.  에밀리의 팬이 되고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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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입니다 - 곧은나무 인물그림책
김향이 지음, 김재홍 그림 / 삼성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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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달 전에 벼르고 벼른 책이었는데 이제사 읽게 되었다.  표지 그림은 석양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손자를 잡아주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제목과 표지만 보면 그렇게 평범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책을 좀 더 읽어보면 이 책이 보통 책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그림 얘기부터 먼저 하자면, 마치 유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사진을 옮겨놓은 듯 실사에 가까운 그림이 현실감을 더 불러준다.  이 책의 이야기만큼이나.

초반에는 인자한 할아버지, 다정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일상이 묘사된다.  운동회에서 열심히 달리는 손자에게 "네 앞에 가는 사람은 너만큼 힘들고 네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너보다 더 힘들다."라는 말을 전해준다.  한번 쯤 더 곱씹어 볼 이야기다.

어느날, 골목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다가 동네 형으로부터 손기정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너무 인상적이었던 그 이야기를 저녁 식사 시간에 했더니 식구들이 모두 웃는다.  그 손기정 선수가, 바로 소년의 할아버지였으니까.

그제야 소년은 벽에 걸린 사진 한장을 눈여겨 본다.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있지만 꼭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 슬픈 사진.  소년은 할아버지로부터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의 사연을 듣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사건, 그리고 일장기 말소 사건 등등의 이야기가 소년의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56년 뒤, 할아버지의 후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건이 서술된다.  바로 황영조 선수의 이야기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이름들이, 이 동화책 속에 역사가 되어 들어가 있다.

제목은 "우리 할아버지입니다"였는데, 마지막에 마무리 할 때는 "우리 할아버지는 손기정입니다."로 끝맺는다.

그 짧은 문장이 얼마나 많은 여운과 슬픔과 감동을 주는 지, 노년의 손기정 달리기 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페이지에서 뒷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바로 뒤는 '손기정이 달려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1912-2002년까지의 여정을 짧게 서술해 주었다.

그가 우승 후 친구에게 보낸 엽서에는 "슬프다"라는 한 마디가 적혀 있었고, 그에게 예비되었으나 받지 못했던 기원전 600년의 그리스 청동 투구 반환 사건도 짤막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1950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그가 키운 후배들이 1.2.3위를 차지한 눈부신 순간의 이야기도 전한다. 

이 책은 실제 손기정 선수와 그의 외손자의 이야기를 작가가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구성한 책이다.  따스한 동화이지만 그 자체로 이미 역사적 얘기가 되어 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교육적이고도 감동을 함께 전하는 아주 멋진 책이라고 거듭 강조하겠다.

책의 질감도 고급스럽고 색감도 안정된 갈색톤으로 깊고 고요한 향이 나는 듯하다.  책 말미에 실린 심훈의 시를 옮기며 마치겠다.

오오, 조선의 남아여!
-백림 마라톤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 등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이천 삼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의 하늘도
올림픽의 성화를 켜 든 것처럼 화닥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 보리라.
그 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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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트레스 받았어!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 3
미셸린느 먼디 지음, R. W. 앨리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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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이다 뭐다 바쁜 시절도 없었고, 그저 뛰어놀기 바쁘던 내게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이 책을 보면서 내게는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위로 언니가 둘이 있는 나는 집안의 막내지만, 흔히들 짐작하는 것처럼 귀염받고 자란 편은 아니었다.  식구가 아홉이었던지라 시아버지에 시동생에 시누이에 너무 바빴던 어무이께서는 아이들 셋을 토닥이며 보살펴 주시기엔 너무 벅찬 분이었고, 아부지의 무뚝뚝함이란 그 방면에서 넘버원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언니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나의 일상이었는데, 나의 한 언니는 어려서는 나를 엄청 구박했었다.  그것도 못해?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딴 게 왜 궁금해?  이런 식의 반응은 어린 나를 상처입히기 일쑤였다.

늘 못한다고 구박하던 언니가 나를 추켜세워주며 인정해주었던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급 임원을 하면서였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학급 임원을 하고 때마침 학교에서 받은 지능검사에서 각별히 높은 수치를 받아오자 언니의 나에 대한 대접은 하늘을 찔렀다.  넌 할 수 있어.  너라면 해낼 거야.  역시 잘하는 구나!  이런 종류의 말들이, 그때부터 쏟아졌다.  당시의 지능 검사는 고등학교 가서 받은 점수보다는 턱없이 높은 거여서 사실 진짜라고 믿어지지 않지만, 아무튼, 그때의 효과는 꽤 좋았다.(지금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ㅡ.ㅡ;;;)

아마도 나로서는, 가족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꽤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늘 못한다 소리 듣고 살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잘한다! 소리를 들어보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계속 그 만족도를 채워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임과 동시에 나 스스로의 '자신감' 회복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였기에 성장기의 내게는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임에 틀림 없다.

이 책은, 아이들도 당연히 어른들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명확히 알려주며, 그것을 자연스레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길을 정겹게 알려준다.

너무 많은 공부를 해야 할 때, 시간은 부족할 때, 원하는 만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스트레스'가 찾아옴을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것, 도움을 청할 것, 적절한 운동을 해줄 것, 마음을 열고 활짝 웃을 것... 등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단히 전형적인 제시어들이지만, 사실 모두 적확한 얘기들일 것이다.  아이이든 어른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어린 내가 나의 자존감을 종종 무너뜨렸던 언니에게 "그렇게 말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나의 자신감 회복의 시간은 더 당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스스로 그렇게 말해보겠다는 자각이 있지 않았고, 그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있었더라면, 언니에게 그렇게 하지 말란 얘기를 먼저 했을 테지...;;;)

나의 경우에는 '성적'이라는 매개체로 변화가 왔지만, 그건 그리 좋은 변화의 동기는 아닌 듯하다.  그리고 그토록 오래 걸려서 변화가 왔다는 것은 그만큼의 상처가 내게 쌓였다는 것이니 역시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과 부모, 혹은 선생님과의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본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어줄 자는 역시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일 테니까.  혹여 부모의 욕심으로, 교사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지나친 것을 강요하며 마음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도 그런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기억하며... 회복의 시간을 주기 위해 애쓰기 위하여...

그나저나, 어제 오늘 너무 바빠서 주말을 제대로 쉬지 못했더니 피곤이 쌓인다.  스트레스가 되기 전에 오늘은 좀 쉬어야 할 텐데.... 서재질을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거지.... 즐거움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는데... 조금은 자제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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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거인 골렘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5
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 글.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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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 해서 내용이 무조건 쉽고 가볍지를 않다는 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알아버린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읽으면서 많이 고민하기도 한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까?  무엇을 의도한 책일까?

존 버닝햄 책에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저번에 읽은 "여섯 사람"도 그랬다.
진흙 거인 골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언제나 심각하게 등장하는 '유대인'이 주인공이다.

일방적으로 박해만 받고 살던 1500년대 프라하가 이 책의 배경이다.  유대인들은 어린애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등의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나돌아 성 안에 갇혀 살던 유대인들.  어느 날 꿈에서 진흙 거인에 대한 암시를 받은 랍비가 진흙 거인 골렘을 만들어낸다.  골렘은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어 유대인들을 지켜내는데, 사람들의 오해가 풀려가자 오히려 더 선동적으로 몰아 유대인의 성으로 몰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모두 몰아내자 이제 사람들은 유대인을 더 두려워하고, 황제는 랍비를 불러 타협을 한다.

골렘은 다시 진흙으로 돌아가야 했고, 사람들은 유대인을 더 이상 탄압하지 않기로 했다.  랍비는 골렘을 흙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골렘이 저항한다.  그는 더 살고 싶어했다.  처음 이 땅에 태어나서 뜨는 태양을 보며 감탄했던 그는, 지는 태양을 보며 역시 마음 싸아함을 느끼는데, 임무를 완수했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그를 그 자리에 남겨두는 것을 사람들이, 랍비가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골렘은 왔던 그대로 흙으로 돌아간다.
이 이야기는 유대인의 전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작품 말미에는 전설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한페이지 빼곡하게 설명을 달아놓았는데, 익숙치 않은 내용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종이 예술의 달인이었는데, 그림은 모두 그린 것이 아니라 종이를 도려낸 것을 그의 사후 사진작가가 찍은 것이다.  언뜻 모르고서 보면 종이를 도려낸 것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작업은 정교했다.  색감도 아주 탁월해서 예쁜 그림이 아닌데도 너무 특별하게 보인다.  진흙 애니메이션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엄청난 공을 들여서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별점을 더 후하게 주고 싶었던 것일 지두...

핍박 받았던 유대인.... 그들의 역사를 다시 정의한다면 핍박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오래도록 억울하게 살아온 그들인데, 지금 가장 위험한 땅을 만들고 평화를 위협하며 사는 그들을 보며 답답하고 심난하다.  더 살고 싶다고, 더 이 땅을 보고 싶다과 호소하던 골렘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과연 랍비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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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6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대인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민족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죄로 말미암아 삶의 고단했던 민족이기도 하죠. 그들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죄로 인하여 댓가를 치루어야만 했던 유대인들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가 않았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생각을 들지만요.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06-11-26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요. 미국은... 어떻게 될까요? 일본도 아직까지 승승장구하고 있고...
뿌린대로 거둔다!가 저의 좌우명이긴 한데, 그게 나라의 개념으로 보면 꼭 들어맞지를 않더라구요. 물론 '당대'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