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씨앗을 심은 지 두 계절이 가버렸네
한 번은 거름이 너무 많아
생을 한 번 피우지도 못하고
또 한 번은 풀어둔 개가 스틸로폼
상자를 다 뒤집어 엎어버렸으니
이걸 어쩌나, 싹이 돋자 노친은 한 잎
한 잎 따다 베개 머리맡에 챙겨 놓고
이러시면 안 된다며 속상해하다가
오뉴월 땡볕에 잎사귀 다 녹아내리고
그래도 상추 몇 대궁이 허연 뿌리로 흙을 물고
처서 지난 바람결에 온 몸을 흔들고 있으니
나는 꼭 무슨 유언을 듣는 것만 같아서
귀가 커지다가 귀도 없어지고
마음만 고요한 한 마당
일생이 푸르고 붉게 타올라
대궁이 아래 눌러 붙은 잎사귀
이 땅에 피는 것들 불꽃 아닌 게 어디 있으랴
습관의 신발을 벗고 보면
서 있는 모든 곳이 떨기나무 불꽃 아니랴.
- 이희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