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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봉식, 똥파리와 친구야 ㅣ 쑥쑥문고 54
김리리 지음, 이상권 그림 / 우리교육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1.
'왕땅콩 갈비 게으름이 욕심쟁이 봉식이' 왕봉식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별칭이다. 이런 까닭에 봉식이는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에게까지 언제나 꾸중과 놀림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 초등학생 남자 아이에 눈에 비친 식구들의 모습은 두 말하면 잔소리! 잔소리장이 엄마, 화잘내미 아빠, 괴롭힘이 형, 불여우 고자질쟁이 여동생(그나마 언제나 부지런하고 봉식이에게 잘해주는 누나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없다.)들을 생활 속에서 과장됨 없이 잘 풀어내고 있는 글 같다. 그 각각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식구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닮아 보려고 하는 봉식이의 모습, 또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만한 잘하고 싶은 맘, 서운함, 시샘 등등의 생각들을 봉식이의 좌충우돌하는 생활 속에서 발랄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2.
지하철에서 후르륵 읽었는데, 순간순간 재밌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는데,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어른에게만 재밌는 글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래~'라는 공감 이상의 무엇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을까. 재밌는 책이지만 그닥 남는 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본다. 내가 너무 지나친 교훈주의나 감동주의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 검열도 해 보지만, 그래도 책이라면, 줄긋고 싶은 멋진 멘트나 흘깃 소매를 적실락 말락할만한 감동이나 뭔가 삶의 지표를 생각해 보거나 할만한 비판이나 교육적인 이야기, 혹은 발랄한 상상력 중 하나 정도는 충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3.
이상권 선생의 그림은 참 재밌다. 그냥 예쁘기만 한 그림도 아니고, '아동'에 대한 강박으로 발랄한 색감으로 위장한 것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그림이다. 중간중간 챕터가 바뀔 때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들이 사실은 제일 맘에 든다. 언제 한번 이 사람에게 일러스트를 부탁해 봐야지..(내가 만들 책들이 그 사람의 그림을 필요로 할지는 의문이지만--;;)
4.
다섯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첫 부분에 나온 '까미야, 봉식이 소원 좀 들어줘' 부분이 가장 재밌다. 영어 단어도 외우지 않고 일기장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봉식이는 결국 숙제를 다 할 때까지 녀석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요정 고양이 까미'를 못 보게 되는데, 한 맺힌 그 녀석이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들어 꿈 속에서 까미에게 하루 종일 TV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뤄져 하루 동안 '쇼파'로 변신하여 식구들의 비밀을 엿보게 된다는 그런 내용인데, 어서 본 듯 하기도 하고..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재밌는 상상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