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철살인> 게시판에 김어준 한겨레 칼럼이 꽤 많다는걸 깨달았다. 온갖 체면치레에 시달리면서, 솔직함이나 직설화법 조차도 '소비'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단 스크랩.

(출처: 한겨레, 김어준의 그까이거 아나토미에서 발췌)

실연으로 내상 입은 자들의 자기보호 방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성 관계로부터의 필사적 거리유지다. 당신이 실연 후 다른 연애, 생각도 않고 살금살금 살았다는 거, 그게 그 짓이다. 그 남자와의 관계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 없는 우정,이란 제목 쾅쾅 박아 넣은 거, 역시 같은 짓이고.

우리가 동성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 … 이성 간 우정, 동성 우정엔 결여된, 성적 긴장 으레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성이 더 좋았을 거란 사발은, 그래서 치게 된 멘트. 혹여 느껴 버릴까봐. 느끼면 간격 무너지니까. 지금 안전 상태가 기뻐, 그걸 견고히 하고픈 무의식이, 그런 오버로, 스스로에게 확인사살 하는 거지.

그렇게 구축된 우정, 일종의 ‘관계’ 판타지다. 안전거리 확보한 채 거절 공포 없이 누리는 유사 애정행각. 다들 눈치 챘는데 왜 본인만 몰랐나. 관계는 제목을 따른다. 우정이라 제목 달면 또 우정인 양, 제목 부합되게, 관계 작동한다. 그 제목만으론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기 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지점에 덜컥, 도달할 때까진. 바로 지금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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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해답을 보는 것 같군요...
저도 김어준씨글 가끔 읽는데 안 본 부분입니다.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sb 2007-10-0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좋은 일이네요. 반가워요. ^^
 


절충이나 종합은 흔히 은폐와 호도의 다른 이름일 뿐, 역사의 특정한 시점에서는 그 사회, 그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객관적 제 조건에 비추어, 비록 상당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 경중, 선후를 준별하고 하나를 다른 하나에 종속시키는 실천적 파당성이 도리어 시중의 진의이며 중용의 본도라고 생각됩니다.

(신영복, 「매직펜과 붓」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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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론을 주장하는 자 누구인가? (중략) 너희들이 동양 평화, 한국 독립 보전을 담보한 조약에 먹물이 마르기 전에 삼천리 강토를 집어 먹던 역사를 잊었느냐?

문화운동론을 부르짖는 자 누군인가? (중략) 검열, 압수 등 모든 압박 중에 몇몇 신문 잡지를 가지고, 강도의 비위에 거스르지 아니할 만한 언론이나 주창하여 이것을 문화 발전의 과정으로 본다면, 문화 발전은 도리어 조선의 불행이다.

외교론의 주장은 (중략) 최근 3/1 운동, 일반 인사의 평화 회의, 국제 연맹에 대한 과신의 선전이 도리어 이천만 민중이 용기 있게 분발하여 전진하는 의기를 쳐 없애는 매개가 될 뿐이었도다.

준비론을 주장하는 자 있으니, (중략) 입고 먹을 방법도 단절되는 이때, 무엇으로 어떻게 실업을 발전하며, 교육을 확대하며, (중략) 군인을 양성한들, 일본 전투력의 백분의 일에 비교라도 되게 할소냐? "

"우리 지나온 경과를 말하자면 갑신정변은 특수 세력이 특수 세력과 싸우던 궁중의 한 때 활극이 될 뿐이며, 안중근 이재명 등 열사의 폭력적 행동이 열렬하였지만 그 뒤에는 민중적 역량의 기초가 없었으며, 3/1 운동의 만세 소리는 민중적 의기가 보였지만 폭력적 중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민중 폭력 둘 중 하나가 빠지면, 비록 천지를 뒤흔드는 장렬한 거사라도 또한 번개처럼 수그러드는도다."

(1923 <조선 혁명 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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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세태풍자극이 아니라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초절정 비극이 된다. 성정의 우유부단함과 영혼의 뺀질뺀질함, 그리고 경제적 무능함을 가진 한 젊은 남성이 제도 앞에서 느끼는 주눅을 냉소와 자조로 표현하며 뻗대다가 결국 처절하게 무릎 꿇게 되는 사연인 것이다.

"아니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요?" 이 너무나도 순진한 역설법은 '시장'에서 그 조건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사실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그 따위에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 자기방 기제가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제도권 속으로 쑥 진입하기에, 혹은 제도권 밖에서 격렬히 저항하기에, 별 변변한 무기를 가지지 못했으므로 그는 제도를 얕잡아 보는 태도를 표방한다.

(한겨레, 정이현의 남자 남자 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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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미디어 전망대 중에서)

우리를 속박하던 전통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대가로 우리는 외로움과 공허를 얻었다.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잘 포장해 타인에게 알리고자 온갖 정성을 다한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올린 연출된 사진과 동영상, 멋진 글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꾀하는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으려 애쓴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홍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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