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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있나요 오래 전에 내 모습

마주잡은 우리의 손 처음인걸 아시나요

외면하며 돌아서요 혼자만의 낯선 재회

당신 아닌 다른 사람 아직도 생각 못해

살아가다 세상 인연 또 있다면 믿을테요

당신만이 내 사랑 마지막 운명인걸

기다림은 어리석음 슬픔만을 남겨줄 뿐

보내주는 마음도 사랑이요

내 곁에서 힘들었던 당신 미소 편해 보였소

둘 중하나 행복하길... 당신이라 다행이오

 

 

언제나 죽을 것 처럼 아프지만 죽을 만큼 아프다 마는 것...

그리움입니다

칼도 오래쓰면 무뎌지듯이 슬픔도 오래 쓰면

무뎌지는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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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11-0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옹균님의 "표정" 들어 보셨나요?
아주 아름답고 슬픈 음악이랍니다.

달팽이 2005-11-0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찾아볼께요...
제 스타일의 음악같은데..
 

풀잎은 이슬을 무거워하지 않기에

새벽마다 이슬이 앉았다가 사라집니다

꽃은 낙화의 때를 기다릴 줄 알기에

해마다 눈부시게 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분은 오늘도 당신 대신 못 박히러 갔기에

지금 막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이제 그만 당신은 조용히 돌아오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반하지 말라고

그분이 당신의 가난한 마음의 발을

고이 씻어드리지 않던가요

사람은 누구나 눈물과 결핍으로 만들어집니다

저와 함께 새벽 미사를 마치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골목으로

리어카를 끌고

빈 종이박스를 주우러 다니시는 할머니의

종이박스가 되어드려요

지게에 장작을 지고 장터로 가신

아버지도 평생 장작이 무겁지 않았습니다

죽기에 참 좋은 날이 있으면

살기에도 참 좋은 날이 있을 것입니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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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

죽어서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건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왜 꽃이 사람들을 아름답게 하고

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

그러나 나는 평생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마다

짐승이 한마리씩 들어앉아 있는지

왜 개 같은 짐승의 마음 속에도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이 들어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평생 불면의 밤을 보내는

한마리 짐승이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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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0-2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꽃같은 사람의 마음 속에도
세상 그 어느 짐승보다도 포악하고 잔인한 괴물이 있고
그 잔인한 괴물의 가슴에도
대지의 생명을 키우는 햇살 같은 사랑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나는 인간 존재의 의문을 가슴 깊이 품고
오늘 또 불면의 밤을 보낸다
나는 무엇일까?

이누아 2005-10-2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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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0-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같은 짐승의 마음 속에도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이 들어앉아 있는지
............오만한 인간의 마음이 들어앉은 것 같지 않나요?

달팽이 2005-10-3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느부분은 동감입니다. 글샘님.
부처님은 만물에 불성이 내재한다 하였는데 그 불성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오만한 인간의 마음 속 한 점 불성이 있다면
그는 이미 부처인 존재인 것입니다.
다만 오만한 마음이 그 부처의 마음을 가리고 있을 뿐...
이누아님, 무슨 말인지요? 궁금해요..
 

병든 아들을 위하여

젊은 어머니가 부엌칼로

닭의 목을 힘껏 내리쳤습니다

낮달이 놀라 말없이 소리치고

꽃은 더욱 붉은데

모가지가 없는 닭이

온 마당을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저도 지금 그 닭처럼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여전히 햇살은 눈부시고

꽃은 붉은데

이제 곧 그 닭처럼

제풀에 꺾여 픽 쓰러지겠지요

멀리 떨어져나간 모가지를 향하여

길게 다리를 쭉 뻗은 채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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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기형도, "가는 비 온다" 중에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꽃이 있듯이, 꽃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저 닭도 무언가 되고 싶겠지요. 무언가 되어지겠지요.

달팽이 2005-10-2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같은 선혈을 흘리며
꽃같은 비를 맞으며
쿨럭거리는 목의 침을 삼켜가며
가야 하는 인생의 길...
 

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물보라를 이루며 산산조각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져 죽어야

사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울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떨어져 죽어도 뒤돌아보지는

어머니를 부르지는

더더욱 말아야 하는 것이다

저 푸른 소에 힘차게 뛰어내려 죽지 않으면

저 검푸른 용소에 휩싸여

한 천년 부대끼며 함께 살지 않으면

흐를 수 없는 것이다

흐르는 물처럼 살 수 없는 것이다

산과 들을 버리고

밑바닥이 되어 멀리 흘러가지 않으면

흐르는 물처럼 언제나 새롭게

살 수 없는 것이다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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