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시몽 크루 그림, 마리 부샨 글, 함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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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한 어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책. 언제나 과거를 회상하며, 혹은 일상에서, 아니면 꿈 속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꿈, 하고 싶은 것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현실적인 잣대로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힘들다고 말하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유년 시절 몽상에 가까운 바람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았고, 할아버지는 현실이 무엇인지, 가능한 게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지고 드는 고리타분한 어르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작가가 뭘 말하려나 잠시 의아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두 사람의 현재와 과거 삶의 모습이 그려졌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두 노인,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의 다른 삶의 방식이 참 낭만적이다 싶었다.
나도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30~40년 뒤에도 꿈을 꾸며 살 수 있을까? 경험한 것이 많은 만큼, 현실을 알 만큼 알고 나서도 꿈을 꾸며 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할머니의 입을 통해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영감, 영감은 무슨 꿈을 꿔요?"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건 바로 현실성, 가능성을 떠나서 무엇인가를 바랄 수 있는 꿈이 아닐까.
p.s. 내겐 잔잔한 감동이 있었는데, 역시 아이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이책의 옮긴이 함정임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유년기와 노년기는 서로 많이 닮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둘 다 꿈을 꾼다는 점에서 그렇답니다. 유년기는 무한히 펼쳐진 순백의 세상을 향해 꿈을 꾸고, 노년기는 무수히 밟고 지나온 날들의 삶을 돌이켜 꿈을 꾸지요. 여러분의 꿈은 미래를 향한 설렘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꿈은 과거를 향한 추억입니다.
꿈은 누구의 것이든, 마음 설레게 하고 아련한 것입니다. 잡고 싶은 설렘과 잡을 수 없는 아련함이지요. 하지만 꿈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마술 같은 것입니다.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자신의 여러 모습을, 그리하여 인생의 여러 시기를 다시 살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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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7
스펜서 존슨 지음, 스티브 필레기 그림, 박지원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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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승리의 길로 안내하는 멋진 모험의 길'이란 부제가 붙었다. 어린이용 경제서라고나 할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원작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대상만 바꿔 어린이용으로 만든 책이다. 작가는 원작 같은 스펜서 존슨인데, 사람들이 어렸을 때 그 책을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말에 힘입어,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단다.
그림책으로 편집됐는데, 음... 좀 단순한 감이 있다. 그림이 너무 설명적이어서 삽화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야 시각에 따라 살아가는데 지침으로, 혹은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지만 나는 후자쪽이다.
인간에게 돈으로 치환되는 '치즈'를 찾아 떠나는 컨셉부터가 마음에 안 들고, 그 과정을 즐기는 데 의미를 두고 강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결과물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치즈가 상징할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놓치고 있다.
치즈는 돈일 뿐인가? 결국은 원작의 문제로 다가가게 되지만 어린이용 책인데 이런 부분에서는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물론 이를 읽는이의 상상력에 따라 다른 것으로 치환 가능하긴 하지만.)
돈으로 상징되는 '치즈'를 찾는 문제를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일들(왜 꼭 치즈를 찾아야 하나? 모든 인간이, 아니 쥐들이 적극적이고 대범하고 두려움없이 치즈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을 찾아가고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치즈를 갖지 않은 사람에 대해 어떤 편견을 준다.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혹은 나태해서 새로운 치즈를 찾지 못한 자들이고, 그런 자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그뿐인가, 그 많은 치즈를 나눠 줄 생각도 안한다.) 삐딱한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 그림책 치고는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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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0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 책으로 베스트셀러라고 어린이 책까지 만드는 것은 너무 싫어욧..

찬타 2004-09-0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요! 혹시나 어린이 책은 어떻게 좀 각색을 했을까 싶어 봤는데, 흑... 원작의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더군요..ㅠ.ㅠ. 사서 본 책은 아니어서 다행...
 
할머니가 남긴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8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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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책.
아이들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할아버지>에 이어 죽음을 다룬 그림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답이 쉽지 않다. 다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죽음에 대해 너무 극화시켜 미화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것은 별로 좋지 않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헌데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은 평화로운 일상 가운데 하나이다. 존재의 부재로 인해, 관계의 단절로 인해 어느 정도는 슬프기도,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상처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 그 바탕 또한 일상의 교육으로부터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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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3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하게라...
어린이들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찬타 2004-08-3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살 두살 먹은 조카 아이 둘이 있는데, 지난해 아빠를 잃었거든요.. 그 아이들은 아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까,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그 상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자꾸만 그림책으로 손이 가네요..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4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네레 마어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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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 이야기.
상처 있는 아이들의 삶, 심리 상태를 잘 나타냈다.
아이나 부모가 갈등이나 상처를 겪었다고 해서 과장되게 그리지도 않고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가 가정의 문제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리고 죄의식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네 탓이 아니라 엄마아빠의 문제라는 점들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서른 살 먹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느 수준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혀야 할지는 좀 막막하다. 정작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게 된 아이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무튼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현명하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그림책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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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모험
타바따 세이이찌 그림, 후루따 타루히 글,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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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특이한 동화다. 어느 유치원에서 생긴 일이라고나 할까..
아이의 잘못에 대한 '벌'이 어떠해야 할까 다시 한번 생각케 보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이 가장 공포스러워할 만한 쥐할멈 이야기와 캄캄한 벽장 속에 갇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화 속 사건 전개를 보면서  "뭐 이런 유치원이 다 있나, 뭐 이런 선생님이 다 있나." 싶은 생각에 불끈불끈 화가 나면서도, 작가가 왜 이런 상황을 연출해 냈을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벌은 그 자체로 혐오스러운 어떤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인위적인데다가 선생님의 태도 변화가 예측불가능하고, 아이들도 벽장 안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이 좀 너무 교훈적인 것으로 이끄려는 의도가 보여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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