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멋대로 학교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39
폴커 프레드리히 그림, 미하엘 엔데 글,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4월
평점 :
얼레꼴레 학교는 그야말로 제멋대로 학교다.
이 학교에선 보통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힐 법한 행동들이 당연시 되고, 그리고 '권장'되는 학교다.
씻는 것은 감점 요인! 지저분함은 필수다. 어떻게 하면 더 망가질 지를 연구해야 하는 학교.
그래서 제대로 망가지지 못하거나 불량스럽지 못하다면 유급도 각오해야 하는 학교다.
10000일 동안이나 자동차로 가야 나오는 이 학교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얌전 빼는 학생들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망가져 간다.
그렇지만 계속 망가진 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아마도, 범생이 기질을 그리워하며, 반듯하게 살고 싶어를 외치게 될 지도....
순전히 미하엘 엔데가 썼다는 이유로 집어든 책이었다.
책의 내용도 미하엘 엔데 다웠다. 엉뚱하면서도 풍자할 것은 풍자하고 넘어가기. 멋대로 학교라기에, 난 괴짜들의 총집합.. 이런 걸 생각했는데, 내 짐작을 비켜간 것도 즐거웠다.
난 우등생은 아니었는데, 학창 시절 내내 모범생이었다.
가끔 괴짜 친구들 처럼 예쁘게(?) 망가져 보고 싶었지만, 그런 양아의 기질이 전혀 없었던 지라 그냥 조용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게 불만이기도 했는데, 한 친구 때문에 생각을 고쳐 먹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짝꿍이었는데, 녀석의 동생이 우리 학교 한 학년 아래에 재학중이었고 전교1등의 수재였다. 서울 시에서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우승해서 일본과 중국도 다녀온 재원이었는데, 이 친구의 성적만 얘기하자면 아주 극과 극으로 대비되었다. 다분히 비교될 것 같은 상황인데, 이 친구의 반격(?)이 아주 신선했다. 자신은 쓰레기 분리 수거도 잘 하고, 폐휴지도 잘 모으고, 책상 줄도 잘 맞추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등생 아닌 모범생인 자신은 전혀 꿇릴 게 없다고 당당히 얘기했다.
난, 감동 받았다. 나도 하고 있던 그런 자잘한 것들이 내게 자랑거리였던 적이 없는데, 그건 공부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
이 책을 보면서 모범생을 생각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이나 모범생이 기 안 죽고 살기 어려운 때인데, 망가지는... 멋대로 구는 게 더 피곤하고 후회될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학생들이 먼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부모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