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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사는 선비는

오랜 세월 도를 지키며

걸을 때는 새끼로 맨 옷을 입고

앉아서는 줄없는 거문고를 타네.

탁한 샘의 물은 마시지 않고

굽은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티끌만큼이라도 의에 맞지 않으면

천 냥의 황금도 흙같이 여기네.

마을 사람들 그의 품행 따르니

난초 숲에 있는 듯 향기가 그윽하네.

지혜롭든 어리석든, 강하든 약하든

서로 속이고 괴롭히는 일 없네.

그 선비 만나보고 싶어

길을 나서다 멈추어서네.

 

그 선비 반드시 만나야 하랴

그의 마음만 배우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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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9-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로 가려고

안도현의 <강> 전문





나에게로 오려고
흐르는 강과
너에게로 가려고
흐르는 물이

그리워 떠있는 비누방울 세상

하늘 어디쯤에서
은하수 거품으로 빛나랴


이누아 2005-09-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맑은 시인은 "그 선비 반드시 만나야 하랴/그의 마음만 배우면 되는 것을"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 선비를 꼭 뵙고 싶어요. 그러나 시인처럼 걷다 멈춰 서서 가-만-히 있으면 그의 거문고 소리 들리고, 그의 향기 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님이 이 시의 선비처럼 느껴지네요.

달팽이 2005-09-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누아님 마음도 선비에게로 향해 있군요...
 

쇠가 휘면 칼을 만들 수 없고

나무가 굽으면 멍에를 만들 수 없다.

나도 이와 같으니

어리석고 몽매하여 쓸모가 없구나.

달갑게 명예와 이익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 숨으리라.

초가에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오로지 거문고와 술을 마주하며 살리라.

몸은 고삐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귀는 세상의 소란함을 떠났다.

한가롭게 거닐며 하는 일 없이

때때로 노자의 글을 읽노라.

근심 없으니 본성은 즐겁고

욕심 적으니 마음은 맑아지네.

이제야 알았노라, 재주 없는 사람만이

진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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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9-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간 갈비뼈 혼자 쓰다듬는 저녁

나희덕 <어두워 진다는 것>전문




하루 중 진리가 있다면 진리는 저녁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유영모님은 여러 저녁이란 뜻으로 호를 다석으로 지었고
라즈니쉬님도 스스로 그 진리의 아름다운 저녁에 자신의 숨을 거두고 싶다고 했지

우리가 우리의 인생에서 바보처럼 산다는 것
어두워진다는 것..그래서 삶의모든 것을 다버린다는 것
채우지 않아도 다 버리기만 하면 그곳의 어둠.. 그것이 진리는 아닐지..

노자의 '현지우현' 어리석고 또 어리석게 되는 것
그곳이 모든 오묘한 것이 태어나는 문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가슴 진정 그 모든 것이 자라나는 문이 될 수 있는가?

저녁은 모든 낮의 일을 모두 바보로 만드는 시간
바보!!! 그러려면 바보처럼이 아닌 진짜 바보가 되어야 하지...
바보가 되어야 바보가 없지
그러한 우주의 어둠이 우리들의 저녁이 되어야 하지.



파란여우 2005-09-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기꺼이 바보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진짜 바보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얼치기 바보인 저는 모릅니다.
몰라서 오늘도 슬픕니다.

어둔이 2005-09-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바보!!!
바보가 바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슬프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바보!!!
슬프하지마 넌 바보니깐
살면서 울지 말란말이야!!
 

언덕 위에 우거진 저 풀들은

해마다 시들었다 다시 나니

들불도 다 태우지 못하고

봄바람 불면 다시 돋아나네.

아득한 향기 옛 길에 일렁이고

옛 성터엔 푸른 빛 감도는데

그대를 다시 또 보내고 나면

이별의 정만 풀처럼 무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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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9-1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러져가는 햇살 비끼는 길가엔
코스모스 이리저리 몸흔드는데
떠나간 그대 생각 오락가락하니
곳곳에서 이는 바람 모두 그대 향기로다.

어둔이 2005-09-1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한담론에 보면

"그대와 하룻밤 지새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십 년동안 책을 읽은 것보다 낫네그려" 라는 말이 나옵니다.

살면서 우리는 그런 그대를 꿈을 꿉니다.
만나고 싶어합니다.
9월의 투명한 햇살속에서 함께 웃고
길가의 꽃잎과 함께 흔들리며 살아갈 수 있는 그대와
하룻밤 내내 별빛밑에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서로 알아 주는 친구 있어 먼곳을 마다않고
찾아주는 것 또한 인생의 즐거운 일이 아니든가!!!

우리 모두가 그대의 그대가 될 수 있을지.....
 

태풍이 지나간 파란 하늘

풍경은 먼지하나 없는

그림같이 붙박혀 있고

그것을 보는 것은

눈이 아니다

마음 속 깊은 곳

침묵의 밑바닥에서

그 풍경은 올라왔다 사라진다

영겁의 땅에서 오고

영겁의 땅으로 가는 

그것은 아직 한번도

파헤쳐지지 않은 푸른 영토

침묵의 밑바닥에서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파아란

하늘이 나왔다

오! 저 투명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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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9-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뒤안길

되돌아보는 인생의 곳간

저 푸른 하늘의 내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으려나

어둔이 2005-09-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9월의 하늘이 환하여
바다에 저려서 가을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
부산의 모습을 보여줄랑가 생각했는데
일정이 미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여름 끝 하늘을 푸른 바다속에 한 며칠 더 푹 저려놓겠습니다

혹 주역에 나오는 글처럼
'큰강을 건너는 여우 꼬리만 물에 젖히다' 정도라도
부산에 오셔서 파란 그 몸 새로이 단장하는 이 가을 되소서

파란여우 2005-09-1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어둔이님!
오늘 제 속이 한여름 뜨거운 가마솥단지였습니다.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왔지만
진정이 되지 않아 금강경 몇 줄을 읽고 날이 저물었군요
다시, 어둔이님을 만나니 왜 이다지 마음이 가라앉는 걸까요
늘, 부족한 저에게 좋은 말씀, 귀한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해요. 두분.
부산에 가는 일은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므로 일정이 어찌 잡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님들을 만날 기회를 어떡하든 만들어 보도록 할겁니다.
어둔이님, 다시 만나서 오늘 참 좋습니다.^^
어맛, 달팽이님은 설마 질투하시진 않겠죠? 호호호

달팽이 2005-09-1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질투가 쬐금 되네요...ㅎㅎ
 

씨앗을 심으며

내 손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씨앗이 자라길 바라며

내 마음은 빛과 하나가 된다.

 

괭이질을 하며

내 손은 비와 하나가 된다.

 

식물을 돌보며

내 마음은 공기와 하나가 된다.

 

배고픔과 믿음으로

내 마음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과일을 먹으며

내 몸은 지구와 하나가 된다.

 

                                       - 윈델 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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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밭의 풀을 뽑으며 내 마음속의 복잡한 근심을 덜어내고
정성들여 쌀을 씻으며 내 마음속의 땟국물을 벗겨내고
염소에게 밥을 주면서 내 마음속의 인색함을 캐어 묻는
전, 이정도 외에는 모르겠슴돠^^
아참, 요샌 어둔이님이 안 보이셔요..

달팽이 2005-09-05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 외에 또 달리 없을 것 같은데요...
전해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