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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 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들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은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후련하게 쓸어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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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기어오르는 넝쿨을 심고 녹이 슨 호미는 닦아서 걸어두겠습니다
육십촉 알전구일랑 바꾸어 끼우고 부질없을망정 불을 기다리렵니다
흙손으로 무너진 곳 때워보겠습니다
고리 빠진 문도 고쳐보겠습니다
옹이 같았던 사랑은 날 좋은 대패로 밀고 문지방에 백반을 놓아 뱀 드나들지 않게 또
깨끗한 달력 그 방 가득 걸어도 좋겠습니다