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의 하늘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글.그림, 엄혜숙 옮김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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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로 그린 동화책이다.  굵직한 선에 많지 않은 수의 색을 사용하였는데, 명암의 대비에 의해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고니 가족들은 겨울이 닥쳐와 북쪽 하늘로 가야하건만, 아이가 아픈 바람에 다른 가족들과 달리 떠나질 못한다.

아이가 낫기를 바라며 극진히 간호를 했지만 아이의 상태는 더욱 나빠지고 이제 북쪽 하늘로 갈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침내 이들은 아픈 아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함께 갈 수 없는 아기 고니는 슬픈 눈으로 떠나는 가족들을 지켜보는데, 하늘로 날아올랐던 가족들이 큰원을 그리며 다시 돌아온다.  그들은 아픈 아이를 뜨겁게 안아주었고, 마침내 아기 고니는 평온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큰고니 가족들은 다시 날아올라 바쁜 날개짓으로 북쪽 하늘로 비행한다.  마침내 도착한 땅에서 그들은 함께 오지 못한 잃은 아이를 떠올리며 슬퍼하는데, 하늘 위로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은 아마 오로라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생존을 위해서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그대로 떠난다 할지라도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사는 방법이었을 테니.  그렇지만 다시 돌아와 아픈 아이의 가는 길을 지켜준 고니 가족의 모습이 뜨겁게 다가온다.  가족애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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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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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에는 딸 낳은 것이 죄였고, 딸 셋을 낳으면 미개인 소리를 들었고, 줄줄이 딸이면 아들 낳으려고 그랬구나! 소리 듣고, 막내가 아들이면 아들만 이뻐하겠네~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금도 그런 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대에는 "하나"라도 '제대로' 낳아서 기르자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하나밖에 낳지 않을 바에는 기왕이면 '딸'을 선호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남아가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여초현상이 벌어질 지도...

하여간, 딸을 선호하는 마음은 나로서도 마찬가지다.  큰조카가 아들인데, 첫조카인지라 온 집안의 보배가 되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둘째를 언니가 임신하자 막달까지 그 아이가 딸이 되기를 계속 기도한 것은 나밖에 없었다.  언니는, "있잖아, 이미 성별은 결정되었거든?  바뀌지 않아!"라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둘째가 딸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정말 여자 조카가 태어났을 때 정작 축하를 받은 것은 나였다. "여자 조카 생긴 것 축하해~"라고.

그래서, 나처럼 여자 아이를 더 이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의 구구절절 딸이 좋은 이유는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은 참으로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딸이 출생하고, 그 아이가 성장하고, 결혼을 하여 다시 출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쭈르륵 보여준다.  같은 얼굴의 꼬맹이가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고 있으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어른들은 종종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라"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딸이 출산을 경험하고 '엄마'가 되었을 때 진정 부모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가장 좋은 동지가 될 수 있고, 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딸이 아닐까. 

엄마가 될 수 있어 딸이 좋다는 작가의 말이 이 책에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부모로서도 그렇지만, '인간'으로서도 가장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열매'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갓 엄마가된, 혹은 엄마가 될 이에게 주고 싶은 예쁜 책이다.  생명의 숭고함과 오묘함을 느끼길 원하는 모든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혹, 아들들이 섭섭함을 느낄까?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이런 책도 있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의 반응을 얻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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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막내딸 3학년 선물로,,,,당첨입니다,,추천 & 땡스투 ㅋㅋㅋ

딸기 2007-02-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추천 꾸욱~
리뷰 잘 읽었어요, 마노아님. :)

마노아 2007-02-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따님도 기뻐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딸기님, 부끄럽사와요.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8-07-1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마노아 2008-07-18 07:11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트루블로프 : 발랄라이카를 연주하고 싶은 생쥐 그림책은 내 친구 11
존 버닝햄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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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에 그다지 희열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아이들이 동물에 열광하고 곤충에 열중하는 모습들이 신기하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작은 생쥐 하나도 사랑스러운 동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존 버닝햄은 그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 같다.

쥐들이 찍찍 울어대는 것을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연주중'이라고 상상한 그의 마음밭이 참으로 곱다.

발랄라이카는 우크라이나의 민속 악기로 세모꼴 모양의 울림통에 3개의 줄이 달린 악기다.  유럽의 어느 마을에 있는 작은 여관에 사는 트루블로프는 집시 악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가 발랄라이카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집시 악단의 짐 속에 숨어든다. 

가족이 걱정할 것이 우려되었지만 트루블로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짚시 일행을 따라 산을 먼 길을 유람하는데, 이때 표현된 붉게 펼쳐진 길은 마치 사막의 뜨거운 길을 연상시키지만 자세히 보면 눈길임을 알 수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그 표현이 독특했고, 굵은 터치가 질박한 느낌을 주어 투박하게 보이는데, 그 단호한 선에서 강렬한 의지와 열정이 엿보인다.  흰 눈을 그릴 때도 그 눈을 만질 수만 있다면 손 위에서 하얗게 부서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림이 그 동안 보아오던 존 버닝햄의 그림과 많이 다른데, 초기 작품이라 그런 듯하다.

어머니가 걱정하다가 몸져 누우시고 동생 생쥐가 형을 찾아 스키를 타고 온다.  둘은 어머니께 돌아가고 그 여관에서 트루블로프는 인기 있는 악사가 된다.

발랄라이카를 '연주하는'이 아니라, '연주하고 싶은'이라는 말에서 정말로 연주하고 싶은 욕망과, 프로보다 아마추어에 가까운 계산 없는 순수한 열정이 읽혀진다.

쥐를 구경하고 싶다든지,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 나이지만, 트루블로프의 발랄라이카 연주는 듣고 싶다.  상상 속에서라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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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벨 이마주 12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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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신선한 충격!   일본 애니메이션을 2차원 평면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의 캐릭터와 색채다. 

이름도 독특한 바우와 게로.  수요일은 시장보러 가는 날이기 때문에 늦잠꾸러기 게로도 오늘은 부지런을 떤다.  한 명의 친구를 더 만나서 세 친구는 자동차를 타고 시장에 간다. (바무와 게로가 부자관계인 줄 알았는데, 뒤에 보니 친구 사이라고 나온다...;;;;;)

시장은 생기가 마구 분출되는 공간.  세 친구는 지칠 줄도 모르고 시장 구경에 여념이 없다.  이 시장은 평범하지 않다.  갖가지 신기한 물건이 있고, 그 물건들을 파는 것도 아주 독특한 동물 친구들이다. (바무는 염소를 닮았고, 게로는 개구락지를 닮았는데 정확히 어떤 동물인지는 모르겠다^^;;;)

작품이 특별한 것은, 세부 묘사에 엄청 공을 들였다는 거다.  등장 인물들이 주가 되는 화면에서도 집안 곳곳, 시장 곳곳엔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보여주고 싶고, 발견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름 충동구매도 했던 게로는 곧 '반품'이라는 것도 해보고, 알뜰살뜰 안목으로 '바닥이 울퉁불퉁한 프라이팬'을 구입한다.  대체 저걸 뭐에 쓸까 궁금했는데 곧 알 수 있게 된다.  바로 두꺼비 모양의 팬케이크를 구운 것!  발상이 재미나고 독특하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았는데 뭔가 재밌는 것으로 둔갑한다.

우리의 어린 아이들은 마트에만 데려가도 좋아한다.(어른들 중에도 마트 구경 즐기는 사람 꽤 있다. ^^ )  그 아이들에게 획일적이고 그저 깔끔하기만 한 마트 말고, 살아있는 재래 시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나도 가본 지 오래 되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조차도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이며 도전이 될 듯 싶다. 

책을 보면서 이렇게 시장을 가는 것도 교육이지 싶었다.  경제 관념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람 구경, 물건 구경도 큰 재미며 교육일 테니까.

작품 말미에는 이렇게 읽어보세요~라는 지침서도 나온다.  내용을 보면 역시나 멋진 발상이었다.  독자가 상을 줄 수 있다면, 이 책을 만들고 그리고 기획하신 분들께 상이라도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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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켜는 고슈 그림이 있는 책방 4
미야자와 겐지 지음, 허정은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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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의 오래된 작품이다.

첼로를 연주하는 고슈는 연주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습 때마다 실수를 해서 단장한테 욕을 먹기 일쑤다.

집에 돌아오면 열심히 연습을 해 보지만 실력이 쉬이 늘어가는 것 같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하고 있는 고슈에게 뜻밖의 방문객이 도착한다.  첫번째 손님은 고양이, 그 다음에 뻐꾸기, 너구리, 들쥐...

그들은 하나같이 고슈를 귀찮게도 하고 약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동물은 치료를 위한 음악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들의 요구에 맞춰 연주를 계속 하다 보니, 고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력이 쑥쑥 성정한다.

마침내 연주회 당일에는 대표로 앵콜송을 연주하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여러 사람이 번역을 하고 그림도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그려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은 몇컷 정도만 보았는데 역시 그림체가 많이 다르다.

내가 본 이 책의 그림은 대단히 신비롭다.  '판타지'적인 느낌이 난다.  생동감있는 표정과는 거리가 좀 멀고, 모래로 만든 인형 같은 느낌?  종이 위에 바로 그린 것 같지 않고, 1차로 그린 그림 위에 종이를 찍어서 그린 듯한 판화적 느낌이 난다.

고슈로 대변되는 캐릭터는 작가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그의 사후 알려지게 된 작품인데 어쩐지 고슈가 느꼈을 좌절감과 외로움 등이 작가의 그것으로 느껴져 좀 더 짠한 기분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검색했는데 알라딘  DVD에서는 발견을 못했다.  좀 더 찾아봐야 할 듯... 그림도 그림이지만, 음악을 같이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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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1-3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슈가 느꼈을 좌절감과 외로움 등이...
작가의 그것으로 느껴져 좀 더 짠한 기분이 든다."
라는 님의 그 감수성이 전... 넘... 사랑스러워요^^

마노아 2007-01-3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도 참... 쑥스러워요^^;;;;

딸기 2007-02-0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언젠가 인터넷에 본문이 올라와있어서 보았는데, 책으로도 나와있군요. 반갑네요. :)

마노아 2007-0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쓰기 전에 검색해 보았는데 번역이 약간씩 다르더라구요. 그림도 다르다 보니 느낌도 다르고... 여러모로 사랑 받는 작품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